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구간(성삼재~복성이재)

[박찬명]

이번구간은 지리산 주능선에서 나와 남원시 운봉면, 아영면 등 북동 쪽으로 이어진다. 

지리산 둘레길과 일부 중첩되다가 길이 산처럼 물을(낙동강과 섬진강)

나누어(山自分水嶺) 대간을 잇는 곳도 경유한다.

백제와 신라의 영토전쟁, 고려말 왜구를 섬멸한 이성계의 황산대첩

흥부와 놀부 그리고 동학농민혁명 등 역사와 설화가 듬뿍 담긴 구간이기도 하다.

0 산행일자 : 2015.8.14~8.15(총 46차 중 36차 산행)

0 산행거리 : 40.1km(접속거리 없음)

0 날     씨 : 무덥고 습함(수증기로 가시거리 제약)

0 주요경로 : 성삼재~작은고리봉~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고기리~덕치리~수정봉

                입망치~여원재(1박)~고남산~유치3거리~사치재~아막성~복성이재 

8.14(금) 22:45 용산발 무궁화 열차는 4시간 반을 달려 이튿날 3시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역 앞 성삼재행 버스는 열차에서 내린 등산객들로 이내 만원이고, 일부는 그룹지어

택시로(성삼재 까지 35,000원) 출발한다. 모두 성삼재~천왕봉 종주하는 사람들이다.

잠시 쉬었다가 구례터미널까지 택시로(8,000원) 이동했다. 

터미널 식당에서 때이른 아침식사를 한 다음 편의점에서 

식수와 행동식을 구입하고 성삼재행 버스에 올랐다.

화엄사를 경유하는 버스는 약 40분 걸려 성삼재휴게소에 도착했다. 

 성삼재(性三峙)는 지리산 서쪽 끝 고개로 옛 마한의 성씨가 다른

3명의 장군이 지켰던 고개에서 유래되었다.

1988년 천은사까지 지리산 횡단도로가 개통되고 휴게소가 생겼다.

동쪽 노고단을 통해 지리산 주능선이 연결된다. 

휴게소 앞 넓은 주차장을 가로질러 조금 내려가다 도로 좌측으로 진입한다.

이슬 듬뿍 머금은 수풀길을 치고 올라 돌아보니 

어느새 노고단과 성삼재가  아침 햇살 뒤로 멀어져 간다.

(작은)고리봉. 남천의 발원지다. 남천은 여기서 북동쪽 운봉, 인월로 흐르다

 남쪽 함양으로 바꿔 낙동강 지류로 합류한다. 

만복대로 향하는 묘봉치에선 반야봉이 우람한 자태를 드러낸다.

습기가 많아서인지 차일을 두른듯 뿌옇다.

만복대 오르기 직전 지나온 길 되돌아 보고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 구례군 산동면에 걸쳐있는 봉우리.

萬福臺라는 말 그대로 지리산의 많은 복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리산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올 만큼 조망이 빼어나다.

만복대~정령치~(큰)고리봉 3km 능선은

 지리산에서 가장 드넓은 억새평원이 펼쳐지는 곳이다.  

남원시 산내면과 주천면 사이의 고개.

옛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기 위해

 鄭將軍을 파견하여 지키게 했다는데서 유래(서산대사의 횡령암기 기록) 했고,

신라 화랑이 무술을 연마하던 곳이라 전한다.

앞은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할 수 있고, 뒤로는 운봉평야을 끼고 있다.

지리산 마루금들(날씨 탓에 안내판으로 대신) 

(큰)고리봉. 여기서 대간은 좌측 고기삼거리로 내려가 바래봉 방향 지리산둘레길과 분기한다.

데크를 다 내려가 우측으로 돌아 나가면 남원에서 운봉으로 가는 60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60번 지방도로 따라 내려가면 덕치리(노치마을) 쪽으로 꺽어 들어간다.

백두대간이 왜 도로와 마을길로 이어질까? 예전에 산을 허물은 것일까? 

도로 왼편은 섬진강 최상류 지류인 구룡천 유역으로 구룡천이 頭部침식으로 分水界를 넘으면서 옛 낙동강 최상류 지류 구간을 쟁탈한 곳이다. 도로 오른편은 여전히 낙동강 유역이다.

구룡천은 급경사면을 따라 침식을 하면서 분수계를 넘고 하천 쟁탈전을 하였기에

완만한 낙동강 쪽 보다는 침식력이 탁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도로를 경계로 농경지 바닥의 고도는 왼편이 오른편에 비해 10cm 가량 더 낮다. 

이처럼 分水界가 능선에 있지 않고 계곡이나 분지 바닥에 나타나는 것을 

谷中分水界라 한다.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위 도로를 따라 정확하게 산길을 이어놓았다.

노치마을(남원시 주천면 덕치리)에 있는 수령 500년의 소나무. 조선 초 경주 이씨가 들어와

노치마을을 형성하면서 수호신으로 모시기 위해 심고 정성껏 가꾸었다고 한다.

매년 7월 백중에 마을에서는 당산제를 올리고 있다. 

노치마을을 지나 수정봉 오르며 바라본 지리산 능선.

찌는 듯한 무더위에 높이에 비해 된비알이어서 힘겹게 오른 수정봉.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와 주천면 덕치리, 이백면 효기리에 걸쳐 있다.

수정봉을 내려와 입망치를 지나면 여원재가 지척이다.

여원재(해발 477m)는 남원시 운봉읍 장교리와 이백면 양가리 사이의 고개.

옛날엔 남원과 함양 지역을 이어주는 교통로로 이용되었다.

