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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야바라밀다경 제538권
1. 묘행품(妙行品) ①2]
[보살마하살의 뜻]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살마하살이라 말씀하셨는데, 어떤 것이 보살이라 하는 구절 뜻입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온갖 법을 배워서 집착함도 없고 거리낌도 없으며 온갖 법을 깨달아서 집착함도 없고 거리낌도 없으면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구하여 증득하고 유정을 이롭게 한다는 것이 바로 보살이란 뜻이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보살을 무슨 까닭에 마하살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 큰 유정들 가운데서도 우두머리이기 때문에 다시 마하살이라 하느니라.”
이 때에 사리자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변재로서 보살을 이런 이치 때문에 마하살이라 한다 함을 말씀하려 하오니, 원하옵건대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야,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때이니라. 너의 뜻대로 말하여라.”
사리자가 아뢰었다.
“모든 보살은 방편 선교로써 모든 유정들에게 법요를 연설하여서 나라는 소견과 유정이라는 소견과 목숨이라는 소견과 보특가라라는 소견과 있다는 소견과 없다는 소견과 아주 없다는 소견과 항상하다는 소견과 몸에 대한 소견薩迦耶見]과 그 밖의 갖가지로 집착함이 있는 소견들을 끊게 하나니,
이러한 이치에 의하여 마하살이라 합니다.”
그 때에 선현이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변재로써 보살을 이런 이치 때문에 마하살이라 한다 함을 말씀하려 하오니, 원하옵건대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때이니라. 너의 뜻대로 말하여라.”
선현이 아뢰었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일체지지를 증득하기 위하여 깨달음의 마음과 무루심과 견줄 이 없으면서 같은 마음과 성문이나 독각들과 공통하지 않은 마음을 일으키되 이와 같은 마음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나니, 이와 같은 이치에 의하여 마하살이라 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일체지지는 바로 참된 무루(無漏)이어서 삼계에 떨어지지 않고 일체지지를 구하는 마음도 이는 참된 무루이어서 삼계에 떨어지지 않는 것인데 이와 같은 마음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보살을 마하살이라 합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이와 같은 마음에 대해서도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이와 같은 모든 마음은 마음의 성품心性]이 없기 때문에 집착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이런 마음에 마음의 성품이 아닌 것이 있습니까?”
선현이 도리어 사리자에게 물었다.
“이런 마음의 성품이 아닌 데서 있다 없다 함을 얻을 수 있습니까?”
사리자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선현이여.”
선현이 말하였다.
“이 마음의 성품이 아닌 데서 있다 없다 함을 얻을 수 없다면,
어떻게 ‘이런 마음에 마음의 성품이 아닌 것이 있느냐’고 물을 수 있습니까?”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을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당신을
‘다툼 없는 정려에 머무른 이로서 맨 첫째이니라’고 하셨는데,
진실로 성인께서 하신 말씀과 같습니다.”
[큰 공덕의 갑옷]
이 때에 만자자(滿慈子)가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변재로써 보살을 이런 이치 때문에 마하살이라 한다 함을 말씀하려 하오니, 원하옵건대 허락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자자야,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 때이니라. 너의 뜻대로 말하여라.”
만자자가 아뢰었다.
“모든 보살은 온갖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큰 공덕의 갑옷을 입었기 때문에 대승에 나아가 대승의 수레를 타기 때문에 마하살이라 합니다.”
그 때에 선현이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심과 같이 모든 보살마하살이 큰 공덕의 갑옷을 입는다 하셨는데,
어느 정도이어야 모든 보살마하살이 큰 공덕의 갑옷을 입었다 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생각하기를
‘나는 마땅히 한량없고 수없고 끝없는 유정들을 제도하여 남음 없는 열반無餘依涅槃]의 경계에 들게 하리라’고 하여서,
비록 이와 같이 한량없고 수없고 끝없는 유정들을 제도하여 남음이 없는 열반의 경계에 들었다 하더라도 법이나 모든 유정에 열반을 얻은 이는 없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모든 법의 법 성품은 마땅히 그러해야 하기 때문이니라.
