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reat Barrier Island
트램핑을 마치고
백동흠 프란시스
뉴질랜드 오클랜드 아리랑 트램핑 클럽
<3박 4일 트램핑 여정> 1. Auckland 출발. Port Fitzroy도착.첫째 날 2. Windy Canyon. Palmers Track. 둘째 날 3. Hot Spring. Okiwi Costal Track. 셋째 날 4. Tryphena 출발. Auckland 도착.넷째 날
<주요 체험 느낌> 1.태풍 해일 막아주는 큰 방파제? Great Barrier Island 2.Windy Canyon, Hobson Mountain! 장가계,차마고도,서편제. 3.한 밤중 아리랑 시스터즈의 훌라 캉캉춤. 4.부부가 뭐길래? 5.큰 것 한 가지 좋으면 작은 것 열 가지 불편도. 6.외딴 섬이 되어 보는 것.
1.<태풍,해일 막아주는 큰 방파제? Great Barrier Island !>
이른 아침 부푼 마음으로 배를 타고 떠나게 되니 첫째 날이다.(19/12/2012) 한 해의 일정을 내려놓고 연말을 맞아 떠나는 장기산행 3박 4일 시작이다. 19명의 회원들과 함께 Sealink 여객선에 몸을 싣자 네시간 반 거리의 Great Barrier Island 를 향해 뱃고동이 부-웅! 울린다.모두들 환한 얼굴에 초등학교 때 수학여행 떠나는 마음들이다. 뱃전에 검푸른 물결이 부서져 우유빛깔 새하얀 포말로 뿜어 오르니 기분도 덩달아 한껏 치솟아 오른다. 우리가 사는 오클랜드를 둘러싼 Hauraki 만을 서서히 벗어나 여러 작은 섬들을 지나면서 망망대해에 들어선다. 오클랜드 앞쪽으로 Rangitoto Island,왼쪽 조금 지나 Waiheke Island,오른쪽 멀리 Coromandel반도가 오클랜드를 보호하듯 병풍처럼 떡하니 자리잡은 채 지키고 있다. Hauraki 만으로 휘몰아 덮치는 해일과 태풍을 막아주는 방파제다. 멀리 세 시간여 지나자 마지막 보호 장벽이 길게 뻗친 채 버티고 있다. 가장 큰 방파제 섬이다. 그 이름이 바로 우리가 가는 Great Barrier Island 다.
원주민 마오리들은 이 섬을 멀고 긴 흰 구름의 터전 ‘Aotea’ 라고 불러오고 있다. 면적 285 제곱 키로미터로 여의도의 33배,제주도의 1/6 크기다.인구는 850여명으로 오클랜드시 행정 관할지역이다.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다가 한때 고급 가구 목재 카우리 나무들의 벌목지이자 구리 은 금 광물들 채굴지로 손을 탔던 곳이다. 뉴질랜드에서 여섯 번째 큰 섬으로 여러 희귀한 조류들과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트램핑코스이며 휴양처로 남아진 외딴곳이다. 6인승 경비행기로 30분,Fullers 여객선으로 두시간 30분,차량선적 겸하는 Sealink 여객선으로는 네시간 30분이 걸리는 위치에 있다. Great Barrier Island ! Fitzroy 포구에 닿으니 산골 어촌 마을의 개구장이 어린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물장구치며 헤엄을 치며 놀고 있다.
2.<Windy Canyon, Hobson Mountain! 장가계 차마고도 서편제…?> 한밤이 지나 날이 새니 둘째 날이다.(20/12/2012) 새벽 하늘에 하얀 은빛 보석과 은하의 강물이 흘러 넘쳐 온 산에 쏟아 내릴 것만 같다. 산꼭대기 쪽으로 발길을 저벅저벅 옮기니 온갖 산새들이 아침쾌청 기지개를 펴며 숲 속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꼭꼭, 까악 까악, 꾸르르 꾸르르, 까꿍까꿍… 외딴섬 깊은 산속 한적한 곳에서 아침 기운이 온 사방 지천으로 피어있는 하얀 마누카 꽃에 이슬로 내려앉아 흠뻑 적시고 있다. 봉평 산자락에 흰 소금 뿌려놓은 듯 피어있는 메밀꽃 밭이다.
