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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약이다
— 구조화된 운동, 처방된 운동 —
구조화되고 처방된 운동은 약이다. 잘못하면 독이다.
질환에 맞는 구조화된 운동이 곧 처방된 운동이다.
차례
서장. 운동은 약이다, 그러나 처방될 때만
제1부. 약이 되는 몸
1장. 모든 질병은 만성염증에서 시작한다
2장. 만성염증 치료의 두 기둥 — 공복과 운동
3장. 운동은 언제 독이 되는가
4장. 운동을 시작해도 되는 몸 — 신호등 판정
제2부. 처방의 문법
5장. 두 가지 운동 — 힘의 종류로 나눈다
6장. 최소 운동강도 — 그 아래는 운동이 아니다
7장. 용량 — 시간과 횟수
8장. 순서 — 열린 사슬부터, 단계적으로
제3부. 잘못하면 독이다
9장. 다섯 가지 위반
10장. 처방은 검증될 때 완성된다
제4부. 질환별 처방
11장. 암 — 항암치료의 필요조건
12장. 대사질환 — 제1층 조건을 만드는 질환
13장. 뇌 퇴행 — 움직이는 뇌
14장. 근골격과 통증 — 힘이 조직을 살린다
15장. 심혈관 — 전단력의 의학
16장. 노화와 근감소 — 90세에도 근육은 자란다
제5부. 처방을 쓰는 법
17장. 처방서 한 장
18장. 환자에게 설명하는 법
종장. 운동 유도 미토콘드리아 메디슨으로
참고문헌
서장. 운동은 약이다, 그러나 처방될 때만
2025년 6월 1일, 시카고.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 총회의 가장 큰 강연장에서 한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발표가 끝나자 수천 명의 종양 전문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항암제 발표장에서라면 드물지 않은 장면이지만, 이날 박수를 받은 것은 약이 아니었다. 걷기였다. 논문의 제목은 「대장암 보조항암치료 후의 구조화된 운동(Structured Exercise after Adjuvant Chemotherapy for Colon Cancer)」, 같은 날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렸다(Courneya 등, 2025). 캐나다·호주·영국 등 여러 나라의 병원이 2009년부터 16년에 걸쳐 수행한 3상 무작위 임상시험이었고, 이름은 CHALLENGE였다.
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3기 또는 재발 위험이 높은 2기 대장암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모두 마친 환자 889명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을 제비뽑기하듯 둘로 나누었다. 한쪽에는 건강에 관한 교육 자료를 주었다. 다른 쪽에는 3년 동안 운동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만나 개별 상담과 지도를 하는 '구조화된 운동 프로그램'을 주었다. 목표는 주당 약 10 MET-시간의 신체활동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말 같지만 풀어 보면 간단하다. 빠르게 걷기라면 하루 한 시간을 주 3회, 조깅이라면 30분을 주 3회 정도다. 특별한 기구도, 비밀스러운 운동법도 없었다. 특별한 것은 딱 하나, '구조'였다. 얼마나 할지가 숫자로 정해져 있었고,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만나 그 숫자를 확인했다.
8년 뒤 결과가 나왔다. 운동을 한 쪽은 재발·새 암·사망을 합친 위험이 28% 낮았고, 사망 위험은 37% 낮았다. 8년 뒤 암 없이 살아 있는 사람의 비율은 80.3% 대 73.9%, 살아 있는 사람의 비율은 90.3% 대 83.2%였다. 이 숫자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감을 잡으려면 이렇게 보면 된다. 대장암 수술 뒤에 쓰는 보조항암제가 내는 효과가 대략 이 정도다. 다시 말해 3년간의 구조화된 걷기는 항암제 한 가지를 더 맞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냈다. 차이가 있다면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때리고, 운동은 암세포를 둘러싼 몸을 바꾼다는 점뿐이다.
이 책은 그 '몸을 바꾸는 약'에 관한 책이다. 운동이 몸에 좋다는 말은 누구나 안다. 그 말을 듣고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도 누구나 안다. 그런데 운동이 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약에는 반드시 따라오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받아 오는 약봉지를 떠올려 보자. 봉지에는 약 이름이 있고, 한 알인지 두 알인지가 있고, 하루 몇 번인지가 있고, 며칠분인지가 있고, 그리고 작은 글씨로 '이런 경우에는 드시지 마세요'가 적혀 있다. 성분, 용량, 횟수, 기간, 금기. 이 다섯 가지가 없는 약봉지는 약봉지가 아니라 사탕봉지다. 마찬가지로 종류와 강도와 시간과 횟수가 없는 운동 권고 — "운동 좀 하세요" — 는 처방이 아니라 덕담이다. CHALLENGE가 보여 준 것은 운동이 좋다는 사실이 아니다. 숫자로 구조화된 운동이 치료 결과를 바꾼다는 사실이다.
약봉지의 작은 글씨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 약에는 또 하나 따라오는 것이 있다. 잘못 쓰면 독이 된다는 사실이다. 운동도 그렇다. 열이 나는 몸에 격렬한 운동을 얹으면 면역이 더 떨어진다. 근육이 녹아내리는 말기 환자에게 공복과 고강도 운동을 함께 시키면 근육이 더 빨리 사라진다. 틀어진 허리에 무거운 바벨을 얹으면 재생이 아니라 손상이 일어난다. 운동은 약이다. 단, 처방될 때만. 그리고 처방이라는 말에는 언제나 '이럴 때는 하지 마세요'가 들어 있다.
이 책은 세 층으로 되어 있다. 집을 짓는 순서와 같다. 제1층은 조건이다. 운동이 약이 되는 몸은 어떤 몸인가 — 땅을 다지는 일이다. 제2층은 구조다. 무엇을, 얼마나 세게, 얼마나 오래, 몇 번, 어떤 순서로 할 것인가 — 기둥과 보를 세우는 일이다. 제3층은 처방이다. 같은 구조가 암에서, 당뇨에서, 치매에서, 허리 통증에서 어떻게 다시 짜이는가 — 방마다 다른 가구를 들이는 일이다. 세 층은 위에서부터 읽어야 한다. 땅이 꺼진 곳에 기둥을 세울 수 없고, 기둥이 없는 집에 가구를 들일 수 없다.
이 책 전체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운동은 약이다, 단 구조화되고 처방될 때만. 약이 되는 몸의 조건 위에서, 종류와 강도로 구조화된 운동을, 질환의 단계에 맞게 처방한다. 조건과 구조와 처방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나면 운동은 독이 된다. 이 문장을 책 끝까지 들고 가 주기 바란다. 모든 장은 이 문장의 각주다.
제1부. 약이 되는 몸
1장. 모든 질병은 만성염증에서 시작한다
염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나쁜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염증은 본래 몸을 지키는 반응이다. 손가락을 베이면 그 자리가 붉어지고 붓고 뜨거워진다. 면역세포가 혈관을 타고 달려와 침입한 세균을 처리하고 찢어진 조직을 수리하는 중이라는 신호다. 며칠이 지나면 붓기가 가라앉고 새살이 돋는다. 이것이 급성 염증이다.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염증, 소방차가 와서 불을 끄고 돌아가는 염증이다.
문제는 끝나지 않는 염증이다. 상처도 없고 감염도 없는데 혈액 속 염증 지표 — C-반응단백, 인터루킨-6, 종양괴사인자-α 같은 이름의 단백질들 — 가 낮은 수준으로 수년씩 올라가 있는 상태. 불이 난 곳은 없는데 소방차가 동네를 하루 종일 사이렌을 울리며 돌아다니는 것과 같다. 소방차는 불을 끄러 온 것이지만, 끌 불이 없는 소방차는 교통을 막고 소음을 내고 도로를 상하게 한다. 의학은 이 상태를 만성 저등급 염증이라 부르며, 20세기 말 이후 이것이 심혈관질환, 2형 당뇨, 암, 치매, 근감소, 우울의 공통 토양임을 밝혀 왔다. 이탈리아의 면역학자 프란체스키는 이 상태에 '염증 노화(inflammaging)'라는 이름을 붙였다. 염증(inflammation)과 노화(aging)를 붙인 말이다(Franceschi 등, 2000). 우리가 노화라고 부르는 것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꺼지지 않는 염증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소방차들은 어디서 출동하는가. 세 곳이다. 첫째는 비대해진 내장지방이다. 지방세포가 풍선처럼 부풀면 세포 가운데까지 산소가 닿지 않고, 숨 막힌 지방세포가 구조 신호를 보내면 대식세포라는 면역세포가 몰려든다. 그 결과 지방조직은 더 이상 에너지 창고가 아니라 염증 물질을 내뿜는 공장이 된다. 뱃살이 '그냥 살'이 아니라 '염증을 만드는 장기'라는 말은 비유가 아니라 생리학이다. 둘째는 움직이지 않는 근육이다. 근육은 수축할 때 항염 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인데, 의자에 앉아 있는 근육은 아무것도 분비하지 않는다. 분비하지 않는 샘은 메마른 우물과 같다. 셋째는 쉬지 않는 소화관이다. 식사를 하면 정상적으로도 몇 시간 동안 가벼운 '식후 염증'이 일어난다. 아침을 먹고, 간식을 먹고, 점심을 먹고, 커피와 과자를 먹고, 저녁을 먹고, 야식을 먹으면 이 염증은 하루 종일 꺼질 틈이 없다. 소화관에게 쉬는 시간이 없는 것이다.
세 원천은 서로를 키운다. 내장지방이 늘면 인슐린이 잘 듣지 않게 되고(인슐린 저항성), 인슐린이 잘 듣지 않으면 몸은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들어 지방을 더 쌓는다. 근육이 줄면 식후에 밀려드는 포도당을 받아 줄 창고가 없어 혈당과 인슐린이 더 오른다. 악순환의 삼각형이다.
만성염증이 질병으로 가는 길도 하나로 수렴한다. 염증은 인슐린 저항성을 부르고, 인슐린 저항성은 세포 안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발전소가 약해지면 세포 안의 낡은 부품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청소 과정 — 오토파지 — 이 느려지고, 청소가 안 되면 손상된 단백질과 고장 난 소기관이 쌓이고, 쓰레기가 쌓인 세포는 늙는다. 늙은 세포는 가만히 있지 않고 염증 물질을 내뿜어 이웃 세포까지 늙게 한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이라는 긴 이름으로 부르는데, 쉽게 말하면 '늙은 세포는 소문을 낸다'는 뜻이다.
