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무슨 포스팅하면서 자사호의 개호(開壺)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어요.
가까이 계신 분이 <개호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오셨어요...
그래서 오늘은 <자사호의 개호>에 대해서 포스팅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개호란,, 처음 사온 호를 사용하기 전에 하는 처리를 가리킵니다.
새로 사온 호는 속에 모래가 들어있기도 하고,
뜨거운 불에 들어갔다 나와서 화기가 차 있기도 하고,
흙 속에 있는 무수한 공기구멍이 막혀 있기도 하니까,
약간의 처리를 통해서 호를 사용하기 좋게 길을 들여야 합니다.

이것은 제가 의흥의 호텔에서 찍은 사진이네요...
조명이 약간 노란색이기도 했고, 호의 색이 약간 환한 갈색에 가깝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좀 창백한 색이었죠...
사다가 개호를 못하고 며칠 동안 뜨거운 물 담아서 손 시려울 때 손난로 대용으로 잡고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보다 아주아주 약간 광택이 생긴 상태에요...
처음 살 때는 전혀 광택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자사호의 특징이라는 것....
처음부터 광택이 번쩍번쩍한 호라면 사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의 호 말입니다.
이것은 북경의 유리창에 있는 한 차가게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몇개의 자사호가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이렇게 번쩍번쩍하는 광이 납니다.
이런 광택은 오래 사용해서 나는 것이 아니라 밀랍 같은 것을 칠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좋은 흙으로 제대로 만든 호는 아닌데,,, 파는 가게가 유리창에 있다 보니,
가격이 또 저렴하지는 않더라고요.. 유리창은 우리나라 인사동처럼 북경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골동품 등을 파는 거리입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개호를 해볼까요,.

먼저 호를 물에 담급니다.
이때 수돗물 등을 쓰지 말고, 좋은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저는 생수를 썼어요.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물을 갈아주면서 이틀에서 삼일 정도 담가줍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지만,
이렇게 담가놓은 상태에서 들여다 보면 호의 표면에 아주 잘잘한 기포가 맺힙니다.
자사호를 특수한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공기구멍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공기구멍을 통해서 나온 공기가 호의 표면에 맺히는 현상입니다.
위에서 나온 밀랍을 칠해 놓은 호라면 공기가 맺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호를 끓여 주어야 합니다.
물이 끓을 때 호와 뚜껑이 부딪쳐서 깨질 수 있으니 완충제로 수건을 깔아 주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펄펄 끓여 줍니다.

이것은 수건 대신 대나무 집게로 뚜껑과 주전자 사이를 가로막은 것입니다.
어떻게 하든지 뚜껑과 주전자가 부딪치지만 않으면 되니까,,,,

사실은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끓일 때 호 안에 두부를 넣기도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찾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뜨거운 가마에서 나온 호의
화기를 빼주기 위해서 성질이 차가운 두부를 넣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두부를 넣고 끓이려고 두부까지 사왔는데, 갑자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안 했어요....
어쨌건, 펄펄 한 시간을 끓이고서 불을 줄입니다. 중불 이하로요...
그렇게 뭉근한 불에서 천천히 오랜 시간을 끓여 주세요.
딱 정해진 시간은 없지만 약 서너시간 정도면 될 듯합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전에 이 호에 무슨 차를 우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저는 이 호로 숙차를 우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몇번 우려 마시고 난 숙차를 준비합니다.

호를 끓이는 그릇에 숙차를 넣습니다.

