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1권
[구담 왕자(1)]
그 최후의 왕에게서 다시 낳은 한 아들의 이름이 가라나왕(迦囉拏王)인데 그 후에 두 왕자를 낳았으며 첫째가 구담(瞿曇)이요, 둘째의 이름이 바라내박야(婆羅捺嚩惹)이었습니다.
이 왕자는 왕궁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나라의 자리를 탐내면서 항상 생각하기를
‘세간을 편안히 위로하고 왕의 일을 행하리라’고 하였으나,
그때에 구담 왕자는 언제나 생각하기를
‘중생들이 나고 죽으면서 세 길에 빠지며 괴로움에서 바퀴 돌듯하여 뛰어나기 어렵구나’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 곧 부왕에게 나아가 꿇어앉아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왕에게 아뢰었습니다.
‘저는 이제 왕궁이 좋지 않사오며, 산과 들에서 맑은 행을 수행하고 싶으므로 집을 떠나겠습니다.’
왕은 곧 말하였습니다.
‘너는 나의 아들이 되었으므로 모든 국토와 왕위며 재상 대신들이 마치 손가락과 손바닥에 있음과 같다. 무엇 때문에 가벼이 버리고서 집을 떠나겠다고 하느냐?’
그러자 구담은 아뢰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저는 자세히 살피건대, 삼계는 마치 눈흘림과 같고 허깨비와 같아서 단단하거나 진실함이 없고 찰나 찰나가 무상하온데 어찌 사랑하고 즐길 만하겠나이까? 저는 오늘 왕을 하직하고 집을 떠나겠사옵니다.’
왕은 듣고 나서 아들의 뜻을 알고 곧 허락하였습니다.
그때 산중에 이름이 흘리슬나폐파야노(訖哩瑟拏吠波野努)라는 한 신선이 있었는데 그 산간에서 풀로써 암자를 만들고 살면서 수행을 하였습니다.
이때에 구담 동자는 곧 그곳으로 나아가서 뛸 듯이 기뻐하며 온몸을 땅에 던지고 신선의 발에 예배하면서 신선에게 아뢰었습니다.
‘저는 왕궁을 이별하여 이곳에 와서 신선을 받들고 섬기겠습니다. 원컨대 거두어 주소서.’
이렇게 하여 신선은 태자의 뜻이 굳굳함을 자세히 살피고서 곧 거두어 주었습니다.
그때 동자는 곧 산간에서 과일을 따고 물을 길으면서 신선을 받들어 섬기며 이렇게 애쓰고 생각하기를 여러 해를 경과하였는데,
스승은 그 동자가 부지런히 힘쓰며 물러나지 않으므로 곧 또한 신선이라 이름을 지었습니다.
뒤에 부왕 가라나왕이 돌아가시자, 아우 바라내야가 즉시 왕위를 이어받아 나라의 일을 행사하였습니다.
이때에 구담 신선은 왕이 돌아가셨음을 알고 스승에게 아뢰었습니다.
‘저는 이제 산중에서 과일을 따고 물을 길을 수가 없습니다. 성중으로 나아가서 머무르려 합니다.’
그러자 스승은 곧 말하였습니다.
‘구담아, 그대는 먼저 여기에 와서 산과 들에서 잘 머무르더니, 무엇 때문에 이제는 도리어 성읍으로 나가겠다 하느냐? 그대가 이제 떠나가되 성의 안에는 나아가지 말라.
다만 보다락가성(補多落迦城)의 측근인 고요한 곳에서 암자를 높이 세우고 머물면서 모든 감관을 수호하고 맑은 행에 힘써 나아가라.’
구담 동자는 이 말을 들은 뒤에 곧 보다락가의 큰 성 밖의 고요한 곳에 나아가서 암자를 높이 세우고 뜻을 단속하며 맑은 행을 존숭하고 닦았습니다.”
불설중허마하제경 제2권
[구담 왕자(2)]
그때 보다락가(補多落迦)의 큰 성에 한 음녀(婬女)가 있었는데 빛깔과 모습이 단정 엄숙하고 형체가 퍽 아름다웠습니다.
이때에 미리나라(彌里拏羅)라는 사람이 이 여인에게 지나치게 빠져서 곧 금은ㆍ주보와 훌륭한 의복을 주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뒷날에 다시 어떤 사람이 이 음녀에게 역시 애착심을 내어서 음녀에게 말하였습니다.
‘내가 금전 5백을 그대에게 주어서 수용하게 할 터이니, 그대는 나를 따라가서 같이 재미있게 즐깁시다.’