이 길이 어느 장기로 뻗느냐에 따라 병의 이름이 달라질 뿐이다. 암의 발생 요인 가운데 타고난 유전자보다 살면서 겪는 비유전적 요인의 비중이 크다는 사실, 2형 당뇨의 앞 단계가 수년간의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사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서 신경염증이 발견된다는 사실, 만성 요통 환자의 근막이 굳어 있다는 사실은 모두 같은 토양을 가리킨다. 병은 여럿이지만 토양은 하나다.
그렇다면 치료의 출발점도 하나다. 만성염증을 끄는 것. 그리고 만성염증을 끄는 가장 강력한 비약물적 수단이 둘 있다. 공복과 운동이다. 둘 다 약국에서 팔지 않고, 둘 다 공짜이며, 둘 다 효과가 약보다 세다. 그래서 더 안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2장. 만성염증 치료의 두 기둥 — 공복과 운동 운동은 그 자체가 항염 치료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그리고 적지 않은 의료인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염증이 있으면 운동을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염증은 몸이 싸우는 중이니 운동으로 부담을 더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급성 염증 — 열이 나고 목이 붓는 감기 — 에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만성염증에는 정반대다. 운동은 만성염증을 더하지 않는다. 끈다.
이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 보여 준 사람은 덴마크의 벤테 페데르센이다. 1990년대 말 그녀의 연구팀은 운동 중에 근육에서 인터루킨-6(IL-6)라는 물질이 혈액으로 왈칵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곤란한 발견이었다. IL-6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운동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인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근육에서 나오는 IL-6는 달랐다. 보통 염증이 날 때는 종양괴사인자-α(TNF-α)라는 염증의 대장이 먼저 나오고 IL-6가 뒤따른다. 그러나 근육의 IL-6는 대장 없이 혼자 나왔다. 그리고 혼자 나온 IL-6는 오히려 염증을 잠재우는 물질 — IL-1 수용체 길항제와 IL-10 — 을 늘리고, 염증의 대장인 TNF-α가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했다(Petersen & Pedersen,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 2005). 같은 이름의 물질이 누가 보냈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일을 하는 셈이다. 운동 중에 치솟았던 IL-6는 몇 시간 안에 사라지고, 그 뒤에 남는 것은 전보다 낮아진 염증이다.
장기 효과는 더 분명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안정 시에 측정한 CRP, IL-6, TNF-α가 모두 낮다. '살이 빠져서 그런 것 아니냐'는 반론이 당연히 나왔고, 여러 연구가 그것만은 아님을 확인했다. 영국의 글리슨 연구팀은 2011년 네이처 리뷰 면역학에 「운동의 항염 효과」라는 종설을 실어 세 가지 기전을 정리했다. 내장지방이 줄어 염증 공장이 작아지고, 수축하는 근육이 항염 물질을 분비하고, 혈액 속 염증성 단핵구와 그 세포들의 경보 수용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Gleeson 등, Nature Reviews Immunology, 2011). 2017년에는 83편의 무작위 연구를 모은 메타분석이 운동 훈련이 CRP를 뚜렷이 낮추며, 체중이 줄지 않아도 효과가 있음을 보고했다(Fedewa 등,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7).
따라서 '만성염증이 있으면 운동하면 안 된다'는 말은 틀렸다. 만성염증은 운동의 금기가 아니라 적응증이다. 염증이 있는 몸일수록 운동이 필요하다. 다만 그 몸에 맞는 강도와 단계가 있을 뿐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비 오는 날일수록 우산이 필요하되 바람이 세면 튼튼한 우산을 골라야 하는 것과 같다.
공복은 소화관과 세포를 쉬게 한다
두 번째 기둥은 공복이다. 하루 가운데 14~16시간은 음식을 먹지 않는 시간으로 비워 두는 것, 요즘 말로 시간제한 식사다. 저녁 7시에 마지막 숟가락을 놓고 다음 날 아침 9시나 11시에 첫 끼를 먹으면 14~16시간이다. 자는 시간이 절반을 차지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데 카보와 존스홉킨스의 매트슨은 2019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간헐적 공복의 생리학을 정리한 종설을 실었다. 식사 뒤 10~12시간이 지나면 간에 저장된 포도당(글리코겐)이 바닥난다. 그러면 몸은 연료를 바꾼다. 지방을 분해해 케톤체라는 대체 연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 '연료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여러 가지가 함께 바뀐다. 인슐린이 내려가고, 세포 안에서는 오토파지 — 낡은 부품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청소 — 가 켜지고, 염증의 총사령관 격인 NF-κB 신호가 억제되고,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만 골라서 치우는 마이토파지가 활발해진다(de Cabo & Mattson,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19). 소화관이 쉬는 동안 세포는 대청소를 하는 것이다. 집안 청소를 손님이 계속 드나드는 동안에는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 효과가 단순히 덜 먹어서, 살이 빠져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확인되었다. 앨라배마 대학의 서튼 연구팀은 당뇨 전 단계의 남성들에게 5주 동안 '이른 시간제한 식사'를 시켰다. 아침부터 여섯 시간 안에 하루 식사를 모두 끝내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연구진은 체중이 줄지 않도록 식사량을 일부러 맞췄다. 살은 그대로였는데도 인슐린 감수성이 좋아지고, 혈압이 내려가고, 산화 스트레스가 줄었다(Sutton 등, Cell Metabolism, 2018). 먹는 양이 아니라 먹지 않는 시간이 일을 한 것이다. 솔크 연구소의 윌킨슨 연구팀은 대사증후군 환자에게 12주 동안 하루 열 시간 안에 식사를 마치게 했을 때 체중, 허리둘레, 혈압, LDL 콜레스테롤이 함께 좋아졌음을 보고했다(Wilkinson 등, Cell Metabolism, 2020).
두 기둥은 같은 스위치를 누른다
공복과 운동이 함께 쓰여야 하는 이유는, 둘이 같은 스위치를 다른 방향에서 누르기 때문이다. 세포 안에는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는 두 개의 센서가 있다. 하나는 AMPK라 불리는데, 에너지가 부족할 때 켜져서 '아껴 쓰고 고쳐 써라'는 신호를 보낸다. 다른 하나는 mTOR라 불리는데, 영양이 풍부할 때 켜져서 '지금은 자라고 만들어라'는 신호를 보낸다. 두 센서는 시소처럼 움직인다.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쪽이 내려간다.
공복은 영양이 끊겨서 AMPK를 켠다. 운동은 근육이 에너지를 다 써 버려서 AMPK를 켠다. 입구는 다르지만 누르는 스위치는 같다. 켜진 AMPK는 mTOR를 내리고, 오토파지의 문을 열고, 미토콘드리아를 새로 짓는 총감독 격인 PGC-1α를 깨운다. 텍사스 사우스웨스턴의 베스 레빈 연구팀은 2012년 네이처에 운동이 오토파지를 직접 켜며, 유전자 조작으로 이 오토파지를 막아 버리면 운동을 해도 인슐린 감수성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He 등, Nature, 2012). 운동의 대사 효과가 세포 청소를 통해 나온다는 뜻이다.
둘을 겹치면 효과는 더 커진다. 벨기에 루벤 대학의 판 프로이엔 연구팀은 건강한 젊은 남성들에게 6주 동안 같은 운동을 시키되, 한 무리는 아침 공복에, 다른 무리는 아침을 먹고 하게 했다. 그리고 두 무리 모두에게 일부러 기름진 고칼로리 식사를 먹였다. 식후 운동군은 살이 찌고 인슐린 감수성이 나빠졌다. 공복 운동군은 같은 음식을 먹고도 체중이 거의 늘지 않았고 인슐린 감수성이 유지되었으며, 근육 속에서 지방을 태우는 효소가 더 늘어 있었다(Van Proeyen 등, Journal of Physiology, 2010). 영국 배스 대학의 연구는 과체중 남성에게 6주 동안 아침 식사 전에 운동을 시켰을 때 식후에 운동한 사람보다 인슐린 감수성이 더 좋아졌음을 보고했다(Edinburgh 등,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2020). 다만 솔직하게 덧붙여야 할 것이 있다. 공복 운동이 암 발생이나 사망률 같은 먼 결과를 바꾸는지를 본 대규모 장기 연구는 아직 없다. 그래서 이 '두 기둥의 결합'은 근거의 수위로 보면 확립이 아니라 유망이다. 이 책은 근거의 수위를 숨기지 않는다.
실용 규칙 세 가지
첫째, 공복 창을 14~16시간으로 잡고 운동은 공복 창의 끝자락, 곧 첫 식사 직전에 둔다. 저녁 7시에 식사를 마쳤다면 다음 날 아침 8~9시에 운동하고 그 뒤에 첫 끼를 먹는 식이다. 운동 뒤 첫 식사에는 단백질을 넉넉히 넣는다. 체중 1kg당 0.3~0.4g, 60kg인 사람이라면 20~25g 정도로 달걀 서너 개나 두부 한 모, 생선 한 토막 분량이다. 운동으로 열린 근육의 문에 재료를 넣어 주는 것이다.
둘째, 근육이 적은 사람 — 고령자, 암 치료 중인 사람, 근감소증이 있는 사람 — 은 공복 운동을 짧고 가볍게 하거나 아예 식후 운동으로 바꾼다. 공복은 지방을 태우지만 땔감이 모자라면 근육도 태운다. 근육이 넉넉한 사람에게는 공복 운동이 지방 연소의 지름길이지만, 근육이 바닥난 사람에게는 마지막 남은 장작까지 태우는 일이 될 수 있다.
셋째, 순서에 대해 바르게 말하자. '염증을 먼저 없애고 그 다음에 운동한다'가 아니다. '공복과 운동으로 염증을 없앤다'다. 염증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면 영원히 시작하지 못한다. 다만 운동의 강도는 몸의 상태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올린다. 그 단계는 8장에서 다룬다.
3장. 운동은 언제 독이 되는가
처방이라는 말은 금기가 있을 때만 성립한다. 어떤 약이든 '이럴 때는 드시지 마세요'가 없으면 약이 아니다. 운동의 금기는 무엇인가. 앞 장에서 보았듯 '만성염증'은 아니다. 운동이 독이 되는 상황은 다음 여섯 가지다.
