불본행경 제1권
3. 강태품(降胎品)
도솔타 천궁에 계실 때
천안(天眼)으로 널리
중생들의 고뇌를 보시고
지난 옛날 맹세를 추억하시네.
본래 서원이 중생을 편안케 함이라
오랜 겁(劫) 동안 힘써 부처를 구하시고
날 때마다 심한 어려움을 만나도
덕의 뿌리 심기를 싫어하지 않았네.
처음엔 제사를 숭상하고
뜻을 세운 뒤부터는
금(金)을 두루 보시하여
은혜로운 베풂으로 덕을 이루시네.
처음 갖가지로 보시할 때부터
듣는 이마다 놀라워서
머리와 눈, 몸이며 손과 발
사랑하고 중히 여기는 처자까지도
이름난 코끼리와 말로 멍에한
보배 수레에 진주를 드리운 것들
만약에 이러한 보시품을 모으면
넓은 땅에 깔아도 못 다 까네.
부지런히 베풂의 소리 우레 같고
하늘에서 때로 비 내림과 같이
오랜 겁 동안 지혜의 물로써
널리 중생에게 배부르게 하시네.
베풂의 타락[酪]은 못이요 젖은 강이 되고
복의 산에 타락죽은 샘과 같으며
꿀의 참호며 단단한 사탕도 쌓여
널리 이 땅을 꾸며 장식하네.
일찍이 구하는 이에게 어기지 않고
주고 또 주어 거스름이 없었으며
물을 따라 받은 이의 손만도
저 네 큰 바다보다 많으리라.
부모와 밝은 스승을 받들어
인자한 마음 갖가지로 섬기며
베풂이 끝도 한도 없이
보시바라밀을 이룸도 끝이 없었네.
살아서는 계율을 뛰어나게 지켜
목숨이 다해도 금계(禁戒)를 더럽히지 않고
머리를 깎아 사문이 되었으니
쌓인 머리털은 큰 산에 비기리라.
천상에 태어나 5욕락을 받고
목숨이 다하여 액난을 만나도
청정한 계율을 헐고 움직임 없어
지계바라밀을 갖춤도 끝이 없었네.
나면 높고 자유로움을 얻으나
일찍이 사람에게 악을 행하지 않아서
머리며 눈, 손발을 잘려도
마음이 안정하여 인욕을 얻네.
깨달을 뜻 내어 부처 구하여
빨리 나아가 9겁을 뛰어넘었네.
미륵 등은 먼저 발심하였지만
용맹정진으로 그보다 앞서 나오셨네.
깊고 묘한 법을 탐내고 그리워하여
몸으로 지혜의 뜻을 받고서
불에 들고 산과 바위에 던지며
마디마다 바늘과 못을 찌르셨네.
18법의 거룩한 지혜를
받들어 행하되 피로함을 모르고
일체의 근원을 깨달아
지혜바라밀이 끝이 없었네.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이며
지혜의 강과 못과 바다로
자비로써 중생들을 어여삐 여기고
기쁨의 광명을 이룩하셨네.
털구멍마다 온갖 광명으로
도솔타 천궁을 뒤흔들자
모든 천인들은 미심쩍어 모여서
엄숙히 보살에게 경례하시네.
곧 갖가지 쇠북을 치며
근기에 따라 7각주(覺籌)를 주려고
누가 나와 함께 세간에 내려가랴.
짐짓 서로 법빈회(法賓會)를 청하네.
빛은 도솔타천에서부터
골몰하고 즐기는 물가 염부제(閻浮提)까지 사방을 비추네.
곧 시신(侍臣) 월맹(月猛)에게 이르되
“그대는 세간의 큰 국왕을 아는가?
어느 나라에 의탁해 태어나서
옛 범절에 어기지 않고서
응당 보살을 만나게 되면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받들까?”
대답하되 “성자는 들으소서.
호귀(豪貴)한 왕이 있으니
그의 이름을 선구(善求)라 이르고
왕사성(王舍城) 주인으로 다스리오.
바라나성(婆羅奈城)의 주인인
왕의 이름은 선맹(善猛)이고
마갈타국왕은 백재(百才)요
울선국(鬱禪國)왕은 소(巢)라 이름하오.
광염(光焰) 국왕은 유생(留生)이요
또 왕이 있으니 용무(勇武)라 하며
선비(善臂)왕에게 아들이 있으니
그 이름을 백설광(白雪光)이라 부르오.
이 여덟 대왕은 명성이 있으니
의탁해 태어날 만하지 아니합니까?”
말하되, “이 왕들은 더럽고 참되지 못하니
두루 다시 참되고 바른 이를 살펴라.”
잠깐 생각하고 말하되, “다시 있으니
전륜왕종인 수흥(壽興)의 후예로
맨 끝에 왕을 사자(師子)라 이름하고
그 아들 백정반(白淨飯)은 석가족 중 제일입니다.”
“매우 좋다. 내 뜻에 맞으니
응당 의탁해 아들로 태어나리라.
정반왕은 남자 중에 으뜸이요,
왕비는 여자 중에 영걸이로다.
모든 나라 성읍 가운데서
가이라(迦夷羅)가 제일이니
오늘 내가 하강하여서
저 세간에 착한 법을 베풀리라.
중생들에게 바름[正]을 보여서
큰 칼과 쇠사슬에 굳게 얽힌
생사의 뇌옥을 깨트려
무위(無爲)의 길을 열어 보이리라.
중생들에게 방편으로 보여서
생사의 뇌옥에서 나오게 하리니
그대들 중 누가 욕락에서 괴로움 여의고
멸도(滅度)하여 편안하고 싶은가?