비유컨대 요술쟁이나 혹은 그의 제자가 네거리 길에서 요술로 대중을 만들어 놓고 서로서로 해치게 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가운데서는 진실로 서로가 해를 끼쳐서 죽거나 다친 일이 있겠느냐?”
선현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비록 이와 같이 한량없고 수없고 끝없는 유정을 제도하여 남음 없는 열반의 경계에 들게 한다 하더라도 법이나 모든 유정에는 열반을 얻는 이가 없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일을 듣고도 놀라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물러나지 않으면, 이 보살마하살은 큰 공덕의 갑옷을 입은 줄 알지니라.”
그 때에 선현이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모든 보살마하살이 공덕의 갑옷을 입지 않은 것이 바로 큰 공덕의 갑옷을 입은 것인 줄 알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니라. 모든 보살마하살은 공덕의 갑옷을 입지 않았나니, 그것이 바로 큰 공덕의 갑옷을 입은 줄 알지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일체지지는 만듦도 없고 지음도 없기 때문이니, 온갖 유정 역시 만듦도 없고 지음도 없건만 모든 보살마하살은 그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공덕의 갑옷을 입는 것이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까닭에 일체지지는 만듦도 없고 지음도 없으며 온갖 유정 역시 만듦도 없고 지음도 없는데,
모든 보살마하살은 그 유정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공덕의 갑옷을 입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조작하는 것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물질은 만든 것도 아니고 만들지 않는 것도 아니요 짓는 것도 아니고 짓지 않는 것도 아니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만든 것도 아니요 만들지 않는 것도 아니요 짓는 것도 아니고 짓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니라. 왜냐 하면 물질 내지 의식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구수 선현이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의 뜻을 이해하기로는 물질 내지 의식은 물들음도 없고 깨끗함도 없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물질은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은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물질의 진여(眞如)는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의 진여는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에 만자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존자께서는 물질은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씀하시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 역시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씀하시며,
물질의 진여는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씀하시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의 진여 역시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씀하십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만자자가 말하였다.
“어떠한 물질이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씀하시고, 어떠한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씀하시며,
어떠한 물질의 진여가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씀하시고, 어떠한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의 진여가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씀하십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저는 요술쟁이 같은 물질이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요,
요술쟁이 같은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며,
요술쟁이 같은 물질의 진여가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요,
요술쟁이 같은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의 진여가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물질 내지 의식과 그의 진여는 있지 않기 때문에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멀리 여의기 때문에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고요하기 때문에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모양이 없기 때문에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조작이 없기 때문에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나거나 없어짐이 없기 때문에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으며,
물들거나 깨끗함이 없기 때문에 속박도 없고 해탈도 없나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대승에 나아가 공덕의 갑옷을 입는다고 합니다.”
[대승]
그 때에 선현이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든 보살마하살이 대승에 나아가 공덕의 갑옷을 입고 대승의 수레를 탈진대,
어떤 것이 대승이면 어느 정도이어야 대승에 나아간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대승은 어느 곳으로부터 나와서 어느 곳에 이르러 머무르며,
이와 같은 대승은 머무를 데가 어디며,
누가 또 이 대승의 수레를 타고 벗어납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대승이란 곧 한량없고 수없는 것의 더한 말增語]이니, 끝없는 공덕이 함께 이룩되기 때문이니라.
너는 다음에 묻기를
‘어느 정도이어야 대승에 나아간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하였는데,
선현아, 만일 보살마하살이 보시 내지 반야바라밀다를 부지런히 행하면서 한 보살의 지위로부터 한 보살의 지위로 나아가면, 이 정도이어야 대승에 나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 줄 알지니라.
너는 다음에 묻기를
‘이와 같은 대승은 어느 곳으로부터 나와서 어느 곳에 이르러 머무르느냐’고 하였는데,
선현아, 이와 같은 대승은 삼계 안에서 나와서 일체지지 안에 이르러 머무른 줄 알지니라.
그러나 둘이 없음을 방편으로 삼기 때문에 나옴도 없고 머무름도 없느니라.