첫째, 급성 감염과 발열이다. 만성염증과 급성 염증은 전혀 다른 손님이다. 열이 나거나, 목 아래쪽 증상 — 기침, 가래, 온몸 근육통 — 이 있는 감염 중에 격렬한 운동을 하면 면역이 더 억제되고, 드물지만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심근염의 위험이 올라간다. 운동 면역학에는 'J 곡선'이라는 그림이 있다. 가로축에 운동 강도를, 세로축에 감기 걸릴 위험을 놓으면 글자 J 모양이 나온다. 적당히 운동하는 사람은 아예 안 하는 사람보다 감기에 덜 걸린다. 그런데 마라톤처럼 극한 강도로 오래 운동하면 그 뒤 몇 시간에서 며칠 동안 면역이 뚝 떨어지는 '열린 창' 시간이 생겨 오히려 감기에 더 잘 걸린다(Nieman & Wentz, Journal of Sport and Health Science, 2019). 마라톤 완주 뒤에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현장의 규칙은 '목 규칙'이다. 콧물과 재채기처럼 목 위에만 증상이 있으면 가볍게 해도 된다. 기침, 가래, 열, 근육통처럼 목 아래에 증상이 있으면 쉰다.
둘째, 급성 손상과 수술 직후다. 찢어진 조직에 일찍 무거운 부하를 주면 재생이 아니라 재손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여기서도 '푹 쉬어라'가 답은 아니다. 완전한 안정은 조직을 더 굳히고 근육을 녹인다. 침대에 일주일만 누워 있어도 근육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답은 '열린 사슬부터, 단계적으로'다. 다친 부위에 체중이 실리지 않는 관절 운동에서 시작해 체중 부하, 저항, 충격의 순서로 올린다. 이 순서는 8장에서 자세히 다룬다.
셋째, 악액질과 중증 근감소다. 악액질이란 암이나 심한 만성질환이 근육 단백질의 분해 스위치를 켜 버려 아무리 먹어도 근육이 빠지는 상태다. 이 상태에서 공복과 고강도 운동을 함께 시키면 근육은 더 빨리 분해된다. 그렇다고 운동을 끊으면 안 된다. 악액질에서 근육을 지키는 거의 유일한 비약물적 수단이 바로 저항운동이기 때문이다. 다만 처방이 바뀐다. 근력 운동을 우선하고, 공복 상태의 운동은 하지 않으며, 운동 뒤에 단백질을 꼭 먹고, 짧게 자주 한다. 근육이 적다는 것은 운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공복과 운동을 따로 떼어 놓으라는 뜻이다.
넷째, 통제되지 않은 심혈관 상태다. 불안정 협심증,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안정 시 180/110 이상), 급성 심부전, 최근 심근경색의 급성기에서 고강도 운동과 숨을 꾹 참고 힘을 쓰는 등척성 운동은 위험하다. 이 환자들은 심장재활의 단계표를 따른다. 15장에서 다룬다.
다섯째, 용량 과도다. 약에 과용량이 있듯 운동에도 과용량이 있다. 자기 역치를 훌쩍 넘는 강도와 시간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활성산소를 올리고, 장 점막의 틈을 벌려 장 속 물질이 새게 하고, 면역을 떨어뜨린다. 회복 없이 반복되면 과훈련 증후군이 된다. 운동 능력이 오히려 떨어지고, 아침 심박수가 올라가고, 잠을 못 자고, 감기를 달고 산다. 주중에는 꼼짝 않다가 주말에 서너 시간을 몰아서 하는 운동도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 약을 일주일치 모아 토요일에 한 번에 먹는 사람은 없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용량은 7장에서 다룬다.
여섯째, 회복 없음 — 수면 부족과 과식이다. 운동의 항염 효과는 운동하는 동안이 아니라 운동이 끝난 뒤 회복하는 동안 완성된다. 잠이 부족하면 염증 지표가 오르고 근육 단백질 합성이 떨어진다. 과식은 식후 염증으로 운동의 효과를 깎아 먹는다. 이 경우 운동이 독이 된다기보다는 약이 듣지 않는 상태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운동은 열심히 하는데 야식을 끊지 못하고 다섯 시간밖에 못 자는 사람은, 약은 꼬박꼬박 먹으면서 약 기운을 매일 밤 씻어 내는 셈이다. 공복과 수면과 식사의 규칙이 제1층, 곧 '약이 되는 몸의 조건'에 속하는 이유다.
정리하면 이렇다. 만성염증은 운동으로 치료한다. 운동이 독이 되는 것은 염증 때문이 아니라 급성 상황, 소모 상태, 용량, 회복의 문제다. 그래서 제1부의 출구는 '염증이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라'가 아니다. '지금 몸에 맞는 단계에서 시작하라'다.
4장. 운동을 시작해도 되는 몸 — 신호등 판정
처방서의 첫 칸은 운동이 아니라 판정이다. 의사가 약을 처방하기 전에 혈압을 재고 피검사를 보듯, 운동을 처방하기 전에도 몸의 상태를 본다. 복잡할 것 없다. 신호등처럼 세 가지 색이면 된다.
적색은 보류다. 열이 나거나 급성 감염 중일 때, 급성 손상이나 수술 직후의 금기 기간일 때, 가슴 통증이나 숨참 같은 불안정한 심혈관 증상이 있을 때, 항암치료 중 혈소판이나 혈색소가 위험선 아래로 떨어졌을 때, 안정 시 심박수나 혈압이 비정상일 때, 최근 몇 달 사이 체중이 급격히 빠져 악액질이 진행되고 있을 때가 적색이다. 적색이면 운동을 보류하거나, 부하 없이 자세를 바로잡고 관절을 움직이는 1단계만 한다. 공복도 의료진의 판단 아래 조정한다.
황색은 낮은 단계에서의 시작이다. 혈액의 염증 지표가 올라가 있을 때, 통증이 10점 만점에 3점 이상일 때, 어딘가 부어 있을 때, 근육량이 떨어져 있을 때, 잠이 부족할 때, 혈당이나 혈압을 조절하는 중일 때가 황색이다. 황색이면 공복 14~16시간을 지키면서 2~3단계 — 자기 체중을 싣는 운동과 최소 강도의 운동 — 에서 시작한다. 자각 강도로는 11~13, 짧게 자주 한다. 그리고 2주마다 다시 판정한다.
녹색은 정식 처방이다. 위의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고, 일상 동작에 통증이 없으며, 20분을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으면 녹색이다. 공복 14~16시간과 함께 3단계 이상에서 제2부의 문법대로 처방한다.
세 색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황색이다. 만성염증이 있고, 어딘가 아프고, 근육이 적은 사람들 — 바로 운동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염증이 없어지면 오세요'라고 하면 영원히 오지 않는다. 황색은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낮은 단계에서 시작하고, 자주 들여다보라'는 뜻이다. 황색 신호등 앞에서 차는 멈추지 않는다. 속도를 줄이고 주위를 살피며 지나간다.
제2부. 처방의 문법
약의 처방전에는 성분, 용량, 횟수, 기간이 있다. 운동의 처방전에도 같은 칸이 있다. 어떤 운동을(유형, Type), 얼마나 세게(강도, Intensity), 얼마나 오래(시간, Time), 몇 번(횟수, Frequency), 그리고 어떻게 늘려 갈지(진행, Progression). 운동학에서는 앞 글자를 따 FITT-P라 부른다. 이 다섯 칸이 숫자로 채워진 운동만이 '구조화된 운동'이다. 다섯 칸이 비어 있는 권고 — "운동 좀 하세요", "많이 걸으세요" — 는 처방이 아니라 인사말이다. 제2부는 이 다섯 칸을 하나씩 채우는 법을 다룬다.
5장. 두 가지 운동 — 힘의 종류로 나눈다
헬스장에 가면 운동의 종류는 수백 가지다. 요가, 필라테스, 크로스핏, 수영, 자전거, 등산, 탁구, 골프…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가.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둘이다. 조직은 운동의 이름을 모른다. 근육도 뼈도 혈관도 '지금 하는 게 필라테스인지 수영인지'를 알지 못한다. 조직이 아는 것은 오직 자기에게 어떤 힘이 걸리는가뿐이다. 세포가 자기에게 걸리는 힘을 감지해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과정을 메카노트랜스덕션(mechanotransduction)이라 부른다. 기계적(mechano) 신호를 생물학적 신호로 번역(transduction)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수백 가지 운동을 두 가지로 나누는 근거다.
유산소운동 — 전단력의 운동
빠르게 걷거나 달리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액이 빨리 흐른다. 빨라진 혈액은 혈관 안쪽 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를 더 세게 스치고 지나간다. 강물이 빨라지면 강바닥의 돌을 더 세게 쓸어내리는 것과 같다. 이 스치는 힘을 전단응력(shear stress)이라 한다. 내피세포는 이 힘을 감지해 산화질소(NO)라는 기체를 만들고, 산화질소는 혈관을 넓힌다. 이것이 반복되면 내피의 염증이 가라앉고, 딱딱해졌던 동맥이 탄성을 되찾고, 근육과 뇌와 심장에 새 모세혈관이 자란다. 혈관이 운동을 '기억'하는 것이다.
같은 시간에 근육세포 안에서도 일이 벌어진다. 반복 수축으로 에너지가 바닥나면 AMPK와 칼슘 신호가 PGC-1α라는 총감독을 깨우고, 총감독은 미토콘드리아를 새로 짓기 시작한다. 발전소가 모자라니 발전소를 더 짓는 것이다. 혈류를 타고 면역세포 — 자연살해세포와 세포독성 T세포 — 가 혈관으로 쏟아져 나와 온몸을 순찰하고, 근육에서 분비된 마이오카인이 혈류를 타고 간과 지방과 뇌와 뼈에 편지를 보낸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 수영, 인터벌 — 심박과 혈류를 충분히 올려 유지하는 모든 운동이 여기에 속한다. 이름은 달라도 혈관이 받는 힘은 같다.