고려 말 왜구가 침입했을 때 이성계의 꿈에 노파가 나타나

싸울 날짜와 전략을 일러주었는데 그로 인해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성계는 꿈 속의 노파가 고갯마루에서 주막을 운영하다가

 왜구의 괴롭힘으로 자결한 주모였다고 믿고 노파를 위로하기 위해

 사당을 지고 '女院'이라 불렀는데,

그 때부터 고개는 여원재(여원치)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일대는 갑오년(1894년) 당시 영남으로 진출하려는 동학농민군과

 관군(민보군과 수성군)이 대치하고 전투를 벌인 유적지이기도 하다.

대간 산행객들의 휴식처 여원치민박집.

60대 후반의 주인 할머니는 경상도 남해도에서

이곳 산골로 시집와 억척스레 살림을 일궜다고 한다.

넉넉한 인심에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을 한껏 자랑하기도.

민박집 할머니의 입담과 넉넉한 인심 덕에 편하게 쉬고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한다. 

24번 도로를 건너니 들녘 끝에 고남산이 햇살을 받으며 우뚝 서 있다. 

농로를 돌아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면 뒷산 자락이 고남산으로 이어진다. 

고남산 정상 직전 데크에선 사방 조망이 가능하다. 

지나온 지리산 능선과 여원재민박집(붉은지붕)이 희미하다.

고남산(846.5m) 정상석은 커다란데 셀카봉이 없으니 참 구도잡기 어렵다. 

고남산은 운봉읍과 산동면 경계에 위치하며, 운봉분지를 감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성계가 왜구토벌을 위해 제를 지낸 것에서 유래하여 태조봉 또는 제왕봉이라고도 불린다.

 고남산은 대간 주맥의 分水界로 동쪽의 운봉천, 남천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경호강과 합류,

낙동강으로 흘러들고 북서쪽은 요천을 통해 섬진강으로 흘러든다.

고남산을 내려오면 연속해서 임도와 접하는데 처음 2번은 우측으로,

마지막은 좌측으로 진행하여 통안재라는 조그만 푯말을 끼고 소로로 들어가면

88고속도로 확장공사 구간과 접하는데 줄쳐진 길을 따라 고개를 넘으면 매요리로 접어든다.

대간 산행객들에겐 막걸리 한 사발로 목축이며 쉬어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밭에서 김매던 할머니께서 곰삭은 김치와 시원한 막걸리를 내놓으시며

 물이 차가우니 먼저 씻고 마시라 권한다. 이른 점심시간이지만 다 비우니 든든하다.

매요마을에서 유치삼거리(남원시 운봉읍과 장수군 번암면이 분기한다)를 지나

왼편 산길로 접어들어 약 3km 정도 오르면 88고속도로 사치재 터널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덥고 습한 날씨에 체력은 방전 직전.

복성이재가 5.17km 남았다는 시그널이 너무도 반가웠는데,

나중에 확인된 건 2km 오차(7.2km) 였다. 지자체 제작 이정표가 이렇다니... 

숨이 턱에 닿게 된비알을 올라치면 88고속도로 지리산휴게소가 조망된다.

고남산을 다시 조망해보고

우측 끝은 덕유산(서봉, 남덕유) 인 것 같은데?

700미터급 봉우리를 연달아 오르내리면

이 지역이 옛 백제와 신라의 영토분쟁지 였다는 아막성 표지판이 있다.

 

아막성을 내려오면 이제 산행 종착지 복성이재가 코 앞이다.

복성이재는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의 경계로

시리봉과 봉화산(다음 구간)을 잇고 낙동강과 섬진강을 分水한다.

임진왜란 전 도탄 변사정(군량미 관리, 천기에 능통했다고 한다)이 전란을 예측,

대비하라는 상소를 올렸으나 평화로운 기운을 어지럽힌다하여 관직을 삭탈당했다.

변도탄이 보아하니 북두칠성의 복성이 갑자기 밝은 빛을 남쪽으로 비추므로

그 빛을 따라 지리산 쪽으로 가다가  별빛이 멎은 이 곳에서 쉬었는데 

'福星峙'이란 지명은 이 전설에서 유래하였다 전한다. 

복성이재가 있는 남원군 아영면 성리마을은 1992년 경희대 민족학연구소가

 흥부전의 배경지로 고증하였고 이 일대는 온통 흥부를 테마로 하고 있다.

예상보다 지체돼 남원행 버스는 가버렸다. 

콜택시(35,000원)로 남원시내로 들어가

사우나와 식사 후 KTX로 귀경하였다.

<산행을 마치며>

한 여름 더위는 걸음을 무겁게 했지만 민박집 할머니의 걸죽한 입담과 사는 이야기에

피로를 풀고 즐거웠으며 민초들의 삶 그 가슴 시린 애환이 지나 온 산과 들 어디에나

짙게 배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제3구간 복성이재~육십령으로 이어집니다)

[정재기]

읽어보니 참 힘든 여정이었구만!! 쉽지않네!! 산만타는 것이 아니고 인생을 배우는 것이구만!!!!!

[박찬명]

산이 어디 따로 있을 수 있남? 물과 길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어우러져야 의미가 있지 않겠수? 우리반 담임샘께서 지리를 잘 가르쳐 주신 덕에 요렇게 쏘다니고 있는지도 모르지.

[강형구]

박삼순 할머님이랑 인증 샷도 했구먼~~
이왕 만난김에 싸인 한 장 해 주고 오지??? 같은 박씨 아닌감~~

[박상복]

그렇네...ㅎ 박원순과 박남순은 자매지간이고 박찬명은 먼 친척뻘되는건가보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