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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있고 돈이 있어야 남을 돕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젊어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매우 분주하지만 마음이 있으니 되더군요”
이름만큼이나 조용히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예산의 향기’ 임상묵) 회장은 “봉사라니 가당찮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오히려 회원과 가족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흔히 하는 겸손의 말은 아니었다. 인터뷰 요청에 어렵게 응한 임 회장과 “신문에 낼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니 나서지 않겠다”며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은 임원진들은 정말 그런 맘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 봉사단체들이 젊은 세대의 참여가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이 모임의 연령층은 20대와 30대가 가장 많다. 임 회장과 같은 40대가 가장 높은 연령대에 속한다.
이들이 벌이는 봉사활동의 특징은 ‘몸으로 뛴다’는 것.
각자 가진 특기와 직업을 살려서 필요로 하는 이들의 쓰임새가 된다.
얼마 전 신암면에 사는 한 할머니의 집을 고쳐줬던 일이 대표적인 예다. 보일러, 정화조, 지붕과 담장 페인트칠, 마당 차양막, 싱크대 설치 등 대부분의 일들을 회원들이 직접 했다.
회원들은 각자 좋은 일을 했을 경우, 굳이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봉사행위를 하고 난 뒤 느끼는 뿌듯함, 그 자체가 보람이므로 남이 알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또 전체 일상을 볼 때 봉사는 잠깐인데 그걸 생색낸다면 우스운 일이라는 생각들을 하기 때문이란다.
회원들은 따라서 외부에 노출되는 행사나 정치인과의 만남을 원치 않는다.
그리고 이들이 활동내용 공개를 꺼리는 또 하나의 이유.
독거노인들 가운데 사실상 자식들이 있는 경우가 많아 노인들은 도움을 받으면서도 자식들 욕먹일까봐 근심하곤 한다. 결식아동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돈 몇푼 돕는다고 그들을 노출시킬 경우 오히려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예산의 향기’는 현재 중학생 2명의 급식비를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그들의 신상은 회원들도 모른다.
그리고 이 모임은 가족 모두가 참여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집에서 이해하지 못하거나 반대하는 일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온 가족이 모임에 참여하다보니 모임취지에 대한 이해는 물론 아이들 교육도 자연스레 이뤄집니다. 제가 남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와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말한 까닭이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장을 제외하고 임원진이 모두 남녀로 구성돼 있다.
여자 부회장에 박성재, 남자 부회장에 황진, 여자 총무에 박창화, 남자 총무에 박창용씨가 그들이다.
가족모임을 하다보니 친척 이상으로 친해져 한달에 한번 정기모임외에 수시로 만남을 갖는다.
그런데 이렇게 가족적인 모임에 불문율이 있으니 회원 애경사를 절대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임의 본래 목적이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한다는 것이고, 친목회가 아니라는 공통인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지켜지고 있다.
또 모임을 할 때 식사 비용 등은 각자 부담한다. 얼핏 듣기에는 ‘봉사한다는 사람들이 어찌 그리 정이 없나’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회비는 반드시 모임의 취지에 맞는 일에만 쓰고, 개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 오히려 합리적이란다.
회비는 정해진 액수 없이 기부금의 형태로 입금한다.
회원들은 함께 하는 삶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술은 정도껏 먹고, 담배꽁초 같은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식으로 내 주변부터 실천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지난 5일과 6일 열린 예당호반축제에서는 수익사업으로 음료수를 판매하고, 화장실 청소를 도맡았다.
누가 시키지도, 알아주지도 않지만 모기가 득실거리는 야외화장실을 수차례 소독하면서 축제장을 찾는 주민과 관광객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일을 볼 생각을 하니 전혀 힘들지 않더란다.
이날 수익금은 군내 결식아동돕기와 군청 사회복지과를 통해 연탄을 전달하는 사업에 쓰일 계획이다.
‘예산의 향기’는 “순수한 마음의 작은 정성을 우리 곁에 조금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 나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모여 지난 2월에 출범했다.
정기회원은 20~30명 정도, 인터넷 까페 회원은 60명이 넘었다.
모임을 구성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누구나 다 어려운 시절이 있지 않느냐. 내 고향이 청양인데 어릴적 자전거 길도 없었다. 도시락이 없어 배고팠던 기억도 있고 객지에서 힘든 생활도 해보았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은 너무 자연스런 것이다”
지금은 형편이 어렵지만 손만 잡아줘도 일어설 수 있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들의 손을 잡는 것은 나를 일으키는 일이다.
예산의 향기는 그런 생각을 가진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형식 빼고, 절차 빼고 몸과 마음으로 나서는 이들로.
‘예산의 향기’인터넷 주소는 cafe.daum.net/yesan2006. 장선애 저작권자 © 예산뉴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