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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리고개~207.4m봉~팔봉산~당진/대전고속국도~
~5번군도~오석산~추사고택~무한천/삽교천합수점
아주 없으면 더 못 견디게 하는 간절한 대상은 술과 담배,그리고 커피 등의 기호식품
이 되곤 하지만,때로는 낚시나 등산,그리고 일정의 스포츠가 차지하기도 한다.어지간
하면 집안에 머무르고 다중의 편의시설이나 유흥장으로의 출입을 자제하라고 하니
시장은 폐업이나 다를 게 없이 파리만 날리고 있다.미상불 바깥 출입을 하지 마시라고
하면 바깥이 더 궁금하고 등산마저 일시적이나마 중단하시라고 하니 더 못견뎌 외려
생병이 돋을 것만 같다.
핑게를 대려면 끝이 없지만 어쨌든 오늘은 봉수지맥의 최종 구간 산행을 약속한 날
이다.평택역(8시23분)을 경유하는 용산발 익산행 무궁화호를 타고 예산역으로,예산
역에서 제여곰 출발지가 다른 산우들(상현,남해커플,조하사)과 로마는 예산역 앞을
경유하는 322번 마을버스(9시30분)로 오늘 산행의 들머리 노화리 고개로 줄달음을
놓는다.조막 만한 초록색의 15인승 마을버스가 20분여를 달려 도착한 곳은 노화리
고갯마루 3,4백 미터 직전의 노화2리(먹석골) 버스승강장이다(9시50분).
노화리고개
왕복 2차선(619번 지방도로)의 도로를 따르고 과수밭 사이를 거쳐 희미한 오르막
숲길을 올려치면 지맥의 등성잇길은 뚜렷하다.숲은 아직 봄을 상징하는 연두빛에는
이르고 있지 않지만 흐드러진 연분홍색 진달래꽃이 봄날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울창한 잣나무 숲의 곁을 지나고 물탱크로 여겨지는 엄장한 크기의 네모난
구조물이 차지하고 있는 넙데데한 해발124m의 멧부리를 지나고 나면 지맥의 등성
이는 찔레넝쿨과 칡넝쿨 등으로 뒤덮혀 있는 묵밭을 가로지르며 꼬리를 잇는다.
그러한 행색의 묵밭을 가로지르면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의 납작스레한
멧부리로 이어지고,안동권가의 묘역의 곁을 지나며 꼬리를 잇는 내리받이는 지맥
의 등성이까지 파고 든 과수밭을 좌측으로 끼고 이어진다.등성이 좌측으로 운곡리
부락이 한눈에 부감이 된다.지맥의 등성이 절반을 과수밭에 허락한 지맥의 산길은
과수밭을 뒤로하면 납작스레한 멧부리로 산객을 안내하는데, 정수리 한복판에는
높직한 철구조물에 얹혀 있는 산불초소가 덩그렇다.
팔각정과 흰둥이
산불초소봉을 뒤로하고 펑퍼짐스레하고 밋밋한 등성이는 곧바로 팔각정이 세워져
있는 평지나 다를 게 없는 멧부리로 꼬리를 잇는다(10시34분).이곳에서 지맥의 방향
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이어지고, 맞은 쪽인 우측 2시 방향은 응봉
면 후사리의 팔봉암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다.이 팔각정에서 목을 축이고 간식으로
입매까지 다스린 뒤 산길을 잇는다.그런데 팔각정에 도착할 무렵부터 허우대도 신실
한 흰둥이 두 마리가 오랜 만에 제 주인을 만난 것처럼 신통하게도 산객들에게 갖은
아양을 떠는 게 아닌가.
그중의 한 마리는 팔봉산 정상너머까지 산객들의 앞장을 서며 가이드처럼 행동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산객들과 헤어지게 된다.오늘 산행은 난이도가 떨어지고 주로
도로를 따르는 과정이 많은 관계로 모든 게 봄소풍을 나선 것처럼 여유작작이다.
