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광명동자인연경 제1권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타(迦蘭陀) 죽림정사(竹林精舍)에 계셨다.
[태어날 아기에 대한 부처님의 예언]
그 성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선현(善賢)이었다. 많은 재보를 가져서 부유하고 자재하였으나 그 장자는 니건타(尼乾陀)에 깊이 믿음을 내었다.
장자는 어느 때 세간 인연으로 그의 아내가 임신을 하였는데,
뒤에 어떤 날 세존께서 공양 때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드시며 왕사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시면서 차차 그 선현 장자의 집에 이르셨다.
그때에 장자는 세존께서 점점 집으로 가까이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아내에게 말했다.
“나와 같이 세존께 갑시다.”
곧 그의 아내와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이름은 선현이며 이 사람은 저의 아내입니다.
이 사람이 임신을 하였는데 달수가 차게 되면 낳을 아이가 아들입니까, 딸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여, 당신 아내의 태 속에는 결정코 아들이 들었으며
낳은 뒤에는 가족이 번성하며 가장 길하고 상서로워 인간에 나타나지만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으며,
맨 나중에는 나의 법에 출가해 도를 배우며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을 증득할 것이오.”
이때 장자는 곧 발우에 제일 맛나고 깨끗한 음식을 가득 담아 세존께 바쳤다.
세존께서 받으시고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보시한 이여, 길상하고 안락할지어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뒤에 보시한 음식을 가지고 절로 돌아오시는데 세존께서 멀리 못가셨을 때였다.
[외도가 장자에게 임신한 아내와 아기를 죽이게 하다]
한 외도가 있었는데 이는 선현 장자가 전에 중히 여긴 이였다.
그는 세존을 보고는 생각하였다.
‘지금 이 사문 구담 때문에 장자가 나에 대한 본래의 신심을 어찌 깨지 않았겠는가?
내가 가서 사문 구담이 와서 무슨 말을 하였는가라고 그 연고를 물어봐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장자의 집으로 가서 이렇게 말했다.
“장자여, 사문 구담이 무엇을 원했으며, 당신의 집에 와서 무슨 말을 하였소?”
장자는 아뢰었다.
“나의 스승 거룩한 이여, 나의 아내가 임신하였기에 그 사문 구담에게 낳을 아이가 아들인가 딸인가 물었더니 그가 나에게
‘반드시 아들을 낳으며 낳고 나면 반드시 가족이 번성하며 가장 길하고 상서로워 인간으로 나타났지만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으며
맨 나중엔 나의 법에 출가해서 도를 배우며 아라한을 증득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외도는 본래 점과 관상을 잘 보았다. 이 말을 듣고는 흰 돌을 쥐고 산법(算法)을 놓아서 그 일이 헛된가 참인가를 헤아렸다.
그는 계산을 다 하여 그 일을 다 알아보니 부처님 말대로이며 실로 허망함이 없었다.
그 외도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만약 사실대로 말한다면 이 장자는 저 사문 구담에게 반드시 깊은 믿음을 낼 터이니, 나는 이제 장자에게 구담이 말한 것은 사실도 있고 거짓도 있다고 말해야겠다.’
이때 외도는 이 생각을 하고는 장자의 아내를 자기 앞에 가까이 오게 하고 왼쪽과 오른쪽 손을 쥐고 다시 손금을 보고 또 얼굴상을 보았다.
그때 선현 장자는 외도에게 아뢰었다.
“나의 스승 거룩한 이여, 이미 계산을 하셨는데 무엇 때문에 다시 손금을 보시고 또 얼굴상을 보십니까?”
외도는 말하였다.
“내가 아까 구담이 말한 것을 계산하고 아내의 상을 보고 그 일을 살펴보니 조금은 진실하고 조금은 허망하오.”
장자는 다시 말하였다.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허망합니까?”
외도는 대답했다.
“구담이 말한 당신의 아내가 아들을 낳는다고 한 그 말은 진실이고, 낳은 뒤에 가족이 번성한다고 한 것도 진실이지만,
아들이 날 때에 불의 광명이 조금 있을 뿐이고, 이 아들이 뒤엔 반드시 당신의 가족을 무너뜨릴 것이오.
