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은 워낙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보니 1년에 50여 편은 봅니다. 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제작 후기를 가끔씩 훑어보는데요.
이 영화의 주인공 엘사와 안나를 한국인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는 뉴스를 듣고 참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그가 색맹이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워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다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진로교훈이 되는 좋은 사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를 만든 주인공은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최초의 한국인 수석 애니메이터 김상진(56)씨라고 합니다. 그는 젊은 시절 색맹이라는 판단을 받고 자신의 꿈이었던 디자인학과로도 진학하지 못하고, 경제학과로 진학하게 됩니다.
그러나 꿈을 잃지 않고 꾸준하게 그림을 그리며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우리 학생들은 꼭 편입이나 전과를 해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꿈을 위해 시간을 쓰기보다는 정작 편입이나 스펙쌓기에 에너지를 다 소모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김상진씨는 경제학과로 대학을 졸업 후에도 꿈을 잃지 않고 한 광고회사에 일러스트레이터로 취업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색맹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회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향해 전진해나간 태도만큼은 이 시대 젊은이들이 배워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씨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색을 쓰지 않고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규모가 작은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였는데요. 하지만 열심히 배우고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데에 온 열정을 쏟아냈다고 합니다. 다니던 작은 회사가 망하고 프리랜서로의 생활을 했지만 그의 꿈은 결코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만든 작품을 담은 포트폴리오를 디즈니에 보냈는데요. 결국 애니메이터이자 캐릭터 디자이너로 채용되었다고 합니다. 그때 그의 나이가 서른일곱이었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이 정도의 나이면 거의 꿈이 끝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오히려 그 시기에 꿈을 피우기 시작한 거죠. 그러고 보면 저도 서른아홉의 나이에 독립해서 일하고 있으니 꿈을 이루기에 결코 늦은 나이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eke습니다.
김상진 씨가 이번 <겨울왕국>에서만 이름을 알린 것이 아니라 디즈니 입사 후 20여 년 동안 우리에게 친숙한 <라푼젤> <볼트> <타잔> 등 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아 활약해왔다는 사실입니다. 수많은 경험 속에서 갈고 닦아온 실력들이 하나씩 빛을 보기 시작한 거죠.
그가 KBS의 위재천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전한 이야기들은 꼭 새겨들어야 할 멋진 말들이 많이 담겨 있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자기 자신의 실력을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키우지 않는다면, 디즈니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스튜디오에서도 일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실력부터 키우라고 강조합니다. 결국 성공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이죠. 어렸을 때부터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고 기초부터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다 보면 디즈니와 큰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마음가짐이나 태도로는 무엇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많은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꿈을 이룰 수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길 원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지적합니다.
처음부터 꿈꾸는 직장이나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멋진 일이죠. 그러나 시작부터 이루려니 너무 조급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그러다가 자신의 역량을 키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쉬이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꿈꾸는 일이 있다면 너무 조급하게 이루려고만 매달리지 말고 목표를 향해서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히 그러나 철저히 준비해나가는 태도를 가질 것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