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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흥기행경 상권
1. 부처님이 손타리의 전생인연을 말씀하시는 경
[佛說孫 陀利宿綠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아뇩대천(阿耨大泉)에서 큰 비구들 4백 인과 함께 계셨다.
모두가 이들은 아라한이며
여섯 가지 신족(神足)을 통하고 크게 이름이 있었으며
단정하고 잘나서 저마다 여러 상호를 지녔고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살지지도 않고 파리하지도 않으며,
빛깔은 마치 붉은 연꽃과 같고 모두가 마음과 뜻을 잘 조복하였으나
오직 한 비구만은 그렇지 못하였나니, 바로 아난이었다.
사리불은 꽃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연꽃자리에 꿇고서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못 보신 일이 없으시고 못 들은 일이 없으시며 모르는 일이 없으시므로, 세존이시야말로 견줄 이가 없으시옵니다.
뭇 악이 스러져 없어지고 모든 선이 널리 갖추셨으며, 여러 하늘과 용과 귀신과 제왕과 신민이며 일체 중생들을 모두 제도하려 하십니다.
세존께서는 이제 일부러 남아 있는 인연을 나타내시니,
원하옵건대 부처님은 스스로 이 인연을 말씀하시어 하늘과 사람과 중생들이 듣고 깨달아 알게 하소서.
어떠한 인연 때문에 손타리가 와서 비방하였으며
어떠한 인연 때문에 사미발제에게 5백의 아라한까지 비방을 받게 되었으며,
어떠한 인연 때문에 세존의 머리가 아프셨으며,
어떠한 인연 때문에 세존의 등골뼈가 굳으셨으며,
어떠한 인연 때문에 날카로운 나무가 발을 찔렀으며,
어떠한 인연 때문에 데바닷타가 벼랑에서 돌을 굴렸으며,
어떠한 인연 때문에 다설(多舌) 여인이 주전자를 넣고서 대중 안의 번뇌 있는 이와 번뇌 없는 이들 앞에 와서 비방하기를,
‘어째서 자기 집 일은 말하지 않고 남들을 위하여 말을 합니까?
나는 이제 해산을 하게 되어서 소유(酥油)가 필요합니다’라고 하였으며,
어떠한 인연 때문에 비란읍에서 5백의 비구들과 함께 말이 먹는 보리를 잡수셨으며,
어떠한 인연으로 울비(鬱秘) 땅에서 고행하기를 6년 동안 겪고서야 부처님이 되셨다고 말씀하셨나이까?”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도로 꽃자리로 돌아가리라.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전생의 여러 인연들을 말하리라.”
사리불은 곧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자,
아뇩대용왕(阿耨大龍王)이 부처님이 인연의 법을 말씀하겠다 함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곧 부처님을 위하여 7보 교로(交露)의 일산을 만들어서 일산 안에서 전단의 가루향을 비내리자 모든 자리에 두루 하였으며,
헤아릴 수 없는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모두 와서 부처님에게 나아가 합장하여 예배하고 둘러싸며 섰다.
부처님은 곧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지나간 세상 바라나성 가운데에 정안(淨眼)이라는 노름꾼이 있어서 노래를 부르며 희롱하는 데에 솜씨가 있었고,
그때에 녹상(鹿相)이라는 음녀가 있어서 단정하며 잘 생기고 엄숙하며 깨끗하기가 견줄 데 없었다.
때에 정안은 녹상의 처소에 가 닿아서 이 여인에게 말하였다.
‘함께 밖의 동산 가운데로 나아가 좋은 땅을 찾아서 함께 서로 재미있게 즐깁시다.’
그러자 여인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십니다.’
녹상은 돌아가서 의복을 장엄하여 정안의 집으로 가자,
정안은 곧 좋은 수레를 차려서 녹상과 함께 타고 바라나성을 나가서 나무 동산에 이르러 함께 서로 재미있게 즐겼다.
