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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피재~박유산~일산봉~오가리재~
~317.7m봉~가천/황강합수점
오늘의 들머리 살피재에는 여느 고개에 비하면 자동차 도로도 여럿이다.88고속도로가
뚫려있고, 이 고속도로가 개설되기 이전의 1084번 지방차도가 그대로 남아있으며,
88고속도로가 고속도로로서의 기능이 미흡하다고 여겨 최근에 새로 확장신설된 88고속
도로가 그것이다. 이러구러한 사정으로 신설확장 개통된 88고속도로 상의 살피재터널
직전의 갓길에서부터 오늘 산행은 발행이 된다(10시30분). 터널 직전의 관리용 계단 앞
에서 버스를 빠져나온 지맥의 산꾼들이 철계단을 따라 절개지 비탈을 개미처럼 기어
오른다.철계단을 다 오르면 양회임도를 따르게 되며,양회임도를 곧장 따르면 구(舊) 88
고속도로가 산객을 기다린다.
새로 신설확장된 널찍하고 시원스러운 고속도로에 밀려난 예전의 88고속도로에는 시골
변두리의 차도처럼 오고가는 차량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 한적하고 쓸쓸한 길로 전락이
되어 있다.그러한 행색의 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50여 미터쯤 이동을 하면 차도 우측으로
지맥의 산길이 나 있다.다소 희미한 숲길로 들어서면 전주이가의 묘지를 만나게 되는데,
지맥의 주능선은 바로 그 뒷편을 기어오르면 곧바로 붙게 된다.그런데 주능선은 물론
이고 주변의 골짜기까지 덩치 큰 수목들이 눈에 안 띤다.덩치가 큰 수목들이 없으니 작은
것들이 판을 치는 게 아닌가.관목들과 넝쿨식물들이 그것들이다.그리고 거개의 작은
나무들은 가시나무들이 대부분이다.
신설확장된 88고속도로와 살피재터널
처음에는 벌목지대로 알았는데, 산불피해지역이었던 모양이다.산길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간벌목이나 그루터기들에는 불에 꺼멓게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으니 말이다.빤히 올려다
보이는 삐죽한 민둥의 멧부리를 올려쳐서 좌측으로 10여 미터쯤 이동을 하면 삼각점이
부여되어 있는 해발508m의 삼각점봉이다.지맥은 이 삼각점봉에서 발길을 거꾸로 되돌려
10여 미터쯤에서 좌측 9시 방향의 내리받잇길이다.비탈을 내려서는 내리받이에도 간벌목과
가시가 붙어있는 잡목들이 이동을 무디게 한다.비탈을 내려서면 또 다른 민둥의 봉우리가
산객을 기다린다.
벌목지대나 다름이 없는 산불피해지역에서의 지맥은 외양이 어상반한 멧부리를 오르고
내려서며 이어지고, 방향은 바르게 이어지지 못하고 이리구불 저리구불거리며 꼬리를
잇는다.지맥은 간벌목들이 널려있는 산길이다.508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고 행색이
엇비슷한 민둥의 봉우리 서넛을 넘어선 뒤, 가파른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쳐서 오르게
되는 해발595m의 멧부리, 이 봉우리에서 지맥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이어진다.완만한
비탈은 널찍한 헬기장 터로 이어지고, 헬기장 터를 가로질러 가파른 비탈을 한 차례 더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민둥의 봉우리가 해발 598m봉이다.파란 하늘로 뾰족하게 솟구쳐
있는 흑록의 박유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온다.산길 주변은 아직도 산불피해지역을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
박유산 전경
완만한 민둥의 능선을 따르면 누런 덤불의 묵묘를 가로지르게 되고, 비탈을 더 내려서면
희끗희끗 잔설이 흰떡가루처럼 남아있는 잘록한 안부 사거리를 만나게 된다.우측으로
보이는 산길은 거창읍 양항리 아주마을 쪽이고, 흰눈이 더 많이 남아있는 좌측의 내리받이
산길은 가조면 동례리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다.이 안부사거리를 뒤로하는 치받이 오르막
산길은 꺽다리 소나무들의 숲길이다. 완만한 오르막 숲길은 머지않아 삼거리 갈림길을
내놓으며 산객의 의중을 묻는다.우측으로 보이는 완만한 내리받잇길은 지맥의 방향이고,
맞은 편의 완만한 오르막은 박유산(朴儒山)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이다.