팔각정을 뒤로하고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엄부렁하고 납작스레
한 봉우리를 넘어선다. 예산소방서에서 세워놓은 긴급구조요청을 위한 국가지점번호
가 담겨 있는 네모난 기둥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꼬리를 잇는다.
임도(중곡리~후사리)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고 멧부리는 언덕처럼 수더분하고 부드럽다.그러한 행색
의 해발207.4m봉을 넘어서고 납데데한 신갈나무 등이 엄부렁한 멧부리를 뒤로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드리운다.이 임도는 응봉면
증곡리(좌측) 쪽과 후사리(우측) 방면 사이를 잇는 등하행의 임도다(11시).이 임도
를 뒤로하는 오르막은 울창한 소나무 숲길이다.다갈색의 솔가리마저 푹신한 오르막
을 올려치면 넙데데한 봉우리가 기다린다.
해발207.4m의 팔봉산(八峰山) 정상이다(11시5분).넙데데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1991년 재설한 삼각점(예산313)이 번듯하다.팔봉산 정상에서 지맥의 방향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린다.산길은 머지않아 지맥의 산길을 막아서는 철망 울타
리를 만나게 되는데,울타리의 출입문은 열려 있다.지맥의 등성이 우측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벌목지대다.잠시잠깐 울타리 안을 거치고 나서 다시 울타리 바깥으로 빠져
나오면 벌목이 이루어져 어린 아카시아 나무만 빼곡한 숲길이 기다린다.
날카로운 가시가 덕지덕지한 어린 아카시아의 산길을 벗어나면 펜스를 두른 원통형
의 물탱크의 곁으로 이어지고, 그 물탱크의 곁을 지나고 나면 다시 네모난 물탱크의
곁으로 지맥의 산길은 산객을 아금받게 안내한다.그 물탱크들은 바로 곁의 완만한
산비탈에 이루어진 과수밭의 비상시 보조농수탱크인 거다.그러한 행색의 과수밭의
곁을 지나고 나면 창녕조가의 묘역의 곁으로 이어지고,그 묘역을 뒤로하고 나면 지
맥을 가로지르는 대전-당진간 30번 고속국도가 지맥의 산길을 가로 막아선다(11시
33분).
절개지 관리용으로 설치한 철계단의 도움을 받아 낭떠러지 같은 급경사의 절개지
중턱의 사태방지 콘크리트 빗물받이 턱으로 내려서고,빗물받이 턱을 따라 좌측으로
4,5백 미터쯤 이동을 하면 고속국도를 통과할 수 있는 암거(지하통로)가 기다린다.
지하통로 입구 반대 쪽은 월곡리 마을 입구인데, 어귀에는 장승 두 개가 번을 서고
있다.내처 암거를 거치고 나면 맞은 쪽 저만치 무인텔 간판의 모텔의 곁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
30번고속국도(당진/대전간)
무인텔의 곁을 지나고 나면 지맥은 5번 군도와 한데 어우러진다(11시41분).이 5번
군도와 지맥의 산길은 한동안 함께 하게 되는데,이곳에서부터 신암면 오산리의 화암
사 입구까지의 근 사십릿길이다.예산운전면허 시험장을 우측으로 끼고 발걸음을
재우치면 곧바로 사거리에 이르고,사거리를 건너 맞은 쪽으로 연신 꼬리를 잇는 5번
군도를 따르면 이내 장항선 철길을 건널 수 있는 신석교에 닿게 된다.
5번 군도는 드넓은 들판 사이로 이어지고, 도로 주변은 거지반 사과 위주의 과수밭이
다.이러한 행색의 도로는 머지않아 5번 군도를 가로지르는 서산,삽교 쪽과 아산,예산
방면 사이를 잇는 45번 국도가 한데 엇갈리는 사거리에 다다르게 된다.임성교차로다
(12시2분).임성교차로를 곧장 가로지르면 도로 좌측으로 좌방리 입구가 되고, 그곳을
지나고 나면 도로 우측으로 예산자동차운전학원이 자리하고 있다.
