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수행보살행문제경요집 상권
2. 설묘법결정업장경(說妙法決定業障經)
실천해야 할 세 가지 조목을 드러내어 설명했다.
선지식이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아야 함을 해설하였다.
삿된 마군이 비록 법을 듣고 비방하여도 이미 법을 들었기 때문에 뒤에는 반드시 성불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스물네 가지 대승의 명호를 해설하였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법계장전(法界藏殿)에 계셨는데, 모든 부처님께서 모인 한량없이 넓은 도량에 큰 비구들과 보살마하살과 함께 계셨다.
그때에 이 도량에 한 부인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공덕장엄개부화(功德莊嚴開敷花)였으며, 그는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물러나 한편에 앉았다.
이때에 부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약 처음 수행하는 보살이 있다면, 어떠한 무리의 사람은 선지식이 아니므로 응당 함께 머물지 않아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부인에게 말씀하셨다.
“저 삼계(三界) 가운데 범천왕(梵天王)ㆍ제석천왕(帝釋天王)ㆍ사천왕(四天王)ㆍ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은 다 수행하는 보살에게는 선지식이 된다.
오직 성문만은 제외하나니, 성문은 수행하는 보살을 대승의 도를 수행하는 데에서 물러나게 할까 염려되기 때문에 선지식이 아니다.
왜냐하면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은 자기의 이익만을 위하는 까닭에 처음으로 수행하는 보살에게 권장하고 유인하여 돌이켜 소승에 들어가게 하나니, 이런 까닭에 성문승(聲聞乘)의 사람은 선지식이 아니다.
부인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처음으로 수행하는 보살은 반드시 성문승의 비구와 같은 방에서 기거하지 말아야 하며, 같은 좌석이나 침상을 쓰지도 말아야 하며, 같은 길을 가지도 않아야 한다.
만약 처음으로 수행하는 보살이 지혜가 더욱 많아져서 두 가지라는 분별이 없으며, 대승의 법을 깨닫고 나서 방편으로 성문들을 권장하고 유인하여 대승에 들어가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비로소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한다.
만약 성문인 비구의 복덕과 지혜가 협소하고 하열하면 곧 수행하는 보살은 마땅히 매우 심오한 대승의 법을 말하지 않아야 하나니, 그가 비방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다시 수행하는 보살은 응당 소승(小乘)의 경론(經論)을 자주 열람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불도(佛道)에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부인아, 꼭 알아야만 한다. 수행하는 보살은 차라리 신명(身命)을 버릴지언정, 보리(菩提)를 버리고 성문에 들어가 나한의 도를 구하지 않아야 한다. 보살은 일체 중생들만을 권청(勸請)하기 때문이다.
이때에 만약 보리의 마음을 버리고 따로 다른 도를 일으켜 성문인 나한의 도과(道果)에 들어가면 번뇌와 혼란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보살이 보리에서 물러나면 두 사람이 다 함께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지게 된다.”
부처님께서 부인에게 말씀하셨다.
“수행하는 보살은 차라리 살생 등의 다섯 가지 큰 죄를 지을지언정, 수다원과(須陀洹果)를 배우지 않아야 하고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아야 한다.
수행하는 보살은 차라리 1겁이나 100겁, 더 나아가서는 1,000겁에 이르는 동안 지옥에서 고통을 받을지언정, 사다함과(斯陀含果)를 배우지 않아야 하고, 보리의 수행에서 물러나지 않아야 한다.
수행하는 보살은 차라리 축생에 떨어질지언정, 아나함과(阿那含果)를 배우지 않아야 하고 보리의 수행에서 물러나지 않아야 한다.
수행하는 보살은 차라리 중생들을 살해하여 지옥에 떨어질지언정, 아라한과(阿羅漢果)를 닦지 않아야 하고,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아야 한다.
아라한은 혼자 증득하고 사적으로 열반에 들어가나니, 비유하면 좀도둑이 몰래 다른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수행하는 보살은 보리심 때문에 모든 중생들을 거두어 받아들이나니, 차라리 불구덩이에 같이 있을지언정, 성문의 적멸(寂滅)한 열반에 머물지 않아야 하고 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이치로 인하여 중생들을 거두어 받아들여서 그들로 하여금 불도(佛道)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행하는 보살은 일체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수라(阿修羅)의 존중을 받을 것이며 공양을 받을 만하나니, 성문을 초월하면 곧 삿된 마군의 권속이 희롱하거나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
이때에 부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것이 삿된 마군의 권속입니까?”
부처님께서 부인에게 말씀하셨다.
