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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미증유인연경 상권
[교화하는 공덕]
천제가 여쭈었소.
‘교화하는 공덕이 어떠하옵니까?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옵소서.’
여우가 대답하였소.
‘바른 법을 선전하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선을 지으면 복을 얻고, 악을 저지르면 재앙을 받고,
도를 닦으면 도를 얻는 줄 알게 하니,
이러한 공덕으로 몸을 바꾸어 태어나는 곳마다 지혜가 밝고 항상 전생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니라.
만일 천상에 태어나면, 하늘의 스승이 되고,
만일 세간에 태어나면 금륜왕(金輪王)이 되어서 항상 10선으로써 천하를 교화하고,
만일 인왕(人王)이 되면 바른 법으로 다스리되 숙명을 알 것이니라.
숙명을 아는 까닭에 마음이 방일치 않을 것이니라.
사람들이 높은 자리와 사랑 받는 위치에 있으면서 5욕락을 받으면 많은 마군이 와서 침노하고 사람들을 홀려 나쁜 업을 짓게 하니,
비록 이때에 행실을 잃어서 악한 보를 받을지라도 지혜의 힘으로 속히 괴로움을 면하고 천상에 태어나서 복락을 받을 것이니라.
지혜의 광명이 점점 자라서 보살행을 이루고 죽고 사는 일이 없는 법의 지혜[無生法忍]에 이르게 되니라.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교화하는 공덕이 한량이 없다고 하셨느니라.’
천제가 기뻐하며 말하였소.
‘기쁜지고. 기쁜지고. 진실로 스승님의 말씀과 같이 저희들이 오늘에야 비로소 재물의 보시[財施]와 법의 보시[法施]의 공덕과 인연의 차별된 모습을 알았나이다.
재물의 보시는 비유컨대 등잔과 같아서 작은 방을 비치거니와 법의 보시는 마치 햇빛과 같아서 온 천하를 비치어 간 곳마다 어둠을 없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해의 성품이 스스로 밝아서 능히 물건을 비치기 때문이옵니다.
화상께서도 그러하셔서, 본래 수행을 하신 까닭에 지혜가 밝으시고 지혜가 밝으신 까닭에 중생의 어둠을 없애시나이다.’
그때 천제가 말을 마치니, 8만의 모든 하늘이 모두 일어나서 옷깃을 여미고 공경을 다하여 꿇어앉아 합장하고 여우에게 여쭈었소.
‘바라옵건대 자비를 베푸셔서 10선법을 주시면 많은 이익을 얻겠사오며, 중생이 안락하겠사오며, 또한 화상의 공덕도 더하겠나이다.’
[계를 받는 법]
여우가 대답하였소.
‘좋은 말이다. 때가 왔음을 알라.
계를 받는 법은 먼저 참회하여 몸[身]ㆍ입[口]ㆍ뜻[意]의 업을 밝혀야 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몸의 업[身業]인가?
이른바 살생과 도둑질[偸盜]과 사음(邪淫)이요.
어떤 것이 말의 업[口業]인가?
거짓말[妄語]과 두 말[兩舌]과 나쁜 말[惡口]과 그럴듯한 말[綺語]이니라.
어떤 것이 뜻의 업[意業]인가?
질투(嫉妬)와 성냄[瞋恚]과 교만하고 나쁜 소견[憍慢邪見]이니라.
이것이 열 가지 일이니
몸의 업ㆍ말의 업ㆍ뜻의 업을 금하여 여러 가지 악을 범하지 않으면 10선이요,
몸ㆍ말ㆍ뜻을 방자하게 하여 여러 가지의 악을 지으면 10악(惡)이요,
일편단심으로 10악을 뉘우치면 10악이 녹아지는 까닭에 몸ㆍ말ㆍ뜻이 맑아지고 세 가지 업[三業]이 맑은 까닭에 10선이라 하느니라.’
[10선의 과보]
천제가 여쭈었소.