근력운동 — 장력과 압축의 운동
이번에는 무거운 것을 들어 보자. 근육이 저항에 맞서 수축하면 근섬유와 힘줄과 근막에는 당기는 힘, 곧 장력(tension)이 걸리고, 뼈와 연골에는 누르는 힘, 곧 압축(compression)이 걸린다. 근섬유에 걸린 장력은 mTOR 경로를 켜서 근육 단백질을 새로 만들게 하고, 근육 주변에서 대기하던 위성세포를 깨워 근섬유를 굵게 만든다. 힘줄과 근막에 걸린 장력은 섬유모세포에게 콜라겐을 더 짜내게 하여 조직을 질기게 하고, 굳어 있던 근막을 다시 부드럽고 탄력 있게 되돌린다. 뼈에 걸린 압축은 뼈 속에 그물처럼 박혀 있는 골세포가 감지하여 뼈를 짓는 조골세포를 깨운다. 19세기 독일의 외과의사 율리우스 볼프는 이것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뼈는 자기에게 걸리는 힘에 맞추어 스스로를 다시 짓는다.' 우주 비행사가 무중력에서 몇 달을 지내면 뼈가 녹아내리는 것도, 테니스 선수의 라켓 잡는 팔 뼈가 반대쪽보다 두꺼운 것도 모두 볼프의 법칙이다.
수축하는 근육은 덤으로 두 가지 일을 더 한다. 마이오카인을 분비하고, 식후에 밀려드는 포도당의 대부분을 빨아들여 인슐린을 낮춘다. 밴드, 맨몸, 기구를 이용한 저항운동, 계단 오르기, 점프처럼 체중과 충격을 싣는 운동이 여기에 속한다.
왜 두 축을 모두 써야 하는가
조직마다 반응하는 힘이 다르기 때문이다. 혈관과 상피는 전단력에 반응하고, 뼈와 근육은 장력과 압축에 반응한다. 걷기만 하는 사람은 혈관과 미토콘드리아는 좋아지지만 근육과 뼈가 서서히 줄고, 역기만 드는 사람은 근육은 늘지만 혈관과 심폐 능력이 따라오지 못한다. 집으로 치면 전기 배선만 고치고 기둥은 그냥 두는 것, 또는 기둥만 세우고 배선은 그냥 두는 것이다. 미국스포츠의학회와 미국암학회의 암 생존자 운동 지침이 '주 150분 중강도 유산소에 주 2회 근력'을 반드시 함께 권하는 이유다(Campbell 등,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2019). 수십만 명을 추적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들에서도 유산소와 근력을 함께 하는 사람의 사망률이 한쪽만 하는 사람보다 낮다.
보조 변수 — 정렬, 가동 범위, 균형
그렇다면 스트레칭, 균형 운동, 협응 운동, 그리고 올바른 움직임과 자세(CMP)는 어디에 들어가는가. 이것들은 두 축과 나란히 서는 세 번째 축이 아니다. 두 축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바탕'이다. 틀어진 몸에 부하를 주면 힘은 재생이 아니라 손상으로 번역된다. 기울어진 기둥에 지붕을 얹으면 집이 튼튼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정렬은 진행 단계의 첫 칸(8장)이며, 그 뒤 모든 단계에서 준비운동으로 반복된다. 암환자의 손발 저림이나 노인의 낙상처럼 균형 자체가 처방의 핵심이 되는 경우는 질환 장에서 따로 다룬다.
6장. 최소 운동강도 — 그 아래는 운동이 아니다
다섯 칸 가운데 사람마다 가장 다르고, 가장 자주 틀리는 칸이 강도다. 그리고 강도에는 역치가 있다. 문턱이라는 뜻이다. 문턱을 넘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 서 있어도 방 안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호주 빅토리아 대학의 데이비드 비숍과 컬럼비아 대학의 마틴 피카드는 2025년 생리학 연례 리뷰에 「미토콘드리아 메디슨으로서의 운동」이라는 종설을 실었다. 운동 처방의 각 변수 — 종류, 강도, 양, 빈도 — 가 미토콘드리아의 어떤 면을 바꾸는지를 수십 년치 연구로 정리한 것이다. 결론은 세 가지였다. 미토콘드리아의 '양', 곧 개수와 총 부피는 운동의 총량이 주로 결정한다. 미토콘드리아의 '질', 곧 미토콘드리아 하나하나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드느냐는 고강도 훈련이 주로 올린다. 그리고 강도에는 역치가 있어서, 너무 낮은 강도의 운동은 양도 질도 거의 바꾸지 못한다(Bishop, Lee & Picard, Annual Review of Physiology, 2025).
마이오카인도, 면역세포도 마찬가지다. 근육이 '충분히' 수축할 때만 IL-6가 분비되고, 심박과 에피네프린이 충분히 올라야 자연살해세포가 혈류로 뛰어나온다. 느릿한 산책은 분명 건강에 좋다. 기분이 좋아지고 혈당이 조금 내려가고 잠이 잘 온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를 새로 짓고 면역세포를 종양으로 보내는 '약'으로서의 운동은 아니다. 최소 운동강도 아래의 운동은 움직임이지 처방이 아니다. 영양제와 항암제가 둘 다 '먹는 것'이지만 같은 것이 아니듯.
최소 운동강도의 정의
이 책은 최소 운동강도를 개인의 제1젖산역치(LT1)로 정의한다. 운동 강도를 천천히 올리면 어느 지점에서 혈액 속 젖산이 안정 수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 지점이 제1젖산역치다. 생리학적으로는 산소만으로 충분히 감당되던 강도에서 무산소 대사가 조금씩 보태지기 시작하는 경계이고, 몸으로 느끼기에는 '대화는 되지만 노래는 안 되는' 강도다. 옆 사람과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는 있는데 노래를 부르려면 숨이 모자라는 지점. 이 지점 위가 중강도, 여기서 제2젖산역치(LT2) 사이가 중~고강도, 제2역치 위가 고강도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서브맥시멀 이상'은 제1젖산역치 이상을 뜻한다.
현장에서 재는 네 가지 방법
실험실에서 젖산을 뽑아 가며 운동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는 네 가지 방법으로 가늠한다. 첫째는 말하기 테스트다. 문장으로 대화는 되지만 노래는 안 되면 제1역치 부근이다. 단어 몇 개만 겨우 뱉을 수 있으면 제2역치 부근이다. 기구가 필요 없고 환자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 가장 실용적이다. 둘째는 자각 운동강도, 보르그의 6~20 척도다. 6은 가만히 있는 것, 20은 더는 못 하겠다는 것이다. 12~13('약간 힘들다')이 제1역치 부근, 14~15('힘들다')가 제2역치 부근이다. 주관적이지만 재현성이 높고, 심박수를 쓸 수 없는 환자 — 베타차단제를 먹는 사람, 항암치료 중인 사람 — 에게는 이것이 기본이다. 셋째는 심박수 예비량이다. 최대심박에서 안정심박을 뺀 값의 40~70%를 안정심박에 더한 범위가 중강도 구간이며, 40%가 최소 운동강도의 하한이다. 스마트워치로 기록할 수 있어 편하지만 약물, 빈혈, 치료 상태에 따라 부정확할 수 있다. 넷째는 근력 운동의 반복 가능 횟수다. 같은 무게로 10~15회를 들 때 마지막 2~3회가 힘들면 최대근력의 60~70%, 곧 중강도다. 복잡한 1RM 측정 없이 현장에서 역산할 수 있다.
강도의 상한
강도는 양날이다. 제2역치를 넘는 고강도는 미토콘드리아의 질을 올리고 시간 효율이 높지만, 회복 없이 반복되면 과훈련과 면역 억제와 장 투과성 증가를 부른다(3장의 다섯째 금기). 질환이 있으면 상한이 더 내려온다. 항암치료 중에는 자각 강도 11~13, 심혈관 환자의 초기 재활은 심박수 예비량 40~60%, 통증 환자는 통증 10점 만점에 3점 이하가 상한이다. 하한을 넘되 상한을 넘지 않는 것, 그 사이가 약의 '치료 범위'다.
7장. 용량 — 시간과 횟수
강도 곱하기 시간 곱하기 횟수가 주당 용량이다. 약을 '하루 몇 mg'으로 처방하듯 운동은 '주당 몇 MET-시간'으로 처방한다. MET는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쓰는 에너지를 1로 놓고 그 몇 배를 쓰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다. 빠르게 걷기는 약 4 MET, 조깅은 약 7~8 MET다. 그러니 빠르게 걷기 한 시간은 4 MET-시간이고, 조깅 30분은 약 4 MET-시간이다. CHALLENGE 시험의 목표였던 '주 10 MET-시간 추가'는 빠르게 걷기를 주 3회 한 시간씩, 또는 조깅을 주 3회 30분씩 하는 양이다.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 정도가 항암제 하나만큼의 효과를 냈다.
시간
유산소운동은 한 번에 20~60분이 기준이다. 20분 아래에서는 미토콘드리아를 짓는 신호가 충분히 켜지기 전에 끝나 버리고, 60분을 훌쩍 넘기면 코르티솔과 장 투과성이 오르기 시작한다. 인터벌은 고강도 구간과 회복 구간을 합쳐 20분 이상이면 된다. 근력운동은 큰 근육 — 허벅지, 엉덩이, 등, 가슴, 어깨, 팔 — 을 쓰는 6~8개 동작을 2~3세트씩, 20~40분이면 충분하다. 주당 총량은 중강도 150~300분, 또는 중강도와 고강도를 섞어 그에 해당하는 양이다.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신체활동 지침이 같은 숫자를 낸다.
횟수
유산소운동은 주 3~5회, 근력운동은 주 2~3회를 이틀 연속으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한다. 둘을 합치면 '주 3회 이상, 매일도 가능'이 된다. 횟수가 중요한 이유는 운동의 항염 효과와 대사 효과가 '꾸준함'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한 번의 운동으로 올라간 인슐린 감수성은 24~48시간이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간다. 운동의 약효가 이틀짜리인 셈이다. 그래서 당뇨 환자에게는 '이틀 이상 쉬지 말라'가 처방이 된다. 반대로 주 1회 서너 시간을 몰아서 하는 운동은 과부하와 회복 부재를 동시에 일으킨다. 일주일치 약을 토요일에 한꺼번에 삼키는 것과 같다.