임성교차로
운전학원의 곁을 지나고 나면 도로 우측으로는 대리석으로 빚은 사과 모양의 원천3리
마을 표지석이 눈에 띈다.분천3리 마을 표지석을 지나고 흐드러진 벚꽃의 도롯가를
지나면 좌측으로 양신초교 입구가 되는 양막리 삼거리다.과수밭 위주의 들판 사이로
연신 꼬리를 잇는 5번 군도는 오촌사거리와 오산로타리를 거푸 지나고 나면 머지않아
화암사 입구에 득달하게 된다.5번 군도로 접어 든 뒤 50분여가 흐르고 난 뒤다(13시
33분).
5번 군도 좌측의 화암사 가는 길은 양회임도이고,암갈색의 네모난 '화암사'입간판이
철기둥 꼭대기에 높직하게 걸려 있다.그리고 양회임도 어귀에는 화암사를 거쳐 김
정희 선생의 고택과 용산으로 이어지는 등산 안내도가 담겨 있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양회임도는 곧바로 널찍한 임도로 이어지고, '내포문화숲길'의 이정표와 화암
사 안내를 위한 이정표 등이 산길을 안내하고 있다.
김정희선생 필적 암각문
널찍한 임도를 벗어나 오르막 비탈로 접어들면 엄장한 덩치의 다면체의 돌기둥 같은
바윗덩이가 우뚝한데, 깎아 놓은 것 같은 바위 거죽에는 '小蓬萊'(소봉래)라고 하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김정희선생 필적 암각문이다.이 바위는 입간판에 담겨 있는 내용
을 그대로 옮겨보면,일명 쉰질(50길)바위로 추사 김정희선생이 小蓬萊라 새겨놓았다.
스승인 담계 옹방강의 집 앞 석순에 봉래라 쓰여 진 것을 보고 자신은 작은 봉래라
이르며 여기에 소봉래라 새겨놓은 것이다(중략).
암각문을 뒤로하는 완만한 비탈에도 이와 어상반한 바위들이 줄을 잇는다.그러한
행색의 넙데데한 바위봉의 곁을 지나고 나면 등성이 바로 우측으로 대여섯 채의
전각을 갖춘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데,조금 전 들머리 입간판의 주인공 화암사다.
화암사의 창건 연대는 알 수 없고, 다만 삼국시대의 절이었다고만 전해져 오는 사찰
이다.
그리고 이 사찰은 중건한 이가 김정희의 증조부이자 영조의 둘째 땰이자 사도세자의
누이동생인 화순옹주와 결혼하여 월성위로 봉해진 김한신이 중건을 한 까닭에 김정희
일가와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절이라고 할 수 있다.요즘은 비구니 스님의 수도도량
이다.그러한 이력의 화암사를 지나고 나면 울멍줄멍 크고 작은 바위들이 옹기종기
묘여 나지막하고 붕긋한 암봉을 이르게 있는데, 이 암봉이 해발95.8m의 오석산 정상
이다(13시50분).
정수리 한복판에는 바위들 틈새에 터전을 마련한 1985년에 재설한 삼각점(예산21)
이 아직도 반듯하다.오석산 정상을 뒤로하면 등성이를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로 이어
지고,이 양회임도에서 우측으로 발걸음을 하면 추사고택과 화암사 갈림길이 되고,
좌측 방향의 추사고택 방향을 고지하는 이정표의 화살표시를 따라가면 머지않아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이 되어 있는 추사 김정희의 고택단지에 닿게 된다.
추사 김정희 묘소
추사고택의 남쪽 바로 곁에는 추사 김정희 묘소가 있다.묘 앞에는 상석이,오른 쪽 앞
에는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비석은 직사각형의 화강암 대좌 위에 오석(烏石)의 비신
(碑身)이 올려져 있고,오석 위에는 뿔 없는 용(龍)의 서린 모양을 아로새긴 형상의
옥개형(屋蓋型) 이수가 있다.비신의 전면에는 '阮堂先生慶州金公諱正喜墓'(완당선생
경주김공휘정희묘)라고 새겨져 있으며, 나머지 3면에는 비문이 빼곡하다.
