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소풍
나는 항암하러가는 날을 소풍 가는날 이라고 명명 했다. 15%의 확률에 당첨되어서 6개월만에 재발했다. " 너무 얏봤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게을렀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어쩌라구? 몸이 말을 안듣는데 난들 무슨 재간이 있나?"
"제가 너무 건강(?)한가 봐요? 일흔 나이인데, 늙으면 암세포가 잘 못 자란다고 하던데요? 빨리 재발 된 것 같아서요" 의사는 "그 놈이 좀 고약하고 나쁜놈이라서 그래요" 한다. 그런가보다.
표적치료하는 신약을 써 보자고 한다.
잠시 침묵했다. 모르니까 뭐라고 판단 할 수도 없다.
딸내미가 몇가지를 질문 한다. " 음~ 똘똘하게 질문을 잘 하는군" 의사들 인터뷰를 3년 넘게 하더만 즈그끼리 아는 단어들이 춤을 춘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차피 내가 모르고 다른 대안을 낼 수도 없는터라 표적항암치료 해 보자고 했다.
연구용으로 시신기증도 하는 마당에 임상연구대상이 좀 되어 보면 어떠랴 싶은 생각이 든다. "미리 연구 좀 하라고 하지 뭐"
또 시작이다. 항암하기전 피뽑기,통에 들어가서 숨참기, 조형제가 들어가면 차가운 물이 스윽 들어오는것 같다가 뜨끈뜨끈한 열감이 온 몸으로 퍼지는 느낌은 인체 해부도의 혈관 그림에 뜨거운 혈액이 흐르는 그림이 그려진다.
모르고 매맞을 때는 맞고 나서 아픈데, 알고 맞으려니 미리 아프려고 한다. 젠장
어제는 소풍날 전 날 처럼 서성거리기도 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입원을 하지 않고 병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은 어떻게 전개될까?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조금 긴장이 되긴 하나보다.
낮잠을 잔 탓도 있겠지만, 어제 저녁에는 잠을 설쳤다. 그래도 별 문제없다. 병원에서 자면 되니까~ 밥맛도 없다. 친구가 보내준 환자용음료 한팩과 삶은계란을 하나 먹고 혈압약을 먹었다.
손녀에게는 빵을 구워 살구쨈을 발라주니 다행이 잘 먹어준다. 딸은 아침은 건너 뛰고 빨리 가잖다.
약간 늦을수도??? 내부순환도로에서 내려오는 길이 병목현상으로 항상 10분이상 막히는데 오늘은 더 심한거 같다. 젠장, 바쁘다고하니 신호등마다 걸린다.
병원도착, 딸내미 보고는 샌드위치 사오라고 시키고 나는 원무과에 계산을 하고 심전도실로 갔다. 뭐야? 원무과에 수납 하란다. 좀 전엔 돈이 더 들어왔다며 환불해 주더니, 바쁘니까 태클이 많네 . 릴렉스~~~릴렉스~~~
의사와 면담을 하고 임상간호사와 외래항암센터앞에서 번호표를 뽑으니 수납하란다. 다행히 일곱시간을 외래에 머물때는 하루입원으로 쳐준다고한다. 오!!! 예~~~, 실비보험 면책기간이라 생돈 내야하나?했는데, 입원계정은 면채기간이 아니니까 혜택을 받을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간호사가 소리쳐 부르지 않는다.
카톡으로 연락을 하던지 전화를 한다.
<외래 항암 약물센터입니다.09호 04번 으로 입실하여 주십시오>하고 연락이 온다.
에먼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전화가 온다. " 지금 어디계세요? 9호실인데 어디계십니까?""19호실요 ~ 금방 갈께요~"
아이쿠!!! 늙은이 티를 팍팍 내고 있다.
앗싸! 창가에 배정이 되었다. 케모포트에 주사기를 꽂아지고 약병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비로소 편안하게 쉬게 되었다.
비로소 소풍이다. 책 읽다가 꺄무룩하게 잠이 든다.
간호사가 다녀간것도 모르게 깊이 잠들었나보다.
약병이 바뀌어 있었다.
뉴욕에 있는 노선생과 수다를 떤다.
모처럼 한가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옆 침상의 젊은 남자는 나하고 비슷한 성향인것 같다. 음성 톤이 명랑한다.그 이는 옆구리에 항암제를 착용하고 갔다가 금요일에 주사기를 빼러 온단다. 무슨 암인지는 모르지만, 좀 성가시기는 할 듯 하다.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 왔는데, 마지막으로 병실을 나간다. 10시간 소풍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