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등가경 상권
3. 시진실품(示眞實品)
그때 제승가왕이 연화실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께서는 잘 들으십시오.
제가 당신에게 삿된 견해를 끊고 진실한 길을 열어 보리도(菩提道)를 깨끗이 하여서 인간이나 천상으로 나아가는 것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네 법 가운데는 다섯 가지 제사법이 있는데, 이러한 제사가 열반의 바탕이며 천상에 태어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무엇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사람을 죽여 그 기름을 취하여 제수로 사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말을 도살하여 그 기름으로 제사지내는 것이며,
셋째는 굉장하게 큰 규모의 제사[廣大祭]를 지내는 것이고,
넷째는 널리 소문이 나는 제사[普聞祭]를 지내는 것이며,
다섯째는 하고 싶은 대로 제사를 지내는 것입니다.
이는 모두 다 허망하고 진실하지 못하여 헛된 수고일 뿐만 아니라, 영원히 여러 가지 악취(惡趣)에 들어가게 합니다.
여덟 가지 선법(善法)이 있으니, 이는 진실로 이익이 있으며 반드시 천상에 태어날 수 있고 온갖 좋은 과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그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올바른 믿음이고,
둘째는 계행(戒行)을 닦는 것이며,
셋째는 널리 보시를 행함이고,
넷째는 지혜를 좋아함이며,
다섯째는 범행(梵行)을 닦는 이를 공경하고 그와 함께 하는 것이고,
여섯째는 많이 들어 학식이 쌓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몸과 입과 생각으로 짓는 업을 잘 지켜 보호하는 것이고,
여덟째는 여러 선지식들을 가까이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여덟 가지 일은 청정한 법이니, 일체의 중생들이 모두 닦아 익혀야 합니다. 앞의 일곱 가지는 모두 다 선지식의 처소로부터 그것들을 들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저와 더불어 혼인을 맺고 저와 가까이 하시어 이렇게 오묘한 법을 닦아 배워 교만한 마음을 내지 마시어 이러한 훌륭한 이로움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금 제가 다시 당신께 말씀드리지만, 모든 종성이 발생하게 된 본말과 차제가 이와 같습니다.
당신이 이를 들으셨다면 응당 자신을 높이는 마음을 없애야 합니다.
겁(劫)이 처음 이루어질 때 모든 중생의 종류는 다 날아다닐 수 있었으며, 광명이 뛰어났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며, 몸을 단정하게 장엄할 수 있었으니, 모든 것이 자연히 존재하여 일부러 짓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 후에 복이 다하여 온갖 것들이 소멸되었습니다.
그러자 이때부터 중생들은 작물을 심어 기르고, 영역을 나누어 나와 남이라는 생각을 냈으며, 전답과 가축이 많다는 것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고 스스로 권세가 있고 부유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까닭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을 찰리종이라 이름하였습니다.
또한 어떤 중생들은 집에 기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산림 속으로 들어가 선법(禪法)을 닦아 배우며, 떨어지고 헤진 옷을 입고 음식을 빌어 명을 이어가며, 몸을 청결히 하고 받들어 제사를 지냈으니,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모두가 그런 사람들을 바라문종이라고 했습니다.
밭을 갈아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수렵이나 어로를 행하는 이들을 비사종이라 이름했으며,
재물을 훔치거나 판매하면서 자애로운 마음이 없는 이와 같은 사람들을 수다라종(首陁羅種)이라 이름했습니다.
그 당시에 어떤 사람들은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수레가 고장 나면 그것을 수리하였으니 그들을 마등가(摩登伽)라 이름했으며, 오직 농사만 짓는 이들을 농사꾼[田夫]라 하고, 시장을 돌아다니는 이들을 장사꾼이라 하니, 이와 같이 분별해 보면 백천 가지에 이르나 그 많은 갈래는 진실로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임시로 이름을 세워 여러 종성이 똑같지 않다는 것을 구별하려 한 것일 뿐입니다.
바라문의 경우에도 다시 나누어 구별될 수 있으니, 이른바 구담(瞿曇)ㆍ독자(牘子)ㆍ교차(憍蹉)ㆍ교시가(憍尸迦)ㆍ바사타(婆私吒)ㆍ가섭(迦葉)ㆍ만다비(蔓茶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곱 가지 성(姓)은 다시 각기 나뉘어져 모두 다 열 가지씩을 출현시켰습니다.
여덟 번째는 연(煙)이라 하는데, 이외에 다시 다른 성(姓)이 없었습니다.
당신네 바라문이 비록 한 가지 모습이라 하여도 나누어 구별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겁초(劫初)의 중생들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근본적으로는 서로 다르지 않았으나, 나누어 구별함에 따라 많은 종성이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잘 관찰하셔야만 합니다. 왜냐 하면 법의 이로움이 있기 때문이고, 허망한 것을 끊고 진실을 찾아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하오니 귀댁의 여식을 제 아들의 아내가 되도록 허락하시어 바라는 바가 반드시 원만하게 이루어져 신속히 혼인이 성사되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오래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