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2년 11월 10일
산행장소 : 북한산 인수봉 설교벽
참가인원 : 10명(이선호, 최성근, 이종락, 유병상, 양현봉, 강진숙, 박현정, 크레이그, 이황주, 오일재)
산행날씨 : 흐리고 바람이 많음(멀리 일산쪽은 햇볕이 쨍쨍해 보임)
이번 등산이 처음에는 설악산 천화대로 정해졌다가 부득이한 사정(토요일 근무와 함께 혹시나 하는 스캔들? 걱정)때문에 금요일 장소 변경 글이 올라왔다. 토요일은 아이들 때문에 멀리 가기는 힘들었고 가까운 북한산으로 정해졌으니 올해 암벽을 배우고 한번도 해보지 못한 아쉬움으로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이라도 갔다 와야겠다는 마음을 정했다. 그리고 오래간만에 해보는 릿지다. 기억으로는 96년정도인가 도봉산 칼바위 릿지에서 발을 디뎌야 하는 동작에서 몸이 움직여주지 않아 옆으로 빠져 나와 그 길로 당일 산행을 마쳐 하산을 하였고 이후로는 계속해오던 릿지 등산을 않한 것 같다.
아침에 구파발에 도착하니 최성근선배님과 진숙이가 먼저 도착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8시35분경 처음에 참석하기로 했던 윤채린을 제외한 10명이 모두 모였다.-채린이는 등산학교1기 동기생으로 모처럼 얼굴을 보려 했는데 아쉬움이 있었다. 지하철역을 나와 송추행 버스(북한산성 종점 156번은 원효.염초봉 코스를 접하기는 쉬우나 숨은벽코스와 설교벽 코스까지는 많이 걸어야 함.)에 몸을 싣고 효자리에서 내려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북한산성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보였던 것과는 달리 한산했고 올라가며 몇몇 일행만을 마주치며 여유롭게 등산을 할 수 있었다.
설교벽 전체 코스는 북한산 효자리에서 출발(출발지점은 다양함)하여 숨은벽길로 올라가다 대슬랩 부분 조금 못미친 곳에서 좌측으로 하산하여 골짜기를 지나면서 다시 능선길로 올라와 릿지하며 인수봉 후면으로 올라가는 코스라고 한다.(예전에 릿지할 때는 원효.염초봉 만을 접해 보았으나 오늘로 인수봉이나 백운대에서 볼때 뒤쪽에 있는 암릉 릿지코스가 원효.염초봉 길, 숨은벽 길, 설교벽 길 의 전체 윤곽을 잡았다.)
전체적인 길 안내는 병상선배가 맡았다. 그리고 최성근·유병상선배와 함께 현봉씨가 번갈아 가며 앞에서 길을 여는 중에 약간씩 옆으로 돌아가므로 인해서 뒤에 오는 일행을 고생(?)시키기도 하였고, 제 길을 찾느라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병상선배의 책임감 있는 모습은 보기가 좋았다. 원효길과는 달리 워킹을 하는 구간은 긴 편이었고 릿지를 시작할 즈음 원효 길과 비교하니 벌써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있었다.
하네스를 차고 장비를 준비하여 다시 길을 올라가며 처음에 쉬운 몇몇 곳은 모두가 가볍게 해결하였고, 중간에 2~3m 정도되는 바위에서는 최성근선배님이 먼저 올라가 있으면서 뒤에 올라오는 크레이그를 보며 그것도 못하냐 하시면서 과감하게 재시범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런 아기 자기한 작은 바위를 지나 60°정도되는 크렉길(길이는 대략 6~7m 정도이며 왼쪽으로 비스듬한 사선식으로 되어있고 옆은 슬랩을 할 수 있음.)부분에서 진숙이와 현정이 그리고 크레이그는 암벽화로 갈아 신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상선배가 확보장비를 준비하여 현봉씨의 빌레이를 받으며 올랐다. 앞에 다른 팀이 밀려있음으로 인해 병상선배가 크랙 3분의2지점에 매달려 펌핑이 생겼다며 투덜대기까지 했다. 위에 있는 볼트에 퀵도르 걸고 클립 이후 오른손을 뻗어 홀드를 잡고 올라서 확보를 한 후 줄을 내렸다.