너는 다음에 묻기를
‘이와 같은 대승은 머무른 데가 어디냐’고 하였는데,
선현아, 이와 같은 대승은 도무지 머무르는 데가 없거니와 그러나 이 대승은 머무르는 데가 없는 데에 머무느니라.
너는 마지막에 묻기를
‘누가 또 이 대승의 수레를 타고 벗어나느냐’고 하였는데,
선현아, 도무지 이 대승의 수레를 타고 벗어나는 이가 없는 줄 알지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탈 수레와 타는 이와 이로 말미암고 이를 위하는 처소와 시간도 모두 있지 않아서 도무지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
온갖 법은 모두가 있지 않아서 모두 얻을 수 없기 때문이거늘 그 가운데서 어떤 법으로 타고 어떤 법으로 나오고 어느 곳에 이르러 머무르기에 타는 이라 하겠느냐?”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승이라 함은 온갖 세간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 등을 두루 초월하여 가장 거룩하고 가장 훌륭합니다.
이와 같은 대승은 허공과도 같나니, 마치 허공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끝없는 유정을 널리 수용할 수 있는 것처럼,
대승도 그러하여서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끝없는 유정을 널리 수용합니다.
또 마치 허공은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고 머물러서 볼 수 있는 것도 없는 것처럼,
대승도 그러하여서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고 머물러서 볼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또 마치 허공이 앞과 뒤와 중간의 시간을 모두 얻을 수 없는 것처럼,
대승도 그러하여서 앞과 뒤와 중간의 시간을 모두 얻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대승은 가장 거룩하고 가장 훌륭하며 허공과도 같아서 수용함이 많되 움직이는 것도 없고 머무르는 것도 없으며, 삼세(三世)가 평등하고 삼세를 뛰어나기 때문에 대승이라 합니다.”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그러하고, 그러하니라. 너의 말과 같아서 보살의 대승은 이와 같은 등의 끝없는 공덕을 갖추었느니라.”
이 때에 만자자가 바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먼저 대덕 선현에게 모든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여 보이라고 하시더니,
이제 무엇 때문에 대승을 말씀하십니까?”
그 때에 선현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앞에서 말한 갖가지의 대승의 이치가 혹시 말할 바의 반야바라밀다에 어긋나지나 않았습니까?”
부처님께서 선현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앞에서 말한 갖가지의 대승의 이치는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에 수순한 것이요 어긋남이 없느니라.
그 까닭이 무엇인가?
온갖 착한 법은 모두가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에 포섭되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니라.”
구수 선현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앞끝도 얻을 수 없고 뒤끝도 얻을 수 없고 중간끝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물질이 끝없기 때문에 보살마하살도 끝없는 줄 알겠으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끝없기 때문에 보살마하살도 끝없는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얻을 수 없다]
또 세존이시여, 물질에 의해서도 보살마하살은 있지 않아서 얻을 수 없으며, 물질을 떠나서도 보살마하살은 있지 않아서 얻을 수 없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떠나서도 보살마하살은 있지 않아서 얻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아서 세존이시여, 저는 이들의 온갖 법에서는 온갖 종류와 온갖 처소와 온갖 시간으로써
보살마하살을 구하여도 도무지 보이는 것이 없고 끝내 얻을 수 없으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구하여도 도무지 보이는 것이 없고 끝내 얻을 수 없으며,
일체지지를 구하여도 도무지 보이는 것이 없고 끝내 얻을 수 없는데,
어떻게 저로 하여금 모든 보살마하살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반야바라밀다에서 마지막인 일체지지를 빨리 증득하게 하라 하십니까?
[임시로 붙인 이름]
또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다만 붙인 이름이 있을 뿐입니다.
나 등이 마침내 나지 않아서 다만 붙인 이름이 있을 뿐이요 도무지 제 성품이 없다고 하시는 것처럼,
모든 법도 역시 그러하여 마침내 나지 않아서 다만 붙인 이름이 있을 뿐이요 도무지 제 성품이 없습니다.
이 가운데서 어떠한 것이 물질이기에 마침내 나지 않습니까?
만일 마침내 나지 않는다면 물질이라 하지 못할 것입니다.
