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여행기
나는 그동안 전기기술자로 건설현장에 근무하면서 전국을 누비고 다니게 되었고, 몇 년 전에는 베트남 정부 외교부 청사를 감리하기 위해서 하노이에서도 1년간 근무하기도 하였다. 나는 오래 전부터 현장이야기를 생활수필로 쓰거나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하면서 그 글들을 모아두고 있는데 나중에 한권의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이글도 그런 목적으로 쓰기로 결심하였고 김천을 여행해가면서 보고 느낀점을 기록해 오다가, 27개월 동안의 감리기간(2017년 1월~2019년 3월)이 다 끝나고 서울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야 겨우 글을 마무리하여 김천시 홈페이지 “여행자이야기”코너에 게재하게되었다.
◇ 아파트 현장을 찾아서
내가 이곳 김천부곡동 센트럴 자이아파트 전기 책임감리원으로 부임한 것은 2017년 1월 2일이었다. 총 930세대 및 부대 복리시설로서 지상 17층~28층으로 구성되어있다. 전기 수전 용량은 3Φ4W 22.9kV 3,500kVA, 비상발전기는 3Φ4W 380/220V 1,000kW이다. 시공은 지에스건설(주)이 담당하였고, 감리기간은 총 27개월로서 주택법에 의한 건축, 기계, 토목, 조경 감리는 7명으로 (주) Y엔지니어링이, 소방법 및 통신공사업법에 의한 소방 및 통신공사는 2명으로 (주) H공영이 수행하였고, 전력기술 관리법에 의한 전기감리는 2명으로 우리회사 Y이엔에프(주)가 담당하였다. 나는 현장 부임 즉시 관할 대곡동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김천시민이 되었다. (사진: 김천 센트럴자이)
◇ 나의 뿌리를 찾아서
김천의 유구한 역사는 신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해방후 1949년에 시로 승격되어 올해 2019년에 시승격 70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2015년에 1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후 김천시 인구는 14만명 수준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여서 김천시 곳곳에 “again 2000"을 내걸고 인구유치 정책을 펴고 있다. 내가 김천에 오면서 반가운 일은 김천이 나의 중시조의 본향이라는 점이다. 나는 전국에 약 20,000여명 정도의 희성인 금릉 김가로 금릉(金陵)은 이곳 김천의 옛이름이다. 우리는 가락국 10대 왕인 양왕의 3남 무위왕의 후손으로 고려시대 문하시랑을 역임하신 휘 仲龜를 중시조로 모시어 그분의 29대 손이다. 나는 알렉스 헤일리(Alex Haley,1921∽1992)를 흉내내어 나의 선조들의 900여년간의 여정을 족보에 기록된 선조들의 묘를 추적해본 결과, 우리들의 조상들은 김천에서 출발하여 영동을 거쳐 나의 고향인 옥천으로 이주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선조들의 자취를 찾는데는 실패하였다.
◇ 지례 흑돼지 마을
딸을 김천에 출가시키고 김천을 자주 다니던 한 친구가 김천에 와서 지례불고기를 알려주었다. 지례면에 위치한 “지례 민속마을”은 현장에서 약 20km 거리에 있는데 지례면에서 키운 흑돼지를 소금구이로 굽기도하고 양념고기로 주기도하는데 1인분에 10,000원이면 즐길수 있다. 특히 골목시장으로 유명해진 P씨의 방문한 식당은 항상 긴 줄이 서있는데 인근의 모든 식당 맛은 큰 차이가 나지않고 최근에는 다른 식당들도 유사한 방송을 유치해서 유명식당이 많이 생겨났다.
나는 김천을 방문하는 아내나 친구들에게 지례 흑돼지 마을을 방문해서 핑계삼아 소주를 한잔하곤 하는데 술안주로 흑돼지만큼 좋은 안주도 없다. 식사후에는 인근 부항댐을 들르곤 했는데 여기에 김천시에서는 부항댐 건설 이후에 관광 특화사업으로 부항댐 출렁다리와 왕복 1.7km에 달하는 짚라인 타기시설이 있으며, 부항 둘레길 코스도 잘 정비되어있다. 또한 부항댐은 다목적 댐으로 발전기 600kw×1기가 설치되어 연간 3,310M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지례 흑돼지마을)
◇ 직지사와 산채정식
직지사는 현장에서 10km정도에 있는데 직지는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종의 가르치심에서 유래되었다한다. 418년 아도화상에 의해 세워진 이래 수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하였으며, 김천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직지사가 관광지로 유명하게 된 것은 절로서의 유명세 뿐만 아니라 절입구에 조성된 대규모 식당의 영향이 아닐까한다. 산채 정식이 주 메뉴이며 아마도 업소가 수백개소가 넘어 보이는데 될 문 닫은 곳이 없는 것을 보면 놀랍기도하다. 가격은 산채 정식이 2~3만원으로 꽤 비싼편인데 김천을 찾는 방문객에게 꽤 인기가 있다.
