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8월 29일 목요일. 덥다.
우리는 루아지 터미널에서 엘젬 원형경기장을 찾아 걸어간다. 메마르고 뜨거운 거리를 걷는다. 박물관 건물이 하나 왼쪽에 보인다. 흰색 건물에 붉은 깃발이 있다. 관리하는 직원과 고목나무와 도자기가 박물관 앞을 지키고 있다.
삼거리 앞에는 상가와 식당 건물이 있고 작은 정원에는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작은 가게들을 지나 좁은 길로 걸어서 10분 정도를 걸어가니 엘젬 원형경기장이 나온다. 감동이다. 우리의 꿈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꿈은 찾아가면 만나게 되는 것이다. 경기장 앞에는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하다. 사막의 장미석도 보인다. 모자이크 작품들도 팔고 있다. 옛날 동전을 비롯해 유물들을 팔고 있다. 우리는 원형경기장으로 들어간다.
견고하고 규모가 엄청 크다.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보다 잘 보존되어있는 것 같다. 경기장 셩벽 부스에서 입장권을 팔고 있다. 관광객은 12디나르(4,800원), 거주자는 8디나르다. 들어간다.
엘젬 원형경기장 혹은 티스드루스 콜로세움은 튀니지 엘젬 시에 위치한 타원 모양의 원형경기장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되었다.
엘젬 원형경기장은 지금의 튀니지 일대가 로마 제국의 아프리카 속주로 편입되던 서기 238년경 티스드루스 (현 엘젬)에 세워진 것이다.
전 세계에 남아있는 로마 유적 중에서도 가장 잘 보존된 것으로, 특히 아프리카 내에서는 단연 독보적이다. 로마 제국의 원형경기장이 다 그렇듯, 엘젬 원형경기장도 관람 경기를 위해 지어졌으며 세계에서 제일 큰 원형경기장 중 하나다.
수용인원은 35,000명으로 추정되며 긴축과 짧은 축의 길이는 각각 148m와 122m에 달한다. 평지 위에 돌을 깎아 만든 블럭을 쌓아올려 만들었으며 그 당시의 모습이 유난히 잘 보존되어 있다.
지금 남아있는 엘젬 원형경기장은 똑같은 자리에 지어진 세 번째 경기장으로, 지방총독 고르디아누스 (훗날 황제 고르디아누스 3세)가 지었다는 설이 확실하다.
중세에는 요새로 쓰였으며 430년에 반달 족, 647년 아랍인이 침공해 들어왔을 때에는 지역 주민들의 대피 처로 쓰였다.
1696년 튀니지 혁명 기간에는 무함마드 베 알무라디가 자신의 형제 알리 베 알무라디가 경기장 내에 머물며 저항하자 경기장 벽을 뚫고 들어오기도 했다. 18세기 말과 19세기에는 초석을 만드는 공방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1850년경에는 아흐메드 1세 이븐 무스타파의 명으로 더욱 파괴되어 벽에 난 구멍이 거의 30m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19세기 후반에는 경기장 잔해를 지지대 삼아 가게나 집, 곡물창고 등으로 쓰이기도 했다.
많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다양한 시련이 있었지만 본래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후에는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이나 《글래디에이터》 등의 영화에서 배경으로 쓰이기도 했다. 전경 사진이 멋지게 걸려있다.
사암을 깎아 만든 경기장은 견고해 보인다. 광장으로 들어가 둘러본다. 5층 정도의 높이에 지하까지 있는 규모가 웅장하다. 보전이 잘 되어있다. 관광객이 많다.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하다. 회랑으로 이루어진 통로를 걷는다.
역사가 느껴진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다. 내려다보는 모습이 시원하다. 경기장 밖의 도심 모습도 눈에 훤히 들어온다. 낮은 주택가에 모스크의 탑만 솟아있다. 파란 하늘에 비둘기가 앉아있다.
입구의 원형계단이 로마시대 극장 같다. 반대편의 쭉 뻗은 도로에 모스크가 보인다. EL JEM이라는 붉은 글씨가 보인다. 내려다보이는 경기장은 타원형이다. 감동이다. 당시 로마시대의 군중이 된 느낌이다.
계단에서 사진을 찍는다. 지하로 내려간다. 터널이 어둡다. 이곳에 갇혀있던 맹수와 검투사와 기독교인들이 생각난다. 사진을 찍고 의자에 앉아 있다가 조용히 빠져나온다. 모자이크를 구경한다.
로마군인과 배, 돌고래 모스크 등 작품이 다양하다. 모자이크의 둥근 기념품도 팔고 있다. 낙타가 한 마리 앉아있다. 손님을 기다리는데 한가하다. 이제 돌아간다. 좁은 길에 차들이 마주 오면 막힌다.
모스크를 지나가는데 건물이 옛날 교회였던 것 같은 모양이다. 광장에는 천막을 치고 대추야자를 팔고 있다. 청색 타일 장식이 있는 작은 모스크를 지나간다. 청색 문이다. 타일 장식을 자세히 보니 새 모양도 들어있다.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루아지가 몇 대 없다. 그늘에 기대선 젊은이들이 힘들어 보인다. 수스 행 표를 샀다. 두당 6.82디나르(2,730원)다. 표를 파는 아가씨는 한국을 좋아한다고 한다.
아마도 BTS때문 인 것 같다. 수스 행 루아지에서 8명이 채워지기를 기다린다. 살찐 아주머니가 왔다. 쉽고 편하게 엘젬에서 돌아온다. 익숙해진 고속도로를 달려 수스에 다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