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3. 8. 17.(토)
위치 :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코스 : 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적갑산-예봉산-율리봉-진중리능선-운길산역
거리 및 시간 : 14.6Km / 8시간 30분
교회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배용완집사님이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배낭을 맨채 데크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제 산행을 해도 되나보다 하여 물어보니 산책 겸 우리를 배웅하기 위해 나왔다고 한다. 아마 2-3주 후면 산행은 가능할 것이다. 모두 9명이 모여서 출발한지 한참되었는데 회장님의 급한 문자가 온다. 오늘은 봉고차를 사용하여야 하므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출발을 했고 다시 차를 원위치하기에는 곤란한 상황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청년수련회의 음향장비를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단체카톡을 보던 배집사님이 본인 트럭으로 봉사를 해 주시겠다고 한다. 회원 모두가 배집사님의 희생에 감동을 하고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표정이다. 상황이 얼추 정리되자 생각이 복잡해진다. 산악회의 규모가 산행때마다 용차할 만큼의 규모는 아닌지라 매번 교회의 봉고차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슬퍼진다. 물론 운행거리만큼의 연료는 채워 넣긴 하지만 교회 행사와 겹칠 때는 오늘처럼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산악회 규모가 커져서 매번 관광버스를 빌린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산행코스가 문제가 된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산행거리가 짧아질 수 밖에 없어 초급이상의 산행을 즐기는 이들의 이탈이 예상되고 그러다 보면 산악회 자체가 와해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집산악회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인가 보다. 자기 체력에 맞는 코스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매번 산행계획을 계획하면서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사전 답사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가본 산 위주로 계획을 짜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막상 내가 가보고 싶은 산은 가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가보지 않은 산은 아무리 사전에 연구를 해도 실제산행에서 제대로 leading을 할 수 없다. 리딩이 안되면 특히 겨울산행에서 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등산은 길이 끝나는 데서 시작한다’는 알랑 드 샤테리우스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등산(알피니즘)에는 두드러진 특징이 있는데, 이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것은 내면적인 것으로, 등산의 육체적
노력을 넘어서 얻어지는 정신적인 것이다. 등산이 높이와 어려움을 지향하는 것은
언제나 이러한 정신의 고양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산에 자기의 heimat(하이마트)를 가지고
있다. 등산을 여가선용이나
건강관리를 위해 산에 가는 것으로 아는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등산에서 산행의 과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대원들의 유대감과 우정을 기초로 쌓아지는 것이다. 산행대장으로서 대원들에게 산행에 대한 최소한의 스터디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산행지가 결정되면 그 산과 주변에 대한 지정학적, 인문학적 요소에 대해 모두가 알기를 원한다. 그래야만 대원들 사이에서 친밀감과는 분명 다른 무형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예향산악회가 추구하는 알피니즘인것이다. 가급적 뒷풀이를 생략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뭐 동네 산이나 다니면서 무슨 알피니즘을 따지느냐고 질문한다면 그 또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건 산에 자기내면의 하이마트가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동네 뒷산이나 히말라야나 본질은 같은 것이다....
운길산역에 도착한 후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주차요금은 6천원이다. 운길산역이 생긴 후로는 처음 와보는 곳이다.
