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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익범천소문경 제1권
3. 분별품(分別品)[1]
[거란본에는 「보살정문품(菩薩正問品)」 제3 으로 되어 있음]
[삿된 질문과 바른 질문]
이때 망명보살이 사익범천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당신은 바르게 묻는 보살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고 하셨는데,
무엇을 보살이 묻되 바르게 묻는다고 합니까?”
범천이 말했다.
“망명이여, 만약 보살이 남[彼]과 나[我]로써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하며,
분별법(分別法)으로써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합니다.
만약 남과 내가 없는 질문이라면 바르게 묻는 것이라 하고,
분별하지 않는 법으로써 묻는다면 바르게 묻는 것이라 합니다.
또 망명이여, 태어남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하고,
소멸함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하며,
머무름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합니다.
만약 태어남 때문에 묻는 것이 아니거나, 소멸함 때문에 묻는 것이 아니거나, 머무름 때문에 묻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을 바르게 묻는 것이라 합니다.
또 망명이여, 만약 보살이 더러움을 위함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하고,
깨끗하기 위함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하며,
생사(生死)를 위함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하고,
생사를 벗어나기 위함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하고,
열반(涅槃)을 위함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합니다.
만약 더러움과 깨끗함을 위함 때문에 묻는 것이 아니거나, 생사나 생사를 벗어나기 위함 때문에 묻는 것이 아니거나, 열반을 위함 때문에 묻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을 바르게 묻는 것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법위(法位)에는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으며 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으며 열반도 없기 때문입니다.
또 망명이여, 만약 보살이 보기 위함 때문에 묻거나, 끊기 위함 때문에 묻거나, 증득(證得)하기 위함 때문에 묻거나, 닦기 위함 때문에 묻거나, 얻기 위함 때문에 묻거나, 과보[果]를 위함 때문에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 합니다.
만약 보는 것도 없고, 끊음도 없고, 증득함도 없고, 닦음도 없고, 얻음도 없고, 과보도 없기 때문에 묻는다면
이것을 바르게 묻는 것이라 합니다.
또 망명이여, 이것은 선(善)이며 이것은 불선(不善)이라고 하는 것을 삿된 질문이라 하며,
이것은 세간법(世間法)이며 이것은 출세간법(出世間法)이라고 하거나,
이것은 법에 죄가 되고 이것은 법에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거나,
이것은 유루법(有漏法)이며 이것은 무루법(無漏法)이라고 하거나,
이것은 유위법(有爲法)이며 이것은 무위법(無爲法)이라고 하는 등의 이와 같은 두 가지 법을 의지하는 바에 따라 묻는 것을
삿된 질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둘[二] 이라고 보지 않고, 둘이 아니라고도 보지 않고 묻는다면,
바르게 묻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망명이여, 만약 보살이 부처님을 분별하여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고 합니다.
법을 분별하거나, 승(僧)을 분별하거나 중생을 분별하거나 부처님의 국토를 분별하거나 모든 승(乘)을 분별하여 묻는다면, 삿된 질문이라고 합니다.
만약 법에서 하나라거나 다르다는 생각을 내지 않고 묻는다면, 바르게 묻는 것이라고 합니다.
[바른 법과 삿된 법]
또 망명이여, 일체의 법은 바르기도 하고 일체의 법은 삿되기도 합니다.”
망명이 범천에게 말했다.
“무엇을 일러 일체의 법은 바르기도 하고 일체의 법은 삿되기도 하다고 하는 것입니까?”
범천이 말했다.
“모든 법성(法性)은 무심한 까닭에 일체의 법은 바르다고 하는 것이니,
만약 무심한 법 가운데서 마음으로 분별하여 본다면 일체의 법은 삿되다고 하는 것입니다.
일체의 법이 상(相)을 떠난 것을 바르다고 하는 것이니,
만약 이 상을 떠난 것을 믿고 이해하여 통달하지 않는다면 이는 곧 모든 법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만약 모든 법을 분별한다면 증상만(增上慢)에 들어가 분별하는 바를 따르게 되니, 모두 삿되다고 하는 것입니다.”