‘10선의 공덕으로 받는 과보는 어떠하옵니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니 사람이 10선법을 실천하는 과보는 6욕천(欲天)의 7보 궁전에 태어나서 다섯 가지 욕심이 자연하며 백 가지의 음식과 목숨이 한량없어 부모와 처자와 6천의 권속이 단정하고 깨끗하여 즐겁고 쾌락하리라.
만일 하늘들이 10선을 지키면 하늘의 복이 다하고, 다시 하늘에 태어나서 복된 과보가 더욱 뛰어나리니 세상 사람들의 10선 복보(福報)와 같지는 않으니라.
무슨 까닭인가?
세상 사람들이 닦는 10선도는 마음의 세 가지 계[三戒]를 지니기 어려운 때문이니
성내지 않는 계[不瞋戒]는 먼저 방편으로 자비심을 실천한 다음에 능히 성취할 수 있느니라.
세상 사람이 자비를 실천하는 것은 오래 머물지 못하니 마치 칼로 물을 베는 것과 같아서 쪼개지자마자 바로 합해지니 이 계를 지니는 것도 그러하느니라.
미워하지 않는 계[不嫉妬戒]는 일어나도 때가 있으니
어떤 것이 때인가?
남이 이익을 얻는 것을 볼 때와
남의 즐거움을 볼 때와
남이 단정한 것을 볼 때와
남이 용맹한 것을 볼 때와
남이 총명한 것을 볼 때와
남이 복 짓는 것을 볼 때이니,
요약해 말하건대 일체의 뛰어난 일[勝事]이니라.
그때 그의 마음은 질투를 일으키게 되니, 그러므로 질투하는 마음은 일어나도 때가 있음을 알지니라.
교만치 않는 계[不憍慢戒]도 또한 일어나는 때가 있으니
어리석은 이를 보면 교만한 마음을 내고, 추악한 사람을 보거나 부정한 사람을 보거나 빈궁한 사람을 보거나 할 때이니 간략하게 말하면 벙어리ㆍ소경ㆍ절름발이ㆍ꼽추 등 모든 감관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과 이(夷)ㆍ만(蠻)ㆍ호(胡)ㆍ융(戎) 등 오랑캐이니라.
교만한 마음은 이들을 보는 때에 바야흐로 일어나게 되니, 그러므로 이 계는 일어나는 데 때가 있다 하노라.
그러므로 세상 사람은 마음의 세 가지 계를 지니기 어려우며 비록 기어이 지킨다 해도 잠시 얻었다가 금방 잃어버리느니라
그러므로 세상 사람의 10선 과보는 비록 하늘 복을 받는다 해도 모든 하늘의 10선 공덕과 같지 못하며, 광명과 신력과 식록(食祿)과 상호(相好)가 드높아서 제일가는 것과 전생 일을 아는 일도 모두 그러하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라. 하늘 사람이 10선을 수행하는 과보는 세상 사람의 것보다 뛰어나느니라.’
천제가 여쭈었소.
‘스승님의 말씀과 같이 사람이 10선을 실천할 때에는 마음의 세 가지 계를 지니기 어렵거니와
하늘 사람도 그러하여서 질투와 성냄과 교만하고 나쁜 소견들의 마음이 없지 아니하니,
어찌하여 세상 사람보다 복보(福報)가 뛰어나다 하겠나이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하늘 사람에게도 비록 있기는 하지만 세상 사람과 다르니,
무슨 까닭인가?
하늘 사람은 복덕을 갖추어서 괴로움이 적고 즐거움이 많기 때문에 번뇌의 마음이 가볍고,
세상 사람은 복덕이 엷어서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이 많기 때문에 번뇌의 마음이 무거우니라.’
천제가 여쭈었소.
‘모든 하늘이 옛날부터 즐거움을 익혀 마음이 거칠어진 것이 마치 원후(猿猴)와 같사오니
지금은 10선을 지니지만 잠시 뒤엔 잊어버리거나 이지러뜨리거나 어겼을 때는 어찌하오리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부처님께 들으니, 사람이 10선을 실천하다가 혹 어겨 잃었거든 나쁜 업을 지은 사람이 현명하고 복덕을 갖춘 사람에게 나아가서 어긴 일을 발로참회(發露懺悔)하고 다시 받을지니, 이렇게 하는 사람은 계를 잃지 않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10선계는 마치 곡식의 포기와 같고 번뇌는 잡초와 같으니 잡초와 곡식은 서로 방해만 하느니라. 곡식을 기르고자 하는 까닭에 잡초를 제거하면 곡식의 포기가 깨끗하여 수확이 많고, 수확이 많으므로 마침내 주리지 않는 것과 같다 하였느니라.’
