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월상녀경 상권
[월성녀가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하다]
이때 월상은 약속한 지 6일째 되자, 마침 두렷한 보름달을 맞이하여 팔관재(八關齋)를 받고, 그날 밤 밝고 고요한 누각 위에서 오며 가며 경행(經行)을 하고 있었는데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갑자기 그의 오른손에 홀연히 한 송이의 연꽃이 저절로 피어났다.
그 꽃은 황금으로 줄기가 되고 백은으로 잎이 되며 유리로 꽃술이 되고 마노로 좌대가 되었으며, 그 꽃은 일백천(一白千) 개나 되는 잎이 붙어 광명이 환하고 정미로운 빛깔이 고왔다.
그 꽃 속에는 금빛 같은 몸으로 가부좌를 하고 앉은 한 분의 여래 형상이 저절로 나타나서 뻗치는 위광이 그 누각을 비추는데, 그 몸은 서른두 가지 장부의 상(相)을 구족하였고 80종호가 장엄하였으며, 다시 그 여래의 형상에서 나오는 광명은 월상의 온 집안을 두루 비추었다.
그때 월상은 갑자기 오른손으로부터 연꽃이 나타나자, 그 여래의 형상을 우러러 뵈옵고 몸과 마음으로 환희하여 어쩔 줄 모르면서,
곧 이 같은 게송을 읊어 저 화신여래의 형상에게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어지신 이께서는 하늘이나 용이십니까?
아니면 긴나라나 야차 등이십니까?
또는 귀신이나 아수라이십니까?
원컨대 대덕이시여,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거룩하신 이의 몸은 부사의(不思議)하여
마치 금빛 하늘이나 해와도 같으시며
때로는 누런 금빛 몸으로도 변화하시다가
갑자기 파리(玻璃) 빛이나 붉은 옥색 빛과도 같으십니다.
저는 몸과 마음에 아무런 생각이 없이
거룩하신 공덕 뵈옵고 무척 환희합니다.
어지신 이여, 누가 보내어 오셨으며
또한 어디로부터 오셨나이까?
무슨 인연으로 오셨으며
또한 어디로 가시려 하십니까?
존엄하신 빛남이 불덩이와 같으시고
높고 높으신 공덕 수미산과 같으십니다.
이때 저 화신여래의 형상은 다시 게송을 읊어 월상녀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하늘도 용도 아니고
또한 야차도 건달바도 아니며
사자(師子) 석가 종족 부처님 세존께서
나를 보내시어 너에게 온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ㆍ용ㆍ야차도 아니며
사람도 아니고 긴나라도 아니며
아수라 등 8부중(部衆)도 아니고
나는 참으로 석가 종족 부처님의 사자(使者)이다.
이때 월상은 다시 게송을 읊어 저 화신여래의 형상에게 여쭈었다.
어지신 이여, 지금 말씀하신 부처님 세존께서는
그 몸과 상호가 어떠하십니까?
원컨대 저에게 그 형상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방금 부처님 법의 사자라고 자칭하시면서도
저에게 부처님 형상을 말씀해 주시지 않으시니
제가 어지신 이의 위신력을 관찰하건대
세간에서 견줄 이 없어 곧 부처님과 같습니다.
이때 저 화신여래 형상은 다시 게송을 읊어 월상녀에게 대답하였다.
그 거룩하신 이는 진금(眞金) 빛 몸으로서
서른두 가지 대인(大人)의 상 구족하시고
능히 중생을 위하여 복밭이 되셨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스스로 일체 법을 깨달아 아시고
또한 상품과 중품과 하품인
중생의 마음을 알아 분별하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세간 일을 모두 아시고
또한 일체 법을 훤히 아시며
모든 법을 아시고서 저 언덕에 도달하셨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일체 모든 중생의 마음과
자기의 마음 낱낱이 알고 보시되
중생과 마음 두 군데에
모두 염착(染着)하지 않으시며
보시를 행하심으로써 부처를 이루시고
또한 언제나 청정한 계율 지니시며
다시 인욕과 정진
선정과 지혜 등으로 부처를 이루시며
일체 세간 일과 모든 기예를
알지 못하심이 없으시고
언제나 자ㆍ비ㆍ희ㆍ사의 마음 품으셨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일체 모든 마군을 항복받으시고
그 명성이 천만 세계를 떨치시며
스스로 위없는 도를 깨달으셨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그 부처님은 전생으로부터
항상 일체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며
광명으로 천만 국토를 널리 비추시고
항상 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를 설하시며
모든 부처님 국토가
백천만억 나유타가 되지만
넓고 긴 혀로 두루 덮으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모든 부처님 국토가
수천 또는 그 수 항하사처럼 많지만
한번 소리를 내시면 두루 퍼지나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모든 부처님 국토가 천억이나 되지만
그 부처님은 능히 손으로 걷어잡으시고
딱 멈춰 천만 겁을 지내도 변동치 않으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모든 부처님 국토가 천억이나 되고
그 국토의 크기가 수미산과 같지만
그 부처님은 한 개의 털로 묶어 매달고
능히 수억 국토에도 다니시며
옛날 모든 부처님의 훌륭하고 미묘한 법구를 들으시고
법에 자재하시어 저 언덕에 건너가시며
스스로 깨달으신 다음 중생을 제도하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자재한 10력(力)을 모두 구족하시고
또 능히 4무외(無畏)를 성취하시어
모든 부처님 법에 의심이 없으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부처님께 관정(灌頂)을 할 수 있는 이가 없어도
5안(眼)을 성취하여 다 구족하시며
5근(根)과 5력(力) 등을 갖추어 똑같이 원만하게 하시고
7각분(覺分)을 닦아 염착됨이 없으시며
금계를 잘 지켜 선우(善友)와 함께 계시고
적정(寂靜)으로 조복하여 견줄 이 없으시며
아첨도 왜곡도 없고 마음이 유순하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선정에 드시어
잠시라도 산란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으시고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때를 맞춰 말씀하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일체 공덕을 모두 구족하시어
모든 중생의 응공(應供)이 되시고
일체지(一切智)를 구족하여 모든 법을 보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만일 내가 한 겁 동안 말하고
혹은 백천만 겁 동안 말할지라도
무슨 까닭에 그 이름을 부처님이라 하였는가를
말로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이라 한다.
