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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긴나라왕소문경 제1권
[네 가지 법을 말씀하셨을 때]
부처님께서 이런 네 가지 법을 말씀하셨을 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큰 광명은 허공을 두루 비추었으며,
백천억 하늘들은 천상의 풍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며 천상의 만다라 꽃을 비처럼 내리면서 이렇게 찬탄하였다.
“세존께서는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모으신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 네 가지 법 가운데서 열어 보이고 드러내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중생이 이 법을 듣고 받들어 지녀 읽고 외우거나 쓰거나 대중에게 두루 분별해 설명하면, 그는 조그만 공덕으로 이 세상에 온 이가 아닐 것입니다.
또 어떤 중생이 이런 네 가지 법을 듣고는 믿고 이해하며 받들어 지녀 읽고 외우거나 대중에게 널리 설명하고 보리의 마음을 떠나지 않으면, 그는 오래지 않아 지금 부처님처럼 사람과 하늘 등 대중 가운데서 사자처럼 크게 외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들도 이런 네 가지 법을 듣고 또 이것을 믿고 이해하며 연설하면 좋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그때에 8만 4천의 사람과 하늘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고, 1만 2천 보살은 무생법인을 얻었다.
[법을 수자독송하고 연설하는 여덟 가지 법]
그때에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몇 가지 법을 성취하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이 법을 듣고 받들어 지녀 읽고 외우거나 또는 쓰며 대중 가운데서 널리 말해 나타내 보입니까?”
부처님께서 천관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이 법을 받들어 지녀 읽고 외우며 대중 가운데서 널리 분별하여 설명하느니라.
그 여덟 가지란,
뜻을 굳게 가져 오로지 보리로 향하고,
중생들에게 끝까지 인자한 행동을 행하여 침해하는 마음이 없으며,
대비에 머물러 중생들을 교화하고,
항상 법의 이익을 구하되 법을 즐기고 법을 가지려 하며
법을 구하고 법을 보아, 저 바다가 온갖 물을 삼키는 것처럼 만족할 줄 모르며,
목숨을 버려 바른 법을 지키고, 선근을 많이 심어 갖가지 복덕을 모으며,
큰 원(願)을 일으켜 모든 부처님의 보호를 받고,
악마에게 항복을 받고 대중의 두려움을 떠나는 것이다.
천관이여, 이것이 이른바 보살이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이 법을 받들어 지녀 읽고 외우거나 또는 쓰며 대중에게 널리 연설한다는 것이니라.”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는 까닭]
부처님께서 이 법을 연설하실 때 또 이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여 더러운 구덩이ㆍ언덕ㆍ산 등과 강ㆍ못ㆍ큰 바다 등이 다 없어지되 물에 사는 중생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그때에 삼천대천세계는 모두 손바닥처럼 편편하여 미묘하고 장엄하였으며, 그 삼천대천세계의 100년 동안 말랐던 나무들도 다 꽃과 잎을 피워 부처님을 향했으며, 온갖 숲과 나무의 꽃ㆍ잎ㆍ익은 과실 등도 다 부처님을 향해 기울었다.
대지에 난 연꽃들은 수레바퀴만큼 크고, 온갖 빛깔은 사랑스러우며, 묘한 향기는 마음에 맞고 큰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허공의 천자들은 그 형체는 나타내지 않고 온갖 풍악을 울렸다.
설산(雪山)과 향산(香山)에 있던 모든 천자들은 이 소리를 듣고 갑절이나 묘한 소리를 내어 크게 이 삼천대천세계를 다 향기롭게 하였다.
그때에 설산과 향산 중에서도 묘한 꽃들이 내려와 모두 부처님께로 흘러갔고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였으며, 나머지 나무들도 다 꽃을 뿌렸다. 허공에는 만 유순을 덮는 보배 일산이 있었다.
이 큰 보배 일산은 진주를 꿰어 만든 방울 그물을 드리워 장엄하였는데, 그 방울 그물에서 나는 소리는 부드러워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또 크고 묘한 소리가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들렸다.
그때에 대덕 사리불(舍利佛)이 신기한 변화를 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어떤 빛나는 징조이기에 일찍이 없었던 현상이 나타나 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장엄하여 매우 즐겁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대수긴나라왕이 향산에서 한량없는 긴나라들과 한량없는 건달바, 한량없는 천자, 한량없는 마후라가 등 대중에 둘러싸여 와서 부처님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려는 것이다. 이 대수긴나라왕이 와서 부처님을 뵈려 할 때는 먼저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지 오래지 않아 대수긴나라왕이 한량없는 긴나라 무리들과 한량없는 건달바, 한량없는 천자, 한량없는 마후라가 등 대중에 둘러싸여 8만 4천의 풍악을 울리는데, 깨끗하고 묘한 노래는 갖가지 풍악 소리와 잘 조화되었다.