그리고 또 끓여 줍니다.
역시 한시간 정도 펄펄 끓이고서 뭉근한 불로 여러 시간,,,,,
이 과정에서 숙차가 자사호 속으로 배어들어가게 되지요...
그렇게 하고서 건져서 뜨거운 물로 헹구고, 말려서 사용하면 됩니다...
화기도 빠지고, 미세한 공기구멍도 잘 뚫리고, 앞으로 우릴 차향이
살짝 배어들어간 호가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약 2주일 정도 썼을까요?
매번 차를 우리고 뜨거운 열기가 남아 있을 때 타올로 닦아 주었습니다.
창백한 노란빛이 나던 까칠해 보이던 호의 색이 진해지고 윤이 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호의 표면이 까칠까칠한데 이때는 올이 두꺼운 천으로 닦고,
얼마 지나 호의 표면이 부드러워지면 올이 가는 천으로 닦아줍니다.
물이 젖은 상태에서는 젖은 타올로,
마른 상태에서는 마른 타올로....
앞으로 더 열심히 양호해서 멋진 광택이 나는 호로 만들어야겠어요....
-----라고 생각했었지만, 저 호를 어느 분이 사가셨어요.
잘 쓰고 계시겠죠... 저 호 보러 진주에 간다고 했었는데,,,
첫댓글 다건으로 박박 문지르다 뚜껑을 떨어트려서..살짝 이가 빠졌내요..
너무 성급하게 광택이 나길 바랬나 봅니다. 오래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멋스러워 질텐데 말입니다.
특히 잔에 차심이 베게 한다고 많이들 애 쓰시는것 같던데요.. 기다리는 마음이 있으면 차심도 멋지게 보답 할겁니다.
멋진 호 보고 갑니다.
자사호는 그동안 자신이 없어 구입을 자제해 왔는데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작가를 알게되어 현재 두개를 구입하고 앞으로 몇개 더 구입 할 예정인데 생각 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야!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저는 귀찮아서 자사호 개호에 별로 신경을 못쓰고 있습니다. 차마시는 것도 상당한 정성이 들어가는데, 자사호에까지 신경을 쓰려니 너무 힘들어서..그래서, 비싼 자사호는 구입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걸린 자사호들은 얼마 못가서 다 불구가 됩니다. 그렇다고, 자사호를 애지중지하려고 하니 제 성격에도 안맞고, 그래서 저는 자동차도 절대 비싼차는 구입하지 않습니다. 자동차도 새차 구입하면 3개월내에 반드시 헌차됩니다. 나이도 들어가는데 이놈의 성격을 고쳐야 되는데, 물건 귀한 줄을 모르니.. 성격을 좀 개조한 후에 제대로 된 자사호를 구입하게 되면, 솔바람님 처럼 개호를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
청나무님! 고맙습니다. 청나무님의 지적에 따라 양호를 개호로 수정합니다. 사실 청나무님이 지적하시기 전에는 양호와 개호의 차이를 몰랐습니다. 뭐 지금도 정확하게 그 차이를 잘 모르고 있지만, 혹시 자세히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개호는 처음 길을 들이는 것이고, 양호는 쓰면서 길을 들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는가요?
그러고 보니 저도 양호에 대한 이야길 했군요.
낙지자님 알고 계신것이 맞는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청나무님 지적 고맙습니다.
낙지자님 말씀이 맞습니다. 개호는 호를 사용하기 전에 전처리하는 것이고, 양호는 호를 쓰면서 잘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맞겠습니다...
양호만 알고 있었는데, 개호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되는군요!
저렴한 자사호라도 구해서 개호해봐야 하겠습니다..^^
좋은 자료 감사히 공부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의흥에서 자사호를 만드는 사람들은
양호도 잘 하지 않고, 개호도 잘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떤 자사호 만드는 사람은 <개호가 뭐야? 우리는 몇번 차 우려내고 그냥 마셔..> 그러더라고요.
이 역시 차를 많이 마시는 지역 사람들의 취미활동이라 할까요?
아... 저도 솔바람님이나 다향님이 이미 개호하신 자사호만 사야겠습니다. 엄두가 나지 않네요.
개호 별로 귀찮지 않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 뿐입니다.. ㅎ
자사호에 한가지 차밖에 못우리니요?무식한질문 죄송 ㅎㅎ대학때 중국에서 사온 거지같은 자사호에 이것저것 막 우려먹었는데 그럼 안되는건가요?
보통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자사호 벽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공기구멍이 있어 거기에 차향이 스며드는데 그렇게 한 가지 차로 계속 오래 우리면 나중에는 차를 우리지 않고 뜨거운 물만 부어도 그 차향이 올라온다고 합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여러가지 차를 섞어서 우리면 향이 섞여서 좋지 않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