그때 천제와 모든 하늘이 이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다시는 복이 다하면 무상하게 나쁜 갈래의 과보를 받을 것을 근심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였소.
‘선을 실천한 공덕은 비록 괴로운 과보는 없겠지만 나고 죽는 일이 있으니 어찌 무상(無常)이야 면하겠는가?
더구나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은 사람들이 복을 짓는 것을 보면 질투하는 마음을 품고 방해하여 착한 길을 잃고 나쁜 업을 짓게 하니 그 나쁜 업의 인연으로 응당 괴로운 과보를 받게 되리라.’
여우에게 여쭈었소.
‘어떠한 공덕을 닦아야 항상 죽지 않으며 마왕에게 홀리어 어지럽혀지지 않겠나이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스승에게 들으니 보리심을 내어 보살의 업을 지으면 마왕(魔王) 파순(波旬)도 망가뜨리거나 막지 못한다 하시더라.
마음이 미혹하지 않는 까닭에 태어나는 곳마다 지혜가 밝고,
지혜가 밝은 까닭에 항상 전생 일을 알며,
전생 일을 아는 까닭에 나쁜 업을 짓지 않고,
마음이 맑고 깨끗한 까닭에 죽고 사는 일이 없는 법의 지혜를 얻으며,
죽고 사는 일이 없는 법의 지혜를 얻은 까닭에 도에서 물러나지 않고, 남[生]ㆍ죽음[死]ㆍ근심[憂]ㆍ번뇌ㆍ괴로움[苦]ㆍ환난[患]을 여의느니라.’
[보살의 도]
천제가 여쭈었소.
‘보살의 도를 닦으려면 어떠한 법을 닦아야 합니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스승에게 들으니 도를 구하는 사람은 근본에서부터 일어나서 모든 법의 인연을 먼저 널리 배울 것이니, 인연을 아는 까닭에 믿는 마음이 견고하고, 신심의 힘으로 능히 정진을 일으키며, 정진의 힘으로 온갖 나쁜 업의 인연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순일하게 착한 마음은 방종하지 않는 까닭에 지혜를 성취하고, 지혜의 힘으로 전부 37품(品)의 보리도(菩提道)를 총섭(總攝:모두 포섭함)하느니라.’
천제가 여쭈었소.
‘존자의 말씀 같아서는 37품은 뜻이 깊고 넓어서 저희들의 거친 마음으로는 끝내 알 수 없겠사옵니다.
어떻게 해야 보살도행(菩薩道行)에 들어가겠나이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스승에게 들으니 보살도를 닦으려 하는 사람은 먼저 방편으로써 모든 감관[根]을 다스려 복종시켜야[調伏] 할 것이니라.
어떤 것이 방편인가?
이른바 6바라밀과 무량심(無量心)이니, 이것이 방편으로 모든 감관을 조복한다고 하느니라.’
[6바라밀]
천제가 여쭈었소.
‘6바라밀은 그 뜻이 어떤 것입니까?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옵소서.’
여우가 대답하였소.
‘첫 번째는 보시(布施)니, 아끼고 탐내는 마음을 깨뜨려 아까움이 없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선(守善)이니, 나쁜 짓을 아니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감인(堪忍)이니, 악한 일을 만나도 능히 견디고 마음속으로 보복하려 하지 않는 것이고,
네 번째는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精進修行]이니, 도업(道業)을 게을리 않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수섭(收攝)이니, 사악하게 생각지 않는 것이고,
여섯 번째는 지혜를 닦는 것이니, 번뇌와 무명의 어둠을 비추어 없애는 것이니라.
이것이 6바라밀이니, 6바라밀과 방편의 힘으로 모든 감관을 조복하는 것이니라.
