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연기초승법문경 상권
0. 설법의 인연과 개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께서 실라벌(室羅筏) 서다림급고독원(誓多林給孤獨園)에 머무셨다.
그때 많은 비구[苾芻]들이 안적당(安適堂)에 모여 앉아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의논하였다.
“여러 대덕들이여, 세존께서는 일찍이 무량한 법문으로 12분(分)의 매우 깊은 연기(緣起)를 말씀하셨습니다.
최초에 무명(無明)을 말씀하셔서 연기의 성품[緣性]으로 삼으셨는데,
무슨 인연(因緣)으로 일체의 번뇌와 모든 행(行)의 연(緣)에서 오직 무명만을 연기의 성품이라 하셨을까?
이 무명에서 어떠한 특별함을 보셨을까?”
이 때문에 곧 시비(是非)가 일어났다.
그때 세존께서 하늘에 머물러 노니시다가, 사람을 뛰어넘는 청정한 하늘 귀[天耳]로 이 일을 들으셨다.
해가 저물 무렵에 선정에서 나와 안적당에 나아가셔서 대중 앞에 평상시와 같이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맺고 앉으시어 맑고 아름다운 음성으로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무슨 까닭에 이 법당에 모여서 시비를 일으키는가?
너희들은 지금 무엇을 의논하려고 이 법당에 모였는가?”
그때 대중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기에 모여서 이와 같은 내용을 의논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일찍이 무량한 법문으로 12분의 매우 깊은 연기를 말씀하시기를,
그 최초에 무명을 말씀하셔서 연기의 성품으로 삼으셨는데,
무슨 인연으로 일체 번뇌와 모든 행의 연에서 무명만을 말씀하여 연기의 성품이라 하셨을까?
이 무명에서 어떠한 특별함을 보셨을까?’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런 까닭에 갑자기 시비(是非)를 일으켰으며, 저희들은 이것을 토론하기 위하여 여기에 모였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그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다음과 같은 분별연기초승법문(分別緣起初勝法門)이 있으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지극히 잘 생각하여라. 너희들에게 말하리라.
어떤 것이 분별연기초승법문인가?
이른바 열한 가지의 특별한 일 때문에 연기의 처음에 무명을 선설하여 인연의 성품을 삼는다.
어떤 것이 열한 가지인가?
이른바 소연이 특별한 점[所緣殊勝]과,
행상이 특별한 점[行相殊勝]과,
인연이 특별한 점[因緣殊勝]과,
등기가 특별한 점[等起殊勝]과,
전이가 특별한 점[轉異殊勝]과,
사행이 특별한 점[邪行殊勝]과,
상상이 특별한 점[相狀殊勝]과,
작업이 특별한 점[作業殊勝]과,
장애가 특별한 점[障礙殊勝]과,
수박이 특별한 점[隨縛殊勝]과,
대치가 특별한 점[對治殊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