[모든 법의 바른 성품]
망명이 말했다.
“무엇을 일러 모든 법의 바른 성품[正性]이라고 합니까?”
범천이 말했다.
“모든 법은 자성(自性)을 여의고, 욕심[欲際]을 여의었으므로 이것을 바른 성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망명이 말했다.
“이와 같은 바른 성품을 조금 알 수 있습니다.”
범천이 말했다.
“이 바른 성품은 하나가 아니며 많지도 않습니다.
망명이여, 만약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모든 법의 바른 성품을 이와 같이 알 수 있되, 이미 알았거나, 지금 알거나, 미래에 알게 된다면, 이러한 사람은 이미 얻은 법(法)도 없고, 지금 얻을 법도 없고, 미래에 얻을 법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얻음도 없고 분별함도 없음을 이름하여 ‘지은 바의 일을 판상(辦相)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람이 모든 법의 바른 성품에 대해 듣고 부지런히 정진한다면 이것을 ‘말씀하신대로 수행함’이라고 하니, 하나의 지(地)로부터 하나의 지에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하나의 지로부터 하나의 지에 이르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에게는 생사가 있지 않고, 열반이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은 생사를 얻으심이 없고 열반도 얻으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망명이 말했다.
“부처님께서는 생사를 건네주기 위하여 설법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범천이 말했다.
“부처님께서 보이신 법에 생사를 건넌 것이 있습니까?”
망명이 말했다.
“없습니다.”
범천이 말했다.
“이러한 인연을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에게 생사를 벗어나 열반에 들어가도록 하신 것이 아니라,
다만 망상으로 생사와 열반을 두 가지 상(相)으로 분별하는 이를 제도하신 것뿐이니,
이 가운데는 진실로 생사를 건너 열반에 이르게 한 것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법은 평등하여 오고 감이 없고, 생사를 벗어남도 없으며, 열반에 들어가는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때 세존께서 사익범천을 칭찬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모든 법의 바른 성품을 말했으니, 응당 네가 말한 것과 같도다.”
이 법을 말할 때에 2천 명의 비구는 모든 법을 받지 않고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생사를 얻음도 없고 열반을 얻음도 없으니,
여래가 비록 생사를 말하지만 진실로 어떤 사람도 생사를 오고 감이 없고, 비록 열반을 말하지만 진실로 어떤 사람도 멸도(滅度)를 얻은 이가 없다.
만약 이 법문에 들어오는 이가 있다면, 이런 사람은 생사의 상(相)도 없고 멸도의 상도 없다.”
[도를 닦고 지혜를 구하는 법]
이때 모임 가운데 오백 명의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공연히 범행(梵行)을 닦았습니다.
지금 멸도함이 있는 분을 실제로 보고 있는데도 멸도함이 있지 않다고 말씀하시니,
저희들은 어떻게 해야 도를 닦고 지혜를 구할 수 있겠습니까?”
이때 망명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법에 대하여 본다는 생각을 낸다면 이 사람에게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반드시 열반을 본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생사를 건너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열반은 모든 상(相)이 소멸하여 없어지고 일체의 흔들리는 생각과 희론(戱論)을 멀리 여읜 것이라 이름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바른 법 안에서 출가하였으나 이제 외도(外道)의 삿된 견해에 떨어졌습니다.
열반의 결정된 상을 보는 것은 비유하자면 참깨[麻]에서 기름이 나오고, 낙(酪)에서 소(酥)가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사람이 모든 법의 멸상(滅相) 가운데서 열반을 구한다면 저는 이런 무리들은 모두 증상만(增上慢)의 사람이 된다고 말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르게 도를 행하는 자는 법에 대하여 생겨남[生]도 짓지 않고 멸(滅)함도 짓지 않아서, 얻을 것도 없고 과보[果]도 없습니다.”
망명이 범천에게 말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 5백의 비구들을 그대는 마땅히 방편을 지어서 그들의 마음을 인도하여 이 법문(法門)에 들어오게 하고, 믿음과 이해를 얻어 모든 삿된 견해를 여의도록 해야만 합니다.”