용량의 상한과 하한
하한은 분명하다. 주 150분 미만, 주 2회 미만이면 효과가 급격히 줄어든다. 상한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주 300분을 넘기면 추가로 얻는 것이 완만해지고 다칠 위험이 오른다. 암환자, 고령자, 심혈관 환자는 하한을 낮추어 주 90분부터 시작하되, '짧고 자주'로 횟수를 늘려 총량을 맞춘다. 하루 30분을 한 번에 못 하면 10분씩 세 번으로 나누어도 된다. 약을 식후 세 번으로 나누어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8장. 순서 — 열린 사슬부터, 단계적으로
아플 때는 어떻게 운동하는가. 허리가 아픈 사람은 어떻게 시작하는가. 재활의학에는 오래된 답이 있다. '열린 사슬부터, 단계적으로 높인다.' 이 책은 그 답을 다친 사람만의 규칙이 아니라 모든 질환에 공통인 보편 원칙으로 끌어올린다.
열린 사슬 운동은 손이나 발 끝이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운동이다. 누워서 다리 들기, 앉아서 무릎 펴기가 그렇다. 체중이 관절에 실리지 않으므로 다친 조직에 부하를 주지 않고도 관절을 움직일 수 있다. 닫힌 사슬 운동은 손발이 바닥에 고정된 운동이다. 서기, 스쿼트, 걷기, 계단 오르기가 그렇다. 체중이 실리므로 뼈와 근육에 '진짜 힘'이 걸린다. 그 다음이 밴드나 기구 같은 외부 저항이고, 마지막이 점프와 달리기 같은 충격이다. 조직이 각 단계의 힘에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한 칸씩 올라가는 것, 그것이 진행이다.
이 책은 진행을 일곱 단계로 나눈다. 0단계는 판정이다. 4장의 신호등으로 몸을 판정하고 공복의 리듬을 정한다. 황색 이상이면 다음 단계로 가고 적색이면 보류한다. 1단계는 신체정렬이다. 올바른 움직임과 자세를 되찾는 정렬 운동으로 틀어짐을 바로잡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회복하며, 열린 사슬 운동을 한다. 정렬 검사를 통과하고 통증이 3점 이하면 다음으로 가고, 통증이 늘면 머문다. 2단계는 체중 부하다. 서고, 걷고, 계단을 오르는 닫힌 사슬 운동과 자기 체중을 이용한 근력 운동을 하며, 유산소는 자각 강도 9~11의 가벼운 수준으로 한다. 일상 동작에 통증이 없고 20분을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으면 다음으로, 통증이나 부종이 다시 생기면 1단계로 돌아간다. 3단계는 최소 운동강도 도달이다. 유산소는 자각 강도 12~13, 근력은 밴드나 가벼운 저항으로 한다. 처음으로 운동이 '약'이 되는 단계다. 주 3회 20분을 2주 동안 유지하면 다음으로, 다음 날까지 피로와 통증이 이어지면 2단계로 돌아간다. 4단계는 용량 증가다. 강도는 그대로 두고 시간과 횟수를 올리되, 2~4주마다 한 변수만 10% 안팎씩 올린다. 주 150분 또는 주 10 MET-시간에 이르면 다음으로, 회복이 나쁘면 직전 용량으로 돌아간다. 5단계는 강도 상향이다. 자각 강도 14~15의 인터벌, 최대근력의 70~80%, 충격 부하를 더하되 금기가 없을 때만 한다. 목표 지표에 이르면 유지로 가고, 수면이나 심박변이도나 통증이 나빠지면 4단계로 돌아간다. 6단계는 유지다. 3년 이상 장기 유지하며 분기마다 재평가하고, 기록으로 실행을 검증한다. 조건이 무너지면 — 염증이 재발하고 체중이 다시 늘면 — 0단계로 돌아가 다시 판정한다.
단계의 규칙은 셋이다. 한 번에 한 변수만 올린다. 올리는 폭은 10% 안팎이다. 그리고 후퇴는 실패가 아니라 처방의 일부다. 계단을 오르다 한 칸 내려서는 것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칸을 오르기 위해 숨을 고르는 것이다. 질환에 따라 각 단계의 내용은 바뀌지만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 암에서도, 요통에서도, 심장재활에서도 이 순서가 같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제3부. 잘못하면 독이다
9장. 다섯 가지 위반
'운동은 좋다'는 책은 서점에 넘친다. 이 책이 그 책들과 다른 점은 운동이 독이 되는 조건을 명시한다는 것이다. 처방이라는 말은 금기와 용량이 있을 때만 성립한다. 운동이 독이 되는 다섯 가지 위반을 보자. 이 가운데 둘째부터 넷째까지는 FITT-P의 한 칸이 어긋난 것이고, 첫째는 제1부의 상황 판정을, 다섯째는 실행을 어긴 것이다.
첫째는 상황 위반이다. 급성 감염이나 발열, 급성 손상, 악액질, 통제되지 않은 심혈관 상태에서 강도를 올리는 것, 또는 수면 부족과 과식으로 회복이 없는 상태에서 운동만 얹는 것이다. 열이 나는데 격렬하게 뛰거나, 근육이 녹는 환자에게 공복 고강도를 시키거나, 수술 직후에 체중을 싣는 것이 그 예다.
둘째는 용량 위반이다. 강도, 시간, 횟수의 위반을 함께 묶는다. 최소 강도에 못 미치는 '운동 흉내'도 위반이고, 지나친 강도와 시간도 위반이며, 주 1회 몰아치기도, 아예 끊는 것도 위반이다. 매일 느릿하게 산책하면서 미토콘드리아가 늘기를 기대하는 것, 마라톤 수준의 운동을 회복 없이 반복하는 것, 주말에만 세 시간을 몰아서 하는 것이 그 예다. 너무 적어도 독이고 너무 많아도 독이다. 약과 똑같다.
셋째는 유형 위반이다. 조직의 상태에 맞지 않는 힘을 주거나, 두 축 가운데 하나만 반복하는 것이다. 뼈에 전이가 있거나 골다공증이 심한 사람에게 점프 같은 충격을 주는 것, 급성 요통에 체중을 실은 고부하를 주는 것, 림프부종이 있는 팔에 갑자기 무거운 저항을 주는 것, 유산소만 해서 근육이 빠지는 것이 그 예다.
넷째는 순서 위반이다. 정렬 없이 부하부터 주는 것, 열린 사슬에서 닫힌 사슬로, 저항으로, 충격으로 가는 순서를 건너뛰는 것, 여러 변수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다. 아픈 상태에서 곧바로 저항운동을 하거나, 강도와 시간을 같은 주에 함께 올리는 것이 그 예다.
다섯째는 정직성 위반이다. 처방은 했으나 실행이 없는 것, 환자가 하지 않고 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기록 없는 처방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다음 장에서 따로 다룬다.
10장. 처방은 검증될 때 완성된다
임상의 현실은 이렇다. 환자는 운동했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하지 않는다. 앉아 있지 않았다고 말하고, 하루 종일 앉아 있다.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원래 자기 활동량을 과대평가한다. 설문으로 물어본 신체활동량과 가속도계를 허리에 차고 잰 신체활동량의 상관은 생각보다 훨씬 낮다. '많이 걸었다'는 기억과 실제 걸음 수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처방은 기록과 측정으로 검증될 때만 완성된다.
검증의 도구는 세 겹이다. 첫째는 기록지다. 공복을 시작한 시각과 끝낸 시각, 운동한 날짜와 유형과 자각 강도와 시간을 환자가 매일 적는다. 쓰는 행위 자체가 처방을 몸에 붙인다. 둘째는 측정이다. 스마트워치의 심박수와 걸음 수, 체성분계의 근육량, 보행 속도, 악력, 의자에서 일어나기 횟수처럼 간단한 기능 지표를 2~4주마다 잰다. 셋째는 생체역학이다. 자세와 보행과 움직임의 질을 영상이나 센서로 기록한다. 이 세 겹은 환자를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처방이 몸에 닿았는지를 처방자와 환자가 함께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CHALLENGE 시험에서 운동군에 효과가 난 것도 사실은 이 때문이다. 3년 동안 운동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만나 목표치를 확인했다. 혼자 하라고 종이 한 장 건넸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제4부. 질환별 처방
같은 문법이 질환마다 다시 짜인다. 각 장은 같은 순서로 쓴다. 이 질환에서 제1층 조건의 특이점은 무엇인가, 병은 어떤 단계를 거치는가, 각 단계에서 운동은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는가, FITT-P의 다섯 칸을 어떻게 조정하는가, 무엇이 독이 되는가. 설명은 언제나 세포에서 조직으로, 조직에서 전신으로 올라간다. 세 번째 질환쯤 읽으면 독자는 다음 문단에 무엇이 올지 예측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의도다.
11장. 암 — 항암치료의 필요조건 명제
수술, 방사선, 항암제, 면역치료는 암세포를 공격한다. 구조화된 운동은 그 공격이 성공할 수 있는 몸 — 암세포를 둘러싼 정상 세포와 조직과 면역과 혈관과 미토콘드리아 — 을 만든다. 전쟁으로 치면 치료는 전투이고 운동은 보급과 지형이다. 보급이 끊긴 군대는 아무리 좋은 무기를 들어도 이기지 못한다. 공격의 충분조건은 치료가, 필요조건은 운동이 담당한다. 이 명제의 임상적 근거가 서장에서 본 CHALLENGE 시험이다.
암의 다섯 시기와 운동
암은 다섯 시기를 거친다. 발암 — 정상세포에 돌연변이가 쌓인다. 전암 — 변이 세포가 살아남아 자리를 잡는다. 원발 — 종양이 자라며 혈관을 끌어오고 면역을 피한다. 전이 —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류를 타고 다른 장기에 자리 잡는다. 그리고 죽음 — 암이 사람을 죽이는 방식. 운동은 다섯 시기 모두에 개입한다. 시기마다 하는 일이 다를 뿐이다.
