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다 보면 정치.외신면에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한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상대방을 다룰때 강온(强穩)두 가지 방법을 수시로 동원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표현이 말의 훈련과 관련된 용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당근을 준다는 것은 수고한 말에게 기호품인 당근을 선사한다는 것이고 채찍질은 말에게 벌을 주는 것으로 주마가편(走馬加鞭)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말은 단것을 좋아하는데 승마장에서 훈련을 끝낸 사람들이 자기가 탄 말에게 수고했다는 뜻으로 보통 당근을 준다.어떤 말은 사탕을 좋아하기도 한다. 어쩌다 상을 주지 않으면 말은 사람의 손바닥을 하거나 주머니를 뒤진다. 사람들이 말에게 습관을 만들어 주게 된 결과다.
몇 년전 경기도 원당종마목장에 일본에서 들여온 「코넬렌사」라는 종마가 있었는데 이 말은 각설탕을 주지 않으면 곧잘 심통을 냈다. 이 때문에 마방 입구에는 항상 각설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말이라고 해서 모두 단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먹어보지 않은 말은 먹을 줄 몰라 냄새만 맡다가 돌아서 버린다.
한국마사회 창립기념일에 말에게 특식을 주자고 해 직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잘생긴 백마에게 당근을 주는 행사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말이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아 박수를 치기 위해 기다리던 직원들은 머쓱해졌고 당근을 주려던 회장의 얼굴은 당근만큼이나 붉게 변한 적이 있다.
일반인들이 말에게 채찍을 가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 경마장이다. 기수는 결승선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채찍을 휘두른다. 말은 더 달려 달라는 기수의 뜻을 알고 젖먹던 힘까지 다하게 되는데 기수와 말의 동작이 일치하지 않으면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어떤 말은 채찍을 맞는 순간 꼬리를 휙 돌린다. 아프다는 신호이며 기수의 채찍에 반항한다는 의사표시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