◇ 직지사 템플 스테이
직지사는 2002년 주한 외국인 대사들을 초청해서 전국 최초로 템플스테이를 공식 개최한 이래 명실상부한 템플스테이의 대표 사찰로 성장해왔다고 한다. 한번 체험하려 몇 번씩이나 기회를 노렸으나 바쁜 일정으로 시간에 쫒기다가 현장철수를 한후에 1박2일(4월 20일∽21일) 경험하게 되었다. 체험형은 7만원(휴식형은 5만원)인데, 체험형은 108배 체험, 연등만들기, 염주꿰기 체험, 스님과의 차담 등을 체험했는데, 마치는 날 아래와 같은 소감문을 제출했다. (사진: 숙소인 육화당)
스님과의 차담시간은 수행하는 스님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는 불교문화에 대한 궁금증 뿐만 아니라 속세의 고민과 갈등에 대해 편안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출가시기를 묻는 나의 우문에 사랑과 고통은 불이(不二)요, 중생의 8고를 강론해주시던 지도스님의 현답에 감사드립니다. 내가 만든 염주를 목에 걸고 연꽃속에 촛불을 켜놓고, 소원을 비는 체험은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나도 벌써 인생 반환점을 벌써 돌아 생고, 노고, 애별리고를 거쳐 병고와 사고를 거치는 하잘 것 없는 중생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동남아에서 불교를 공부하시고, 관세음 보살과 나무아비타불, 그리고 108의 의미(6×6×3=108)를 깨우처 주신 외국인 봉사자님. 50이 넘어 출가하신 씩씩한 남성 봉사자님, 아도화상, 왕건, 정조의 태봉등 직지의 역사를 설명해주시던 문화 해설사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두딸을 데리고 체험에 참여하신 프랑스 아빠 체험자님은 아주 식욕이 좋아보였지만, 왼손으로 밥과 김치를 쑤셔대는 두 따님들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108배 체험을 통해 흐르는 땀으로108 번뇌를 지웠습니다. 범종각 타종 체험에서는 내가 낸 웅장한 종소리에 내가 놀랐습니다. 염주꿰기 체험을 통해 일상의 잡념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아침 예불때에는 이유없는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이토록 많은 치유와 깨달음을 얻은 것은 그만큼 내 생활에 번뇌도 많고, 지치고 힘들었나 봅니다. 1박 2일의 짧은 템플 스테이에서 얻은 작은 에너지로 회향하여 다시 새로운 내일로 나아갑니다. 힘들고 지칠때에는 다시 이곳을 찾아오겠습니다. - 2019년 4월 21일(일) -
◇ 공원을 찾아서
나는 김천에 거주하는 2년여 기간동안 운동을 꾸준히 하였는데 그 결과 건강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김천 오기전 목표가 김천 근무 2년간 “2년 더 젊어지자”로 정하고 산책을 빠지지 않고 했는데 그 코스는 숙소(부곡동)를 나와 교동다리를 건너 직지사 방향으로 직지천을 걸어서 강변공원까지 가서 유턴하여 조각공원까지 가서 가벼운 운동을 10분쯤하고 다시 유턴하여 숙소로 오는데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봄에는 해바라기, 장미꽃 등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고 작년에 직지천에 보를 몇 개 건설하고서는 오리들이 수십마리씩 모여들어 철새들의 도래지가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냥 걷기만 하여도 객지에서의 외로움과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의 상쾌해진다. 김천에는 그밖에 덕곡동의 체육공원등이 있으며. 특히 직지사 입구에 조성된 직지문화공원 등은 박팔용 전임 시장님에 의해 많이 건설되었다고 하며, 도로에도 조각품과 가로수 들이 잘 조화되어 “공원 도시”라고도 자랑할 만하다. (사진: 강변공원의 꽃들)
◇ 인현왕후를 찾아서
청암사는 현장에사 40km떨어진 불령산에 위치해 있다. 직지사의 경내를 걸어보면 웅장하고 활기찬 남성적인 분위기라면, 청암사는 소박하고 아담한 여성적인 분위기가 있다. 신라 헌안왕 2년에 창건된 절로서 숙종의 비 인현왕후께서 폐위된후 이곳 극락전 남별당에서 3년간 불공을 드려 왕후로 복위된 장소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 불령사에는 이를 기념하여 둘레길의 일종인 “인현왕후길”을 조성하여 개방하고 있다.