“대승의 경전을 펴서 연설하는 곳에서,
만약 어떤 중생이 대승경전을 설하는 것을 듣고 마음으로 듣기를 좋아하지 않고 조롱하고 비방하면, 이것이 삿된 마군의 권속이며,
그는 대승경전을 비방한 마음 때문에 죽어서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져 한량없이 많은 고통을 받는다는 것을 꼭 알아야만 한다.
또 아귀(餓鬼)에 태어나 불과 똥오줌을 먹으며 한량없이 많은 겁을 지내면서 고통을 다 받고 나면,
뒷세상에 태어나는 사람들 가운데 눈이 멀고 귀가 먹고 벙어리나 문둥병이나 불구자로 태어날 것이며,
이 중생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한량없이 많은 생을 지내다가 비로소 부처님을 만나 모든 부처님의 처소에서 직접 공양을 올리고 돌아와 다시 대승경전을 듣고 순일하여 잡스러움이 없게 된다.”
이때에 여래께서 모든 털구멍으로 널리 음성을 내시고, 낱낱의 털구멍마다 무량(無量) 억백천의 법광(法光)을 내었고, 다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법음(法音)을 내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때에 이 모임 가운데에서 만약 성문승이면 곧 성문승의 법을 들었고,
만약 연각승이면 곧 연각승의 법을 들었으며,
만약 대승을 수행하는 사람이면 곧 대승의 오묘한 법을 들었다.
새와 짐승의 무리들도 각각 그 소리에 맞게 부처님의 법을 들었다.
이 모임 가운데의 어떤 중생은 과거에 일찍이 부처님의 법을 듣지 못했으므로, 여래께서 묵묵히 말씀하시지 않으심을 보았다.
그 나머지 중생들은 과거에 일찍이 대승경전을 비방했던 까닭에 비록 많은 겁 동안을 지옥에 떨어져 있었고 아귀로 고통을 받았을지라도, 법을 비방할 때에 대승경전이 귀로 들어왔을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부처님의 처소에서 직접 대승의 법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고,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켜 마침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성취하였다.
이때에 부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말씀하신 대승은 무엇 때문에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무엇 때문에 대승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부인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참 좋은 말이다.
부인아, 대승을 매우 좋아하는 것은 이러한 이치 때문이니 그것을 잘 생각하여라. 꼭 너를 위하여 응당 대승의 명호에 대하여 설명해 주리라.
이른바 첫째는 사람들로 하여금 매우 좋아하게 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둘째는 동요하지 않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셋째는 허물이 없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넷째는 헤아릴 수 없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다섯째는 사방의 바다와 같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여섯째는 금시조(金翅鳥)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 등 잡다한 종류가 다 공경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일곱째는 건달바(乾達婆)에게 칭찬을 들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여덟째는 여러 하늘들이 다 공경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아홉째는 범천(梵天)이 귀의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열째는 천제석(天帝釋)이 공경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열한째는 사천왕(四天王)이 거두어 보호해 주는 대상이 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열두째는 용왕(龍王)이 공양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열셋째는 보살이 받들어 가지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열넷째는 불성(佛性)을 성취하게 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열다섯째는 현인(賢人)과 성인(聖人)이 귀의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열여섯째는 일체의 공양을 널리 받을 만하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열일곱째는 약수왕(藥樹王)과 같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열여덟째는 모든 번뇌를 끊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열아홉째는 법륜(法輪)을 굴릴 수 있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스무째는 말이 없고 연설할 것도 없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스물한째는 허공의 모양과 같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스물두째는 삼보(三寶) 종자의 성품이 끊어지지 않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스물셋째는 근기가 둔한 중생은 믿지 않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하며,
스물넷째는 일체를 초월했으므로 이것을 대승이라고 이름한다.”
그때 부처님께서 대승의 위력(威力)과 그 명호(名號)에 대해 연설하실 때,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백천 가지 악기는 연주하지 않는데도 저절로 울렸으며, 공중에서는 여러 하늘들이 꽃을 비 내리듯이 흩어 내렸다.
무량 백천의 천자들은 모두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켰으며, 무량 백천의 성문들도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켰다.
또 처음 계를 받은 보살로서 아직 법을 깨닫지 못한 자들도 모두 이미 깨달아 알게 되었다.
이때에 아난(阿難)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법을 무엇이라고 이름하며 어떻게 받들고 수지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대승거나승(大乘巨拏勝)’이라고 하나니, 그렇게 이 경을 받아 지니도록 하라.
또 이름을 ‘설묘법결정업장(說妙法決定業障)’이라 하나니, 그렇게 받아 지니도록 하라.”
여래께서 이 경을 연설해 마치시자, 아난과 공덕장엄개부화 부인, 그리고 모든 천룡팔부(天龍八部)들이 다 크게 환희하며 받아 지니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