그가 말한 가장 길하고 상서로우며 인간에 나타나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는다고 한 것은 허망하오.
장자여, 당신은 일찍이 인간 중에서 하늘의 복을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소. 그것은 믿기 어려운 것이오.
또 그가 말한 구담의 법에 출가한다고 한 이 말은 사실이니, 그가 입고 먹는 인연이 끊어진[逼切] 까닭에 나중에 결정코 구담의 곁으로 출가하기를 구할 것이오.
또 그가 말한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을 증득한다는 것은 곧 허망한 것이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의 법 가운데에 모든 번뇌를 끊고 성인의 과를 증득한 이는 결정코 없기 때문이오.”
그때에 선현 장자는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듣고 거짓 같기도 하고 사실 같기도 하여 마음에 의혹되고 걱정이 되어 외도에게 아뢰었다.
“나의 스승 거룩한 이여,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외도는 대답하였다.
“장자여, 당신의 아들이 태어나면 뒤에 우리 교(敎)에 출가해서 배움을 닦아 곧 일체의 사업(事業)을 널리 배우도록 하시오.
장자여, 내가 이렇게 말했지만 당신 스스로가 알아서 하시오.”
그때에 그 외도는 이 말을 하고는 그의 집을 나갔다.
이때에 선현(善賢) 장자는 고요한 한 곳에서 깊이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일체를 아까워하지 말고 모두 버리자. 꾀를 내어 밴 아들을 지워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선현 장자는 곧 독약을 아내의 배에 발라서 문질렀다.
이때 장자가 왼쪽에 약을 바르면 아이는 오른쪽으로 옮겨갔고, 오른쪽에 바르면 아이는 왼쪽으로 옮겨갔다.
드디어 온 배에 용납할 곳이 없도록 독약을 발라 문질러서 그 아내는 그 때문에 곧 목숨을 마쳤다.
선현은 생각하였다.
‘어머니가 이미 죽었으니 아들도 따라 죽었을 것이다.
이후에 우리 가족을 무너뜨릴 사람도 없고 또한 아라한과를 증득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때에 장자는 그 아내가 목숨이 끊어졌음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었다.
이웃 사람과 친척들이 와서 선현 장자를 위로해 물었다.
“당신의 아내가 왜 갑자기 죽었는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임신한 것으로 인하여 갑자기 죽었소.”
친척과 이웃 사람들은 와서 위문하고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선현 장자는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아내가 죽었으니 집 안에 두지 말고 모든 수용물[用物]을 시설해서 시타림(尸陀林)으로 보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모든 수용물은 차려 내보내려고 하였는데,
이웃 사람과 친척들이 알고는 다시 와서 장자에게 말했다.
“당신의 아내는 이미 죽었으니 울 필요가 없소. 공연히 마음만 상할 뿐이오.”
이때에 장자는 곧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 등 온갖 빛깔의 옷과 진보를 장엄하였으며, 장자는 곧 여러 친척ㆍ권속들과 함께 둘러싸고 나가서 시타림에 옮겼다.
[외도들이 즐거워하다]
그때에 앞서 점치고 관상 보던 외도 니건타가 이 사실을 알고는 마음에 매우 즐거워하며 곧 당기와 일산으로 엄숙히 꾸미고 왕사성으로 가서 거리와 네거리를 돌면서 모든 외도 니건타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아느냐? 사문 구담이 앞서
‘선현 장자의 아내는 아들을 낳을 것이며, 낳은 뒤에는 가족이 번성하고 가장 길하고 상서로워 인간에 나타났지만 하늘의 수승한 복을 받으며
나중엔 나의 법에 출가해서 도를 배우고 모든 번뇌를 끊어 아라한을 증득한다’고 하였는데 그
는 허망하게 말했다.
지금 선현의 아내는 이미 죽었고 아들 또한 따라서 죽었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비유하건대 큰 나무 뿌리가 이미 없어졌는데 가지나 잎사귀나 꽃이나 열매가 어찌 살겠는가?”
모든 외도들은 서로 지껄이며 매우 즐거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