음녀는 듣고서 곧 함께 가면서 시녀를 시켜 가서 미리나라에게 알리되,
‘이제 다른 데 가느라고 급히 가지 못한다’라고 하게 하였던 바,
미리나라는 듣고 나서 시녀에게 말하기를,
‘그가 만약 집에 돌아오면 속히 오게 하라. 나는 동산 숲 안에서 머무르고 있으리라’ 하였습니다.
시녀는 본 집으로 돌아와서 자세히 그 일을 음녀에게 알렸더니, 음녀는 들은 뒤에도 거의 갈 뜻이 없어하는지라 시녀는 허락하지 않는 것을 알고 다시 미리나라의 처소에 가서 음녀가 배반하였다는 일을 자세히 말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듣고 성을 내며 시녀를 보내서 권하게 하기를
‘빨리 나의 동산 숲으로 오게 하여라’고 하는지라,
시녀는 가르침을 받고 갖가지 방편을 써서 음녀를 꾀었으므로 음녀는 드디어 갔었는데,
그 사람은 보자마자 꾸짖기를,
‘나는 옛날부터 한결같이 의복과 보배며 재물을 언제나 주어서 쓰게 하였거늘, 무엇 때문에 이제 나를 배반하느냐’ 하고,
즉시 가셨던 날카로운 칼로써 그 음녀를 죽였습니다.
그때 구담의 암자는 그 동산 숲에서 가까웠으므로, 미리나라는 가졌던 날카로운 칼을 몰래 암자 안에다 놓아두고서 드디어 도망을 쳤습니다.
때에 음녀의 시녀는 높은 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이 곳에서 사람을 죽였네.’
여러 사람들이 듣고 함께 신선이 살고 있는 암자로 나아갔더니 그 날카로운 칼이 있고 선지피가 아직도 남아 있었으므로 여러 사람들은 꾸짖었습니다.
‘당신은 바로 신선이면서 무엇 때문에 이제 죽이기까지 하였소?’
이런 말을 하고서 곧 줄로써 신선의 손을 묶어서 성중으로 보내어 왕의 궁전 앞까지 이르며, 여러 사람들은 말하였습니다.
‘이는 바로 집을 떠난 신선인데 맑은 행을 저버리고 깨끗하지 못한 행을 하고서 다시 날카로운 칼로써 음녀의 목숨까지 끊었구나.’
왕은 이 일을 듣고 성을 내며 곧 성에서 내보내어 나무 꼬챙이로써 그 몸뚱이를 꿰뚫게 하였는데, 왕이 명령을 내리매 이때에 신선이 정수리에 꽃다발을 이고 몸에 푸른 옷을 입자, 수종이 주위를 돌며 손에 무기를 가지고서 높은 소시로 외치기를
‘이는 바로 계율을 범하였고 사람을 죽인 도둑이로다’ 하는데도,
그때에 신선은 도무지 겁냄이 없이 성문 밖에 이르러서 곧 국법을 따랐습니다.
그때 본래의 스승인 흘리슬나폐파야나 선인은 암자에 와 닿았으나 제자가 보이지 않는지라 곧 이웃으로 가며 점차로 찾았더니, 제자가 손발을 묶이고 나무 꼬챙이 위에서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음을 보고
스승은 보자마자 몸의 털이 놀라 곤두서며 슬퍼지므로 울면서 그의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어째서 그런 허물이 있었더냐. 또 너의 그 몸이 여러 고통을 받고 있으니 밤낮으로 아픔을 어떻게 참는다는 말이냐.’
제자는 말하였습니다.
‘큰 신선이시여, 저는 이 몸에서 여러 고통 되는 것을 구하여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나이다.’
스승은 말하였습니다.
‘너는 어째서 그와 같은데도 고통을 떠났단 말이냐?’
제자는 아뢰었습니다.
‘저는 스승의 앞에서 정성되고 진실한 서원을 세우나이다. ≺만약 저의 이 몸이 아픔이 없다면 곧 저의 스승 몸이 금빛이 되게 하소서.≻’
이런 서원을 하여 마치자, 잠깐 동안에 스승은 저절로 몸이 변하여 참 금빛이 되는지라 모든 사람들은 모두가 보고서 이 때문에 금빛 선인[金色仙人]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때 제자는 다시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나의 이 목숨이 끝나면 장차 어느 곳에 날 것이옵니까?’
스승은 말하였습니다.