또 한량없는 백천 중생들도 다 따랐고, 보살들은 신통의 큰 힘으로 허공에 올라 온갖 꽃을 두루 내렸다.
그들과 시종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고 부처님 앞에 서 있었다.
[대수긴나라왕의 거문고 소리]
그때에 대수긴나라왕은 유리로 만든 거문고를 가졌는데 염부단금의 꽃잎으로 장엄하였으니 그것은 깨끗한 업보로 만든 것이었다.
그는 부처님 앞에서 거문고 줄을 잘 고르고 또 8만 4천의 풍악을 울렸다.
대수긴나라왕이 이 거문고를 타고 온갖 풍악을 울릴 때 그 소리는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들렸고 이 거문고 소리와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욕계의 여러 천상의 음악소리보다 뛰어났으므로,
그때 욕계의 천인들은 다 악기를 버리고 부처님께로 왔다.
대수긴나라왕이 이 거문고를 탈 때 삼천대천세계의 여러 우거진 숲과 산들, 즉 수미산ㆍ설산ㆍ목진린타산ㆍ마하목진린타산ㆍ흑산(黑山) 등과 온갖 약초와 나무, 우거진 숲들은 다 솟았다 사라졌다 하는데,
차츰 솟아서는 두루 평등하게 솟고 차츰 움직여서는 두루 평등하게 움직이며, 차츰 흔들려서는 두루 평등하게 흔들렸다.
마치 술에 아주 취한 사람이 앞으로 갔다 뒤로 물러났다 쓰러졌다 하며 그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처럼
수미산과 파아(頗峨)산 등이 솟았다 사라졌다 하는 것도 그와 같았다.
또 대수긴나라왕이 거문고를 탈 때 부처님 대중 가운데 있던 왕들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제석천ㆍ범천ㆍ사천왕 등의 사람인 듯 하면서 사람이 아닌 것과 욕심을 떠난 이 등으로서, 물러나지 않는 자리에 있는 보살을 제외한 일체 대중은 이 거문고 소리와 다른 음악 소리를 듣고 다 흥에 겨워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었다.
이때 모든 성문 대중들도 이 거문고 소리를 듣고 흥에 겨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위의를 돌보지 않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즐거워하였으니,
이는 마치 어린애가 춤 놀이를 하면서 어쩔 줄 모르는 것과 같았다.
[자재하지 못하는 까닭]
그때에 천관보살이 그 큰 성문과 큰 가섭 등에게 말하였다.
“여러 대덕 스님들은 번뇌를 떠나 여덟 가지 해탈을 얻었고 네 가지 진리를 보았는데
지금 왜 모두 위의를 돌보지 않고 저 어린애들처럼 일어나 춤들을 추십니까?”
이때에 대덕 성문들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우리는 지금 여기서 자재하지 못합니다.
이 거문고 소리 때문에 우리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일어나 춤을 추면서 어쩔 줄 모르며, 또 마음을 가만히 있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때에 천관보살이 대덕 가섭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장로로서 욕심이 적어 만족할 줄 알고 두타를 수행하여 항상 한적한 것을 즐기므로 하늘과 사람ㆍ아수라 등은 당신을 탑처럼 존경하는데,
왜 그 몸을 가누지 못하고 어린애처럼 춤을 추시면서 이 대중들 마음을 단속하지 않습니까?”
가섭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큰 회오리바람이 나무나 약초나 우거진 숲에 불 때 그것들은 부지할 힘이 없습니다.
그것이 본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지마는 스스로 부지할 수 없어 흔들리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지금 이 대수긴나라왕이 타는 거문고 소리와 아름답고 부드러운 노랫소리와 퉁소ㆍ젓대 소리들이 내 마음을 두드리는 것은 마치 회오리바람이 불어 나무들이 그 몸을 부지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훌륭한 장부의 서원과 위세ㆍ복덕ㆍ신력 등은 저 성문ㆍ연각 등의 위덕보다 뛰어났습니다.”
천관보살이 대덕 가섭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이 불퇴전(不退轉)의 자리에 있는 보살의 위덕의 힘을 보시오. 저 거문고 소리도 그들을 흔들지 못합니다.
대덕 가섭이여, 누가 이것을 보고 위없이 바르고 참된 보리의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까?
왜냐 하면 이 한량없는 지혜가 가진 위력은 이 거문고 소리를 듣고 스스로 부지하지 못하는
저런 위덕을 가진 사람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대승을 향해 물러나지 않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거문고와 다른 악기 소리들의 게송]
그때에 대수긴나라왕은 다시 거문고 줄과 8만 4천의 악기를 고루었다.