발암의 시기에 운동은 토양을 바꾼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무어 연구팀은 12개 코호트 144만 명의 자료를 합쳐 여가 시간에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에서 26종의 암 가운데 13종의 위험이 낮음을 보고했다. 식도선암은 42%, 간암은 27%, 폐암은 26%, 신장암은 23%, 위분문암은 22%, 자궁내막암은 21%, 골수성 백혈병은 20%, 골수종은 17%, 대장암은 16%, 두경부암은 15%, 직장암은 13%, 방광암은 13%, 유방암은 10% 낮았다(Moore 등, JAMA Internal Medicine, 2016). 기전은 제1부에서 본 그대로다. 염증이 줄고, 인슐린과 IGF-1이 줄고, 에스트로겐이 줄고, 내장지방이 줄고, 면역 감시가 강해진다. 암 발생의 상당 부분이 타고난 유전자가 아니라 살면서 만든 토양에서 온다는 사실은, 거꾸로 그 토양을 바꾸는 운동이 발암 단계부터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씨앗을 바꿀 수는 없어도 밭은 바꿀 수 있다.
전암의 시기에 운동은 이웃을 튼튼하게 한다. 변이 세포가 살아남으려면 이웃이 허약해야 한다. 정상 상피세포는 옆에 변이 세포가 생기면 그것을 감지해 조직 밖으로 밀어낸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세포 경쟁' 또는 '상피의 암세포 방어'라 부른다. 동네 사람들이 수상한 이웃을 알아보고 내보내는 것과 같다. 그런데 비만과 고지방식은 이 방어를 무너뜨린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 연구팀은 고지방식을 먹인 쥐의 장과 췌장에서 정상세포가 변이 세포를 밀어내는 능력이 사라지고 변이 세포가 그대로 남는 것을 보여 주었다(Sasaki 등, Cell Reports, 2018). 세포 수준에서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오토파지 저하가 손상 세포의 축적을 허용한다. 공복과 운동이 켜는 AMPK, 오토파지,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이 이 시기의 개입이다.
원발의 시기에는 세 가지 사건이 중요하다. 첫째는 혈관이다. 종양은 자라기 위해 혈관을 끌어오지만, 급하게 만든 그 혈관은 비정상적이고 여기저기 샌다. 그래서 종양 안은 산소가 부족한 저산소 상태가 되고, 저산소는 치료 저항과 전이를 부른다. 듀크 대학 연구팀은 유방암 쥐에게 운동을 시켰더니 종양 혈관이 정상에 가깝게 바뀌어 혈류와 산소 공급이 늘고 항암제의 효과가 커졌음을 보고했다(Betof 등,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2015). 막힌 도로를 뚫어 약을 실은 트럭이 들어가게 한 셈이다. 둘째는 면역이다. 코펜하겐의 페데르센 연구팀은 쳇바퀴를 자유롭게 달릴 수 있게 한 쥐에서 다섯 종류의 종양 성장이 60% 이상 억제되었고, 그 이유가 운동 중 쏟아진 에피네프린과 IL-6에 의해 동원된 자연살해세포가 종양 속으로 침투했기 때문임을 보였다(Pedersen 등, Cell Metabolism, 2016).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팀은 같은 효과에 세포독성 T세포도 관여하며, 운동 중 분비되는 젖산 — 흔히 피로 물질로 오해받는 바로 그 젖산 — 이 T세포를 활성화함을 보고했다(Rundqvist 등, eLife, 2020). 뉴욕 대학 연구팀은 췌장암 쥐에서 하루 30분, 주 5일의 유산소운동이 IL-15라는 신호를 통해 CD8 T세포를 종양으로 보내고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높임을 보였다(Kurz 등, Cancer Cell, 2022). 운동은 경찰을 범죄 현장으로 보내는 명령이다. 셋째는 종양 미세환경이다. 종양 덩어리의 상당 부분은 사실 암세포가 아니다. 굳어진 결합조직, 암에 포섭된 섬유모세포, 지방세포, 염증 세포다. 그리고 경직된 세포외기질 자체가 암에게 '자라라'는 신호가 된다(Levental 등, Cell, 2009). 운동은 전신 염증과 지방조직을 줄여 이 토양을 바꾼다.
전이의 시기에 암세포는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상피에서 떨어져 나와 움직이는 세포로 바뀌어야 하고, 혈류 속에서 순환종양세포로 살아남아야 하며, 혈관 밖으로 빠져나가 새 장기에 자리 잡아야 한다. 운동은 이 관문마다 장애물을 세운다. 운동할 때 수준의 빠른 혈류가 순환종양세포를 물리적으로 파괴한다는 미세유체 실험(Regmi 등, Scientific Reports, 2017), 뼈에 기계적 부하를 주면 유방암의 골전이와 뼈 파괴가 줄어든다는 동물 실험(Lynch 등, 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 2013), 만성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켜지면 베타-아드레날린 신호가 전이를 촉진한다는 연구(Sloan 등, Cancer Research, 2010)가 이 시기의 근거다. 운동은 교감신경의 과활성을 낮추고 심박변이도를 회복시킨다. 다만 이 시기의 근거는 대부분 동물과 실험 모델 수준이다. 그래서 '유망'으로 표기한다.
마지막, 죽음의 시기다. 암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가. 상당수는 악액질로 죽는다. 암환자의 절반 이상이 겪고 암 사망의 20% 안팎에서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무리 먹어도 근육이 녹는 상태다. 종양과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근육 단백질의 분해 스위치를 켜는데, 흥미로운 것은 순서다. 근육이 줄기 전에 근육 속 미토콘드리아가 먼저 망가진다(Brown 등, 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2017). 발전소가 먼저 꺼지고 공장이 문을 닫는 것이다. 근육을 지키려면 미토콘드리아를 먼저 지켜야 하고, 그 수단이 운동이다. 또 하나는 치료를 견디지 못해 죽는 경우다. 진단 당시 근육량이 적은 환자는 항암제 독성이 크고,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일이 많으며, 생존율이 낮다. 근육은 치료를 견디는 저장고다. 통장에 잔고가 있어야 큰 지출을 버틸 수 있듯. 그리고 피로가 있다. 암환자가 가장 흔하게, 가장 괴롭게 겪는 증상인 암 관련 피로에 대해 113편의 무작위 연구, 1만 1천여 명의 자료를 모아 분석한 결과, 운동(효과 크기 0.30)이 심리 치료(0.27)보다, 그리고 약물(0.09)보다 훨씬 효과적이었다(Mustian 등, JAMA Oncology, 2017). '피곤하니 쉬어라'가 아니라 '피곤하니 맞는 강도로 움직여라'가 처방이다. 직관에 어긋나지만 근거는 분명하다.
치료 시기별 구조화
진단 직후부터 수술 전까지는 체력을 비축하는 시기다. 2~3단계에서 시작해 유산소는 자각 강도 12~13, 근력은 가벼운 저항으로 주 3~5회, 2~4주 동안 한다. 공복은 14시간으로 가볍게 유지한다. 검사와 수술 일정에 겹치지 않게 하고 과도한 피로를 피한다. 수술 뒤에는 회복과 유착 방지와 근손실 억제가 목표다. 1단계에서 2단계로, 정렬과 열린 사슬부터 시작해 걷기를 일찍 시작한다. 공복은 회복 영양을 우선해 줄인다. 창상 부위에 부하를 주지 않고 림프절을 절제한 부위에 급격한 저항을 주지 않는다. 항암이나 방사선치료 중에는 치료를 끝까지 받는 것, 피로와 근손실과 심독성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다. 2~3단계에서 자각 강도 11~13으로 짧게 자주, 치료 주기에 맞추어 파도처럼 올렸다 내렸다 한다. 공복은 투여일 전후로 완화한다. 혈소판과 빈혈과 발열은 중단 기준이고, 악액질이 있으면 공복과 고강도를 함께 하지 않는다. 회복기에는 체력을 재건하고 최소 운동강도를 다시 찾는다. 3단계에서 4단계로, 시간과 횟수부터 되돌리고 강도는 나중이다. 공복은 14~16시간으로 복귀한다. 서둘러 강도를 올리는 것이 이 시기의 가장 흔한 실수다. 생존자기에는 재발을 막는 3년의 구조화가 목표다. 4~6단계에서 주 10 MET-시간을 추가하고 두 축을 모두 하며 분기마다 재평가한다. 중단과 조건 붕괴를 경계한다. 암환자의 상태별 강도 조정은 별도의 실용편에서 자세히 다룬다.
상태별 조정
악액질과 근감소가 있으면 근력을 우선하고 공복 운동을 금지하며 단백질을 함께 먹고 짧게 자주 한다. 골전이나 골다공증이 있으면 충격을 금지하고 부하 부위를 조정하며 발뒤꿈치 떨구기 같은 안전한 변형을 쓴다. 항암제로 생긴 말초신경병증이 있으면 균형과 감각운동 훈련을 더해 낙상을 예방한다. 무작위 연구에서 운동이 신경병증 증상과 기능을 개선했다(Kleckner 등, 2018). 림프부종이 있으면 점진적 저항운동은 안전하며 부종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PAL 시험에서 확인되었으므로 급격한 증가만 피한다. 안트라사이클린 같은 심독성 약물을 쓰면 심박수 상한을 정하고 심장재활 단계표를 따른다. 피로가 심하면 자각 강도 11~13으로 짧게 자주 한다. 쉬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 치료다.
세 가지 기전과 근거의 수위
이 장의 기전은 세 문장으로 줄어들며, 각각 근거의 수위가 다르다. 첫째, '운동은 죽이는 세포를 보낸다.' 자연살해세포와 T세포의 동원과 침윤으로, 동물 실험에서는 확립되었고 사람에서는 유망하다. 둘째, '운동은 벽을 세운다.' 건강한 이웃 세포가 암세포를 밀어내고 미세환경을 정상화한다는 것으로, 유망하다. 셋째, '운동은 미토콘드리아를 나눈다.' 세포들은 가느다란 나노튜브와 세포외소포라는 소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를 서로 주고받는데, 2025년 네이처에 실린 일본 오카야마 대학의 연구는 암세포가 이 통로로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를 면역 T세포에 떠넘겨 T세포를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Ikeda 등, Nature, 2025). 거꾸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받은 T세포는 살아나 항종양 능력이 커진다(Baldwin 등, Cell, 2024). 암세포는 불량품을 이웃에 떠넘기고, 건강한 세포는 좋은 것을 나눈다. 운동이 이 거래에서 건강한 쪽의 지갑을 두껍게 한다는 것은 아직 가설이다. 이 책은 그것을 가설이라고 밝히고 제안한다. 세 기전의 세포 수준 원리는 종장에서 다시 다룬다.