먼저 있던 바위에서 하강을 늦게 한 이선호 선배님은 뒤늦게 도착하여 바위를 보시고는 암벽화로 갈아 신더니 위에다 줄을 고정시킨 후 슬랩으로 시도했다. 워낙 밋밋한 바위면이라 발을 디디기가 힘들었으나 올라서는데 신중하고 정확하게 첫 발을 내디뎠다. 서너발을 옮긴 후 계속 올라가기가 부담스러우셨는지 왼쪽 바위와 겹치는 부분에서 언더로 바위를 잡고 완등했다.
크렉부분은 한사람 두사람 올라가며 남은 사람은 나와 최성근선배님만 남았고 내가 먼저 올라가게 되었다. 작을 크렉에 발을 디디면서 몸을 오른쪽으로 제끼는 동작으로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밑창이 딱딱한 워킹용 등산화는 결국 발이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흐트러지게 하고 말았다. 결국은 확보자(황주씨)의 도움을 두어번 받아가며 올라가는 처지가 되었다. 뒤에 붙은 최선배님은 역시 가볍게 올라왔다. 이어지는 긴 크랙 길은 시간 절약을 위해 자일 3개를 사용하였으며,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고 진숙이가 맨 마지막에서 정리를 하고 올라왔다. 올라온 후 조금 걸으니 인수봉 옆으로 인수산장이 보였다. 계속되는 작은 바위를 몇개 정도를 가벼이 지나면서 인수봉 정상에 도착했다.
인수봉 정상에 도착하니 시간이 3시30분경.
지난 5월 등산학교 교육 때 처음 발을 디디고 이번이 두번째다.
6개월만의 인수봉 등반!
부상으로 인한 많은 시간이 흘렀고 처음으로 나온 산행으로 마음 한 구석에 뿌듯함을 느꼈다.
먼저 도착한 다른 팀들은 식사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하산하려고 하였고, 중간에 휴식을 가지며 조금씩 먹은 음식으로 인해서인지 배고품은 없었지만 정상에서 먹는 먹거리는 가히 꿀 맛 그대로였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일행은 하산하기 위해 준비를 하였고 60자 두 동을 묶어 자일을 내리고 한 줄 하강으로 신속하게 하강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병상선배가 뒷정리를 하고 하강완료. 일행은 각자의 장비를 정리하여 배낭을 꾸리고는 인수산장을 향했다.내려오는 도중 먼저 내려온 다른 팀들은 각 루트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고 하늘길을 지나면서는 5월달의 등반모습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는 하늘길을 다시 오르겠지. 언제쯤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인수봉을 뒤로하며 발걸음은 도선사 주차장에 닿아있었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으며 차가운 바위를 만지는데 손에 감각이 없을 적도 있었지만 그런데로 산행을 하기에는 좋았다.
주차장에서 차를 기다리면서 산에서 먹은 각종 안주에 구색이라도 맞추듯 간단하게 막걸리로 입을 축이고 내려와 음식점에서 뒤풀이를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 음식점을 나온 시간이 7시경 일행 각자는 서로의 방향에 맞추어 버스에 몸을 싣고 귀가를 하였다. 오늘은 선.후배님들 덕분으로 즐거운 산행을 하였고, 부상으로 인한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는 하루였기에 귀가 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 처음하는 길이고 스스로에 대한 부담으로 지나왔던 코스가 바로 잊혀져 재미 있던 다른 이야기 꺼리를 빠뜨리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 비록 릿지일지언정 크레이그의 안전에 대한 준비와 등반자세가 방식에 따라 과한 부분도 있겠으나, 항상 조심하는 습관은 몸에 배어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