묘소 우측의 고택으로 발걸음을 옮겨 솟을 대문을 거치면, 'ㄱ'자 모양의 남향받이
사랑채가,사랑채를 지나면 바로 안채에 이른다.안채는 'ㅁ'자 모양의 6칸 대청에
안방,건넌방,부엌,광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노란 수선화가 만개한 뒤꼍에는 김정희
가 세상를 떠난 뒤 아들 김상무가 세운 영당(影堂)이다.김정희의 평생의 벗 권돈인은
영당 세우는 일을 돕고 추사체로 추사영실(秋史影室)이라는 현판을 직접썼다.영당
에는 김정희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데, 영정(影幀)은 김정희의 제자 이한철의 작품
이다.
추사 고택 안채
김정희의 증조부이자 영조의 사위가 된 월산위 김한신이 하사를 받은 김정희 고택을
뒤로하면 월성위 김한신과 그의 아내 화순옹주가 함께 묻혀 있는 묘소가 있고,그 바로
앞 쪽에는 영조의 둘째 딸이자 김정희의 증조모인 화순옹주의 정절을 기리는 열녀문
인 '화순옹주 홍문(紅門)'이 있다.당시 영의정 김흥경의 아들 김한신과 결혼한 어린
13세의 화순옹주는 김한신이 39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화순옹주는 14일을
굶어 남편의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고.
영조는 옹주가 아버지의 말을 따르지 않고 죽었으니 불효라 하여 열녀문을 내리지
않았으나,후에 정조가 열녀문을 내렸다.화순옹주는 조선 왕실에서 나온 유일한 열녀
이다(안내입간판 참조).화순옹주의 홍문을 지나고 나면 김정희 고조부 김홍경의 묘소
가 기다린다.그런데 그 묘소 앞에는 백송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천연기념물 제106
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흰 소나무다.
김흥경 묘소 앞의 백송
이 백송은 김정희가 25세 때에 청나라 연경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씨앗을 고조부
김흥경의 묘소 앞에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김정희의 고조부 묘소와 그 앞의 백송을
만나는 여정을 끝으로 김정희 고택 탐방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강 마무리 짓고
지맥의 방향을 좇는다.화암사와 오석산 그리고 김정희 고택은 지맥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코스이다.그러나 무미건조하게 5번 군도를 줄창 잇는 무거운 걸음보다
이러한 여정이 섞여들면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지는 법이다.
5번 군도를 줄창 잇지 못하고 화암사와 오석산, 그리고 김정희 고택 탐방을 마쳤으니
이젠 지맥으로 붙어야 한다.오던 길을 역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지맥으로 붙는
방식과 이곳에서 우측 방향으로 점차 간격을 좁혀나가며 지맥으로 붙는 방식 등의
두 가지 중에서 후자의 방식을 따르기로 한다.질러가는 방식인 거다.이러구러 마을
고샅을 지나기도 하고 빈 밭을 가로지르기도 하면서 지맥과 함께 하고 나면 삽교천
과 무한천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마련해 놓은 드넓은 삼각주 들판이 기다린다.
삽교천과 무한천의 삼각주 들판
드넓은 논 사이로 난 양회농로는 들판을 가로지르면 머지않아 삽교천 둑방으로 산객
을 안내한다.삽교천과 무한천이 한데 어우러진 합수머리 물목에는 겨울철새로 여겨
지는 대여섯의 물오리가 한가롭다.이제는 발걸음을 허락하는 지맥의 산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더 가야할 지맥의 줄기가 이제 뭍에서 사라졌다면 이제 서둘러 짐
을 부려야 한다.
합수머리 물목 어름에서 도상거리 47.5km의 봉수지맥의 꼬리는 비로소 담대하게
물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만 거였다.서둘러 택시를 불러들여 예산역으로,예산역 앞
국밥집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예산역에서 귀경 열차에 오른 건 오후 5시26분의
용산행 무궁화호 완행열차다.(산행거리;21km.소요시간;5시간30분) (2020,3/31)
삽교천과 무한천의 합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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