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1권
3. 불설화난경(佛說和難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화난(和難)이라는 부처님 제자가 자기의 권속들을 많이 두고자 하는 마음에 출가하려는 이가 있으면 그 사람 됨됨이도 보지 않으며 그 행적도 살피지를 않고서 즉시 수염과 머리를 깎게 하여 사문이 되도록 하고 구족계를 주었다.
그 사람의 근본이 어떤지, 어디서 왔는지, 부모의 이름은 무엇인지, 착한 사람인지 악한 사람인지, 얼굴은 잘 생겼는지 못 생겼는지, 학식은 있는지 없는지도 알아보지를 않고 사람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수염과 머리를 깎게 하여 구족계를 주었다.
여러 비구들은 이러한 처사의 부당함을 비난하였다.
“사문이 되려고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하여 즉시 사문이 되게 하는 것은 권속을 얻으려는 욕심에서 후환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오.
그 근본을 물어야 하고 어디서 왔는지, 거동은 안정되고 진실 된 지, 들어와 속이지는 않을는지도 보아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오.”
그러나 화난 비구는 도무지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람만 만나게 되면 즉시 수염과 머리를 깎게 하였다.
그때 세상에는 흉악한 도박꾼이 있었는데, 화난이라는 부처님의 제자가 무앙수(無央數)의 의발을 가지고 있으면서 권속을 많이 두는 것을 원해서 부처님의 법을 배우고자 하여 오는 사람이 있으면 근본도 묻지를 않고, 어디서 왔는지도 알아보지 않고 즉시 머리를 깎게 한다는 소식을 멀리서 듣게 되었다.
그는 춥고 배고파서 스스로 살아갈 방도가 없게 되자 속일 계획을 마음속으로 하고 화난 비구의 처소로 갔다. 공경하는 자태로 조신하게 예를 갖추어 머리를 조아렸고 위의법을 갖추고 앉고 서는 모습이 편안하고 상서로우며 성급한 것이 없었다.
부처님 제자 화난은 그 사람에게 말했다.
“사문은 안온해서 근심도 재난도 없소. 애욕을 가까이 하면 좋지 않소.
게을러서 행하는 바가 없으면 사람들이 모른다 해도 욕심으로 망가지게 될 것이오.
애욕의 물이 들면 무앙수의 번민의 해를 입게 되리니 애욕에 탐착하면 도를 이룰 수가 없소.”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저는 애욕을 버리고 사문이 될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화난은 또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사문이 될 수 없단 말이오?
사문이 되면 많은 이익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오. 그대는 곧 뜻을 바꾸어 출가하여 사문이 되시오. 배워야 할 덕행은 내가 모두 가르쳐 줄 것이오.”
그 사람은 대답하였다.
“허락만 해주신다면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우환이 없어지고 안온해진다면 즉시 사문이 되겠습니다.”
즉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구족계를 받았다.
사문이 되어 가르침을 받은 대로 쉽게 행한 까닭에 공경과 순종을 스스로 나타내 보이며 잘못이 없었다. 정진하고 부지런히 닦아 게으름이 없었고 인욕하며 가르침을 따랐다.
이때 화난은 믿고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속마음을 살피지 않았고, 다시금 의심해보지 않고서 한결같이 그를 믿고 의복과 발우와 침구류 등 여러 공양구를 다 그에게 맡겨 놓고 썼다. 밖으로 유행(遊行)할 때도 그가 일부러 태도를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 마음이 편했다.
그러자 그 도박꾼은 의복과 발우와 여러 공양구를 거두어 가지고 도망가서외딴 곳에 감추어 놓고 먹고 마시고 했다.
그때 화난은 이 새 제자의 소행을 듣고 즉시 돌아왔는데, 방안에 있던 많은 것이 없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물어보니 이제 많은 것이 없어졌으며, 다만 멀리서 들리는 소문에는 그 도박꾼이 법도가 없는 흉폭한 자로서 사문이 되려는 체 하면서 스승을 속이고 재물을 도둑질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여러 사람이 말했다.
“스님께서 너무 성급하셨습니다. 그 근본도 묻지 않고 머리를 깎게 하셨으니 말입니다.
이제 그 절취한 물건은 도박꾼이 외딴곳에 두고 먹고 마시고합니다.”
그렇지만 그가 있는 곳을 알아도 그것을 막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여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고민을 하였다.
여러 비구들이 이를 알고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니,
부처님[大聖]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도박꾼은 법도가 없는 사람으로 단지 이 세상에서만 외경스러운 듯한 모습으로 한가하게 머무는 상을 하고 있으면서 몰래 속인 것이 아니라 지난 세상에도 그러했느니라. 화난 비구는 그를 멀리하지 않고 계속해서 믿을 수밖에 없었느니라.
옛날 옛적 어느 때 왕사성에 한 현인이 있었는데 음란한 여인의 집에 들어가 음란한 여인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음식을 먹고 노래하며 놀면서 서로 유희하다 보니 가지고 있던 재물은 오래지 않아 다 없어지게 되었다.