아침을 함께 차려먹고 점심용 삼각 김밥을 챙겨서 Great Barrier의 백미 Windy Canyon으로 향한다. 산 입구부터 분위기가 내륙의 산과 다르다. 마치 아바타 영화 배경으로 나온 중국 장가계에 들어선 기분이다. 뾰쭉한 산과 산 사이에 기암괴석 봉우리가 우뚝 솟아올라 있다. 계곡 낭떨어지가 한없이 깊숙하게 내려 보이니 차마고도 같다고 말한 루치노님의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등성을 지나니 길양편으로 낮은 수목들과 마누카꽃들이 잔잔하게 평화의 물결을 이룬다. 서편제에서 목청껏 소리를 토해내며 걷는 오정혜가 떠오른다. 서서히 안개가 산등성 자락을 감싸고 피어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분무하듯 수분을 품어낸다. 가파른 곳에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을 밟고 올라가는데도 힘이 든다. 나중에 알아보니 1100 여개의 계단이란다. 힘들다 말했다가는 이 험한 곳에 나무계단을 만든 사람에게 미안할 듯 싶다. 길 양편에서 안쪽으로 뻗은 나무 줄기들이 우산처럼 받쳐주는가 싶더니 어느새 안개 물기 머금은 나뭇가지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우두두둑 제법 굵게 떨어지니 비라도 동반한 것인가 싶어 비옷들을 꺼내 입는다. 정상에 오르니 나무로 만든 전망대가 나온다. 산 꼭대기 구름과 안개가 온 세상을 덮다 보니 신령한 기운의 세계에 오른 느낌이다. 전망대 비치함에 마련해 둔 방명록에 “Arirang Tramping Club 다녀갑니다”라고 산바람님이 기록을 남기고 싸인을 한다. 산아래 좋은 경치를 구름 안개가 가려 못 보게 되어 섭섭도 하지만 또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 준비해온 점심, 삼각 김밥을 먹으며 촉촉한 기운을 함께 들이 마시니 그 맛도 별미다.
이렇게 한번 왔다 가기는 너무도 아쉽다고 다음날 해가 쨍쨍 뜨는 가운데 열성 전사(?) 여섯명이 다시 오르고 만다. 한번 더 올라와 내려다 보니 비행기에서 본 것처럼 산과 바다 들판이 그대로 360도 환상적인 파노라마다. 따가운 햇빛을 받으며 빠른 걸음으로 올라 오다 보니 땀으로 속옷 겉옷이 몽땅 젖어 버렸지만 중간 쉼터 산과 산사이에 불어오는 산골바람이 페부를 얼리는 시원함은 어디에도 견줄 수가 없다. 좁은 마음이 넓은 마음으로 확 뚫린다. 바로 이 맛이야! 다들 고마움의 찬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낯선 곳에서의 고생이 따른 등산체험은 작은 것 하나에도 고마움을 느끼게 해준다. 감사지수를 키워주는 시간과 공간 있음에 머리와 가슴이 한결 맑아진다.
3.<부부가 뭐길래?>
첫 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나는 여객선을 탈때만도 얼굴들이 그리도 밝았는데 두시간반이 지날무렵부터 배가 앞뒤로 울렁거리자 여성회원들이 뱃멀미를 시작한다. 베레모쓴 여전사로 강인하고 활달한 루비통님이 몸져 누워 얼굴이 하얘지니 다른 여성 회원들은 말할 것도 없이 줄을 지어 토하고 배바닥층에 드러눕는다. 샌디님만 아무런 동요없이 정상이다. 특히 먼길 떠나면 이런저런 준비로 꼬박 밤을 새우는 글라라, 음식 준비 총 관리역을 맡은 엠버님… 남성 회원짝들이 배멀미 봉투를 들고서 시중을 드느라 밝았던 얼굴이 그만 시무룩하니 밋밋한 모습이다.
셋째 날 저녁 무렵 전체 일정을 아우르느라 몸과 맘이 다운된 나대로님이 햇빛에 숨죽어 늘어진 호박 잎처럼 쳐져서 숙소에 들어서는데 그 옆에 부축해오는 맘대로님도 평소 활달함과는 달리 다소 바람빠진 풍선처럼 힘이 없는 모습이다.
숙소주인이 잡아다 준 랍스타 요리를 먹기 좋게 자르느라 셰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샌디님 왼손등을 쎈놈 샌드플라이가 물다니, 이런? 찐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통증까지 거세지니 약이란 약은 다 동원되고 손등에 얼음찜질, 붕대까지 감아 깁스처럼 하다 보니 짝인 찰스님도 염려가 얼굴에 그득 부풀어 배어있다.