12장. 대사질환 — 제1층 조건을 만드는 질환
비만, 2형 당뇨, 고혈압, 지방간은 서로 다른 네 개의 병이 아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한 병의 네 얼굴이다. 그리고 이 질환군은 운동 처방에서 특별한 자리에 있다. 제1부에서 말한 '약이 되는 몸의 조건', 곧 만성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푸는 것이 바로 이 병의 치료이기 때문이다. 다른 질환에서는 조건을 만든 뒤에 처방하지만, 대사질환에서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곧 처방이다.
근거는 운동의학 전체에서 가장 단단하다. 미국 당뇨예방프로그램은 당뇨 전 단계인 성인 3,234명을 무작위로 세 무리로 나누어 3년을 추적했다. 한 무리는 위약, 한 무리는 당뇨약 메트포르민, 한 무리는 주 150분 운동과 7%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한 생활습관 교정이었다. 결과는 분명했다. 메트포르민은 당뇨 발생을 31% 줄였고, 생활습관 교정은 58% 줄였다(Diabetes Prevention Program Research Group,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2). 운동이 약을 이긴 것이다. 그것도 큰 차이로.
기전은 근육에 있다. 수축하는 근육은 인슐린의 도움 없이도 포도당 수송체(GLUT4)를 세포 표면으로 보내 혈당을 빨아들인다. 인슐린이 열쇠라면 운동은 열쇠 없이 문을 여는 비상 버튼이다. 이 효과는 운동 뒤 24~48시간 지속된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포도당을 치울 창고가 크다. 근육은 몸에서 가장 큰 포도당 저장고이기 때문이다. 내장지방이 줄면 염증성 아디포카인이 줄고 좋은 아디포카인인 아디포넥틴이 늘며, 혈관내피의 산화질소 생성이 회복되어 혈압이 내려간다.
다섯 칸의 조정은 이렇다. 유형은 근력과 유산소를 반드시 함께 한다. 근육량이 곧 포도당 창고의 크기이므로 근력 운동을 빼면 안 된다. 미국당뇨병학회 지침도 두 축의 병행을 권한다(Colberg 등, Diabetes Care, 2016). 강도는 중강도 이상이며, 고강도 인터벌은 시간 대비 혈당 개선 효과가 크다. 시간과 횟수는 주 150~300분, 그리고 이틀 이상 연속으로 쉬지 않는다. 운동의 혈당 효과가 48시간 안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식후 운동은 식후 혈당이 치솟는 것을 바로 깎아 준다. 저녁을 먹고 15분만 걸어도 다르다. 공복은 14~16시간 시간제한 식사가 가장 잘 맞는 질환군이지만, 인슐린이나 설폰요소제를 쓰는 사람은 저혈당에 주의해야 한다. 독이 되는 경우는 인슐린이나 약물 사용자의 저혈당,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에서 숨을 참고 하는 고강도 등척성 운동, 당뇨발이 있는 사람의 충격 부하다.
13장. 뇌 퇴행 — 움직이는 뇌
뇌는 체중의 2%밖에 안 되지만 몸이 쓰는 에너지의 20%를 가져간다. 몸무게로 치면 작은 부서인데 예산은 다섯 배를 쓰는 셈이다. 그만큼 뉴런은 미토콘드리아에 극도로 의존하고,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알츠하이머와 파킨슨의 공통 바탕이다. 발전소가 흔들리면 가장 먼저 불이 꺼지는 곳이 뇌다.
운동이 뇌를 바꾼다는 가장 유명한 근거는 피츠버그 대학의 에릭슨 연구팀이 2011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낸 연구다. 55~80세 성인 120명을 무작위로 두 무리로 나누어 1년 동안 한 무리는 주 3회 걷기를, 다른 무리는 스트레칭을 시켰다. 1년 뒤 MRI를 찍어 보니 걷기 무리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부피가 2% 늘어 있었다. 이 나이대에 해마는 해마다 1~2%씩 줄어드니, 1년 걷기로 1~2년치 노화를 되돌린 셈이다. 스트레칭 무리는 예상대로 1.4% 줄었다. 해마가 커진 정도는 혈액 속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가 늘어난 정도와 나란히 갔다(Erickson 등, PNAS, 2011). 뇌가 쪼그라드는 것을 걷기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 영상으로 확인된 첫 연구 가운데 하나였다.
기전은 세 겹이다. 세포 수준에서 운동은 BDNF를 올려 해마에서 새 뉴런이 태어나게 하고 시냅스를 유연하게 한다. 근육이 분비하는 카테프신 B와 이리신, 운동 중에 나오는 젖산이 혈뇌장벽을 넘어 뇌에 직접 작용한다. 다리 근육이 뇌에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것을 근육-뇌 축이라 부른다. 조직 수준에서 운동은 뇌혈류와 뇌 모세혈관 신생을 늘리고 미세아교세포가 일으키는 신경염증을 낮춘다. 전신 수준에서 운동은 혈압과 혈당과 염증이라는 혈관성 치매의 위험 요인을 함께 낮춘다. 핀란드의 FINGER 시험은 운동, 식이, 인지훈련, 혈관 위험 관리를 묶은 2년 중재가 치매 위험이 높은 노인의 인지 저하를 늦춤을 보였다(Ngandu 등, Lancet, 2015).
파킨슨병에서는 강도가 결정적이다. 미국의 SPARX 시험은 약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초기 파킨슨 환자를 세 무리로 나누어, 고강도(최대심박의 80~85%) 트레드밀, 중강도(60~65%) 트레드밀, 대조군으로 6개월을 추적했다. 운동 증상의 진행이 억제된 것은 고강도 무리뿐이었다(Schenkman 등, JAMA Neurology, 2018). 도파민 신경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고강도 자극에만 반응한다는 해석이다. 파킨슨 환자에게 '가볍게 산책하세요'는 처방이 아니다.
다섯 칸의 조정은 이렇다. 유형은 인지와 BDNF를 위한 유산소, 파킨슨과 낙상을 위한 균형·협응·보행 훈련, 낙상 예방을 위한 근력이다. 걸으면서 100에서 7씩 빼기처럼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이중과제는 인지에 추가 효과가 있다. 강도는 치매 예방은 중강도, 파킨슨은 가능하면 SPARX 기준의 고강도이되, 기립성 저혈압과 낙상 위험이 상한을 정한다. 시간과 횟수는 회당 30~45분, 주 3회 이상이며, 효과는 수개월에서 수년의 지속에서 나온다. 독이 되는 경우는 낙상 위험을 무시한 단독 고강도, 기립성 저혈압, 그리고 파킨슨 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시간대의 운동이다.
14장. 근골격과 통증 — 힘이 조직을 살린다
요통, 관절 통증, 틀어진 자세, 골절 뒤의 굳음. 근골격 문제는 운동 처방의 가장 흔한 대상이면서, 운동이 가장 쉽게 독이 되는 영역이다. 아픈 부위에 잘못된 힘을 주면 다치고, 아프다고 가만히 있으면 조직이 굳고 근육이 녹는다. 양쪽 다 길이 아니다. 답은 힘의 종류와 순서에 있다.
세포 수준의 근거는 메카노트랜스덕션이다. 섬유모세포, 골세포, 연골세포는 자기에게 걸리는 장력과 압축을 인테그린이라는 세포막 단백질과 세포골격을 통해 감지한다. 적절한 힘이 걸리면 콜라겐을 짜내고, 뼈를 짓고, 연골에 영양을 공급한다. 힘이 없으면 모든 합성이 멈춘다. 침대에 일주일 누워 있으면 근육량이 눈에 띄게 줄고, 무중력에서는 뼈가 녹는다. 반대로 힘이 지나치거나 비뚤면 미세손상과 염증이 쌓인다. 캐나다의 칸과 스콧은 이 원리에 '메카노테라피(mechanotherapy)'라는 이름을 붙여, 적절한 기계적 부하가 손상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는 치료임을 정리했다(Khan & Scott,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09). 적당한 힘은 약이고, 힘의 부재와 과잉은 둘 다 독이다.
조직 수준의 틀은 텐세그리티다. 텐트를 떠올리면 된다. 텐트 기둥(압축재)과 줄(장력재)이 서로 당기고 받치며 모양을 유지한다. 줄 하나가 느슨해지면 기둥이 기울고, 기둥이 기울면 다른 줄에 과부하가 걸린다. 몸도 같다. 뼈가 기둥이고 근막과 힘줄과 인대가 줄이다. 손상과 염증은 이 구조를 굳히고 — 근막이 점탄성을 잃는다 — 틀어진 구조는 같은 힘을 손상으로 번역한다. 그래서 정렬, 곧 올바른 움직임과 자세(CMP)가 먼저고, 정렬된 구조에 단계적으로 힘을 되돌리는 것이 치료다. 손상에서 구조 붕괴와 염증과 굳어짐으로, 점탄성의 회복으로, 중력과 지면반력에 대한 관절의 대응력 회복으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으로, 그리고 움직임으로 — 이 흐름이 이 장의 뼈대다.
임상 근거는 요통에서 가장 단단하다. 2018년 랜싯은 요통 특집 시리즈에서 만성 요통의 1차 치료로 운동을 권하고, 침상 안정과 수술과 약물의 과잉 사용을 경고했다(Foster 등, Lancet, 2018). 코크란 체계적 고찰은 만성 요통에서 운동 치료가 통증과 기능을 개선하며, 어떤 특정 운동법이 다른 것보다 낫다기보다 '지도받으며 구조화된 운동' 자체가 효과의 핵심임을 보였다(Hayden 등, Cochrane Database, 2021). 필라테스냐 맥켄지냐 코어냐가 아니라, 누군가 지도하는 가운데 구조를 갖추고 꾸준히 하느냐가 결과를 가른다.
다섯 칸의 조정은 이렇다. 여기서는 진행이 핵심이다. 1단계 정렬에서 열린 사슬로, 닫힌 사슬로, 저항으로, 충격으로 가되 단계마다 통증 3점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유형은 정렬 운동이 앞서고 두 축이 뒤따른다. 운동 기법의 세부는 CMP와 재활 프로토콜에 맡기고, 이 책은 '언제, 얼마나, 어떤 순서로'를 말한다. 강도와 시간과 횟수는 짧게 자주 — 하루 10~15분을 두세 번 — 하며 통증이 강도의 상한이다. 독이 되는 경우는 급성기의 고부하, 틀어진 자세에서의 반복 부하, 골절 부위의 조기 충격, 그리고 통증을 참으며 하는 운동이다. '아파도 참고 하라'는 말은 근골격에서는 틀린 말이다.