솔수펑이의 해발612m봉을 넘어서고 완만한 비탈을 내려서면 산길은 다시 가파른 치받이
오르막을 내놓으며 산객을 시험하려 한다.울멍줄멍 크고 작은 바위들과 흑록의 꺽다리
소나무들의 숲길이 꼬리를 문다.헐떡헐떡 연신 땀을 훔쳐가며 가파른 솔수펑이의 숲길을
올려치면 닿게 되는 멧부리가 지맥에서 1km쯤 동떨어져 자리하고 있는 해발712m의
박유산 정상이다.입때까지 지나온 양각지맥의 산줄기와 우두산 등의 수도지맥의 산군
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야산국립공원의 맹주 가야산과 남산제1봉 등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조망의 멧부리 박유산은, 그 생김새가 말뚝 같이 우뚝 솟았다 하여 '말뚝산'
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고.그리고 신라 말기 불사이군의 충절을 지킨 박유(朴儒)가
이곳에 은신한 후로 지금의 박유산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역사적 유례를 안내입간판은
적바림하고 있다.
박유산 정상의 입간판
태극기까지 게양이 되어있으며, 정수리 한켠에는 알 수 없는 구덩이도 하나 파여 있는
조망의 박유산 정상,이제는 잿빛이 감도는 빈 가조들판 건너의 우두산 연봉과 연접이
된 수도지맥의 산줄기로 자꾸 눈길이 간다.아쉬움을 감추고 박유산 정상을 뒤로한다.
그리고 조금 전의 삼거리 갈림길로 되돌아와 좌측의 완만한 꺽다리 소나무 숲길로 접어
든다.꺽다리 소나무들의 고즈넉한 숲 사이로 밋밋하고 부드럽게 꼬리를 잇는 지맥의
산길은 한동안 수긋하게 이어진다.
꺽다리 소나무들의 능선 우측으로 대규모의 벌목지대가 모습을 드러낸다.벌목지대
에는 임도가 거미줄처럼 나 있으며,벌목의 골짜기 저 밑으로는 축사로 어림이 되는
잿빛 지붕의 건물 한 채와 파란 지붕의 농막 한 채도 장난감처럼 부감이 된다.벌목지대
를 벗어나면 지맥은 다시 꺽다리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다. 고즈넉한 지맥의 산길은
진달래와 철쭉 등의 마른 가지들이 잰걸음을 나무라고 꾸짖는다.참나무들이 그들먹한
둥긋한 멧부리를 오르고, 꺽다리 소나무들의 봉긋한 멧부리를 헐떡거리며 오르고
내려선다.지맥은 이렇게 오르락 내리락거리고 이리구불 저리구불거린다.
갈색의 커다란 프라스틱 함지통이 멧부리 한구석에서 뒹굴고 있다.저것이 어쩌다가
이런 심산의 멧부리까지 옮겨왔는지. 꺽다리 소나무들이 그들먹하게 줄을 잇는 숲길이
꼬리를 잇는다.그리고 고만고만한 높이에 행색도 엇비슷한 멧부리를 두엇 더 넘어선다.
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627.9m의 일산봉(日傘峰)이다.정수리는 헬기장
으로 사용이 되었던 곳인지 아직도 널찍한 공터로 남아있으며,한켠에는 삼각점도 박혀
있는 삼각점봉이기도 하다.
일산(日傘)은 햇빛을 가리기 위한 양산을 일컫는 말인데,일산봉 주변으로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수목들을 제거한 탓에 일산의 기능은 이미 사라진 멧부리이며, 헬기장으로
의 용도만이 간신히 남아있는 봉우리라고 하겠다.그러나 일산봉에는 두 갈래의 산길이
나 있는 삼거리봉이기도 하다.정수리에서 우측의 산길은 거창읍 남하면 무릉리의
달이실 마을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며,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이다.등산안내를 맡고 있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맞은 쪽의 지맥의 산길 쪽으로는 (큰골)달이실(1.9km)과 지산리
(0.9km),뼈재(1.5km)도 함께 가리키고 있다.일산봉을 뒤로하는 숲길은 여전하게 꺽다리
소나무 숲길이다.