넷째 날 집에 돌아오는 여객선 앞부분 선체에서 분출되는 바닷물의 하얀 포말아래 선명한 모습으로 돌고래 몇 마리가 경주마처럼 함께 가니 얼마나 시원스런 스펙타클인가! 그 생생한 모습을 사진기에 담아보게 하겠다고 옆에 없던 짝 글라라를 찾는데 눈에 보이질 않는다. 이게 웬일이야? 차 싣는 바닥층도, 바닥아래 영화관층도, 여행객들 타는 윗층을 둘러보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저스틴 님과 함께 바닥층 여자 화장실까지 확인해봐도 어디를 갔나 보이질 않는다. 어라? 이를 어쩌나? 바닥층에 세워둔 차량 안 쪽까지 봐도 글라라가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날았나? 돌연 불안한 생각까지… 사진찍다 혹시 뱃멀미 기운이 있어 바다로 떨어졌나? 뜬구름님이 수심 가득한 내 손을 잡고 내가 안 가본 또 다른 쪽으로 통하는 바닥 아래 다른 영화관층으로 가니 짝 글라라가 맨 뒤 긴 의자에 카메라를 안고 모로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아휴! 십년감수?!?! 뜬구름님 말에 따르면 그때 내 얼굴이 완전 사색이 된 모습이었다니… 부부가 달리 부부인가? 그래서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4.<한 밤중 아리랑시스터즈의 특별 출현,훌라 캉캉춤>
특별 기획한 Tropical Party로 밤이 새고 나니 셋째 날이다.(21/12/2012) Tropical Party라 해서 피지섬 청색 수단에 도깨비 뿔 달린 머리테를 준비해 갔더니 다른 회원들 특별 분장은 상상 초월이다. 열대 각 섬나라 옷들을 어디서 그리 준비를 했나, 빨강 파랑 노랑 3원색의 진한 조화가 흥미롭다.육지 문명의 옷을 벗고 원시적인 나뭇잎 장식,노끈 실로 엮어 만든 치마,나무줄기 꽃화관, 소라 고동 조개 목걸이 등등… 격식에서 벗어나 파격으로 비켜설 때 한 꺼풀 벗겨진 속내를 보는 것 같아 마음까지 자유롭다.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이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누가 보면 어때? 다들 공범인데 뭘,더 이상 거칠 것 없으니 자유롭고 좋다.
옛날 7,80년대 유행하던 서구 춤과 음악에 맞춰 흥이 돋으니 모두들 아싸! 좋다!추렴도 흥겹다. 뭐니뭐니 해도 Tropical Party 의 진수는 아리랑 씨스터즈의 깜짝 출연이다. ”방금 해외 순호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아리랑 씨스터즈를 소개합니다.” 나대로님의 소개 멘트가 끝나자 세명의 요염한 무용수 아리랑 씨스터즈가 열대 원주민 원색 나뭇잎 치마를 입은 채 엉덩이를 흔들며 나오니 반응이 거의 폭발적이다. 반대편에 서서 지도하는 맘대로님의 특별 안무에 잘 들 따라서 한다. 나무꽃 화관을 쓰고 꽃 목걸이를 건채 웃통벗고 요염하게 가슴을 가리며 훌라 캉캉춤을 춘다. 알고보니 60대 올드보이 아자씨들(?)의 기상천외한 대 변신이다. 6학년 2반부터 7반사이 모범생들이 망가진 날이다. 환호덕담도 재밌다. “그동안 안시켜 줘서 못했나?” “저 능청스러운 끼의 발산을 좀 보소!” 얌전하고 조용한 촌장님,칼있으마 저스틴님,만면의 미소 벼락님! 그대들을 이 밤의 스타로 인정합니데이. 땅 땅 땅 !