어떠한 것이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기에 마침내 나지 않습니까?
만일 마침내 나지 않는다면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라 하지 못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물질 이것으로 보살마하살을 얻을 수 없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 이것으로 보살마하살을 얻을 수 없으며, 이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온갖 법에서 온갖 종류와 온갖 처소와 온갖 시간으로써 보살 등을 구하여도 모두 얻을 수 없는데,
장차 어떠한 법을 가르치고 어떠한 법을 수행하여 어떠한 곳과 때에서 어떠한 법을 증득해야 합니까?
또 세존이시여, 부처님ㆍ박가범이란 다만 붙인 이름이 있을 뿐이요, 온갖 보살이란 다만 붙인 이름이 있을 뿐이며,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도 다만 붙인 이름이 있을 뿐입니다.
마치 나 등이 마침내 나지 않아서 다만 붙인 이름이 있을 뿐이요 도무지 제 성품이 없다고 하시는 것처럼,
모든 법도 그러하여서 다만 붙인 이름이 있을 뿐이요 도무지 제 성품이 없는데,
어떠한 것이 물질이기에 이미 취할 수도 없고 날 수도 없으며,
어떠한 것이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기에 이미 취할 수도 없고 날 수도 없으며,
모든 법의 제 성품이기에 이미 취할 수도 없고 날 수도 없습니까?
만일 법에 성품이 없으면 역시 날 수도 없고 이 남이 없는 법無生法]도 날 수가 없거늘, 제가 어찌 마침내 나지 않는 반야바라밀다로써 마침내 나지 않는 모든 보살마하살을 가르치고 경계하여 마지막을 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나지 않는 법을 떠나면 얻을 수 있는 법도 없고 보살마하살로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행할 수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설법을 듣고 마음이 잠기거나 빠지지 않고 물러나거나 꺾인 일도 없고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면,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다를 닦는 이인 줄 알겠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만일 이 때에 보살마하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면서 모든 법을 관찰하면,
이 때의 보살마하살은 온갖 물질에서 도무지 얻는 바가 없고 받음도 없고 취함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집착함도 없고 또한 물질을 위하여 시설하지도 않으며,
온갖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서 도무지 얻는 바가 없고 받음도 없고 취함도 없고 머무름도 없고 집착함도 없고 또한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위하여 시설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이 보살마하살은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에 물질을 보지 않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도 보지 않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물질의 성품은 공하여 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의 성품은 공하여 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물질에 남이 없고 없어짐도 없으면 곧 물질이 아니며,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 남이 없고 없어짐이 없으면 곧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아닙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물질 내지 의식과 남이 없고 없어짐도 없는 것은 둘이 없고 둘로 구분됨도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 하면 남이 없고 없어짐이 없는 법은 하나도 아니요 둘도 아니요 여럿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물질 내지 의식에 남이 없고 없어짐도 없으면 곧 물질 내지 의식이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물질에 둘이 없으면 곧 물질이 아니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에 둘이 없으면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이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물질은 둘이 없는 법의 수(數)에 들어가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도 둘이 없는 법의 수에 들어가므로,
만일 물질을 말하면 곧 둘이 없는 법을 말하는 것이요, 만일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의식을 말하면 곧 둘이 없는 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말하였다.
“제가 당신께서 말씀하시는 뜻을 이해하건대, 나와 유정 등은 마침내 나지 않으며, 물질 내지 의식도 마침내 나지 않으며, 모든 부처님과 보살도 마침내 나지 않겠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무슨 까닭에 보살마하살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유정을 제도하기 위하여 여러 백천 가지의 행하기 어려운 고행(苦行)을 닦으면서 한량없고 참기 어려운 큰 고통을 갖추어 받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사리자여, 저는 저 남이 없는 법 가운데서 어떤 보살마하살이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유정을 제도하기 위하여 여러 백천 가지의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닦으면서 한량없고 참기 어려운 큰 고통을 갖추어 받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모든 괴로운 행에서는 즐거운 행이라는 생각을 짓고, 행하기 어려운 행에서는 행하기 쉽다는 생각을 지으며,
모든 유정에 대하서는 부모와 같고 형제ㆍ처자와 같고 자기 몸 같다는 생각을 지으면서 그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켜야 비로소 저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끝없는 유정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을 수 있습니다.