[4무향심]
다시 네 가지 일이 있어서 모든 감관을 조복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사랑하는 마음[悲心]이고,
둘째는 슬퍼하는 마음[悲心]이며,
셋째는 기뻐하는 마음[喜心]이고,
넷째는 버리는 마음[捨心]이니,
이것을 4무량심(無量心)이라 하느니라.’
천제가 여쭈었소.
‘어떤 것이 사랑하는 마음이옵니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괴로운 사람을 보면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구호하고, 모두 안정을 얻게 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옵니까?’
‘모든 중생이 무명(無明)과 사랑[愛] 때문에 나고 죽는 업을 지으면서 다섯 갈래에서 괴로움을 받되 능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거든 내가 이제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지혜를 닦아 속히 불도를 이루리라.
불도를 얻고는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의 무명과 어둠을 비추어 제거해 주고 그로 하여금 크게 밝음을 보아 여러 가지의 괴로운 속박을 면하게 하리라.
비록 부처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행동으로 지은 착한 업[善業]을 중생에게 돌려주어서 안락을 얻게 하리라.
중생이 죄가 있으면 내가 대신 받으리라 하니 이것이 곧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니라.’
‘어떤 것이 기뻐하는 마음이옵니까?’
‘만일 세상 사람이 착한 업을 수행하여 3승(乘)의 과위(果位)를 구하거든 권하고 도우면서 따라 좋아하고,
즐거움을 받는 이를 보면 따라 좋아하며,
단정한 사람을 보거나 용맹한 사람을 보거나 부귀한 사람을 보거나 지혜로운 사람을 보거나 자비로운 사람을 보거나 효성스러운 사람을 보거나, 즉 요약해서 말하자면 온갖 착한 사람을 보면 모두 권고하고 도와주면서 따라 좋아할지니 이것이 기뻐하는 마음이니라.’
‘어떤 것이 주는 마음이옵니까?’
‘무릇 동작으로 지은 온갖 공덕을 남에게 베풀되 이승 갚음[現報]을 바라지 말며, 저승 갚음[生報]을 바라지 말며, 후승 갚음[後報]을 바라지 말지니, 이것이 주는 마음이니라.
이 네 가지를 성취하면 4무량심이라 하느니라.
중생이 무량하므로 사랑하는 마음도 무량하고,
중생이 무량하므로 기뻐하는 마음도 무량하며,
중생이 무량하므로 주는 마음도 무량하니라.
이를 4무량심이라 하니, 앞의 6바라밀과 합쳐서 10바라밀이라 하느니라.
10바라밀이 모두 온갖 보살도행(菩薩道行)을 총섭하느니라.’
그때 천제가 여우에게 10선행법의 공덕과 인연을 듣고 다시 보살행과 보리도(菩提道)의 인연과 의취(義趣)를 들으니 얽혔던 의심의 매듭이 풀리어 즐거움이 온몸으로 넘쳤소.
곧 8만의 시종(侍從)인 모든 하늘이 다시 일어나 공경을 다하고 합장하여 여쭈었소.
‘오늘 이 제자와 8만 하늘 사람이 한마음으로 동시에 보리심을 내었나이다.
화상께서 말씀하신 보살도행을 반드시 원만하게 갖추어 받들어 실천하겠사오니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허락하여 주옵소서.’
여우가 대답하였소.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알지니, 그것은 내가 본래 바라던 바이니라.’
[여우의 음식]
그때에 천제가 여우에게 여쭈었소.
‘화상께서 잡수시는 음식은 어떻게 장만하옵니까?
바라옵건대 일러주소서. 저희들이 공양을 차리겠나이다.’
여우가 대답하였소.
‘나의 음식은 남에게 말할 것이 못 되느니라. 왜냐하면 죄업의 인연으로 먹는 것이 너무나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형상은 축생과 같아서 아귀와 다르지 않으니,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묻지 않기를 바라노라.’
천제가 여쭈었소.
‘화상의 음식이 좋아도 보여 주시고, 나빠도 말씀하여 주소서. 제자들이 편의를 따라 공양을 차리겠나이다.’