5.<큰 것 한가지 좋으면 작은 것 열 가지 불편도…>
모든 것이 합하여 마지막 좋은 결실을 맺으니 넷째 날이다.(22/12/2012) 성수기 휴가철에는 숙소 정하기가 만만치 않다. 나대로님이 6개월전에 미리 준비한 터라 그나마 섬 속에서도 깊은 산속 민박집을 구하게 된 것이다.우선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지붕위에서 태양열 에너지를 모아 두었다 사용하는데 부족할 때는 자가 발전기를 돌린다. 전기가 부족해 전등불이 몇 번 나가는 걸 보면서 불편도 따랐지만 전기 소중함도 느끼게 되었다. 물이야 큰 물탱크에 빗물을 받아 두었다가 쓰는 편이어서 그런대로 괜찮았다. 휴대폰도 연결이 되지 않아 문명세계와 연락이 끊긴 채 지내게 되었다. 화장실과 샤워장 사용도 기본만 하는 것으로 족할 줄도 알게 되었다.나무숲이다 보니 밭에 산딸기를 따먹을 수 있어 좋지만 모기와 쌘드플라이 극성쯤도 받아 들이게 된다. 세상에 어디 공짜가 없다. 19명이 다소 멀리 떨어져 다섯 곳에서 지내며 본부 숙소까지 오려면 봉고 렌터카를 끌고 다니는 번거로움도 따랐다.섬 안에 포장 비포장 도로가 100여 키로미터쯤 된다는데 산바람님과 청풍님이 12인승 매뉴얼 타입 차 두 대를 각각 끌며 일정에 맞춰 운행하는 수고를 해 주셨다. 경사진 비포장 좁은 길을 털털거리며 달릴 때는 옛날 시골 산길 다니던 추억을 되짚어 보는 여행이기도 했다. 저녁 식사후 일정 마치고 도란도란 얘기하는 속에 총총한 별들과 나눔도 깊어가고 밤도 사위어갔다.
민박 주인이 잡아 올린 여덟마리 큰 랍스터 찜을 큰 접시에 잘라놓고 둘러서서 한 쪽씩 집어 들고 뜯는 맛도 별미였다. 불편함속에 받은 특별 선물이라 기억으로 남는다. 낯선 곳으로의 일탈,그런 하고 싶은 큰 일 하나를 하려니 다소 불편한 작은 것 열 가지를 받아 들이게 되고 무리없이 흘러 간다.
마지막 날 짐을 챙겨 차에 실어놓고 떠나기에 앞서 모두 모여 나눈 느낌 한 마디씩이 정겹다. …좋은 체험이었다. 고생도 따랐다. 수고한 이들이 고맙다.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살겠다. 행복하다. 오클랜드에 배리어가 되는 이 섬이 고맙다. 낯선곳에서의 며칠사이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되었다. 혼자서는 못 떠나는 이런 여정, 함께 하니 좋다…. 이런 마음으로 살면서 감사하고 행복하기를… 우리 모두를 위해 박수 ! 짝 짝 짝 !!!
감사히 저물어 가는 2012년과 희망으로 밝아오는 2013년을 사랑하는 가족 들과 함께 기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해 본다.
6.<외딴 섬이 되어 보는 것>
일상을 떠나 낯선 외딴곳에 있다 보니 ‘예기치 않은 여정- 호빗’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명과 단절된 곳에서 사흘밤 나흘낮이 세상과 소통을 잠시 중단하는 장벽이 되기도 했다. 내 마음속에 욕심, 인색, 교만이 깃들지 못하도록 쳐둔 저지선으로 나를 깊숙히 바라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편리함과 익숙함에 길들여진 생활과 거리를 두는 차단 막으로 작은 것에도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누가 내 앞에 들이 닥치는 위기와 환난을 막아주는 보호 방파제 Great Barrier Island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나는 나 이외의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닥치는 불편함과 어려움을 막아주는 장벽 Great Barrier Island 가 되어 주고 있는가.
불현듯 내 자신이 육지와 멀리 떨어져 망망대해 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이 된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 해를 마칠 무렵 이렇게 외딴 섬이 되어 보면서 숨 고르기도 하고 충전도 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다시금 짚어도 본다.
Great Barrier Island 는 아무 말없이 늘 그 자리에 있다.
# Great Barrier Island 트램핑 제작에 수고한 분들.
1.감독 : 루치노님. 엠버님. 2.기획 연출 :나대로님.맘대로님. 3.무대 장비 세트 이동 :청풍님.산바람님. 4.식량 물자 준비 :루비통님.루피나님.글라라님. 5.촬영 담당 :찰스님.글라라님. 6.특별 출연 :아리랑 씨스터즈(촌장님,저스틴님. 벼락님) 7.열성 전사 :루치노님.촌장님.루피나님.촌부님.하이늬님.프란시스. 8.출연 스탭 :루치노님.엠버님.청품님.촌장님.루피나님.저스틴님.루비통님.카타리나님.벼락님.산바람님.뜬구름님.촌부님.하이늬님.찰스님.샌디님.나대로님. 맘대로님. 글라라님. 프란시스. (이상 19명).
모든 분들,기쁨과 평화가 건강속에 넘쳐나길 빕니다.
글: 프란시스 사진: 글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