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상보살문대선권경 상권
[애경보살과 여인]
선권을 행하는 보살은 지혜의 칼을 가지고 하고 싶은 때를 따라 선교방편으로 5욕락을 익히나니,
제자승(弟子乘)에 뜻을 둔 자는 좋아하지 않으면서,
‘자비를 발했거늘 어찌 이와 같이 방일한가? 오히려 자기도 제도 못했거늘 어찌 능히 중생을 제도하며 마원(魔怨)을 항복받으랴? 그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하거든,
보살은 지혜도(智慧度)의 다함없는 법과 선권방편으로 뜻에 하고 싶은 대로 하여 지혜의 칼로 진로(塵勞)를 끊고, 모든 그물을 벗어나 노닐기를 마음대로 하여 모든 불국토에 두루하고 여인의 국토를 떠나 더러움이 없느니라.”
그때에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은 애경(愛敬)이었다. 사위대성(舍衛大城)에 들어가서 차례로 행걸(行乞)하다가 귀족의 집에 이르렀다.
귀족에게 딸이 있었으니, 이름은 집상(執祥)이었다.
누관(樓觀) 위에서 비구의 소리를 듣고 밥을 먹다가 문득 밖에 나와 곧 그의 얼굴을 보고 방일한 뜻이 발동하여 그 욕정이 매우 치열하였으나 뜻을 얻지 못하고 기절하여 그 몸은 요동하였다.
비구는 그녀가 부정한 생각 일으켰음을 보고 곧 속으로 생각하되,
‘무엇을 법락(法樂)이라 이르느냐? 스스로 좋아하는 것이니, 그는 공(空)하여 진실함이 없는 것이 마치 물거품과 같아서 따를 바가 되지 않으리.
귀와 눈과 코와 입과 몸과 뜻은 썩은 고기와 같아 가죽으로 쌓고 피부로 덮였다. 발로부터 이마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좋게 되랴?
쟁송(諍頌)할 것도 없고 상(想)과 염(念)도 없다.
법은 안팎이 없고 또한 수명도 없어서 있는 바 없나니, 마음이 어디에 착(着)할 것이며, 또한 무엇을 받을 것인가?
애욕의 티를 영원히 떠났고, 또한 얻을 것도 없다’고 말하여 모든 법이 생기는 바 없는 것임을 자세히 관하였다.
애경보살은 즉시 생기지 않는[不起] 법인(法忍)을 얻고 뛸 듯이 기뻐하여 땅에서 네 길 아홉 자나 떨어진 허공에 있으면서 사위성을 일곱 번 돌았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애경보살이 허공에 올라 있는 것이 기러기와 같아서 신족(神足)이 걸림 없이 자유자재함을 보시고 현자(賢者)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애경보살이 날아 노닐고 행동하는 것이 기러기와 같은 것을 보았느냐?”
아난은 대답하였다.
“이미 보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난이여, 애경보살은 색욕의 행으로 인하여 불법을 얻었으며, 마군을 항복받고, 곧 법륜(法輪)을 굴렸으며, 집상(執祥) 여인은 마침내 여인의 몸을 전환하여 도리천(忉利天)의 자감(紫紺)천궁에 태어남을 얻었고, 자연한 변화로 480리(里) 궁전이 있었고, 1만 4천의 옥녀(玉女)가 함께 서로 모셨나니,
이 덕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마음을 발하여 스스로
‘무슨 행으로 여기에 태어남을 얻었을까?’라고 생각하여
즉시 본래 사위국의 귀족의 딸이었는데, 애경보살을 사랑하고 그리워하여 이 색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고 여자 몸을 전환하여 곧 남자가 되었고, 자연인 신통 변화로 한량없는 대중이 모셨음을 알았다.
탐욕에 뜻을 두고도 이에 이러한 과보를 얻었거늘, 어찌 하물며 청정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보살에게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고 공경을 다함이랴? 지금 풍류의 오락이 어찌 장구하랴? 항상 마땅히 세존에게 나아가고 또한 애경보살을 볼지어다.”
이에 천자는 그 권속과 함께 각기 하늘 꽃과 전단(栴檀)과 잡향(雜香)을 가지고 높은 위광(威光)으로써 함께 세존과 애경보살에게 와서 모두 꽃과 향을 받들어 올리고,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서 각기 차수(叉手)하고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잡념 없으시니
최상인 그 쾌락 한량없으시네.
여래께서는 마음과 뜻 없으시어
최상의 도를 얻으셨나이다.
저는 사위국에서 여자 되어
명망과 덕망 말할 수 없고
그 집상 장자의 딸로서
단정 수묘하며 보물로 몸치장하였고
부모에게 귀염과 사랑 받았나이다.
부처님의 제자 집착한 바 없음이여,
그 이름 애경으로서 위신력 위대했나이다.
그가 사위성에서 걸식하는데
저는 부드럽고 미묘한 그 음성 듣고
기쁜 마음에서 공양을 가지고
법이 다함없는 그에게 나아갔나이다.
