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밀해탈경 제1권
3. 성자담무갈보살문품(聖者曇無竭菩薩問品), 제일의상(第一義相)
그때 성자 담무갈(曇無竭)보살마하살이 여실한 제일의제가 일체 세간의 각관(覺觀)하는 경계를 초과한 모습에 의지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하니 지난 세상, 다시 그보다 과거 세상에 이 세계로부터 77항하사 세계를 떨어져서, 다시 거기서 무량한 항하사 세계를 지나 불국토가 있었으니 이름이 명칭세계(名稱世界)요, 그 중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는 비마라길제(毘摩羅吉諦)였습니다.
여래께서 그 국토에 머무셨는데, 제가 그때 중생들을 교화하러 다니다가 그 세계에까지 갔었습니다.
그때 보니 어떤 외도의 스승이 한곳에 있었는데, 7만 7천의 제자들을 그곳에 모아 놓고 제일의상(第一義相)에 의지하여 모든 법을 생각하더니,
그 외도들이 서로서로 제일의상을 미루어 찾고, 제일의상을 칭량(稱量)하고, 제일의상을 생각하고, 제일의상을 관찰하였으나,
제일의상은 보지 못하고 다른[異異] 뜻을 내고, 다른 견해를 내며, 다른 집착을 내고는 다른 붕당(朋黨)을 세워서 논쟁을 일으키되, 입으로 다투어 좋지 않은 말을 하다가 서로서로 어지럽게 하더니 일어나서는 헤어졌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때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세상에 나오심은 희유한 일이다.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신 까닭에 이제 일체 세간의 경계를 지나는 제일의상을 보고 들어 제일의상을 증득하며, 제일의상을 보고, 일체 멸상(滅相)을 증득하셨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담무갈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담무갈이여, 그대의 말이 옳다. 나는 모든 세간의 경계를 초과하는 제일의상을 깨달았다.
이와 같이 깨닫고 사람을 위하여 말하며,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사람들에게 드러내서 이 법을 건립(建立)한다.
왜냐하면 나는 성인이니 나의 내신(內身)으로 깨달은 바 법을 말하고, 모든 법부를 위하여 각관하는 경계를 말하여, 아는 것을 서로 나누려 함이다.
담무갈이여, 그대는 지금 이 뜻에 의지하여 알아야 한다.
이른바 세간의 모든 경계를 초과하는 것이 제일의상이다.
또 담무갈이여, 내가 말하는 제일의상은 일체의 상(相)을 초과하는 경계요, 각관은 모든 상의 경계라고 한다.
이와 같이 하여 내가 말하는 제일의상은 말이 없는 경계요, 각관은 언설의 경계라고 한다.
담무갈이여, 내가 말한 모든 언어를 여읜 것이 제일의상이요, 각관(覺觀)과 명자(名字)는 세제상(世諦相)이다.
이와 같이 하여 내가 말한 모든 다툼을 여읜 것이 제일의상이요, 각관과 명자는 따지는 모습[諍論相]이다.
담무갈이여, 이 뜻과 모습에 의지하여 알아라. 세간의 각관을 지나는 경계는 제일의상이다.
담무갈이여,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죽을 때까지 쓰고 매운 것을 먹고 쓰고 매운 것만 즐겼다면,
그 사람은 석밀(石蜜)과 아바바(阿婆婆)의 달고 먹음직한 맛을 알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며, 헤아리지 못하며, 믿지 못할 것이다.
담무갈이여, 어떤 사람이 날마다 탐욕의 즐거움을 믿어 탐욕에 집착하여 탐욕의 불길에 속마음을 태웠다면,
그 몸은 일체의 색ㆍ성ㆍ향ㆍ미ㆍ촉을 떠난 탐욕 없는 즐거움을 알 수 없으며 깨달을 수 없으며 헤아릴 수 없으며 믿을 수 없을 것이다.
담무갈이여, 어떤 사람이 긴 세월 분별의 즐거움을 믿어 분별에 낙착(樂着)하면,
안의 몸[內身]의 적정하여 분별이 없는 즐거움은 능히 알지 못하며 능히 깨닫지 못하며 능히 헤아리지 못하며 능히 믿지 못할 것이다.
담무갈이여, 어떤 사람이 날마다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좋아하여 즐거이 믿고 행하면,
그 사람은 안의 몸의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여읜 즐거움을 능히 알지 못하고 능히 깨닫지 못하고 능히 헤아리지 못하고 믿지 못할 것이다.
담무갈이여, 어떤 사람이 날마다 아(我)와 아상(我相)의 즐거움을 취하여 믿고 즐겨 행하면,
그 사람은 북쪽 울단월의 아(我)와 아소(我所)가 없는 즐거움을 능히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고 헤아리지 못하고 믿지 못할 것이다.
담무갈이여, 이렇게 각관하는 사람은 모든 각관을 여읜 제일의상을 알지 못하며 깨닫지 못하며 헤아리지 못하며 믿지 못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몸으로 증득할 법은
제일(第一)의 말을 떠난 경계이니
각(覺)과 관(觀)의 다투는 모습 여의면
말 없는 제일의(第一義)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