이때 월상은 이 게송을 듣고 뛸 듯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마음으로 간절히 여래를 뵙고자 하여
다시 게송을 읊어 저 화신여래의 형상께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이처럼 그 공덕을 말씀하시니
제가 지금 뵙고 싶은데 뵐 수 있겠습니까?
만일 지혜로운 이가 이런 법문 들었다면
결코 집에 머물러 있기를 좋아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지금 제가 부처님을 뵙지 못한다면
반드시 마시지도 먹지도 못할 것이며
또한 잠도 이루지 못할 것이고
의자에도 앉지 못할 것입니다.
저는 거룩하신 이를 뵙자 환희하였고
또한 그 공덕을 듣고 뜻이 청정해졌으니
만일 그 부처님의 몸과 상호를 직접 뵙는다면
다시 큰 환희심 낼 것입니다.
가령 백천억 겁을 지낸다 하여도
부처님 대장부[佛大丈夫]의 이름 듣기 어려운데
제가 이 ‘번뇌 다하신 이[漏盡]’의 이름 들었사오니
그 부처님은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화신여래는 곧 대답하시기를
법왕께서는 지금 저기 큰 숲 속에 계시는데
수백천이나 되는 그 대중들은
모두 때[垢]를 여의어 청정하고 용맹스러우며
제각기 삼천대천세계를 짊어지고 떠받아
몇 겁을 지낸다 해도 피로해 하지 않으며
선정ㆍ지혜를 얻어 변재가 걸림 없고
다문(多聞)을 구족하여 큰 바다와 같으며
신통으로 능히 수억 국토에 이르러
잠깐 동안에 두루 그 모든 부처님께 예경하고
천만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다음
잠깐 동안에 다시 돌아오니
‘나[我]’라는 생각도 ‘부처’라는 생각도 없고
‘국토’라는 생각도 ‘법’이라는 생각도 없어
일체 모든 생각에 다 염착(染着)함이 없고
모든 중생에게 이익될 것만 짓나니
네가 만일 저 세존과
큰 보살ㆍ성문 대중을 뵙고
미묘한 모든 부처님 법을 듣고 싶다면
속히 그 큰 길잡이[大導師] 곁으로 가라.
이때 월상은 그 연꽃과 화불을 바쳐들고 누각으로부터 내려와 그 부모 옆에 이르러,
게송으로 그 부모에게 여쭈었다.
부모님이시여, 제가 바쳐 든 이 연꽃의
미묘한 줄기가 금강 빛과 같음을 보소서.
또 이 연꽃 속에 계시는 위없는 이의
모든 장엄한 상호가 산왕(山王)과 같으심을 보소서.
이 같이 미묘하고 가장 훌륭하신 이를
어느 누가 공양드리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 우리 집 안에 가득한 금빛 광명을 봅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그 몸은 두루하여 헤아릴 수 없이
잠깐 동안에 온갖 빛으로 변하여
붉은색 흰색 노란색 자색(紫色) 파리[頗黎]색이 되나니
지금 우리는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드려야 합니다.
대성 구담(瞿曇)께서 저기 큰 숲 속에 계시니
빨리 화향(華香)ㆍ말향(抹香) 등을 준비하여 가지고
부모님과 함께 가서 공양을 올린다면
응당 한량없는 모든 공덕 얻을 것입니다.
그의 부모 이 말을 듣더니
‘훌륭하구나, 네 말은 매우 이롭다’ 하면서
온갖 향과 보배 당기ㆍ번기와
일산ㆍ화만 등을 준비하였네.
이에 월상은 부모ㆍ권속과 함께
미묘하고 좋은 의복을 입은 다음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배와 음악 등
온갖 장엄 도구를 준비하여
그 집으로부터 나와서
큰 숲 속에 계시는 세존 곁으로 나아가려 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