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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교육자였던 고(故) 김옥길(金玉吉·1921~ 1990) 전 이화여대 총장의 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예장동 숭의여대 숭의 역사관에 '김옥길 기념홀'이 문을 열었다. 정의숙(79) 전 이화학당 이사장, 윤순희(66) 숭의학원 이사장, 김명옥(64) 숭의여대 학장 등 교직원과 재학생, 동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평남 맹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숭의여학교에 다니다가, 1938년 숭의여학교가 신사참배에 반대해 자진 폐교하면서 평양 서문여고로 전학했다. 고인은 1961년부터 1979년까지 18년간 이화여대 총장을 맡았고, 1979년에는 여성 최초로 제24대 문교부 장관을 지냈다.
숭의여대가 고인과의 인연을 기려 교내에 유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고인의 동생인 김동길(81)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전했고, 김 교수가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서울 서대문구 대신동에도 김 교수가 1999년에 건립한 '김옥길 기념관'이 있지만, 고인의 유물을 전시하기보다 미술 전시장과 카페 등으로 이용돼왔다.
숭의여대는 2006년 10월에 문을 연 숭의 역사관을 증축해서 약 50㎡의 공간을 마련하고, 탁자, 가죽 소파, 도자기, 사진, 육필 원고, 여권 등 고인의 유품 56종 207점을 가져다 가정집 거실처럼 꾸몄다.
김동길 교수는 고인이 사용하던 나무 지팡이를 만지면서 "이걸 짚고 문경새재 그 험한 길을 참 열심히 걸어 다니셨다"며 "한 시대를 열정적으로 산 여성 지도자를 숭의여대가 기억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화여대 총장을 지낸 윤후정 이화학당 이사장은 "1964년 이화여대 학생들이 한일회담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서려 하자, 제자들이 다칠까 봐 걱정한 김옥길 당시 총장님이 '나를 밟고 가라'며 교문을 막아서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김명옥 숭의여대 학장은 "고인은 교육계와 여성계의 지도자로 우리 역사에 길이 남을 분"이라며 "우리 학교 재학생들이 그런 선배님을 뒀다는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고 했다. 재학생 김세린(20·디자인 계열)씨는 "김옥길 총장님이 우리 학교 선배라는 사실을 알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에서 '김명옥 숭의여대 학장'이라고 표시된 분은 '윤순희 숭의학원 이사장'으로, '윤순희 숭의학원 이사장'이라고 표시된 분은 '윤후정 이화학당 이사장'으로 바로잡습니다.
또,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나이를 70세에서 81세로 바로잡습니다. 관련 인사와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