소나무 숲길 한복판에 아직도 거두지 않은 천막이 하나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다.심마니
나 송이채취와 산약초 채취를 하는 약초꾼들의 쉼터일 게다.그곳을 뒤로하고 숲길을
곧장 따르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2차선 차도로 지맥은 꼬리를 드리운다.거창의 남하면
방면과 가조면 쪽 사이를 잇는 1099번 지방차도이다.이 차도가 넘나드는 고개의 이름이
혹시 일산봉 정상에 서 있는 산행안내 이정표에서 말하는 뼈재는 아닐런지.
어쨌든 이 고개 언덕배기에서 좌측으로 비스듬히 도로를 가로지르면 도로가에 노란
바탕의 사각 입간판이 하나 세워져 있다.입간판의 내용은 이 언덕배기 절개지는 붕괴
위험지역의 급경사 지역이니 안전에 주의하기 바란다는 거창군수 명의의 위험표시다.
칡넝쿨 등의 넝쿨들이 잿빛으로 사위어 있으며, 가랑잎들도 수북하게 내려앉아 있는
가파른 비탈을 거북이처럼 기어 오른다.가파른 비탈은 그러한 허섭한 행색이지만
막상 주능선으로 오르니 지맥의 산길은 꺽다리 소나무들이 꾸며가는 고즈넉한 분위기
이다.완만하고 부드러운 비탈을 올려치면 꺽다리 소나무들의 해발487m봉이다.
487m봉 정수리를 10여 미터쯤 지나면 우측의 완만한 비탈 방면으로 산길이 나 있는데,
감토산을 거쳐 황강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지맥의 산길이다.그쪽으로 꼬리를 잇는
산줄기를 따르더라도 양각지맥을 잇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일행들은 그쪽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고 맞은 쪽의 직진 방향의 내리받잇길
을 따라 가천과 황강의 합수점 어름인 가천교 쪽으로의 지맥을 따르기로 한다.그러한
갈림길을 뒤로하면 잘록한 사거리 안부가 기다린다.우측으로 보이는 산길은 남하면
무릉리 오가마을 쪽이며, 좌측은 지산리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다.가랑잎이 내려앉아
있는 가파른 비탈을 올려치면 산길은 역시 꺽다리 소나무 숲길이다.산길은 누런 솔가리
들이 맞춤맞게 내여앉아 있어 솔가리 카펫이라고 할 수 있겠다.우측의 소나무 가지
사이 저멀리 거창읍의 시가지가 아스라이 조망이 된다.
솔가리 카펫이 펼쳐져 있는 꺽다리 소나무 숲길
솔가리 카펫에 꺽다리 소나무 숲길이라니,게다가 지맥의 산길은 부드럽고 완만하게
들썩거리기도 하고 실배암처럼 구불거리기도 하며 꼬리를 잇는다.거창읍 시가지가
갈마들며 산객의 시선을 끈다.해발450m봉을 뒤로하는 산길을 그렇게 따르고나면
지맥은 다시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는데,그 지점에서 우측으로 20여
미터쯤 떨어져 붕긋하게 솟아있는 솔수펑이의 해발 445m봉으로 발걸음을 했다가
되돌아와 다시 지맥의 산길로 붙는다.산길은 여전하게 누런 솔가리 카펫의 꺽다리
소나무 숲길이 산객을 안내한다.
그러한 품격 높은 산길에 송이버섯채취를 위한 입산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무
가지에 걸려있다.어길 시는 법적으로 어찌 해보겠다는 경고가 담겨있는 현수막이다.
완만한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하게 내려앉아 있는 베개
모양의 넙데데한 봉우리에 오르게 되는데, 머지않아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내려서게 된다.거창읍 남하면의 대야리와 지산리 사이를 잇는 임도,오가리재다.
오가리재에서 지맥의 산길은 언덕배기 바로 우측으로 꼬리를 잇는다.치받잇길을
올려치면 우측으로 광범위한 벌목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지맥의 산길은 그러한 임도와 연결이 되어있는 임도와 한데 합쳐지며 꼬리를 이어
나가는데,수렛길보다 더 널찍한 임도를 따르게 되며 해발 480m봉도 부지불식간에
넘어선다.지맥의 산길은 시계방향으로 산객을 안내한다.우측 저멀리 거창읍 시가지가
조금 전보다 더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벌목지대를 우측으로 끼고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180도쯤 이동을 한 다음, 임도 좌측의 숲으로 지맥은 꼬리를 잇는다.
