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
十二支*
* 지지(地支).
쥐
밤눈에 귀도 밝아 딱이네 척후병과
가뿐히 소 등 타고 사뿐히 먼저 뛰어
십이지 첫손 꼽히는 영리함이 돋보여
쥐[子]
밤눈에 귀도 밝아 딱이네 斥候兵科
가뿐히 소 등 타고 사뿐히 먼저 뛰어
十二支 첫손 꼽히는 怜悧함이 돋보여
소
질마는 멍에지만 워낭은 고임 치레
어려서 코를 뚫려 뿔조차 별무소용
한겨울 여물 대접에 삼철 노역 잊는다
소[丑]
질마는 멍에지만 워낭은 고임 치레
어려서 코를 뚫려 뿔조차 別無所用
한겨울 여물 待接에 三철 勞役 잊는다
범
개호주 굴을 비워 멧도야지 산 내리고
퇴깽이 저 잘났다 없는 풍신 떨고 말고
뭐하노 사람 못된 놈 물어갈 놈 쌨구만
범[虎]
개호주* 窟을 비워 멧도야지 山 내리고
퇴깽이** 저 잘났다 없는 風神*** 떨고 말고****
뭐하노 사람 못된 놈 물어갈 놈 쌨구만
* 범의 새끼
** 토끼
*** 풍채(風采)
**** 속담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이다’에 의거함.
퇴
빨간 눈 마주치며 물 닦아 풀을 넣고
길다란 두 귀 움켜 똥 오줌 털어내고
타다닥 씹한다 히히 일찍 눈을 떴거늘
퇴[兎]*
빨간 눈 마주치며 물 닦아 풀을 넣고
길다란 두 귀 움켜 똥 오줌 털어내고
타다닥 씹한다 히히 일찍 눈을 떴거늘**
* 토끼. 민간의 말을 빌어서 씀.
** 토끼 교미(交尾)는 순식간(瞬息間)에 끝난다.
밀
이무기 거나리고 하늘을 쥐락펴락
내려와 남면하니 멀리도 가까이 봐
두 눈에 천둥과 벼락 얼마든지 친다네
밀[辰]*
이무기 거나리고 하늘을 쥐락펴락
내려와 南面하니** 멀리도 가까이 봐
두 눈에 천둥과 벼락 얼마든지 친다네
* 용 – 고어 ‘미르’를 한 글자로 줄여서 썼음.
** 임금만이 남쪽을 향하여 앉는다고 함.
뱀
찬 피가 더운 피를 또아리 틀어 견뎌
하와를 꼬드긴 흉 허물로 벗는구나
겨울잠 눈 녹을 동안 징그러움 지운다
뱀[巳]
찬 피가 더운 피를 또아리 틀어 견뎌
하와*를 꼬드긴 凶 허물로 벗는구나
겨울잠 눈 녹을 동안 징그러움 지운다
* Hawwah, 이브(Eve).
말
무덤이 열리자 곧 천마는 날아올라
제주 온 말이 되어 말다래 천만지사
잡아봐 말테우리여 바닷길을 내빼지
말[午]
무덤이 열리자 곧 天馬는 날아올라
濟州 온 말이 되어 말다래 千萬之辭*
잡아봐 말테우리여 바닷길을 내빼지
* 천만의 말씀. 조어(造語)임.
얌
젖 짜고 고기 내고 털 얻고 쓰임 많다
수염을 뽐내면서 담배 먹고 매매거려
굽은 뿔 암컷 차지에 부러지게 다툰다
얌[未]*
젖 짜고 고기 내고 털 얻고 쓰임 많다
鬚髥을 뽐내면서 담배 먹고 매매거려
굽은 뿔 암컷 차지에 부러지게 다툰다
* 염소 - ‘염생이’를 ‘얌생이’라고도 하는 데에서 따온 말로, 한 글자로 줄인 조어(造語)임.
납
있기는 하다는데 얘깃속 사람일레
해시계 들었거늘 갸우뚱 긴가민가
청자로 똑 닮게 빚어 먹물 시중 들라네
납[申]*
있기는 하다는데 얘깃속 사람일레
해時計 들었거늘 갸우뚱 긴가민가
靑瓷**로 똑 닮게 빚어 먹물 시중 들라네
* 원숭이 – 속담에 ‘원숭이’를 뜻하는 말로 남아 있는 ‘잔나비’를 줄여서 ‘납’이라 하여 천자문을 외울 때 申을 ‘납 신’으로 풀었다. 지금은 ‘나비’가 ‘고양이’를 뜻한다.
** 원숭이 모양 청자 연적(硯滴)이 있다.
닭
수컷이 거나리니 암컷들 낳고 품어
머리에 관을 쓰고 시간도 다스리니
깜깜한 새벽을 나눠 차례 지켜 우나니
닭[酉]
수컷이 거나리니 암컷들 낳고 품어
머리에 冠을 쓰고 時間도 다스리니
깜깜한 새벽을 나눠 次例 지켜 우나니
개
물성은 구일진대 충직엔 견이라네
선산 총 오수 비엔 옳을 의 붙여 기려
고독한 현대의 반려 애기 애기 한다네
개[戌]
物性은 狗일진대 忠直엔 犬이라네
善山 塚* 獒樹 碑**엔 옳을 義 붙여 기려
孤獨한 現代의 伴侶 애기 애기 한다네***
* 경북 구미시 선산(善山)에는 ‘의견총(義犬塚)’이 있습니다.
** 전북 임실군 오수(獒樹)에는 ‘의견비(義犬碑)’와 상(像)이 있습니다.
*** 반려견을 부를 때 ‘아이(兒)’를 대하듯 ‘어이구, 우리 애기’라고들 하지요.
돝
도야지 저릅대로 돌돌돌 몰며 놀고
꼭지껏 젖을 물려 실천행 부귀다자
원고지 뺄 자 빼라고 꼬리표를 달았지
돝[亥]*
도야지 저릅대**로 돌돌돌 몰며 놀고
꼭지껏 젖을 물려 實踐行*** 富貴多子
原稿紙 뺄 字 빼라고 꼬리票를 달았지
* 돼지 - 속담에 남아 있는 옛말입니다.
** ‘겨릅대’의 사투리.
*** 실천궁행(實踐躬行).
※ 교정부호에 ‘돼지꼬리’는 ‘빼라’는 지시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