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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애플의 미디어 이벤트 이후 SNS가 갑론을박으로 시끄러웠다.
아이폰6와 화면이 갤럭시처럼 커진 아이폰6플러스, 그리고 애플 워치가 함께 발표됐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가장 의미심장했던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애플 페이(Apple Pay)'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가리지 않고 돈 쓰는 방식을 영원히 바꾸고 이를 애플이 관리하겠다는 팀 쿡의 비전은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애플 페이 진영에는 화려한 동맹군이 포진해 있다.
카드사로는 비자와 마스터, 아멕스 카드가 있고, 은행으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체이스은행 등 미국 6대 은행이 포함돼 있다.
즉 신용카드, 직불카드와 현금카드가 연결되고, 은행 계좌도 연동된다.
여기에 메이시 백화점, 블루밍데일, 맥도널드 같은 거대 소매업체들이 연대한다.
중요한 것은, 애플엔 이미 8억 개의 신용카드가 담긴 애플스토어와 아이튠스가 있다는 사실이다.
계좌 수로만 따지면 페이팔(이베이의 지급 결제 서비스)보다 많아 독자적으로 사업해도 되는데,
금융시장의 전통 강호들을 모아 생태계를 구성했다. 동반 성장 전략이다.
은행들도 적극적이다. 체이스은행은 애플 페이를 지지한다는 포스터와 함께 100명의 전담 직원을 둔다고 했다.
10월부터 미국 내 22만개 매장에서 애플 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장차 전 세계 수십억 개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점을
끌어들일 잠재력을 갖고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신용카드사들과 달리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은 애플페이 사용자나 가맹점, 혹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서 일체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소상점의 가입 확대를 유도하고자 하는 심산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스트바이나 월마트는 애플 페이의 가능성을 높이 보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스마트폰으로는 잘 결제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를 잘 아는 애플은 편리한 사용 경험(UX)과 철저한 전방위적 보안이라는 양수겸장의 전략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사용 경험 측면에서 보면, 우선 신용카드 등록 절차가 어느 모바일 결제 시스템보다 편리하다.
그냥 우버처럼 신용카드를 사진으로 찍거나, 아이튠스에 이미 등록한 카드를 승인하기만 하면 된다.
애플 페이를 사용할 때는 사용자가 지문 인식 기술인 터치아이디(Touch ID) 버튼 위에 손가락만 올려놓으면 신원 확인이 되어
비밀번호를 외워야 하는 불편 없이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현존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꼼꼼한 보안 장벽을 두었다.
신용카드 정보는 클라우드 서버나 아이폰에 남기지 않고, 아이튠스의 토큰과 같은 가상 정보를 이용한다.
그래도 매장에서 카드 단말기를 이용할 때 실제 신용카드 번호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보안 장벽을 쳤다.
신용카드 정보와 개인 정보는 판매자에게 넘겨주지 않고, 토큰 정보를 사용한다.
거래 정보는 아이폰에 남기지 않아 아이폰을 분실해도 염려 없다.
이런 보안은 매장에도 이롭다. 신용카드 오(誤)결제로 생각보다 많은 거래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용 경험과 보안은 경쟁사들에 기술적 장벽이 된다.
예를 들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완벽히 지배하는 애플과 달리, 삼성은 통신사들과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할 수 없다.
가장 논란이 되었던 특징은, 애플 페이가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사용한다고 밝힌 점인데,
이 때문에 애플 페이의 실패를 예측하기도 한다.
NFC는 교통카드처럼 단말기에 가까이 대기만 해도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
이 기술은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에 거의 모두 장착되어 있지만,
이 스마트폰 결제를 활용하려면 업소마다 30만~50만원대 결제용 단말기를 구비해야 하는 탓에 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업소가
많지 않아 확산되지 않고 있었다. 결국 구글은 발을 뺐다.
그런데 이런 NFC 시장에 애플이 진입했다.
이제는 적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이를 시장에서는 NFC가 열리는 신호탄이라 보기도 한다.
이미 주유소나 수백만 개 이상의 매장에서 NFC 단말기가 사용되고,
신용카드사와 은행은 보안 강화를 위해 NFC 단말기로 교체하도록 매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해 세계적인 추세이다. 즉 이 문제는 머지않아 해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애플은 NFC를 애플 페이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즉 우리나라에서 교통카드 용도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이는 NFC 기반의 결제를 중심으로 애플 페이의 독자적 생태계를 형성해 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애플 페이의 닻을 올린 것은 또 하나의 파괴적 혁신과 신성장 동력을 위한 승부수로 보인다.
당장 페이팔이나 소상인 중심의 결제시장을 주도하려는 스퀘어, 그리고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려는 알리페이와
결전을 벌일 것이다.
만약 애플이 애플 페이의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면서 아이폰과 아이워치를 편한 결제 수단으로
소비자의 마음속에 인식시킬 수 있다면, 완전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