낮과 밤을 지나고 난 뒤에 정안은 그의 의복이 값지며 아름다움을 보고 곧 탐심을 내어,
‘이 여인을 죽이고 그의 옷을 가져야겠다’ 하고,
다시 생각하기를,
‘죽인 뒤에는 어떻게 숨길까?’라고 하였다.
때에 이 동산 가운데에 낙무위(樂無爲)라는 벽지불이 있어서 그가 있는 데서 멀지 않았었는데,
정안이 또 생각하기를,
‘이 벽지불이 새벽에 성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리니,
그 후에 나는 녹상을 죽여서 그의 오두막집 안에 파묻고 옷을 가지고 돌아가야겠구나.
누가 나의 처신을 알 것이냐?’ 하였다.
다음 날 아침에 벽지불이 곧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는데,
정안은 그 후에 녹상을 죽여서 옷은 벗겨 가지고, 시체는 낙무위의 오두막집 안에 파묻어 두고 땅을 골라서 예전과 같이 하고서, 바로 수레를 타고 다른 문으로 해서 성으로 들어갔다.
그때에 바라나시 국왕 이름은 범달(梵達)이었는데,
나라 사람들이 녹상이 보이지 않자 마침내 국왕에게 통하고 여러 사람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녹상이 보이지 않나이다.’
그러자 왕은 곧 여러 신하들을 불러서 두루 마음에 나아가 집마다 찾게 하였는데, 여러 신하들은 분부를 받고 명령대로 찾았으나 온통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성을 나갔더니 나무 사이에 여러 새들이 그 위를 나는 것이 보이므로 여러 사람들은 문득 생각했다.
‘성중에서는 이미 널리 찾았으나 찾지 못하였는데, 이는 반드시 까닭이 있으리라. 같이 거기로 가 보아야겠구나.’
그리고는 곧 가서 낙무위의 오두막집 앞에 이르러서 수색하여 시체를 찾았다.
여러 신하들은 낙무위에게 말하였다.
‘이미 부정한 짓까지 하고 무엇 때문에 다시 죽였느냐?’
그러나 벽지불은 잠자코 대답을 하지 않는지라 이렇게 묻기를 세 번까지 하는데도 여전히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낙무위가 손과 다리를 땅에 대고,
‘이는 바로 전생의 인연이로다’ 하고,
일부러 잠자코 대답하지 않자, 여러 신하들은 곧 낙무위의 두 손을 뒤로 합쳐 묶고서 때리어 심문하는데,
수신(樹神)이 반 몸만을 나타내어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을 때리지 마시오.’
그러자 여러 신하들은 말하였다.
‘무슨 까닭에 이 사람을 때리지 말라고 합니까?’
그러자 수신이 말하였다.
‘이 분이 그럴 리가 없소. 끝끝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신하들은 신의 말을 들었으나 믿지 않고 이 낙무위를 데리고 왕에게 곧장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이 도사가 부정한 짓을 하고서 또 다시 죽였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성을 내며 큰 소리로 여러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이 도사가 그릇된 법을 행하였다고 하니, 응당 그랬다고 보느냐?’
그리고는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
‘급히 묶어서 당나귀에 태우고 북을 치며 두루 돈 뒤에 성의 남쪽 문을 나가 나무 아래로 데리고 가서는, 쇠 창대 끝으로 꿰뚫어서 장대 끝에 놓아 두고 무더기 화살로써 쏘아라. 만약 죽지 않으면 곧 그의 머리를 베어라.’
여러 신하들이 분부를 받고 급히 묶어서 당나귀에 싣고서 북을 치며 거리마다 돌자,
나라 사람들은 보고서 모두 괴이하게 여기면서 혹은 믿는 이도 있고 혹은 믿지 않는 이도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보며 큰 소리로 부르면서 슬퍼하였다.