또 사리자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온갖 유정에 대하여 부모ㆍ형제ㆍ처자와 그리고 자기의 몸과 같다는 생각을 일으킨 뒤에는 생각하기를
‘나는 온갖 유정을 제도하여 온갖 나고 죽는 뭇 고통을 여의게 해야 하며,
여러 백천 가지의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일으켜서 차라리 나의 몸을 버릴지언정 그들은 버리지 않으리라’고 하나니,
그러나 유정의 괴로움과 고행에 대하여 유정의 괴로움과 고행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또 생각하기를,
‘나는 온갖 유정을 제도하여 온갖 나고 죽는 뭇 고통을 여의게 해야 하며,
여러 백천 가지의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일으켜서 차라리 나의 몸을 버릴지언정 그들은 버리지 않으리라’고 하나니,
그러나 유정의 괴로움과 고행에 대하여 유정의 괴로움과 고행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또 사리자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생각하기를
‘나의 제 성품을 온갖 법에서 온갖 종류와 온갖 곳과 때로서 구하여도 얻을 수 없는 것처럼, 안팎의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도무지 있지 않으며 모두 얻을 수 없다’고 해야 하나니,
만일 이 생각에 머무르면 행하기 어려운 고행이 있다고 보지 않을 것이며,
이로 말미암아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끝없는 유정을 위하여 여러 백천 가지의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닦으면서 큰 이익을 지을 수 있습니다.”
대반야바라밀다경 제539권
1. 묘행품(妙行品) ②
[태어남이 없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이 모든 보살마하살은 진실로 남生]이 없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이 모든 보살은 모두가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다만 보살만이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보살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모든 보살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다만 보살의 법만이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일체지지(一切智智)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일체지지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다만 일체지지만이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일체지지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일체지지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다만 일체지지의 법만이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범부의 무리들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모든 범부의 무리들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다만 범부의 무리들만이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범부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모든 범부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는 것입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말하였다.
“만일 모든 보살 모두가 진실로 남이 없고 모든 보살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고, 일체지지가 진실로 남이 없고 일체지지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고, 모든 범부의 무리들이 진실로 남이 없고 범부들의 법도 진실로 남이 없다면,
어찌 보살마하살은 일체지지를 따라 증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렇다면 남이 없는 법無生法]은 마땅히 남이 없는 법을 얻을 것입니다.”
선현이 대답하였다.
“나는 남이 없는 법 가운데서 증득함이 있고 현관(現觀)이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모든 남이 없는 법은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나는 법生法]이 나는 법을 증득하는 것은 인정하고, 남이 없는 법이 남이 없는 법을 증득하는 것은 인정합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나는 나는 법이 나는 법을 증득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고, 또한 남이 없는 법이 남이 없는 법을 증득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나는 법이 남이 없는 법을 증득하는 것은 인정하고, 남이 없는 법이 나는 법을 증득하는 것은 인정합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나는 나는 법이 남이 없는 법을 증득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고, 또한 남이 없는 법이 나는 법을 증득하는 것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어찌 도무지 얻는 것得]도 없고 현관(現觀)도 없겠습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비록 얻는 것이 있고 현관이 있다 하더라도 이 두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증득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세간의 말에 따라서 얻는 것과 현관이 있다고 시설할 뿐이요 으뜸가는 진리 가운데에 얻는 것과 현관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아직 나지 않은 법이 나는 것은 인정하고, 이미 난 법이 났다는 것은 인정합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나는 아직 나지 않은 법이 나는 것을 인정하지도 않고, 또한 이미 난 법이 났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나는 것은 난다고 인정하고, 나지 않은 것이 나는 것은 인정합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나는 나는 것을 난다고 인정하지도 않고, 또한 나지 않은 것은 난다고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당신은 말씀하신 남이 없는 바에서 남이 없는 모양을 말씀하고 싶어서 그러합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나는 말한 바의 남이 없는 법에서 남이 없는 모양을 말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남이 없는 법에서 남이 없다는 말씀을 일으키셨는데, 이 남이 없다는 말씀 역시 남이 없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남이 없는 법에서 남이 없다는 말을 일으키는데, 이 법과 말도 다 같이 난다는 이치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속에 따라서 남이 없는 모양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을 찬탄하였다.