간벌목 등으로 허섭한 행색의, 접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솔수펑이의 해발460m봉을
넘어서고, 붕긋한 행색의 꺽다리 소나무 일색의 해발400m의 멧부리를 차례로 넘어
서면 골리앗 덩치의 송전철탑(NO.57)을 맞닥드리게 된다.
해발317.7m봉의 산불초소
송전철탑 밀을 지나서 완만한 치받이 오르막을 오르면 TV안테나가 자리하고 있는
해발369m봉에 닿게 되는데,지맥은 이곳에서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
산길은 이제 솔가리 카펫에서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산길로 모습을 바꾸기
시작한다.비석조차 갖추지 못한 묵묘 1기가 차지하고 있는 해발360m봉을 넘어서면
저멀리 맞은 쪽의 나무가지 사이로 흑청의 몸매와 실배암 모양의 유연함을 뽐내고
있는 황강이 시나브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양각지맥의 최종 날머리가 이제는
사정권에 들어온 것이다.그러나 지맥의 최종 끝자락은 곧바로 드러날 것 같으면서도
끈질기고 구차하게 이어진다.그러면서 오르게 되는 언덕 같은 암봉의 멧부리,육각의
철구조물 위에 터전을 마련한 산불초소가 사방팔방을 두루 살피고 있는 해발317.7m의
봉우리다.초로의 한 사내가 산객들을 반갑게 반긴다.
2002년에 복구된 삼각점(거창426)도 박혀 있는 317.7m봉을 뒤로 하면 자작나무 숲의
곁도 지나가게 되고, 두 기의 봉분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는 묘지까지 가로지르면 잡목
들로 비교적 어수선한 분위기의, 접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해발270m봉에 오르게 된다.
가천을 가로지르며 걸쳐있는 가천교가 빤히 내려다 보이고, 가천의 물줄기를 따라
하류 쪽으로 눈길을 좀 더 돌리면 가천과 황강의 합수점도 빤히 부감이 된다.270m봉에서
지맥은 좌측의 10시 방향의 완만한 내리받잇길이다.그 내리받잇길을 짓쳐 내려서면
가천을 건널 수 있는 가천교 앞이 되고, 24번도로와 26번 도로가 힘을 한데로 끌어모아
거창과 합천을 잇고 있는 차도로 지맥은 꼬리를 드리우게 된다.
가천에 걸쳐있는 가천교
오늘의 날머리이자 양각지맥의 최종 종착지에 드디어 도착한 것이다.가천교 앞에서
24/26번 차도를 따라 우측으로 100여 미터쯤 이동을 하면 차도 좌측 변에 '桑亭(상정)'
이라고 써 있는 현판이 걸려있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다.이 팔각정에서 도상거리 31km의
양각지맥의 여정을 마무리 한다(16시). 황강의 수량은 넉넉치가 못하다.
양각지맥과 수도지맥을 발원지로 하는 가천은 여러 지천을 한데 끌어모아 세를 잔뜩
불린 다음 가조뜰과 거창읍을 차례로 적신 뒤, 황강과 사이좋게 합쳐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량을 크게 불리지는 못했다.겨울 가뭄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그러한 빈약한 덩치에 혹한의 추위를 견디기에는 버겁기만 하다.한데 세를
합쳤지만 강물은 두꺼운 얼음의 범접을 막을 수는 없을 터이다. 바닥이 그대로 드러난
모래 강변과 차디차고 무거운 엄혹의 얼음으로 뒤덮힌 강물을 위로라도 하려는가.
건듯건듯 부드러운 바람이 그들을 쓰다듬기라도 하는 듯이 두런거린다. (2018,1/27)
양각지맥 3구간( 살피재-박유산-일산봉-오가리재-가천천/황강 합수점)終.지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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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각지맥 3구간( 살피재-박유산-일산봉-오가리재-가천천/황강 합수점)終.지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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