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태자서응본기경 상권
[32상]
부인이 흰 모직천으로 싸 가지고 유모에게 안아 기르게 하였으며, 아이의 이름은 실달(悉達)이라고 하였다.
왕이 부인에게 말하였다.
‘태어난 아들이 범상치 않구료. 우리 나라에 이름이 아이(阿夷)라는 도인(道人)이 있는데, 그는 나이가 백여 세나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지식이 많은데다 관상 보는 법에 밝다고 하니, 이제 함께 가서 아들의 상을 보는 것이 좋지 않겠소?’
부인이 말하였다.
‘좋습니다.’
그리고는 즉시 흰 코끼리에 엄숙하게 수레를 달아 기악을 울리며 길을 인도하게 하였다.
도인을 찾아가서는 황금과 백은(白銀) 각 한 자루씩 주었지만 도인은 그것을 받지 않았다.
도인이 모직천을 펼치고 태자의 상호를 보니 32상(相)을 갖추고 있었다.
그 32상이란,
온몸이 금색으로 되어 있었고, 정수리에 육계(肉髻)가 있었으며, 털은 감청색(紺靑色)이었고, 두 눈썹 사이에 흰 털이 나 있었으며, 목에는 햇빛 같은 빛이 있었고, 눈빛은 감색(紺色)이었으며, 위아래로 다 눈을 깜박거렸고, 입에는 마흔 개의 이가 났는데 희고 가지런하고 평평하였으며, 네모진 뺨이 수레처럼 넓은 것이었다.
혀가 길어 7합(合)이나 되었고, 사자 같은 가슴은 원만하였으며, 몸이 평평하고 반듯하였고, 팔이 길었으며, 손가락이 길었고, 발꿈치가 원만하였으며, 발바닥이 편안하고 평평하였고, 손이 안팎으로 잡을 수 있었으며,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만망(縵網)이 있었고, 손발에 천 폭의 수레바퀴 같은 무늬가 있었으며, 음근[陰]은 말처럼 숨어 있었고, 장딴지가 사슴 같았으며, 구쇄골(鉤鎖骨)이었고, 털은 오른쪽으로 말렸으며, 하나하나의 털구멍마다 하나의 털이 나 있었고, 피부와 털이 가늘고 부드러웠으며, 먼지와 물이 묻지 않았고, 가슴엔 만(萬)자가 있는 것이었다.
아이(阿夷)는 이 모습을 보고 곧 찬탄하다가 슬피 눈물을 흘리며 말을 하지 못하였다.
왕과 부인은 두려워하며 절을 하고 물었다.
‘상서롭지 못한 것이 있습니까? 그 뜻을 일러 주시기 바랍니다.’
손을 들어 내저으며 말하였다.
‘길한 상입니다. 이롭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감히 대왕께 이런 신인(神人)을 얻으신 것에 대하여 하례드립니다. 어제 저물 무렵에 천지가 크게 진동하더니 그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아이 도인의 예언]
제가 이제 상법(相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왕으로서 아들을 낳아 32대인상(大人相)을 갖춘 사람이 나라에 머물러 계신다면 마땅히 전륜성왕이 되어 사천하의 주인이 될 것이며, 7보가 저절로 이르고 길을 갈 때엔 곧 날아다니며,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자연 태평해질 것이지만,
만약 천하를 좋아하지 않아서 집을 버리고 도를 닦는다면 마땅히 저절로 부처님이 되어 온갖 중생을 제도 해탈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슬픈 일은 내 나이 이미 너무 늙어 마땅히 다음 세상으로 가게 되었으므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보지 못하고 또한 그 경전을 듣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슬퍼할 따름입니다.’
[태자의 어린 시절]
왕이 그가 상호를 잘 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태자를 위하여 궁실(宮室)을 지었는데, 세 계절에 맞추어 각각 다른 곳에다가 궁전을 지었다.
비가 내릴 때에는 가을 집[秋殿]에서 살게 하였고, 더울 때에는 서늘한 집[凉殿]에서 살게 하였으며, 춥고 눈이 올 때에는 따뜻한 집[溫殿]에서 살게 하였다.