‘바라문의 법에 준하건대, 만약 이을 아들이 없으면 곧 나는 곳이 없느니라.’
제자는 아뢰었습니다.
‘저는 동자일 적에 왕궁을 좋아하지 않고 왕위를 버리고 집을 떠났사온데 어찌 아들이 있겠습니까?’
스승은 곧 말하였습니다.
‘너는 이제 어째서 왕궁에 있을 적에 재미있게 즐기던 일을 생각하지 못하느냐?’
제자는 아뢰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이 몸은 왕의 법을 받으며 괴로움의 형상이 이와 같사온데 어떻게 전에 재미있게 즐기던 것을 생각할 수 있사오리까?’
그때에 금빛 신선은 큰 신통을 갖추어서 잠깐 뿌리자, 곧 맑고 시원함을 얻고 모든 고통을 여의었으며 평상대로 회복되어 예전과 같아졌는지라 이로 말미암아 제자는 예전의 쾌락을 생각하였더니 음욕의 마음이 나면서 두 방울의 정액이 지면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때 구담 신선은 네 가지를 생각하였는데, 첫째 자기 몸을 생각하였고, 둘째 중생들을 생각하였고, 셋째 중생들이 부처가 되는 것을 생각하였고, 넷째 온갖 부처님의 세계를 생각하였습니다.
이 같은 생각을 하여 마치자, 그 두 방울의 정액은 응결하면서 두 개의 알이 되었고 매양 해가 돋을 때에 해가 비추어졌는데, 얼마 되지 아니하여서 그 알은 저절로 깨지면서 두 어린아이가 나왔으며 빛깔과 형상이 단정하였습니다.
구담 신선은 이 두 어린아이를 데려다가 사탕수수의 동산[甘蔗園]으로 들어가 살게 하였으며, 구담은 해에 타서 곧 목숨을 마쳤습니다.
그때 금빛 선인은 동산 가운데 들어와서 물었습니다.
‘동자들아, 너희들은 누구냐?’
동자들은 대답하였습니다.
‘우리는 곧 구담께서 낳으신 아들들이옵니다.’
금빛 선인은 듣고서 마음으로 기뻐하며 그대로 두 아이들을 데리고 암자에 돌아가서 길렀습니다.
처음 낳을 때에 알에 해가 비추어졌다 하여 이름을 짓되 일족(日族)이라 하였으니 첫 번째 성(姓)이요,
또 이 구담에게서 낳은 아들이라 하여 그대로 구담이라 지었으니 두 번째 성이요,
또 이는 제 몸에서 낳았다 하여, 그대로 아의라사(阿儗囉娑)라 지었으니 세 번째의 성이며,
사탕수수의 동산 안에서 대려다 길렀다 하여 그대로 감자(甘蔗)라 지었으니, 네 번째의 성이 되었습니다.
그때 바라나바야(婆羅捺嚩惹)라는 한 큰 나라의 왕이 있다가 그 왕이 죽자, 왕위를 이어받을 아들이 없었으므로 재상과 대신들이 같이 이 일을 논의하였으나, 어떤 사람이래야 정수리에 물 부을 왕위에 타당한가를 모르고 있었는데,
하나의 대신이 있다가 뭇 대신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먼저 가라나왕(迦囉拏王)에게 한 태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구담이십니다. 아버지와 왕위를 버리고 산과 숲 사이에서 흘리슬나폐파야나 선인을 섬기셨으니 그는 바로 석씨 종족이므로 정수리에 물 부을 왕위를 이어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자 뭇 신하들은 듣고 곧 산중으로 가서 선인에게 나아가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말하였습니다.
‘큰 신선이시여, 과거 가라나왕에게 한 태자가 있어 이름이 구담이었는데,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큰 선인은 말하였습니다.
‘오래 전에 이미 죽었습니다.’
다시 여러 신하들에게 자세히 위의 일을 말하였더니, 대신들은 듣고서 마음에 괴로워하면서 말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매우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이 말을 한 뒤에 두 동자들의 몸의 형상이 단정 엄숙함을 보고 물었습니다.
‘이들은 누구입니까?’
금빛 선인은 대답하였습니다.
‘이들은 곧 구담이 낳은 아들들입니다.’
그러자 여러 신하들은 듣자마자 모두가 뛸 듯하면서 말하였습니다.
‘이제 이 동자들이야 말로 바로 왕의 종족이로다.
곧 정수리에 물 붓고 왕위를 이어받게 하였는데, 이 때문에 성을 따서 감자왕(甘蔗王)이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