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덕호장자경 상권
[장자의 아들 월광이 아버지를 말리다(2)]
그때에 덕호 장자는 외도들을 보낸 뒤 곧 왕사성을 나가 기사굴산에 이르러 직접 부처님을 청하러 갔는데,
멀리 세존을 보니 상호(相好)가 장엄하기 불가사의하였고,
6근이 고요하여 가장 수승한 타마타(陀摩他)ㆍ사마타(奢摩他)를 얻었으며,
모든 근을 수호하되 큰 용을 길들인 것 같았으며,
큰 못물이 맑고 깨끗하여 흐리지 않은 것과 같았으며,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빛을 놓아 위덕과 위의를 보기 어려웠으나 보는 이는 환희하였다.
덕호 장자는 부처님 처소에 가 온갖 부드러운 말로 위로해 서로 문안한 뒤에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과 스님들은 내일 저의 공양을 받으소서.”
부처님께서는 장자가 교화 받을 때인 줄 이미 아시고 잠자코 청을 수락하셨다.
장자는 알고는 마음이 환희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와 기사굴산을 내려와 왕사성으로 들어가 6사의 집에 이르러서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 구담과 그의 무리들이 이미 나의 청을 수락하였으니 이로써 일체지가 아닌 것을 알겠습니다.”
모든 외도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환희하여 더욱 배나 뛰면서 한없이 경하하고 기쁨이 몸과 마음에 가득해져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지금 돌아가서 빨리 차릴 불구덩이와 독밥을 준비하되 앞서 말한 대로 하여 뜻을 이루도록 하시오.”
그때에 장자는 곧 집에 돌아와 집사람들에게 명하여 그 일을 준비하였다.
그때 아들 월광은 아버지가 마음을 내서 악한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근심이 되어 아버지를 간하여 말했다.
“이런 일은 좋지 않습니다. 부처님께 선하지 못한 업을 일으키지 마소서.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은 무너뜨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체의 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 중 여래에게 악한 반역을 하더라도 파괴할 수 없으며, 일체의 칼이 상하고 헐지 못하며 일체의 사나운 불이 태우지 못합니다.
설사 지옥의 불로 태운 대도 따뜻하게 못하거늘 하물며 인간의 불이겠습니까.
겁이 다할 때 일곱 해가 한꺼번에 나타나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불이 성하여 범천과 철위산까지 태우더라도 부처님의 옷 하나를 태우지 못하거늘 더구나 이 시시한 불구덩이로 여래를 해치려고 하다니 될 수 없습니다.
설령 번갯불이 수미산만 하더라도 여래의 행적과 네 가지 위의(威儀)에 미치지 못하거늘 더구나 이런 불구덩이가 태우겠습니까.
세간에 있는 일체의 독이 큰 바닷물만 하더라도 부처님께서는 소멸하시는데, 더구나 조그만 독을 밥 속에 섞어서 부처님을 해치겠습니까.
설사 독약이 높기가 설산(雪山)만 하더라도 부처님께서 눈으로 보시면 저절로 없어지거늘, 더구나 이 독밥으로 해치겠습니까.
아버지는 소인과 더불어 모든 악법을 만들어 부처님을 멀리하는 인(因)을 짓지 마시고 일체의 복덕이 있는 이를 얻어 친근하소서.
아버지는 부처님 처소에서 악한 반역과 성내고 해치는 마음을 내지 마소서.
일체 중생은 마음 성품이 맑고 깨끗하오니 번뇌를 일으켜 마음을 물들이 고 흐리고 더럽히지 마시며,
외도와 더불어 한편[一手]이 되어서 작은 겨자 로 수미산에 견주지 말며,
소발자국의 물을 큰 바다와 같다고 하지 말며,
거미줄로 허공을 두르려고 하지 말며,
티끌 하나의 힘으로 수미산을 흔들려고 하지 말며,
철위산[斫迦羅山]을 한 털 구멍에 넣으려고 하지 말며,
한 알의 모래 로 삼천대천세계를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마소서.
왜냐하면 부처님의 지혜는 한량이 없고 걸리고 막힘이 없기 때문에 일체 세간의 걸리는 법을 지나가기 때문이며,
부처님은 10력을 갖추었으므로 다른 힘이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는 나라연(那羅延)의 힘이라 일체 중생이 악을 지어 해치지 못하기 때문이며,
여래는 견고하여 허물어뜨릴 수 없으며,
여래는 항상 머무시되 진실한 경계에 머무시며,
여래는 일체의 법에서 취함이 없어서 취하여 집착함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삼세(三世) 중에서 의지하고 머무는 곳이 없으며,
여래는 적멸(寂滅)하여 처하는 곳이 없으며,
여래는 가장 고요하여 모든 고뇌의 뜨거움[熱惱]을 여의었으며,
여래는 적멸하며 일체 무리에서 가장 제일을 얻었으며,
여래는 짝[比]이 없어 모든 비유를 넘었으며,
여래의 3업은 지혜를 따라 행하며 여래는 청정하여 티끌법[塵法]을 여의고 행하며,
여래는 날래고 씩씩하여 일체의 마(魔)와 외도를 부수어 무너뜨리며 여래의 말재주는 다함없는 힘을 갖추었습니다.