15장. 심혈관 — 전단력의 의학
혈관은 네 가지 조직이 한 관에 모인 기관이다. 안쪽은 내피(상피), 가운데는 평활근(근육)과 탄력섬유, 바깥은 결합조직과 자율신경. 혈관 질환은 내피 기능의 저하에서 시작해 동맥경화, 허혈, 심부전으로 간다. 그리고 내피를 직접 자극하는 유일한 생리적 수단이 혈류의 전단력, 곧 유산소운동이다. 혈관 안쪽 벽을 약으로 문지를 수는 없다. 혈류로만 문지를 수 있다.
심장재활의 근거는 반세기에 걸쳐 쌓였다. 코크란 고찰은 관상동맥질환 환자에게 운동 기반 심장재활을 했을 때 심혈관 사망이 약 26% 줄고 재입원이 줄었음을 보였다(Anderson 등, Cochrane Database, 2016). 한때 금기로 여겼던 심부전에서도 운동은 안전하며 입원과 사망을 줄인다. 기전은 세 겹이다. 세포 수준에서 심장 근육의 미토콘드리아가 늘고 심장이 건강하게 커진다 — 운동선수의 심장처럼. 조직 수준에서 내피의 산화질소 생성과 동맥 탄성과 모세혈관 신생이 회복된다. 전신 수준에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돌아오고 — 쉬게 하는 미주신경이 힘을 되찾고 — 혈압과 지질과 혈당과 염증이 함께 좋아진다.
다섯 칸의 조정은 이렇다. 유형은 유산소 지속형에서 시작해 안정되면 인터벌을 더하고, 근력은 가벼운 저항부터 보조로 한다. 강도는 심박수 예비량 40~60%에서 시작하되 베타차단제를 쓰는 사람은 심박수 대신 자각 강도로 보고, 단계에 따라 70%까지 올린다. 시간과 횟수는 20분에서 60분으로, 주 3~5회이며, 급성기에서 회복기로, 유지기로 가는 심장재활의 단계표를 따른다. 독이 되는 경우는 불안정 협심증과 급성기,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 숨을 참고 힘을 쓰는 고부하 등척성 운동이다.
16장. 노화와 근감소 — 90세에도 근육은 자란다
1994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한 연구가 노화에 대한 통념을 바꾸었다. 터프츠 대학의 마리아 피아타론 연구팀은 요양원에 사는 노인 100명 — 평균 87세, 가장 많은 나이가 96세 — 에게 10주 동안 고강도 저항운동을 시켰다. 가벼운 체조가 아니라, 기구에 앉아 최대근력의 80%로 다리를 미는 진짜 근력 운동이었다. 10주 뒤 근력은 113% 늘었다. 두 배가 넘게 센 것이다. 보행 속도가 빨라졌고 계단을 더 잘 올랐다(Fiatarone 등,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1994). 90세에도 근육은 자란다. 근감소는 나이의 필연이 아니라 부하가 없어서 생긴 결과다. 쓰지 않는 근육은 나이를 핑계로 사라진다.
노화된 근육의 문제는 '동화 저항'이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먹고 같은 운동을 해도 젊은 근육보다 근육 단백질 합성이 덜 반응한다. 귀가 어두워진 사람에게 더 크게 말해야 하듯, 둔해진 근육에는 더 센 자극이 필요하다. 더 충분한 저항, 끼니마다 더 넉넉한 단백질 — 체중 1kg당 하루 1.0~1.2g, 한 끼에 25~30g — 그리고 운동 직후의 단백질 섭취다. 세포 수준에서는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질이 떨어지는 것이 근감소에 앞서므로 유산소운동도 함께 필요하다. 전신 수준에서 근육은 포도당 창고이자 마이오카인 분비기관이므로, 근육을 지키는 일이 곧 대사와 면역과 뇌를 지키는 일이다.
다섯 칸의 조정은 이렇다. 유형은 근력을 우선하여 큰 근육을 주 2~3회, 여기에 낙상 예방을 위한 균형과 유산소를 더한다. 강도는 최대근력의 60~80%, 마지막 2~3회가 힘든 무게다. 가벼운 체조를 아무리 반복해도 근육은 자라지 않는다. 자극이 문턱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횟수는 회당 30분, 근력은 이틀 연속하지 않고 주 2~3회, 유산소는 주 3회다. 공복은 근육이 적은 고령자라면 공복 운동을 짧게 하거나 식후 운동으로 바꾸며, 공복 상태의 장시간 유산소는 근육을 태운다. 독이 되는 경우는 문턱 아래의 체조만 반복하는 것, 공복 장시간 유산소, 낙상 위험을 무시한 충격 부하다.
제5부. 처방을 쓰는 법
17장. 처방서 한 장
처방서는 한 장이면 된다. 위에서부터 여덟 칸이다. 판정, 공복, 유형, 강도, 시간, 횟수, 단계, 다음 평가일. 칸이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처방이 아니다.
첫 칸은 판정이다. 신호등의 색과 그 근거를 적는다. 염증 지표, 통증, 근육량, 심혈관 상태. 예를 들어 '황색 — CRP 상승, 통증 2/10, 근육량 저하'와 같이. 둘째 칸은 공복이다. 공복 창의 시작과 끝 시각, 운동 시각, 운동 뒤 첫 식사의 단백질 양을 적는다. '저녁 7시부터 아침 9시까지, 운동 8시, 첫 식사 단백질 25g'처럼. 셋째 칸은 유형이다. 유산소와 근력을 둘 다 적고, 정렬과 균형 같은 보조는 전제 조건란에 적는다. '빠르게 걷기 / 밴드 하체·상체 6동작 / 전제: 정렬 운동 10분'. 넷째 칸은 강도다. 유산소는 자각 강도나 말하기 테스트나 심박수로, 근력은 반복 가능 횟수로 적는다. '자각 강도 13, 대화 가능 / 마지막 2회 힘든 세기'. 다섯째 칸은 시간이다. 회당 몇 분인지, 주당 합계와 MET-시간은 얼마인지. '40분 / 25분 / 주 약 12 MET-시간'. 여섯째 칸은 횟수다. '유산소 주 4회 / 근력 주 2회(비연속)'. 일곱째 칸은 단계다. 0~6 가운데 어느 단계인지, 이번 주기에 올린 변수는 무엇인지. '3단계 / 이번 주기: 시간 +10%'. 여덟째 칸은 다음 평가다. 날짜, 측정할 항목, 후퇴 기준. '3주 뒤 / 악력·의자 일어서기 / 다음날 통증 지속 시 2단계로'.
이 여덟 칸이 채워진 종이를 환자에게 건넨다. 약봉지와 똑같이.
18장. 환자에게 설명하는 법
처방은 환자가 이해할 때 실행된다. 긴 설명은 필요 없다. 세 문장이면 된다. 첫째, "운동은 약입니다. 이 종이에 적힌 것이 당신의 약 이름과 용량입니다." 둘째, "이 강도 아래는 운동이 아닙니다. 대화는 되지만 노래는 안 되는 정도까지 올리세요." 셋째, "잘못하면 독입니다. 열이 나면 쉬고, 아프면 한 단계 내리고, 한 번에 하나씩만 올리세요." 그리고 기록지를 건넨다.
다음 방문에서 처방자가 보는 것은 환자의 말이 아니라 기록지와 측정값이다. "열심히 했어요"는 자료가 아니다. 주 4회라고 적힌 달력의 동그라미, 지난달보다 2kg 늘어난 악력, 10초 빨라진 의자 일어서기가 자료다. 환자도 그것을 보며 자기 몸이 바뀌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 약을 먹으면 혈압계 숫자가 내려가는 것을 보듯, 운동을 하면 악력계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본다. 그 숫자가 다음 3년을 버티게 한다.
종장. 운동 유도 미토콘드리아 메디슨으로
이 책은 운동을 처방의 언어로 번역했다. 조건, 구조, 처방. 그러나 '왜 운동이 약인가'라는 질문의 가장 깊은 층은 아직 열지 않았다. 그 층은 세포 안, 미토콘드리아에 있다.
사람의 몸은 약 37조 개의 세포로 되어 있고, 거의 모든 세포 안에 수백에서 수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일 뿐 아니라 세포의 생사와 염증과 노화를 결정하는 사령부다. 운동은 이 미토콘드리아를 더 많이, 더 좋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자극이다. 공복은 낡은 미토콘드리아를 골라 치우고(마이토파지), 운동은 새 미토콘드리아를 짓는다(생합성). 치우는 손과 짓는 손. 제1부의 두 기둥이 세포 수준에서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낡은 것을 치우지 않고 새것만 들이면 집이 좁아지고, 치우기만 하고 들이지 않으면 집이 빈다.
그리고 세포는 혼자 살지 않는다. 건강한 세포는 변이 세포를 밀어내고, 미토콘드리아를 이웃과 주고받으며, 다리 근육은 멀리 있는 뇌와 종양에 편지를 보낸다. 암세포는 이 이웃 관계를 거꾸로 이용한다. 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를 면역세포에 떠넘기고, 이웃을 허약하게 만들어 그 틈에서 자란다. 운동이 이 이웃 관계에서 건강한 쪽의 편을 든다는 것 — 건강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두껍게 하여 벽을 세우고, 나누고, 버티게 한다는 것 — 이 우리가 다음 책에서 세우려는 이론이다. 이름은 '운동 유도 미토콘드리아 메디슨'이다. 이 책이 처방의 문법이라면, 다음 책은 그 문법의 생물학이다.
마지막으로 한 문장만 남긴다. 운동은 약이다. 단, 처방될 때만. 그리고 처방은 세포가 읽을 수 있는 언어 — 힘과 에너지 — 로 쓰여야 한다. 세포는 우리말을 모른다. 세포가 아는 말은 두 가지뿐이다. 얼마나 세게 당겨지는가, 그리고 연료가 얼마나 남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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