중앙선 복선 전철화에 따른 선로 이설 관계로 능내역을 대신하여 신설된 역이라고 한다. 날씨는 예상대로 아주 무덥고 숨이 턱 막히는 그런 날씨이다. 두물머리(양수리)를 조망할 수 있는 수종사를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들머리에는 모집산행을 하는 산악회의 전단지가 많이도 매달려 있다. 수종사에 오르니 서거정이 극찬을 했다는 조망이 나온다. 수종사는 정약용의 호가 다산인 것과 관계가 있다. 정약용 생가터 뒷산이 바로 잠시 후 오를 예봉산과 적갑산 사이의 철문봉(630)이다. 철문봉은 적갑산(561m)과 예봉산(683.2m) 중간을 이어주는 봉우리이다. 다산 정약용, 정약전, 정약종
형제의 숨결이 스민 곳으로 바로 그 아래 조안면 능내리에는 정약용의 생가 여유당과 그의 묘소가 있다. 다산 형제들은 집 뒤 능선을
따라 이 봉우리까지 올라와 학문[文]의 도를 밝혔다[喆]고 하여 이 봉우리에 ‘철문봉(喆文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철문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아는 산꾼들은 적갑산~예봉산 코스를 ‘다산능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종사는 조선 중후기 차 문화를 부흥시킨 마니아들의 거점이다. 다산 정약용, 초의선사, 추사 김정희, 추사의 아우
김명희, 그리고 정조의 부마인 홍현주, 다산의 아들 학연 등이 그들이라고 한다. 한양 성안에 들어오기 어려운 승려 신분인 초의선사의
입장과 다산의 고향 능내리(마재)가 가까운 이점 등이 작용하여 이곳이 거점이 되었다. 다산은 젊은 시절부터 수종사에서 공부도 하고
가까이 지냈다. 이
곳 삼정헌(三鼎軒)은 차꾼들이라면 한 번쯤 들리는 곳이라고 한다. 차와 바둑과 시를 좋아한 동산(東山) 스님이
주지로 있을 때에 삼정헌을 지었다고 한다. 한때 차에 심취했던 나의 어두운(?) 과거사가 생각나 잠시 상념에 젖어 본다. 삼정헌을 바라보며 건축사인 김기현집사에게 삼정헌의 건축학적인 의미를 물어 보았다. 역시 비율을 꼽는데 한옥의 미는 역시 지붕의 매끄러운 곡선미와 각 부분의 비율이 아닌가 싶다. 산중이라 바람이 시원하다 싶었는데 전통 한옥의 구조상 시원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뒤쪽 숲의 시원한 공기와 앞 마당의 가열된 흙의 대류작용의 결과라는 명쾌한 설명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수종사는 같이 공부했던 지인들과의 추억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오집사님이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운길산 정상을 향해 쉬지 않고 올라 가셨다고 한다. 운길산정상에 오르니 나무때문에 한강조망은 전혀 할 수 없다. 천보지맥 종주를 한지 하룻만에 오르는 산행이라 힘들어 할 줄 알았던 박해경집사님은 산삼이라도 드셨는지 과장법을 조금 적용하자면 날라 다닌다. 산행기를 쓰는데 사패산 정상이라며 사진이 전송되어 온다. 생각을 해보니 이번주에만 사패산7K, 천보지맥 25K, 운길예봉 15K, 다시 사패산7K ...합하면 54킬로이다. 김정순집사님이 어지럽다고 하며 힘들어 하셔서 보니 아무래도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부족이라는 진단하에 503봉에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하지만 그리 호전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갑산을 경유하려고 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두가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설사 알았다 하더라도 쉽게 갑산을 경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5km의 거리가 무더위속에서 어떤 악재로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갑산과 철문봉을 거쳐 예봉산을 향해 걷는다. 능선으로 쭉 이어진 산행이다 보니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편이다. 철문봉을 지나는데 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인 한분이 샌달을 신고 산을 타고 계신다. 정정한 허리와 형형한 눈빛이 비범함을 몸으로 웅변하듯 보여 주고 있다. 나도 저 나이에 등산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기이함이 존경심으로 급 변화한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서니 한강의 조망이 가슴을 탁트이게 한다. 예봉산에 올라 보니 역시 막걸리와 하드를 파는 부부인듯한 분이 제법 그럴듯한 매장을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다. 정상에서 다들 하드 하나씩을 물고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미라씨의 유쾌한 웃음소리와 인증샷 카메라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시도 한다. 율리봉을 거쳐 진중리능선을 통해 운길산역까지 하산할 것이다. 하산길은 편안한 흙길이어서 무릎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하산을 완료하고 미라씨의 gps로 거리를 확인해 보니 14.6km이다.
오늘 산행은 처음으로 무전기 2대를 운용해 보았다. 여러가지로 편리한 점은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여건이 허락된다면 무전기 3대로 산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ㅋㅋ 제가 그리 많이 걸었나요? 그럼 미라.정순도29km
산악회에서 매주 주신 산삼으로 건강해지고 있슴당
다시한번 감사요^^ 산행기 굿~~~
처음에는 여가선용이나 건강관리로 선택했던 산이
산행의과정, 무형의공감대, 자기내면의 하이마트?
아직 뭔지 잘 모르겠지만...
예향산악회가 추구하는 등산!
산행의 진미를 조금은 맛보는듯 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