여우가 대답하였소.
‘항상 사자와 범과 이리의 똥ㆍ오줌을 먹거나, 무덤 사이에서 죽은 사람의 해골과 떨어진 옷과 가죽을 주워 먹는데, 이러한 음식을 얻을 수 없으면 굶주림에 이기지 못해 진흙을 먹기도 하느니라.
죄업의 과보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비록 깨끗하지 못한 것을 먹지만 한 번도 배가 부르지는 못했느니라.’
[은혜를 갚는 방편]
그때 천제와 모든 하늘이 여우의 말하는 음식의 종류를 듣고, 슬픔이 복받쳐 눈물ㆍ콧물을 흘리며 여우에게 여쭈었소.
‘제자들이 현전에 공양을 시설하고자 했지만 스승님의 말씀 같아서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겠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제 천궁으로 돌아가서 어떠한 방편을 쓰면 스승님의 소중한 은혜를 갚겠습니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너희들이 지금 나에게 법을 듣고 천상에 돌아가서 차례차례 교화하여 모든 하늘을 깨우쳐 주는데 남녀를 가리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믿고 수행케 하면 그것은 다만 나에게 보답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일체 부처님의 은혜까지도 보답하는 것이 되느니라.
교화하기만 하여도 모든 하늘의 복덕이 늘어날 것인데, 하물며 교화하여 여러 사람을 깨우치는 데는 공덕이 더욱 한량없을 것이니라.’
[여우의 후생]
모든 하늘이 일어나서 여우에게 여쭈었소.
‘저희들은 지금 돌아가겠사오니 화상께서는 언제나 이 몸을 버리시고 천상에 태어나시어 저희들이 뵈옵게 되겠나이까?’
여우가 말하였소.
‘이레를 지나서 이 죄스러운 몸을 버리고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리니, 너희들도 그곳에 태어나기를 발원할지니라.
무슨 까닭인가?
도솔천에는 많은 보살이 설법하고 교화하시니 모든 하늘 사람들에게 불도를 구하게 하려는 까닭이니라.’
천제가 여쭈었소.
‘스승님의 말씀과 같이 저희들이 도리천(忉利天)의 복이 다하여 목숨을 마치면 모두 도솔천에 태어나서 스승님을 뵈옵고 받들어 모시면서 가르침을 받는데, 지금과 같이 하기를 맹세하나이다.’
이렇게 말하고 하늘의 꽃과 향을 여우의 머리 위에 뿌리고 물러갔소. 모든 하늘이 물러간 뒤에 여우는 본래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한마음으로 10선행법을 생각하여 먹을 것을 구하지 않고 이레 만에 목숨이 마쳐 도솔천에 태어나 천왕(天王)의 아들이 되고, 다시 전생의 일을 알아 또 10선법으로 모든 하늘을 교화하였소.”
부처님께서 다시 다섯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여우는 이 몸이고, 천제는 사리불이며, 아일다왕은 교수(敎授) 대사고, 우바달왕은 미륵이며, 8만의 모든 하늘은 지금 사바세계[裟婆國土]에서 물러나지 앉는 자리[不退地]에 이른 8만의 보살이오.”
[반야 지혜의 네 가지 뜻]
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생각하건대 지난번에 처음 말씀하실 때로부터 보리의 행을 닦아 무생(無生)을 얻을 때까지 그 중간에 항상 미륵과 사리불과 함께 법을 구하려 부지런히 정진하고 목숨을 돌아보지 않았었소.
밝은 스승을 따라서 가까이하고 모시어 학문을 연마하고 지혜를 성취하였었소.
지혜의 힘으로 다섯 갈래에서 태어나는 곳마다 무량한 중생을 교화하고 성취하여 괴로움을 면하게 하다가 지금에 부처를 이루었소.
그는 모두 반야 지혜의 방편으로 일체 번뇌[結]와 습기의 인연을 끊었기 때문에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었으며,
또 지혜로써 사바세계에서 중생을 교화하여 3유(有)의 고통을 건져주었소.