이에 정안은 깨뜨려진 담 안에 숨어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말하는 소리가 들리므로 곧 담 안에서 주의하며 몰래 보았더니, 낙무위가 두 손을 뒤로 합쳐 묶여서 당나귀에 실렸고 여러 사람들이 쫓아가는 것이 보이는 지라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이 도사는 까닭 없이 원통하게 죽음을 당하는구나. 이 분은 애욕이 없다.
내가 녹상을 죽인 것이요, 도사가 죽인 것이 아니니, 내 스스로가 죽음을 받고 도사를 살려야겠다.’
그리고는 곧 달려가서 대중에게 나아가 큰 소리로 상관을 불러서 말하였다.
‘이 도사를 괴롭히거나 죽이지 마십시오.
도사가 녹상을 죽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죽였습니다.
이 도사를 석방하고 나를 결박하여 죄를 따라 나를 다스리십시오.’
여러 상관들은 모두가 놀라면서 말하였다.
‘어찌 남을 대신하여 죄를 받을 수가 있었을까?’
그리고는 힘께 벽지불의 결박을 풀고 정안을 붙잡아서 두 손을 뒤로 모아 묶은 뒤에,
여러 상관들은 모두 벽지불을 향하여 예배하고 참회하여 말하였다.
‘저희들이 어리석어서 까닭 없이 잘못 도사를 괴롭혔사옵니다.
크게 어여삐 여기시어 저희들 죄를 용서하고, 우리들이 장래에 이런 중한 재앙을 받지 않게 하소서.’
이렇게 세 번까지 하니, 낙무위 벽지불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벽지불은 생각하였다.
‘나는 다시는 바라나성에 들어가서 걸식하지 말고, 이 대중들의 앞에서 열반을 하여야겠구나.’
벽지불은 곧 대중들의 앞에서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그 가운데서 가고 오고 하며 앉고 눕고 서고 하면서
허리 아래로 연기를 내고 허리 위로는 불을 내며,
혹은 다시 허리 아래로 불을 내고 허리 위로는 연기를 내기도 하며,
혹은 왼 겨드랑이에서 연기를 내고 오른 겨드랑이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며,
혹은 왼 겨드랑이에서 불을 내고 오늘 겨드랑이에서는 연기를 내기도 하며,
혹은 배 앞에서 연기를 내고 등 위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며,
혹은 배 앞에서 불을 내고 등 위에서는 연기를 내기도 하며,
혹은 허리 아래로 불을 내고 허리 위에서는 물을 내기도 하며,
혹은 허리 아래에서 물을 내고 허리 위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였다.
혹은 왼 겨드랑이에서 불을 내고 오른 겨드랑이에서는 물을 내기도 하며,
혹은 왼 겨드랑이에서 물을 내고 오른 겨드랑이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며,
혹은 배 앞에서 물을 내고 등 위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며,
혹은 배 앞에서 불을 내고 등 위에서는 물을 내기도 하며,
혹은 왼 어깨에서 물을 내고 오른 어깨에서는 불을 내기도 하며,
혹은 왼 어깨에서 불을 내고 오른 어깨에서는 물을 내기도 하며,
혹은 두 어깨에서 물을 내기도 하고 혹은 두 어깨에서 불을 내기도 하였으며,
그런 뒤에 온몸에서 연기를 내고 온몸에서 불을 내며,
온몸에서 물을 내다가 곧 공중에서 몸을 태우면서 열반하였다.
이에 대중들은 모두가 슬피 울면서 혹은 참회하기도 하고 혹은 예배를 하는 이가 있기도 하였는데, 그 사리를 가져다 네거리에 탑을 만들었다.
여러 상관들은 즉시 정안을 데리고 왕 범달에게 나아가서 말하였다.
‘이 사람이 녹상을 죽인 것이요, 그 도사가 죽인 것이 아닙니다’.
그러자 왕은 이 관리들에게 성을 내며 말하였다.
‘전번에는 어째서 망령되게 거짓 일을 아뢰면서,
〈그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였다가
이제는 아니라고 하여 나를 허망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잘못 도사를 괴롭히게 하였느냐?’
그러자 여러 신하들은 말하였다.