현장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나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300여년전 꼬불꼬불 올라가는 이길을 가마를 타고가는 인현왕후의 모습이 어른거려 잠시 차를 멈추기도 했다. 이곳은 승가대학이 설립되어 많은 비구니들이 수도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산사음식 만들기 프로그램, 다도 프로그램, 태극권 프로그램 등 다양헌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 극락전)
◇ 김천대 평생교육원
김천 대학교는 현장에서 약 3km 거리에 있는데, 부설 평생교육원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그중 영어 회화반을 2학기 동안이나 수강한 적이 있는데 김천대 학교 원어민 교수 Marites Cornel교수와 수강생 순천향대 소아과장인 이종현 교수와의 우정을 잊을 수 없다. 셋은 수시로 만나 지례 흑돼지 마을, 연화지, 직지사, 부항댐 등에 어울려 다니면서 영어회화 실습을 하곤 했는데 셋이서 공통으로 좋아한 것은 소주와 raw fish였다. 수강 기간중 주말마다 내딴에는 노처녀 노총각인 둘을 한번 엮어 보려고 꽤 노력해 보았지만 아직까지도 좋은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내노력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사진: 부항댐에서 스승과 제자들)
◇ 산업현장 교수 봉사 활동
나는 김천에 오기 전 해(2016년)에 그동안의 경험으로 사회에 조금이라도 봉사하고 싶어 고용노동부에서 모집하는 “산업현장교수”에 응모했는데 운좋게도 합격(전기전자분야, 8기)하였다. 산업현장 교수로 위촉받은 후 학교, 교육훈련기관이나 중소기업체에 기술지원을 위한 내용을 고민하던 중 기술지원 자료로서 “전기법규 실무핸드북”이라는 전문도서를 출판(세리미디어, ISBN 979-11-961856-0-2) 하였는데 나로서는 최초의 졸서를 이곳 김천에서 집필한 셈이다.
산업현장교수 제도는 2012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제도로서 오랜 경험과 기술, 기능을 보유한 기술인을 산업현장 교수로 위촉하여 중소기업이나 직업훈련기관에 기술을 전수해 주는 제도로서 현재 약 1,800여명이 전국에서 활동 중이다. 김천현장에 근무하는 동안 그리고 현장 근무가 끝나고서 이 책과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하여 김천지역 전기관련 업체에게 총 4개 업체에게 전기공사 품질관리, 안전관리, 공정관리 등의 기술지원을 하였다.
◇ 김천의 문화를 찾아서
직지사 입구에 조성된 직지문화공원은 총 20,000평 규모의 대형공원으로 직지사와 함께 김천의 관광명소이다. 공원 경내에는 김천이 자랑하는 백수 정완영(1919~2016) 시인의 백수 문학관이 있다. 정완영시인은 “조국”, “분이네 살구나무”등 교과서에도 실린 많은 작품이 있으며 문학관 건립후에는 이 문학관에서 작품을 쓰시며 말년을 보내셨다고 한다.
좀 더 올라가보면, 고려성(조경환) 나화랑(조광환) 형제의 노래비가 있다. 형인 고려성은 “나그네 설음”, “자명고 사랑“등을, 동생인 나화랑은 ”무너진 사랑탑“, ”닐리리 맘보“등 수많은 노래를 만들었다. ”나그네 설음“은 집을 멀리 두고 이곳 타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내 심정을 노래한 듯 하다. (사진: 백수문학관)
타관땅 밟아서 돈지 십년 넘어 반평생/ 사나이 가슴속에 한이 서린다.
황혼이 찾아들면 고향도 그리워져/ 눈문로 꿈을 불러 찾아도 보네
◇ 김천역을 찾아서
김천역은 1905년도부터 운영되었다고 한다. 나는 주말에 승용차나 KTX, SRT등 고속 열차를 이용하다보니 단한번도 김천역을 이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길거리 사드반대 집회 광고를 가끔씩 김천역 광장에 가서 집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평화온다, 사드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