그러므로 나는 반야 지혜에 네 가지의 명의(名義)가 있다고 한 것이오.”
[10선의 실천과 공덕]
그때 바사닉왕과 그의 권속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과 뜻이 열리어 다시 일어나서 절하고 기뻐하여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번에 와서 부처님을 뵈옵고 시원하게 좋은 이익을 얻었사오니 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때 피로한 줄도 몰랐나이다.
왜 그런가, 세존이시여, 진작부터 4진제(眞諦)의 법과 12인연, 출세간의 도를 말씀하실 때에는 생각과 근기가 둔한 까닭에 번거로워 알 수 없었고, 알지 못하는 까닭에 몸이 피로하더니,
이제 부처님께서 보살행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비록 전부는 모르겠사오나 마음이 매우 즐거워 목마른 듯이 듣고자 하며, 뜻에 싫은 줄도 모르겠나이다.
제자가 지금부터 보리심을 일으켜 위없는 도를 구하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시고 허락하여 주셔서 보살행의 법을 가르쳐 주옵소서. 반드시 말씀대로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법행이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몸ㆍ말ㆍ뜻의 10선도행(善道行)과 10바라밀이 모두 일체의 조불도법(助佛道法)을 포섭하니 왕께서 능히 실천하겠소?”
왕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10선도법에서 마음의 세 갈래를 보호하기가 어렵다 하시니 어떻게 받아 지녀야 잃지 않겠나이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世人]의 마음은 거칠어서 마치 원숭이와 같이 번뇌의 바람에 흔들리오. 그러므로 10선도법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은 머뭇거리지 말아야 됩니다.
10선을 실천하고자 하면 마땅히 3시(時)를 기한할지니,
어떤 것이 3시인가?
새벽으로부터 밥 때까지가 상시(上時)고,
한 식경(食頃)을 지나는 것이 중시(中時)며,
백 걸음을 걸어갈 동안이 하시(下時)입니다.
10선법을 닦는 사람은 자기가 견딜 수 있는 힘에 따라 어느 한 시간[時]에라도 그 마음을 보호하여 세 가지 계를 굳게 지키고 잃어버리지 않게 할지니, 이것이 10선을 수행하는 것이지오.”
왕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3시를 한정하고 10선을 지니면 그 공덕이 대체로 미세한데 어떻게 복을 내겠나이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10선을 닦으면 시간은 비록 짧아도 공덕은 더욱 넓어집니다.
왜 그런가?
마음의 세 가지 계가 지키기 어려운 까닭에 비록 적은 시간 동안 거닐었다고 해도 과보는 한량없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백 년 동안 섶과 풀을 모아 쌓고 불을 지르면 잠깐 사이에 다 타버리니, 그러므로 마땅히 아십시오. 적은 시간에 선을 닦을지라도 능히 한량없는 죄를 소멸하는 것이오.
또 불을 비벼 켤 때에는 부지런히 힘을 들였다가 잠깐 사이에 불을 얻으면 불의 공덕으로 능히 천하의 초목과 수풀을 태우는데 다 탄 다음에야 그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십시오. 사람이 10선을 닦는 것도 이와 같아서 잠깐 사이의 공덕으로 능히 한량없는 나쁜 업의 무거운 죄를 없어지게 하고 능히 실천한 사람으로 하여금 보리의 싹이 트게 하는 것입니다. 싹이 트면 점점 자라서 부처님의 지위[佛果]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왕이 이 말씀을 듣고 다시 일어나서 예배하고 크게 기뻐하며 미증유(未曾有)를 얻고 세존께 여쭈었다.
“제자가 오늘 큰 이익을 얻었사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10선도를 닦는 공덕의 인연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보리의 싹을 트게 한다 하시는 말씀을 듣고 제자가 지금 보리를 즐거워하여 반드시 부지런히 수행하여 마음이 물러나지 않게 하기 때문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왕을 따라 온 대신과 백성과 후궁과 부인과 사부제자(四部弟子)와 하늘ㆍ용ㆍ귀신과 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한 것[人非人]들 5천여 명이 모두 더할 나위 없는 보리도의 뜻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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