부처님의 위신의 힘과 또 대수왕의 전생 선근의 힘 때문에
그 거문고와 다른 악기 소리들은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법은 다 적정(寂靜)으로 향해 나아가나니
그리하여 상중하까지 있게 되었다.
비고 깨끗하며 아주 고요해 고뇌 없으며
번뇌 없는 최상의 법 지금 나타났어라.
중생이라 하지만 실로 중생 없나니
과거와 현재도 그러하여라.
음성으로 말하여 중생들 듣게 하나니
이 소리는 평등하기 법계(法界)와 같네.
모든 세계라 하지만 세계 없음과 같고
설명하는 일도 허공의 모양 같아
생기거나 늘거나 또한 멸하는 것도 없나니
허공처럼 허망함을 드러내 보였네.
모든 부처의 다 같음과
법계는 결코 무너지지 않음을 깨닫고
보시ㆍ계율ㆍ지혜 등은 한 모양으로 평등하여
모양 없는 것과 같음을 환히 알았네.
온갖 번뇌 아주 멸해 번뇌 없건만
망상(妄想)으로 거기서 분별하는 마음 내고
안도 바깥도 중간도 없는데
망령된 생각과 뒤바뀐 견해로 그것이 있네.
법도 법 아님도 망령된 생각도 없어
어떤 법을 찾아보나 아무 것도 없으면
그 명색(名色)이 실성(實性)과 같음을 깨달으리니
그는 세상 살아가도 물듦이 없으리.
과거와 미래는 그 끝과 한계가 없고
연설되는 그 법도 그러하나니
본제(本際)는 적멸(寂滅)하여 멸함이 다함도 없고
일정한 방위 없고 머무는 곳도 없네.
문자(文字)를 쓰기 때문에 이 법을 말하지만
이 문자란 원래 없어지는 모양이네.
이 문자가 없어지는 모양임을 깨닫고 나면
온갖 법에 대해 어떤 망상도 없어지리.
마음 가지기를 평등하게 가지면 가지는 바 없어
그것들은 법의 모양과 어긋나지 않으며
마음이나 수법(數法)이나 아무 생(生)이 없나니
모든 법은 평등으로 들어감을 알아야 하네.
끝이라 해도 끝이 없고 끊는다 해도 끊는 것 없으며
앞도 뒤도 중간도 다 얻기 어렵나니
3세가 다 평등한 줄을 밝게 알면
그 지혜는 끝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으리.
세상 사람들 그 명색(名色)을 탐해 집착하지만
있다는 견해도 없다는 견해도 다 고요하나니
인연법의 모양 밝게 깨닫고 나면
나ㆍ중생ㆍ목숨이라는 망상이 없어지리.
내가 있다는 견해 일으키지 않고
일체의 법도 일으키지 않아
만일 일으킨 것이 본래 일으킨 것이 없으면
그는 언제나 법인(法忍)을 따라 그대로 행하리.
그 성질은 마치 구름 속의 번개와 같아
모든 법은 다 나의 실성(實性)과 같고
나ㆍ사람ㆍ중생 등의 성질은 본래 빈 것이거니
이런 다라니 인(印)의 모양에 들어가라.
세 가지 해탈의 문(門)을 깨달은 바에 따라
한 모양과 모양 없음도 다 같은 모양이며
일체 존재하는 모든 법은 끝과 한계가 없지만
어떤 법에도 망령된 생각 본래 없도다.
문자(文字)로써 법을 분별해 말하되
위이니 중간이니 아래이니 하지만
문자에는 또 망령된 생각 없나니
진실한 이치를 찾아 분별해야 하네.
이치와 문자는 서로 응하므로
소리로서 두 가지 이치 없음을 말하나니
만일 그 본성이 항상 적정함을 안다면
그 본제(本際)의 성질은 언제나 저절로 끊어지리.
만일 본제의 성질이 항상 저절로 끊어지거든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온갖 행을 닦아
본제를 찾아 봐도 본제 없나니
그 큰 자비는 가장 청정하리라.
만일 그 큰 자비가 가장 청정해지면
괴로움에나 즐거움에나 다 같이 수행하여
높은 것도 낮은 것도 그에게는 없으리니
그야말로 이로움을 아는 대장부이니라.
법의 눈은 고요하고 가장 고요하나니
만일 보거나 보지 않거나 항상 고요하면
또 늘어나거나 줄어듦도 없으리니
그 성질은 번뇌를 떠나 언제나 고요하리.
허공의 소리를 붙잡기 어려운 것 같아
들어 알 수는 있으나 말할 수는 없나니
이 연설하는 것이나 그것을 듣는 것은
모두 진실이 아니어서 자재를 얻으리.
