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2회 아동문예문학상 당선작
함박눈(외 4편)
김 장 환
외딴 집 산마루에
먹구름 걸리더니
새까만 하늘 아래
조용조용 내리는 눈
쌓여가는 하얀 눈
함께 놀 친구
한 사람도 없어서
깡충깡충
바둑이와 함께
함박눈 맞고 있다.
초승달
해님이 급하게
서산을 넘어가면
용암산에 걸리는
하얀 초승달
할머니가 깎다버린
손톱 같아요.
하늘에 내려앉은
수많은 별들
치마폭 아름다운
자수 같아요
시골집 토마토
하늘나라 해님 향해
토실토실 잘도 자라
줄기 뻗는 가지마다
동그란 열매
할머니 물을 주고
할아버지 기둥 세워
땀 흘리며 가꾼
시골집 텃밭
탱글탱글 익은
빨간 토마토
엄마와 함께 따다
입안에다 쏘옥
즐거운 추석날
승종이도 수아도
바구니 가득히
빨간 해를 담는다.
학교 가는 길
엄마의 재촉 따라
가방 매고 종종걸음
학교버스 올라타면
친구들도 반겨주고.
노란 얼굴 개나리
빨간 얼굴 진달래
차창을 넘어보고
새들도 인사해요.
꽃들과 눈 맞추고
새들과 노래하며
등교하는 시골길
아침마다 즐거워요.
실내 놀이터
제일 추운 겨울 날
이리저리 뒤척이며
혼자서 너무 심심해
‘승종아! 놀이터 가자.’
모처럼 집에 오신
우리 할아버지
“야호! 신난다.”
배낭을 둘러매고
운동화 끈 졸라신고
할아버지 손잡고
집을 나서 키즈까페
펄쩍펄쩍 놀이기구
시간도 몰라요
배도 안 고파요
해종일 왔다갔다.
할아버지 환한 웃음도
회전목마 올라앉아
빙글빙글 돌아간다.
<당선소감> 잃어버린 그리움을 찾아서
김 장 환
시골 초등학교 시절 우리 반에서 국어 시험 점수가 제일 높다는 이유 하나로 학교 대표로 선발되어 군내 어린이 글짓기 대회 동시부문에 참가하였던 일. 동시가 무언지도 모르고 교과서를 흉내 내어 읊었던 그 경험이 저의 동시에 대한 유일한 경험이었고 그것으로 동시와의 인연은 끝이 난줄 알았습니다.
시골집에서 중학교까지 왕복 60여리를 3년간 걸어 다니며 세 번의 사계절을 논길과 밭둑길, 산길에서 보냈습니다. 그 길에서 수많은 자연의 사물을 보고 소리를 듣고 일들을 겪으며 저도 모르게 무언가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한이 쌓였었나 봅니다. 그 후 시골집을 떠나 도회지에서 산전수전 겪으며 호구지책을 위해 지내온 40년 세월에도 그 한이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었는지....
10년 전 귀향하여 대학에 재직하면서 인문도시사업을 추진하던 중 어린이인문강좌를 함께 진행한 시인들의 눈에 저의 철없는 동심을 들켰나 봅니다. 그 분들과의 교류를 통해 동시를 접하고 배우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그리움에 빠졌습니다. 이제는 동심으로 살아야 하고 동시를 짓기에 딱 좋은 나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마음이 살아있는 한 잃어버렸던 그리움을 찾아서 행복을 느끼고자 합니다. 그동안 동심의 세계로 인도해주신 아동문학소백동인회 김제남회장님과 박근칠, 김동억선생님을 비롯한 회원님들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심사를 통해 졸고에 의미를 부여해주시고 계속 작업을 하도록 용기를 불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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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연세대경영대학원, 중앙대대학원 졸업(경영학박사)
동양대 경영학과 교수, 동양대한국선비연구원 부원장(현)
주소: 경북 영주시 안정면 용주로 1009-44(용산리 874)
전화: 010-8325-6487
E-mail: kimjh6722@hanmail.net
<심사평> 맑고 순수한 언어로 표출된 간결한 동시
박근칠 · 박종현
새봄에 신인의 좋은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번에 선자의 손에 넘어온 10편의 동시를 읽으면서 시골을 배경삼아 순수한 언어로 표현된 동시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다.
김장환의 작품은 이미지와 상상력을 잘 표출한 간결한 동시로 어린들이 즐겨 읽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동시 작품이 살고 있는 주변의 모습을 회화적으로 그린 자연친화적인 동시가 많았는데, 그 중에서는 어린이의 모습도 함께 잘 그려낸 시가 있어 더 반갑다.
친구가 없는 조용한 외딴집 눈 내리는 풍경에다 강아지를 끌어드린 정겨운 모습의 ‘함박눈“과 달을 보고 할머니의 손톱, 별을 보고 치마폭의 자수로 비유한 ’초승달‘의 단순명쾌한 시구는 작자의 상상력과 관찰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골집 토마토‘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가꾸는 시골집 텃밭의 빨간 토마토를 엄마와 함께 따서 담는 모습을 보며 해를 바구니 가득 닮는다고 비약하지만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학교버스를 타고 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새들과 꽃이 어우러져 시골길 을 눈에 선하게 아름답게 그린 “학교 가는 길”, 방학이 되어 시골집에 와서 심심한 손자 승종이를 시내 놀이터에 데려 온 할아버지의 마음과 좋아하는 손자. 조손간의 애정의 모습이 녹아 있는 동시 ‘실내 놀이터“는 현장 상황과 심상을 잘 포착하고 있다. 이 다섯 작품을 선에 올린다.
사람의 품성과 삶이 심오함 보다 간결함, 분석보다 이해, 비판보다 포용에 가까워야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김장환 당선자의 등단을 축하하며. 동시의 1차적인 독자는 어린이들이란 점을 감안하여 동시는 어린이 눈높이와 문학성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늘 기억하길 바란다.
앞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할 재미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감동적인 작품을 창작한 동시로 아동문단에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글 · 박근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