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과 땀의 동행(同行)”
마오 전금주
눈썹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눈썹에 대해 글로 남긴 사람은 거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눈썹의 역할이나 의미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는 자기 주변에 있는 것들을 너무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바로 눈썹이 자기 주인으로부터 그렇게 소홀히 취급받는 것 중 하나이다.
예로부터 눈썹의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질서 없이 자라고 있던 산의 나무들을 가지런하게 가지도 쳐주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난 다음의 모습처럼 눈썹이 질서정연하게 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상도 그처럼 바르게 보인다. 옛날 장수(將帥)들의 진하고 두꺼운 눈썹은 그 위엄(威嚴)을 드높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인들의 눈썹이 그처럼 생겼다고 생각해 보면 그 여인에 대한 느낌이 어떠하겠는가? 영화에서 또는 실제로 산길을 걷다가 흰옷을 입고 많은 흰 눈썹을 바람에 날리며 유유히 걸어가는 도인(道人)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을 보는 느낌이 어떠했는가. 또 아침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고 여기저기 구걸하며 돌아다니는 거지의 여러 방향으로 퍼진 눈썹의 모습은 어떠한가?
옛날 사람들은 눈썹을 소중하게 여겼다. 눈썹이 우리 얼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관상가(觀相家)들은 눈썹의 얼굴에서의 위치나 많고 적음, 또는 생김새에 따라서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미간이 많이 벌어진 상태의 눈썹을 가진 사람은 마음이 넓고, 미간이 좁게 형성되어 있는 사람은 섬세하고 마음이 좁다는 등의 말들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가 관심만 기울인다면 주변에서 여러 가지의 눈썹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어린아이의 막 자라기 시작한 새싹같이 연약한 눈썹,
어린이의 아직 정리되지 않아 주위에 많은 잔털을 가진 눈썹,
시집갈 때 가장자리를 잘 정리하고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의 색깔이 칠해진 눈썹,
쥐불놀이와 밀 서리 등 불장난을 하다가 상당 부분이 사라진 양쪽이 어울리지 않게 되어버린 눈썹,
끝부분이 하늘로 치솟아 옛날 장군의 위엄을 풍기는 눈썹,
너무 뭉뚝해 돼지 꼬리에 달린 털처럼 보이는 눈썹,
문학에서 아미(阿媚)라고 불리는 정말 잘 정돈된 밤하늘의 아름다운 초승달의 곡선을 하고 있는 눈썹,
눈썹과 눈썹 사이가 너무 좁아 또는 눈썹들이 마주 붙어 있어서 약간은 답답한 인상을 주는 눈썹,
눈의 위치로부터 너무 위쪽에 위치하여 뭔가 붕 떠 있는 꺼벙한 인상을 주게 하는 눈썹,
처음과 끝이 직선인 일자(一字) 눈썹,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색깔이 함께 어우러진 눈썹,
수북하게 쌓인 눈처럼 생긴 하얀 눈썹,
요즈음 젊은 사람들이 유행처럼 하고 다니는 완전히 흔적이 사라지고 대신 페인트만 남아 있는 눈썹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눈썹,
속눈썹을 너무 인위적으로 긴 것을 장식(?)해 그 모습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 눈썹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 모습과 종류가 다양한 것이 우리들의 눈썹이다.
이 모든 여러 가지의 눈썹들에 대하여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도 심심치는 않으리라 여겨진다. 눈썹은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든 상관없이 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것과 또 위쪽에서 내려오는 먼지 등의 이물질이 마음의 창인 우리들의 소중한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의 젊은이들처럼 눈썹을 완전히 밀어버린 사람들은 노동의 신성함을 모르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땀이 없기 때문이다. 땀이 필요 없고 흘릴 땀이 없기에 눈썹이 없는 것이 아닌가? 땀이 흘러내릴 때 그 땀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눈썹을 왜 갖지 않으려 하는가? 노동의 의미를 알고 열심히 일하는 농부들이나 도시의 다른 노동자들이 눈썹을 밀고 삶의 터전에서 땀을 흘리며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눈썹을 완전히 밀어버린 사람들이여! 노동의 신성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 그리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경의(敬意)를 표하고 반성하라. 요사이는 건장한 청년들 심지어 장년층의 남자들까지도 눈썹을 완전히 밀고 그 자리에 문신(文身)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아기들의 눈썹은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아기들을 욕하지 마라. 아기들은 아직 노동할 필요가 없기에 그러한 상태의 눈썹을 가진 것이다.
우리는 눈썹 위에 맺혀 있는 땀방울의 의미를 알아야 하고, 또 그러한 모습을 보고 감동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보람 있게 산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실 남을 위하여 무엇인가 해줄 수 있다는 것도 보람 있게 사는 일 중의 하나가 되겠지만, 우선 무엇보다도 땀의 가치를 알면서 자기 일을 충실히 이룩해 놓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나 자신과 남을 위하여 뭔가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바로 땀 흘려서 이룩한 것을 자신이 가지면서 또 남에게 주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땀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는가. 우리는 흔히 어떤 유명한 가수나 위대한 발명가 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보면, 그저 그들은 운이 좋아서 또는 환경이 좋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연 그런가? 그들의 곁에서 그들이 남몰래 어떻게 준비하며 생활해서 그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살펴보라. 바로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어떤 성공한 가수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다. 그 가수는 공연이 있는 경우, 수많은 날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연습하면서 보낸다고 들었다. 그 결과 무대에서 졸면서 공연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어느 설득력 있고 재치 있는 사회자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그는 다음 날 만날 사람이 있으면, 그 상황에서 이루어지리라 여겨지는 항목을 정리하고 그 사람과 나눌 대화를 예측하여 준비하고 연습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어려운 자신과 싸움인가.
모든 값진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신이 그러한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신은 인간을 정직하고 공평하게 대하고 평가한다. 설령 어떤 일을 운 좋게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 생명은 오래 가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일을 운 좋게 완수한 다음 어느 한순간에 무너져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 그 무엇보다도 값진 것은 땀 흘려 이룩한 결과인 것이다. 눈썹의 역할과 그 의미를 살려야 한다.
사람의 미(美)도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은 것이 가장 아름답듯이, 눈썹도 부모가 주신 바로 그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개성을 갖춘 아름다운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일하면서 눈썹 위에 땀방울을 안고 있는 해맑게 미소 짓고 있는 농부의 흐뭇하고 행복에 찬 모습을 상기해 보라. 논에서 김을 매고 난 후 허리를 펴기 위해 잠시 일어나, 서 있을 때의 그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호미를 든 손, 다리와 팔, 작업복, 밀짚모자 등 모든 것에 땀이 배어 있고 흙이 묻어 있다. 그리고 땀방울 맺힌 얼굴을 하늘로 향하고 해를 바라보는 바로 그런 모습을…. 그런 모습들이 바로 꾸밈없는 인간의 참모습이 아닌가!
우리가 인간으로서 참되고 가치 있게 살려면 땀의 의미를 알고 땀을 흘릴 때의 보람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땀의 맛을 알자. 노동의 즐거움을 알자. 우리에게 땀을 선사해준 하느님께 감사하자. 눈썹의 존재 의미를 위해서라도 애써 땀을 흘려야 하겠다. ---시사포스트(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