이렇게 거문고와 다른 악기들이 이 게송으로 법을 말할 때 8천 보살들은 다 생사가 없는 법인을 얻었다.
[묘한 게송 소리가 나오는 곳]
그때에 천관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묘한 게송 소리는 어디서 나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가 직접 대수왕에게 물어 보라. 그는 반드시 답해 줄 것이다.”
이때에 천관보살이 대수긴나라왕에게 물었다.
“대수긴나라왕이시여, 이런 묘한 게송 소리는 어디서 나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그것은 중생들의 음성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또 물었다.
“그 중생들 소리는 어디서 나옵니까?”
답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 중생들의 소리는 허공에서 나옵니다.”
천관보살이 다시 물었다.
“긴나라왕이시여, 중생들 소리는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까?”
긴나라왕이 되물었다.
“선남자여, 이 중생들 소리는 몸에서 나옵니까, 마음에서 나옵니까?”
천관보살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몸에서 나오지도 않고 마음에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몸은 어리석고 무지하여 초목이나 기왓장이나 돌과 같고,
마음은 형상이나 빛깔이 없으므로 볼 수도 없고
부딪침이나 걸림도 없어서 말할 수도 없는 것이
마치 저 환화(幻化)와 같기 때문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그것이 몸도 마음도 떠났다면 어디서 나오는 것입니까?”
천관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생각에서 나옵니다.”
“만일 허공이 없다면 그 소리는 무엇에 의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천관보살이 대답하였다.
“허공이 없다면 소리는 끝내 날 수 없습니다.”
긴나라왕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그러므로 모든 소리는 허공에서 나오는 줄을 알아야 합니다.
그 소리는 바로 허공의 성질로서 듣고 나면 곧 없어지고 없어진 뒤에는 허공의 성질과 함께 머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말하거나 말하지 않거나 허공의 성질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허공의 경계를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니 모든 법은 소리와 같습니다.
음성으로 법을 말한다 하나 그 소리에서는 법을 구해도 얻을 수 없고 그 법에서 소리를 찾아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러므로 모든 법은 말로써 말할 수 없고 다만 소리로 말할 뿐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말하는 것도 말함이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또 음성으로 말한다 하지마는 그 음성은 본래 머무는 곳이 없는 것입니다.
만일 머무는 곳이 없다면 그것은 견고하거나 진실한 것이 아니면서 곧 진실한 것이요,
진실하면 무너뜨릴 수 없으며,
무너뜨릴 수 없으면 일어남이 없고,
일어남이 없으면 사라짐이 없습니다.
사라짐이 없으면 그것을 청정이라 하고 그것은 희고 깨끗하며,
깨끗하면 그것은 더러움이 없고,
더러움이 없으면 그것은 광명이요,
광명이면 그것은 심성(心性)이며,
심성이면 모든 것을 뛰어나고,
모든 것을 뛰어나면 그것은 모든 모양을 뛰어나며,
모든 모양을 뛰어나면 그것은 바른 위치이니,
만일 보살이 바른 위치에 있으면 그것은 생사가 없는 법인을 얻은 것이요,
생사가 없는 법인을 얻었으면 일체를 다 알아 허공도 알고 사람도 압니다.
왜냐 하면 사람을 떠나지 않은 것을 허공[空]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즉 공(空)으로서 그는 무상(無相)도 알고 상(相)도 압니다. 왜냐 하면 이 상의 실성(實性)이 곧 무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무원(無願)도 알고 원도 압니다. 왜냐 하면 원의 실성(實性) 모양은 곧 무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일체 법의 성질과 중생의 성질과 모두는 멸한다는 인(忍)도 그렇게 압니다. 왜냐 하면 일체 중생의 나고 죽는 성질은 마치 환상이나 꿈과 같기 때문이니, 보살이 생사가 없는 법인을 얻었다는 것이 이것입니다.
일체의 법과 어긋나지 않고 일체의 법을 거슬리지도 않아 이 법인을 그대로 따르면 법인도 모든 법을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니,
가는 것이 없으면 오는 것도 없을 것이요, 만일 가고 옴이 없으면 일체 법을 아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주(常住)의 성질은 법의 성질과 같으며 중생도 그러합니다.
만일 이 경지를 얻어 여법하게 그대로 수행하면 그것이 곧 생사 없는 법인을 성취했다는 것입니다.
일체의 말은 곧 소리이니 남에게 말하기 위해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생사가 없는 법인은 말할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습니다. 왜냐 하면 그 이치는 얻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이 법인은 소리도 아니요, 말도 아닙니다.
선남자여, 여래 세존께서는 큰 위덕이 있어서 얻을 수 없는 이치와 동일하나니,
얻을 수 없는 이치로서 얻음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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