‘때에 여러 번 도사에게
〈어째서 사람을 죽였느냐〉고 물었으나
도사는 잠자코 대답을 하지 않으면서 또 손과 다리를 땅에 대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신 등은 그 사람을 죽인 것이라 생각하였나이다.’
왕은 곧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
‘이 사람을 당나귀에 태우고 성의 남쪽을 먼저하고서 창대 끝에 끼고 그런 뒤에 장대를 세워서 머리를 꿰뚫고서 무더기 활로써 쏘아라. 만약 죽지 아니하거든 그 머리를 베어라.’
여러 신하들은 분부를 받고 즉시 당나귀에 싣고 북을 치며 돈 뒤에 성의 남쪽 문을 나가서, 나무 아래로 나아가 창대에 끼어 나무로 꿰뚫어서 무더기 활로써 쏘고 그런 뒤에 머리를 베었느니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 때의 정안을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니라.
사리불아, 또 녹상을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손타리이니라.
사리불아, 너는 그 때의 범달왕을 알겠느냐? 바로 지금의 집장석종(執杖釋種)이니라.
사리불아, 나는 그때에 녹상을 죽이고 원통하게 벽지불을 괴롭혔는데, 그 죄 때문에 수천 년 동안 지옥에 있으면서 끓였고 칼나무에 올랐으며, 수천 년 동안 축생으로 있었고 수천 년 동안 아귀로 있었다.
그 때의 남은 재앙으로 지금 비록 부처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 때문이 이 손타리의 비방을 받았다.”
이에 부처님은 스스로의 전생 인연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먼저 이름이 정안이었고
바로 노름하는 사람이었는데
낙무위라 하는 벽지불을
까닭 없이 괴로움을 받게 하였다.
참되고 깨끗한 행을 지닌 이 분에게
대중의 소란과 괴롬을 받게 하고
헐뜯고 욕하면서 결박을 하여
다시 성에서 내쫓으려 하였다.
곤욕을 받고 결박을 당한
이 벽지불을 보게 되고서
나는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켜
해탈을 얻게 하였느니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오랜 동안 지옥의 고통을 받았고
그리고 그 때의 남은 재앙으로
이제 그 때문에 비방을 당했도다.
나는 이제 후생(後生)을 끊어버려서
이런 세상을 다하였거니와
이 손타리에 연루된지라
이 때문에 그 비방을 받았느니라.
인연이란 마침내 벗어나지 못하고
또한 허공에도 붙지 아니하나니
마땅히 세 가지 인연을 수호하여
끝내 범하지 아니해야 하리라.
나는 스스로 높은 부처 이루었고
세 세계의 대장이 되어
아뇩의 큰 샘 가운데에서
그 때문에 전생의 인연을 말하노라.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보라. 뭇 악이 모두 다하고 여러 선이 널리 갖추었으며 하늘과 용ㆍ귀신ㆍ제왕ㆍ신민이며 기고 날고 꿈틀거리는 동물까지 제도할 수 있고 모두 함이 없는[無爲] 안락을 얻게 하다.
비록 이런 공덕이 있다 손치더라도 오히려 전생의 인연을 면하지 못하거든, 하물며, 또 어리석고 아직 도를 얻지 못한 이로서 몸과 입과 뜻을 껴잡지 못한 이러한 이들은 어떻게 되겠느냐?”
부처님은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를 배울지니라. 그리고 아라한과 일체 중생들은 마땅히 몸의 세 가지ㆍ입의 네 가지ㆍ뜻의 세 가지를 수호하여야 한다.
사리불아, 너는 이를 배우고 아울러 일체에게 미쳐야 하리라.”
부처님이 이를 말씀할 때에, 사리불과 5백 아라한과 아뇩 대용왕ㆍ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乾沓和)ㆍ아수륜(阿須倫)ㆍ가루라(迦樓羅)ㆍ견타라(甄陀羅)ㆍ마휴륵문(摩休勒聞) 등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며 받아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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