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
이정록
분식집에서 공사장 함바까지
끼니 끼니 공항에서 열차 식당 칸까지
네가 사람들과 가까이 하는 까닭을
다들 싸고 편하기 때문이라 알고 있지만
나는 공부를 잘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지금 너는 이파리와 잔뿌리 다 떠나보내고
학생부군으로 아름다이 누워 있다 살아생전
다른 무와는 달리 뿌리의 반을 흙 속에 묻고
나머지는 햇살에 맨살 내밀었다 땅 속으로 디민 만큼
하늘 쪽으로 상반신을 들어올렸다 그 힘이다
반달처럼 노랗게 떠올라서 라면에 얹히든지
달빛 기둥처럼 척척 김밥에 궁합을 맞추는 까닭은
흙과 하늘을 절묘하게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뿌리 한가운데를 거대한 땅의 거죽이 에돌았기 때문
이다
광활한 하늘
밑바닥이 제 근본이 어딘지
단 한 줄의 나이테로 표시해놓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도도록한 눈금을 혀로 가늠하며
눈을 감는다 드넓은 무밭에 코를 들이댄 푸른 하늘이
내 가슴 안쪽에다 재채기를 해댄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313> 의자/ 이정록 2006
첫댓글 사진 등록할 때 용량을 줄이려고 저는
찍은 사진을 먼저 한글에 첨부하여 사이즈 줄이고 나서
다시 프린트스크린으로 잘라 사진 등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