그의 재물은 그 음란한 여인이 모두 훔쳐 빼앗아 버리고, 다시는 그를 그 집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음란한 여인이 그를 쫓아내고 자주 못 오게 했으나 그는 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때 음란한 여인은 현인을 그 집에서 몰아내며 가서 다시 재물을 구해가지고 돌아오도록 하였다. 그러나 재물을 구할 수가 없어서 그것을 구하기 위하여 울단국(鬱單國)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곳에 이르렀지만 아는 곳이 아무데도 없었다.
그때 울단국에 대존자가 있었는데 재물과 보배가 많았고, 권세가 있는 부자였다.
그는 어진 현자인 체 하면서 그 존자에게 나아갔다.
‘저는 상인으로서 여러 사람을 이끌고 아무 나라에서 왔는데 재물과 보배를 많이 가지고 오다가 길에서 나쁜 도적들을 만나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재물을 다 잃고 빈털터리가 되어 곤경에 처한지라 살아갈 길이 없으며, 겨우 목숨만 건졌습니다. 온 힘을 다해 도망쳐서 이제 존자에게 오게 되었습니다.
측근[左右]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으로 써주십시오.’
그때 존자가 이 사람을 보니 위의가 법에 맞고 행동거지가 나아가고 머무름에 위신의 덕이 있기에 이는 가인(佳人)이라고 여겨
‘내가 그를 위해 계획을 세워서 그로 하여금 다시 일어나게 하리라’라고 하였다.
그 사람은 교활한 지혜가 있고 총명하며 말재주가 있고 거동이 경우에 알맞고 생각이 게으르지 않았으며 도리를 바로 아는 뜻과 성품을 가지고 있어서 스스로 기꺼이 존자를 지극하게 대했다.
그 마음을 신중하게 거두어 방일한 적이 없었고 하는 일은 판단력이 있어서 안 되는 일이 없었다. 몸으로 하는 행동이 청정하고 입으로 하는 말이 부드러우며 거칠거나 사나운 데가 없었고, 이야기는 재미있고 말은 아름다웠기에 그를 보는 사람들은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존자의 권속들도 크고 작은 이들이 모두 그를 경애하고 모두 그를 찬탄하고 좋아하였다.
존자도 그런 모습을 보고서 기쁘게 노고를 위로하고 모두가 이를 다행한 일로 여겼고, 행동에도 실수가 없으니 곧 그를 믿게 되었다.
그때 존자는 그 사람의 덕이 안과 밖이 다른데도 그 사람의 허물과 단점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열심히 그를 돕도록 널리 권했고,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되도록 하였으며, 그를 가장 공경하여도 교만하지 않으니 더욱 돈독히 믿게 되어 형제처럼 여기며 차별하지 않았고, 계(戒)와 정(定)에 진실해서 속이는 바가 없자 점점 큰 재물과 일을 믿고 맡기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즉시 재물을 훔쳐서 밖으로 가지고 나와 그 재보와 여러 가지 좋은 물건들을 수레에 싣고 왕사성으로 돌아와 요염한 음녀(婬女)에게 그것을 주고 같이 먹고 마시며 서로 즐겼다.
그 후 그 사람이 안 보이자 존자는 두루 그가 간 곳을 찾았으나 그가 있는 곳을 알 수 없었고, 창고를 살펴보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보가 없어졌다. 재보가 없어진 것을 보고 다시 간 곳을 찾았으나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드디어 사람들로부터 그 사람이 왕사성으로 돌아가 음녀와 더불어 먹고 마신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 도박꾼은 장자도 아니고 어진 현인도 아니었던 것이다.
존자는 멀리 도망갔기 때문에 다시 찾을 수도 없다는 생각에 심히 분하고 한스러워 게송으로 탄식하여 말했다.”
외모는 호화로우나
이는 어진 군자가 아니었도다.
모양새나 부드럽고 아름다운 말로
사람을 믿으면 안 되는구나.
거동과 행위를 관찰하건대
밖으로 나타난 것은 훌륭했도다.
현명한 이는 마땅히 장래를 생각해야 하리니
함께 머무름에는 살피고 시험함이 마땅하리라.
그래야만 뜻과 성품이 악함을 알게 된다.
도박꾼이 지르는 소리를 듣고도
내가 그를 버리지 않았으니
마치 독이 든 음식과 같구나.
어찌하여 반복이 없겠는가?
또한 다시 은혜의 정을 가볍게 여기리라.
지혜 있는 자는 더불어 함께 하지 않으리니
구해주어도 마땅히 버리리라.
내가 그때에 그를 보고
믿었기 때문에 속임을 당했도다.
현자도 아니면서 현자의 외모를 하고
재물을 훔쳐 도망쳤구나.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존자는 지금의 화난 비구이고 도를 버린 그 사기꾼은 지금 사문이 되어 화난 비구를 속인 그 도박꾼이니라. 지난 세상에서도 서로 그렇게 침해하더니 이 세상에서도 역시 그러하니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