[허공의 비유]
범천이 말했다.
“선남자여, 가령 항하사(恒河沙)만큼 많은 겁을 지날지라도 능히 이와 같은 법문(法門)에서 벗어날 수는 없으니, 비유하자면 어리석은 사람이 허공을 두려워하여 허공을 버리고 달아난다 해도 이르는 곳마다 허공을 떠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 모든 비구들 역시 그와 같아서 비록 다시 멀리 간다 해도 공상(空相)을 벗어날 수 없고, 무상(無相)의 상을 벗어날 수 없고, 무작(無作)의 상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또 마치 어떤 사람이 허공을 찾아 동서로 달려가면서
‘나는 허공을 얻고자 한다. 나는 허공을 얻고자 한다’ 말해도
이 사람은 단지 허공의 이름만을 말하는 것이어서 허공을 얻지 못하고 허공을 가고 있어도 허공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 모든 비구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열반을 구하고자 하여 열반 가운데를 가고 있으면서도 열반을 얻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열반이라는 것은 단지 이름만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허공이란 단지 이름만 있고 얻어 가질 수 없는 것과 같이,
열반도 역시 이와 같아서 단지 이름만 있을 뿐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이때 5백 명의 비구들은 이 법을 설하는 것을 듣고서 모든 법을 받지 않고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며, 아라한(阿羅漢)의 도를 얻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만약 사람이 모든 법에 대하여 끝내 멸상 가운데서 열반을 구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부처가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범부(凡夫)도 아니며, 배운 것도 아니며, 배우지 않은 것도 아니며, 생사에 있지도 않고 열반에 있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기 때문이니, 일체의 흔들리는 생각과 희론을 멀리 여의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바른 지혜의 이로움]
이때 장로(長老) 사리불(舍利弗)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지금 바른 지혜를 얻었으니, 자기에게 이로움이 되는가?”
5백의 비구들이 말하였다.
“장로 사리불이여, 저희들은 지금 모든 번뇌를 얻어서 지을 수 없는 것을 짓고 있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이런 말을 하는가?”
모든 비구들이 말하였다.
“모든 번뇌의 실상(實相)을 알았기 때문에 모든 번뇌를 얻었다고 말한 것이며,
열반은 곧 지음이 없음을 본성으로 하는데, 저희들이 이미 증득했기 때문에 지을 수 없는 것을 짓는다고 말했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그대들은 이제 복전(福田)에 머물면서 능히 공양을 소화할 수 있겠구나.”
여러 비구들이 말했다.
“위대한 스승이신 세존께서도 오히려 모든 공양을 소화하지 못하시는데 어찌 하물며 저희들이겠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이런 말을 하는가?”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법성(法性)을 보시고 법성은 항상 청정하다는 것을 아시기 때문입니다.”
[공양과 복전과 선지식 등에 관하여]
이에 사익범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누가 마땅히 공양을 받을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세간의 법[世法]에 끌리는 바가 되지 않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응당 공양을 소화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법에서 취하는 것이 없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세간의 복전(福田)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리(菩提)의 성품을 무너뜨리지 않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중생의 선지식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체의 중생들에게 자심(慈心)을 버리지 않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부처님의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자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부처의 종자(種子)를 끊지 않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부처님을 공양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능히 무생의 경지[無生際]를 통달한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부처님을 친근(親近)히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목숨을 잃는 인연에 이르더라도 금계(禁戒)를 무너뜨리지 않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부처님을 공경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6근(根)을 잘 덮어버리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구를 재물이 있는 부자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재물을 성취한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구를 만족함을 안다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출세간(出世間)의 지혜를 얻은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멀리 여읜 자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3계 가운데서 원하는 바가 없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구족(具足)한 자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능히 일체의 번뇌[結使]를 끊은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즐거운 사람[樂人] 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탐욕과 집착이 없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탐욕이 없는 자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5음(陰)을 알고 보는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탐욕의 강을 건넜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능히 6입(入)을 버린 자이다.”
“세존이시여, 누가 피안(彼岸)에 머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능히 모든 도(道)는 평등하다는 것을 아는 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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