“설법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당신이 제일이십니다. 부처님을 제외하고는 따를 수 있는 이가 없겠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묻고 따지는 갖가지 법문마다 모두 잘 대답하며 막힘이 없으면서도 법의 성품法性]에서 동요되거나 어긋남도 없기 때문입니다.”
선현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제자로서 온갖 법에 대하여 의지하거나 집착함이 없는 이는 으레 모두가 묻고 따지는 대로 낱낱이 대답하되 자유자재하고 두려워함이 없으면서도 법의 성품에서 동요되거나 어긋남이 없습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온갖 법은 의지할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물었다.
“이와 같이 말씀하신 매우 깊은 법요는 어떤 바라밀다의 위력으로 이룩되는 것입니까?”
선현이 대답하였다.
“이와 같이 말하는 매우 깊은 법요는 모두가 반야바라밀다의 위력에 의하여 이룩되는 것입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온갖 법에 의지할 바 없음을 말함에는 반드시 반야바라밀다로 말미암아 온갖 법의 의지할 바 없음을 통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의 설법을 듣고 마음에 의혹도 없고 헷갈리지도 않으면 이 보살마하살이야말로 이와 같은 머무름住]에 머물러서 항상 얻을 바 없음을 방편으로 삼아 언제나 부지런히 온갖 유정을 구제하는 일을 버리거나 여의지 않은 줄 알 것이며,
이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가장 훌륭한 뜻 지음作意]을 성취한 줄 알 것이니, 이른바 대비(大悲)와 상응한 뜻 지음입니다.”
이 때에 사리자가 선현에게 말하였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머무름에 머물러서 항상 버리거나 여의지 않고 대비와 상응한 뜻 지음을 성취할진대, 온갖 유정도 보살마하살을 이루어야 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온갖 유정 역시 이 머무름과 이 뜻 지음에서 항상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버리거나 여의지 않고 대비의 뜻 지음도 성품이 평등하기 때문이니, 곧 모든 보살마하살과 온갖 유정은 마땅히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선현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십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제가 말하는 뜻을 사실대로 아셨으니, 비록 저를 힐난難]한 것 같았으나 도리어 저의 뜻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왜냐 하면 사리자여, 유정은 제 성품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머무름과 뜻 지음도 제 성품이 없는 줄 알 것이며,
유정이 있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머무름과 뜻 지음도 있지 않은 줄 알 것이며,
유정이 멀리 여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머무름과 뜻 지음도 멀리 여읜 줄 것이며,
유정이 고요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머무름과 뜻 지음도 고요한 줄 알 것이며,
유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머무름과 뜻 지음도 얻을 수 없는 줄 알 것이며,
유정은 깨달음과 앎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머무름과 뜻 지음도 깨달음과 앎이 없는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머무름과 뜻 지음에서 항상 버리거나 여의지 않으며 모든 유정 역시 차별이 없나니, 온갖 법과 모든 유정은 모두가 마침내 공하여 차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이 알면서 막힘이 없으면, 이것이 참으로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 선현을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너는 모든 보살마하살을 위하여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잘 연설하고 보여 주었으니 이것은 모두가 여래의 위신력이니라.
만일 어떤 이가 모든 보살마하살을 위하여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연설하여 보이고자 하면 모두가 너와 같이 연설하고 보일 것이며,
만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다를 배우고자 하면 모두가 네가 말한 대로 배울 것이니,
만일 보살마하살이 네가 말한 대로 반야바라밀다를 배우면 이 보살마하살은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속히 증득하여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온갖 것을 이롭게 하고 안락하게 하리라.
그러므로 보살마하살들이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을 증득하고자 하면, 마땅히 매우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부지런히 닦고 배워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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