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실천 개념
1970년대 이후, 전통적인 개별사회사업, 집단사회사업, 지역사회사업 각각 한계를 인식하면서,
이들을 하나의 우산 아래 아우르는 ‘통합적 사회복지실천(Social Work Practice)’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되었습니다.
이때 통합 접근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핵심 관점이 바로 생태체계론입니다.
생태체계론은 인간을 ‘환경 속 인간’으로 바라보며,
문제의 원인을 개인 내면이 아니라 개인과 환경 사이 상호작용에서 찾습니다.
만약 문제가 개인(미시), 가족과 집단(중간), 지역사회와 정책(거시) 등
다양한 체계의 복합적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다면,
그 해결 또한 특정한 한 가지 방법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따라서 통합 실천은 당사자와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실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생태체계론을 바탕으로 한 반드시 필요한 방법입니다.
이러한 필요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도 점점 구체화되었습니다.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 이후 사회 개혁의 필요성이 증대되었고,
1990년대 말 한국 사회가 겪은 경제 위기 또한 사회적 보호 체계의 총체적 접근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후 한국 사회복지실천은 미시적 상담이나 사례관리 중심의 접근을 넘어서,
당사자를 둘러싼 전체 체계를 살펴보고 변화시키는 실천으로 점점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실천이 점점 구조와 환경으로 확장되면서,
개인 지원 속에서도 둘레 환경을 함께 살피는 지역사회사업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이 통합적 접근은 ‘미시(Micro)-중간(Mezzo)-거시(Macro)’ 수준의 실천을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미시적 실천은 1:1 관계에서 상담과 사례관리를 통해 개인이나 가족을 지원하는 것을 뜻하며,
중간 수준에서는 자조 모임이나 동네 이웃 동아리 활동처럼 집단과 관계망을 통한 상호 지원이 이루어집니다.
거시 수준에서는 정책 제안, 생활복지운동(지역 캠페인), 복지 네트워크 구축처럼 제도적 변화와 사회적 연대를 포함합니다.
즉, 실천 방향은 한 개인을 넘어 그를 둘러싼 관계망과 공동체, 나아가 사회 구조와 제도까지 확장합니다.
이러한 통합 실천의 흐름은 현대 사회사업의 보편적 방향성과도 일치합니다.
영국 사회운동가 힐러리 코텀(Hilary Cottam)은 『레디컬 헬프(Radical Help)』에서
기존의 조각난 서비스 방식으로는 현대 사회의 복합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제는 삶의 맥락을 고려한 공동체 기반의 총체적 지원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사회사업이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 관계적 안정까지도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실천이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레디컬 헬프(Radical Help)』에 소개한 ‘엘라’의 사례가 단선적 지원인 ‘문제 중심 서비스’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젊은 싱글맘 엘라는 주거, 정신 건강, 육아, 실업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영국 서비스 시스템은 엘라의 각 문제를 개별적으로 다루는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주거 문제에는 주거 담당자가, 정신 건강 문제에는 정신 건강 서비스가, 실업 문제에는 고용 센터가 지원하는 식이었습니다.
어린 자녀 두 명과 반려견 한 마리를 혼자 돌보고 있던 싱글맘 엘라가
영국에서 받는 공공 서비스는 무려 70개가 넘었지만, 정작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엘라는 수많은 기관 담당자들을 만나고, 끝없는 서류 작업과 약속을 소화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파편화된 서비스는 엘라의 삶을 총체적으로 달라지게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녀는 각 문제 속에서 ‘수혜자’ 역할에 갇히고, 끊임없이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이는 엘라의 내재된 강점이나 잠재력을 발굴하기보다,
그녀를 ‘문제 덩어리’로 규정하고 의존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결국 엘라는 ‘도움 받기’가 일상이 되었지만, 스스로 삶을 변화시킬 동력이나 역량은 오히려 약화되는 악순환에 빠졌습니다.
이 사례는 당사자 문제를 개별적으로 해결하려는 소극적 접근이 어떻게 만성적인 의존성을 낳고,
진정한 변화를 가로막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도왔어야 했나?
코텀은 엘라와 같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공동체’의 역할과 ‘관계’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각각 문제마다 적당한 복지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은 엘라를 ‘수혜자’로만 만들고, 고립되게 했습니다.
코텀은 이 같은 개별 문제 해결보다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공동체적 접근’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이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관계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을 문제 해결의 근본으로 보았습니다.
공동체적 접근은 사람들 사이 상호호혜적 관계 회복을 핵심으로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이웃’처럼 곁에 있어주고,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을 건네거나 받는 일,
그런 둘레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이 중심입니다.
단지 물리적 문제 해결이 아니라,
삶을 다시 일으킬 동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서적 안전과 의미 있는 관계가 먼저 회복되었거나, 동시에 다뤄졌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통합적 실천 원칙은 실제 기관 운영에도 반영됩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의 가족서비스센터(FSCs, Family Service Centres)는
개별사회사업, 집단사회사업, 지역사회사업을 기관 실천의 3대 축으로 운영합니다.
특히 지역사회사업을 통해 ‘상호 돌봄(mutual care)’과 지역 내 자원 조직화를 강조합니다.
FSC는 지역사회에 의해(by community), 지역사회와 함께(with community), 지역사회를 위해(for community)
실천한다는 점에서 통합 실천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통합 실천은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당사자의 삶을 보다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실질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실천입니다.
이는 단편적 문제 해결을 넘어, 인간과 환경을 함께 바꾸는 일입니다.
첫댓글 '문제 중심 서비스'는 나쁘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른 글에서 설명하지만, 문제 중심 서비스로 도울 일이 있고, 그럴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문제 중심 서비스'로만 돕는 겁니다.
슈퍼바이저 학교와 청년학교에서 나눈 이야기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r8nvXvl-y8&t=13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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