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페라를 아시나요? 보신 적은 있나요? 많은 사람들은 오페라를 좋아하고 열광한다. 그런데 우리 제주대학 식구들은 어떠한가? 이번 학기 음악감상 수강생 66명 중 단 한 명도 오페라를 감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제주도에서는 좀처럼 오페라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김정희 예술학부 성악전공 교수
제주특별자치도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 개막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의 하나로 5월 29일부터 3일 동안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백록담’을 공연한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백록담은 제주 최초의 창작 오페라로서 2002년 초연된 이래 제주 뿐만 아니라 서울과 룩셈부르크 등에서 상연되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백록담은 조선 정조 때의 실화를 바탕으로 차범석이 각색하고 김정길 교수가 곡을 붙였다. 제주로 유배 온 선비 문길상과 제주 처녀 구슬이가 주변의 갖은 핍박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설문대할망의 도움으로 백록담에서 사랑을 이룬다는 제주특유의 사랑 이야기를 제주 사투리와 제주지역민요 등을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우리의 사랑이 죄랜 허민 어떤 벌이라도 받으쿠다. 사랑이 죄랜 허민 칼을 물엉 죽으쿠다’ 등의 노래가 제주 사투리로 불리워지고, 이야홍 타령이 연주되는 등 제주지역의 특색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오페라는 대사에 음악을 붙이고 이를 연극과 결부시킨 종합무대예술로서 159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그리스 신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음악극 ‘다프네’가 공연되면서 시작되었다. 음악적인 요소와 더불어 문학 또는 시적인 요소(대사), 연극적인 요소(극으로서의 구성과 연기), 미술적인 요소(무대장치와 의상), 무용적인 요소 등이 함께 어우러져서 음악사에서 가장 흥미롭고 다양하게 발전한 최고의 음악장르이다. 지금까지 2만 5천 개 이상의 오페라가 만들어졌으며, 이중 반 이상이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정통적인 비극적 오페라인 ‘오페라 세리아’는 소프라노 여자가 주인공으로서 가련하게 희생되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여자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것은 테너이지만 이를 조종하는 것은 바리톤이고, 메조 소프라노가 사건을 만들어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의 오페라는 1948년 서울에서 이인선의 국제오페라사가 공연한 베르디의 ‘춘희’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를 각색하여 1964년 엄앵란과 신성일 주연의 영화 ‘동백아가씨’가 만들어졌고 주제곡을 부른 이미자는 국민가수가 되었다. 1950년에는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 ‘춘향전’이 현제명에 의해 작곡되어 서울에서 10일 동안 초연되었다. 이후 한국 오페라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여 올해로 61주년을 맞이하였으며, 약 100개 내외의 오페라단이 전국 주요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3년부터 대구 국제오페라축제가 정부의 지원 속에서 매년 성황리에 열리고 있고, 서울, 부산, 대구 등의 전용 오페라 하우스에서 수많은 오페라가 공연되고 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매년 200회 내외의 오페라 공연이 이루어지면서 지역문화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제주는 창작 오페라 ‘백록담‘은 있지만 이를 전담하여 공연할 수 있는 도립 오페라단이 아직 없어서 매우 안타깝다. 이번 백록담 공연도 오페라단이 아닌 예술단이 합동하여 연주한다. 오페라 백록담을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만들어갈 뿐만 아니라 국내외에서 오페라를 공부하고 돌아온 성악가들이 제주도민들에게 수많은 아름다운 오페라를 보여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 되려면 도립 오페라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내인구가 약 60만 명이고, 매년 약 6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국제적인 관광지 제주도에 세계적인 문화상품의 하나로 오페라를 공연할 수 있는 도립 오페라단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기를 고대해본다.
출처 : 제주대미디어(http://news.jeju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