5백 명의 기녀(妓女)를 뽑았는데, 용모가 단정하고 너무 살찌거나 마르지도 않았으며, 키가 너무 크거나 작지도 않았고, 너무 희거나 검지도 않았으며, 재능이 출중하고 솜씨 있고 아름다운 사람만을 가려 뽑았다. 이들은 각각 몇 사람의 기녀가 가진 재능을 겸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모두 하얀 구슬과 이름 있는 보배와 영락(纓珞)으로 그 몸을 장식하게 하고는 백 명을 한 순번으로 하여 번갈아 가면서 숙소를 호위하게 하였느니라.
그 전각 앞에는 달콤한 과실나무를 죽 늘여 심어놓았고, 나무 사이에 목욕하는 못을 만들어 그 못 가운데엔 수천백 종류의 온갖 기이한 꽃과 기이한 무리의 새들을 살게 하는 등 눈부시게 꾸며서 태자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다.
태자로 하여금 도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궁실의 담장을 굳고 단단하게 쌓고 문을 여닫는 소리가 40리까지 들리도록 만들었다.
태자가 태어나던 날에 왕가의 청의(靑衣)는 또한 창두(蒼頭:하인)를 낳았고, 마구에서는 흰 망아지와 누런 양새끼를 낳았으니, 노비의 이름은 차닉(車匿)이었고, 말 이름은 건척(揵陟)이었다.
왕이 뒤에 차닉으로 하여금 항상 태자의 시종(侍從)으로 있게 하고 백마를 타고 다니게 하였다.
태자가 태어난 지 7일 만에 그 어머니가 목숨을 마쳤는데, 천인사(天人師)를 회임한 공과 복이 컸기 때문에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나 저절로 봉록을 받았다.
보살은 본래 어머님의 덕이 자기의 예를 받는 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장차 세상을 마치려는 사람으로 인해 태어났음을 스스로 알았느니라.
태자 나이 일곱 살이 되자 배워야 할 책을 찾아 가지고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스승에게 나아갔다. 그 당시는 성인이 떠나신 지 너무 오래되어 책에 두 글자가 빠져 있었는데, 스승에게 여쭈어 보았더니 스승이 알지 못하였다. 그러자 도리어 자신의 뜻을 말하기도 하였다.
[조달과 난타]
태자의 나이 열 살에 이르자 절묘한 재주가 더욱 드러났다.
태자의 종백부(從伯父)와 종중부(從仲父)의 아들 형제 두 사람이 있었는데, 형의 이름은 조달(調達)이었고, 동생은 난타(難陁)였다.
조달은 비록 세상에서는 뛰어난 재주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자연 보살에 미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도 스스로 교만하여 항상 질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은 태자에게 청하여 후원(後園)에서 놀자고 하며 과녁을 쇠북에 붙여 놓고 함께 활을 당겨 쏘아 보자고 하였다.
태자는 늘 활을 쏠 적마다 과녁에 적중하여 쇠북을 관통하였는데 두 사람은 그렇지 못하여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생겼다.
얼마의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태자에게 청하기를, 왕 앞에서 손으로 밀치기[手搏]를 하여 이기지 못하는 자에게 관정(灌頂)을 하자고 하였다.
태자는 자비하고 어질어서 비록 그들 형과 아우를 물리치기는 하였지만 그들의 몸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다시 얼마의 세월이 지난 뒤에 다시 태자에게 청하여 끄는 힘을 겨루어 보자고 하였다.
난타는 앞에서 코끼리의 코를 잡아끌어 뜰 앞까지 끌고 갔고, 조달은 힘이 장사라서 끌어당겨 코끼리를 치자,
태자는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코끼리 앞에 다가가서 코끼리를 번쩍 들어 담장 밖으로 내던졌는데 코끼리가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비로소 자기들이 태자만 못함을 깨달았고, 왕과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더욱더 태자가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