여래는 잘 조복하여 조복되지 아니한 이로 하여금 조복되게 하기 때문이며,
여래는 잘 고요하여 아직 고요하지 못한 이로 하여금 고요함을 얻게 하기 때문이며,
여래의 지혜의 물[智水]은 중생의 모든 번뇌를 씻기 때문이며, 번뇌가 많은 이로 하여금 번뇌를 없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일체 중생 중 높은 이로서 일체 지혜의 관을 얻었기 때문이며,
여래의 큰 구름은 법비를 내리되 다할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중생의 마음의 작용[心行]을 만족케 하기 때문이며,
여래는 거짓 없는 지혜를 얻어 중생의 마음작용을 알아 응하는 대로 법을 설하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중생의 지난 때 선근과 행을 열어 주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중생의 번뇌의 흐름을 없애기 때문이며,
여래를 보는 이가 아무리 관찰하되 만족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일체의 보살 중에서 견줄 이 없고 같을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일체의 번뇌를 다했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번뇌의 쏟아지는 강물을 끊었기 때문이며,
여래는 일체 중생에 대하여 크게 자비하고 만족하며 덮어 보호하기 때문이며,
중생이 보면 다 안온함을 얻고 공하지 않기 때문이며
여래ㆍ선서는 사자와 같아서 모든 세간에서 두려워하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일체 세간에서 가장 위여서 삼세의 중생이 물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며,
일체 세간에서 세력이 자재하여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며,
여래는 상(上)중에 상(上)이라 일체 법계의 법을 궁구해 다했기 때문이며,
여래는 적멸하여 희론을 여의었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일체를 아시고 일체를 보시므로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법을 아시기 때문에 보리를 얻기 전에 벌써 보리를 성취한 뒤에 왕사성에 큰 장자가 있어 이름은 덕호이며,
흐리고 악한 마음으로 불구덩이와 독밥을 만들어 여래를 죽이려고 하리라는 것을 먼저 아셨으며,
또한 이 악한 마음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가장 높고 청정하고 수승한 믿음을 얻고 흐린 마음을 버려 여읠 것이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여래께서는 악을 짓거나 선을 짓는 중생을 다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위없는 보리의 인연을 짓도록 하십니다.
아버지는 일체의 악한 생각과 독으로 해치려는 죄된 마음을 놓아 버리소서.
왜냐하면 비유컨대 어떤 사람은 대지(大地)를 공양하고 어떤 사람은 대지를 태우고 쪼갠다면 이 두 사람에 대하여 대지는 평등하게 이익을 주는 것과 같나니,
부처님 또한 이와 같아서 공양하는 자와 때리고 헐뜯는 자에 대해서 본래의 원(願)인 까닭에 모두 위하여 도를 얻는 인연을 짓습니다.
그러므로 여래는 일체 중생의 선을 심는 근본이 되시며, 일체 복밭에서 최상(最上)이시고 제일이십니다.
만약 부처님께 공양하는 이가 있다면 삼계 가운데서 반드시 결정코 벗어납니다.
부처님은 곧 일체 중생의 큰 선지식입니다.
아버지가 지금 부처님께 악한 마음을 낸다는 것은 자신을 잃는 것이요,
자신을 태우는 것이며 지옥에 나아가 온갖 고뇌를 받습니다.
하지만 여래의 몸은 헐고 무너뜨리지 못하며 일체 외도나 모든 중생들도 무너뜨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이미 3독의 사나운 불을 여의셨으며 무명 속에서 이미 해탈하셨으며,
삼세의 지혜를 얻으시어 중생의 과거ㆍ현재를 아시며 일체의 죄를 여의었고,
일체의 복을 얻었으며 일체 모든 선의 근본을 성취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마땅히 믿고 즐거움을 깊이 내시고 여래께 원망하는 이의 생각을 일으키지 말며,
외도들의 어리석은 말을 듣고서 여래를 멀리 여의지 말며,
부처님께 대하여 악하고 거스리는 마음을 내지 말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 말며,
여래 선지식에 대하여 악하고 해치는 마음을 내지 마소서.
3악에 떨어진 뒤엔 반드시 뉘우치고 한탄할 것입니다.”
그때에 덕호 장자는 월광에게 말하였다.
“만약 네가 말한 바와 같이 부처님이 한량없는 공덕을 다 가졌다면 그는 곧 일체지(一切智)이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터인데,
내가 악한 마음으로 불구덩이와 독밥을 만든 줄은 어찌하여 알지 못하고 나의 청을 수락하였느냐.”
그때에 월광은 그 아버지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실로 일체지요 실로 일체견(一切見)이셔서 아버지가 가진 악한 마음을 다 알고 다 보십니다.
또한 그 악한 마음을 말미암아서 조복하실 것도 아십니다.
부처님의 지혜는 가장 크고 지혜는 자재하며 각(覺)과 지(知)를 갖추셨습니다.
아버지의 악한 마음을 없애기 위한 까닭이요, 지금 청을 수락하신 것은 밥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아버지는 마땅히 부처님의 크신 장엄을 기억하시고, 부처님의 크신 신통을 기억하소서.
부처님의 큰 자비는 아버지의 악한 마음ㆍ흐린 마음으로 하여금 벗어나게 하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다.
악을 반연한 자로 하여금 선근을 짓게 하시려는 까닭이며,
몸으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시려는 까닭이며,
조복하기 위해서면 어두운 마음으로 하여금 밝은 마음을 짓게 하기 까닭이며,
검은 마음으로 하여금 깨끗한 마음[白心]을 짓도록 하기 까닭이며,
흐린 마음으로 하여금 깨끗한 마음을 짓게 하기 까닭이며,
아버지가 외도를 믿기 때문에 악하고 흐려진 것을 맑히기 위해서며,
일체 삼계의 괴로움 덩어리를 제지하시려는 까닭입니다.
아버지께서 만약 믿지 못하신다면 부처님께서 갖가지 큰 신통변화를 갖추리니 내일 자연히 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