여래의 제자 애경의 도덕이여,
저는 그를 보고 산란한 마음에서
애욕ㆍ탐애와 방일에 미혹하여
저의 소원 만일 못 이루면
곧 살 수 없고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 당시엔 입을 열어 말 못하며
음식 바치려도 드리지 못하고서
저는 애욕과 방일 때문에
즉시 그곳에서 목숨 마쳤나이다.
비록 도에는 합하지 못했으나
더러운 여자 몸 벗어 버리고
부처님께서 칭찬하시는 남자 되어
즉시 도리천궁에 태어났나이다.
그 도리천궁 높고 또 미묘하여
비할 데 없이 보배로 이룩되고
1만 4천의 여러 권속과
모든 미인과 5욕락 모두 구족했나이다.
그리고 즉시 스스로 생각하되
나는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되었던가?
이윽고 이 일 알아냈사오니
애욕의 마음으로 과보 얻음이었나니
애경보살 보자 마음 기쁘며
방일한 마음에서 탐스럽게 보았기에
이의 덕으로 이 과보 얻어
좋은 나무에 광명 비춤 같았나이다.
마땅히 부처님 제자가 되어
있는 곳마다 마음대로 지혜에 머무르리.
애욕 마음의 과보도 이렇거늘
하물며 공양 올린 사람이오리까.
나의 몸은 바로 여래의 제자이니
거룩하신 불지혜 구하기 원하옵고
마땅히 항사겁(恒沙劫) 동안 수행하여
큰 뜻을 버리지 않으오리다.
모두 좋은 스승 애경 때문이오니
곧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오리.
도만을 받들고 섬기어 친소가 없이
오직 부처님 법만을 배우기 원하나이다.
거룩하고 미묘한 도를 닦으오리.
방일한 마음에서 보고 집착하여
여자의 몸 즉시 전환하고서
용맹스런 남자의 몸 얻었나이다.
부모는 집에서 모두 울부짖고
죽은 시체 보고 가슴 치며
마음에 나쁜 방자[蠱道]라 생각하여
욕설 퍼부으며 이 사문이라 꾸짖었나이다.
때마침 천자는 부처님의 위신 받고서
부모에게 나아가 갖추어 해명하되
사문에게 성내어 꾸짖다가
장차 긴 밤의 고뇌 얻지 마옵소서.
부모께선 나를 알아보시려 하나이까.
나는 이미 도리천에 올라가고서
그 즉시 여자의 몸 벗고
천자 되어 위세가 높아졌나이다.
부모님께선 편히 계실 곳에 이르시어
꾸짖은 죄 자수하고 회개하옵소서.
구호할 길 얻을 수 없사오나
오직 부처님의 구호할 길만 있나이다.
그때 부모는 부처님의 음성으로
용감하게 권유하고 교화하심 듣고
모두 마음이 풀리어 권속과 함께
부처님 처소에 같이 나아갔나이다.
함께 양족존(兩足尊)께 머리 조아리고
즉시 성내었던 허물 뉘우치고서
모두 함께 부처님을 공경하여
편히 머무름 묻고 바른 이치 해결했나이다.
어떻게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오며
어떤 것이 불법승께 순종함이온지
저희들 위해 말씀하여 주옵소서.
만일 듣는다면 다른 마음 없으오리다.
부처님께선 그의 마음 아시고
구세(救世)의 입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되
일체 부처님께 공양하고자 할진대
도의 뜻 굳게 하고 모든 생각 제어하리.
부모와 친속 여러 남녀들이
그 수효 5백이었사온데
부처님의 말씀 듣고서
동시에 큰 도의 마음 내었나이다.
부처님의 말씀 인자하시나니
아난이여, 나의 말 좀 들어 보소서.
보살의 행은 끝도 밑도 없어
선권방편으로 지혜에 머무나니
애경보살의 원도 그와 같아서
어떤 여인이라도 나를 애경하면
곧 여인의 몸 전환하여
사람 중의 최상인 남자 된다 하네.
아난이여, 이 거룩한 보살 보옵소서.
다른 사람에게 한 짓이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거늘
방일한 마음으로 그 모습 탐내어
애욕에 빠졌지만 남자 되었나이다.
그 보살 마음엔 천자가 나에게 공양하면
항상 공경하므로 안락 얻고
저 공양한 것으로 오랜 겁 후에는
부처 되어 선견(善見)이라 이름하리.
이 5백 사람도 도의 뜻 세워
또한 마땅히 부처님 되오리니
어떤 사람 듣고 부처님께 공양 않으리오.
그 마음 기뻐하며 안락 한량없으리다.
그 애경보살의 교화한 여자 수를
계산하면 하나 둘도 아니요,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那由他)니
애욕의 마음으로써 도에 서게 하였나이다.
곧 약왕(藥王)이요, 큰 덕이시니
보살이 어찌 더러움 있으리오.
번뇌로 인해서도 안락을 베푸시었거늘
하물며 공양 하거나 받드는 것이오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