스스로 괴로움을 건너고자 하는 사람
나와 함께 하강하도록 하라.”
이렇게 법을 펴시고 나서
문득 도솔타 천궁에서 하강하시네.
드러내어 타고[乘] 널리 알리되
흰 코끼리가 은산(銀山)과 같은데
보살이 코끼리 왕을 타시니
해가 흰 구름을 비춘 것 같았네.
모든 하늘들은 노래하고 춤추며
널리 온갖 색의 꽃을 내리고
해 정기의 밝은 구슬이
빛을 왕궁에 환히 비추었네.
도솔타 천궁에서 하강하실 때
상서를 나타냄도 매우 미묘했고
보살이 하강해 모태(母胎)에 들자,
기러기가 맑은 못에 있는 것 같았네.
가을의 둥근 달이 비추듯 하고
코끼리가 꽃 연못에 있는 듯하며
해가 빛을 비추듯 좋고
달은 구슬처럼 매우 밝은 듯했네.
보살은 가히 비유할 데 없이
착한 복업만을 갖추었네.
왕비의 태안에 들자
땅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네.
마치 물 가운데 뜬 배와 같고
공중이 무너지는 우레 소리라,
바다와 못들은 출렁거리고
온갖 흐름은 깨끗이 맑았네.
모든 하늘이 공중에서
장막을 드리운 듯 꽃을 흩뿌려
경사롭다 일컬어 기뻐 뛰고
땅의 신(神)들은 흔연히 웃네.
모든 꽃이 다 피어 곱고
땅에 두루 빈틈이 없었고
나무마다 온갖 꽃이 피되
반만 열리어 눈짓하는 듯
마왕 파순의 사랑하는 나무가
곧 시들어서 초췌하며 근심했네.
왕비는 잠을 깨고 꿈길을 더듬자,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고 뛸 듯이 기뻐
눈을 들어 사방을 두루 살피거늘
옥 같은 얼굴이 기뻐 연꽃 빛일세.
왕에게 아뢰되 “잘 들으세요.
꿈에 본 것이 매우 길하고 상서로우니,
여섯 개 어금니의 흰 코끼리가
문득 와서 내 앞에 있었습니다.”
왕은 왕비 꿈 이야기를 듣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뛸 듯이 기뻐하면서
바라문의 점사(占師)를 불러
꿈에 본 대로 이야기하였네.
꿈 풀이에 밝게 통달한지라
생각하고 나서 곧 말하되
“경전에 꿈을 점치는 것을 상고하와
이제 자세히 해설하오니 잘 들으소서.
여자의 꿈에 햇빛이 배에 들면
이것으로 잉태하여 좋은 자식을 낳고
해가 온 천지에 혁혁하게 비추면
그 아들은 덕이 높아 시방의 주인이 됩니다.
꿈에 달이 차고 뭇 별이 갖추어
뱃속에 비춤을 보고 잉태하면
그 아들은 자라서 전륜왕 되어
사방의 주인으로 정법으로 다스립니다.
왕비의 꿈엔 흰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왔으니
이 아들 더러운 때가 없으며
천상ㆍ인간이 머리 숙여 절하리다.
일체를 모르는 것이 없고
나게 되면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요,
이 경전의 옛 성인들 기록이니
왕후님의 꿈에 흰 코끼리야말로
응당 보배로운 성자를 낳으시리니
신선이 홀로 코끼리같이 걸음이라.
생각하건대 이 점괘로 보아서는
반드시 천상과 인간의 스승을 낳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직 두 가지 뜻이 있으니
집에 있기를 즐기면 성왕이 되고
집을 버리고 머리를 깎게 되면
부처가 되어 모든 성인의 스승이 될 것입니다.”
꿈을 점친 두 가지 뜻을 기뻐해
황금을 하사하여 그 뜻을 즐기게 했네.
왕후는 그것을 듣고 매우 기뻐
좋은 일로써 왕에게 아뢰었다.
“이 꿈을 꾸고 나면서부터
편안히 감로수를 마신 듯
몸과 성질에 나쁜 것이 없어졌으니,
모든 착한 것을 즐기기 바랍니다.
이름난 보배의 의상도 즐겁지 않고
오직 정결한 소복이 좋사오며
보배로 만든 부채도 좋아하지 않고
시원한 바람 쐬기를 즐겨했습니다.
5욕락은 더럽고 싫어지며
바르고 참된 법을 받기가 즐거워
빛[色]ㆍ소리[聲]ㆍ향기[香]ㆍ맛[味]ㆍ감촉[觸]과
육근[六情]에 다시 물들기 싫습니다.
궁실(宮室)이 즐겁지 않고
동산에 나가 유관(遊觀)할 생각뿐입니다.”
왕에게 이렇게 아뢰자
왕은 곧 대답하여 말하였다
“그대의 생각에 즐거운 대로 하오
짐도 따라 함께 나아가리다.”
저 유랑하는 백성인 양
서늘한 꽃나무 동산에서
왕후는 스스로 자기 몸을 보자
맑은 물에 달그림자 같았네.
태중에 있어도 때와 더러움 없이
금꽃과 유리의 수레같이
달이 차자 모든 감관[根]이 원만해
보배로운 구슬을 보는 듯하였네.
왕후는 출산할 때가 된 줄 알고
향기로운 꽃동산에 나가 놀자
그 동산은 소소하게 맑았고
여러 묘한 선신(善神)들이 모여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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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불본행경
불본행경_3. 강태품(降胎品), 부처님께서 도리천에서 내려와 태에 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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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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