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오사카 1] 인천공항~오사카 간사이공항~오사카 성
일본 긴키(近畿) 지방의 주요 도시인 오사카와 교토, 그리고 고베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한 2박 3일 예정의 여행으로, 정오 무렵의 시간에 인천 공항발 오사카 간사이 공항행의 비상(飛翔)으로부터 여행은 본격적으로 발행이 됩니다. 여행이나 등산을 떠날 때면 으레 꼭두새벽 집을 나서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이 첫새벽부터 심신을 분주하게 하곤 하였는데, 비행기 출발시간이 정오 무렵이니 마음만은 비교적 느긋합니다. 이번의 여행은 우리 내외를 비롯하여 2남 1녀 중에서 맏이(대근)와 막내(대선) 등 넷만의 인적 구성으로, 두 아들이 리드하는 이를테면 효도 관광인 셈입니다. 여행이나 등산은 으레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곧바로 시작이 되는 것이지요.
여행 방문지역인 오사카(大阪)와 교토(京都), 그리고 고베(神戶) 등은 이곳과 엇비슷한 기후라서 준비물은 비교적 단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행사의 가이드와의 미팅시간에 맞춰 공항버스로 1시간 30분여를 달려 인천 공항에 도착하여 미팅과 화물, 출국수속, 방역 등의 여러 과정을 거쳐 비로소 비행기에 오른 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때는 인천공항을 이륙한 뒤 1시간 30분 여가 흐르고 난 뒤가 됩니다. 간사이 공항은 육지인 오사카와 4,5km쯤 동떨어진 자그마한 섬에 조성된 공항이지요. 주변 풍광은 대한민국의 인천공항과 어상반하지만 규모는 인천공항의 30%쯤의 다소 허름한 공항이더군요.
천수각
잿빛 뭉게구름은 드문드문하고, 그 사이를 비집은 코발트색 천공 사이로 은빛 햇살은 가녀린 간사이 공항, 바닷바람만이 선들선들 불어옵니다. 2박 3일 동안 우리 일행들의 이동수단이 될 45인승 버스에 올라 40분쯤 달려 오사카의 최대 번화가인 신사이바시 도톤보리 거리 옆의 호텔(御宿 野乃) 숙소에 짐을 부리고, 곧바로 첫 번째 여행지인 일본 3대 성(城)의 하나로, 버스로 3,4십 분여면 넉넉하게 득달할 수 있는 오사카 성으로 부리나케 달려갑니다. 작금에는 공원화가 이루어져 오사카성 주변은 시민들의 휴식공간 노릇까지 담당하고 있더군요. 오사카 성 입구의 너른 주차장에는 여남은 대의 관광버스가 세워져 있습니다.
오사카 성은 성 밖을 빙 둘러 넓은 해자로 둘렀으며, 내성 안에도 해자를 한 차례 더 둘러 외부 침입을 철저히 방비한 난공불락의 성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하급 무사의 집안 출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무사 오다 노부나가의 하인으로, 추운 겨울 오다 노부나가의 신발을 가슴에 품고 있는 충성스러움이 오다 노부나가의 눈에 든 것을 계기로 미관말직이지만 관직에 오를 수 있었으며, 바야흐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됩니다. 신임하던 부하의 배신으로 오다 노부나가는 죽음에 이르고, 바야흐로 주군의 배신자를 척결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결국 전국을 평정하게 됩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정권을 잡은 그 이듬해인 1583년부터 1년 반에 걸친 대규모 공사로 오사카 성을 축성하고, 정유재란이 벌어지던 1598년 갑자기 병사하게 되지요.
豊國神社
두 개의 해자로 더욱 금성철벽의 성채의 핵심은 역시 35m의 높이에 5층 구조물인 천수각입니다. 원래는 목조 건축물이었는데, 화재로 소실이 되어 작금에는 콘크리트 건물로 재건이 되었습니다. 천수각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물과 발자취를 위한 공간으로 대부분 할애를 하였으며, 3층은 황금다실로 꾸며 관광객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천수각을 둘러보고 주변을 한 바퀴 돌아 나와 바깥쪽 해자를 벗어나기 직전 지점에 이르면 우측으로 풍국신사라는 이름이 새겨진 빗돌이 세워져 있는 신사(神社)가 하나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비롯하여 온갖 삼라만상의 위대한 상대를 신의 반열에 세워 지극정성으로 받들어 내세의 평안을 기원하는, 무속 신앙터와 유사한 성격의 진앙지입니다. 전국시대를 평정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신으로 모신 신앙의 장소인 것이지요. 신사의 입구에는 한자 단(丹) 모양의 일주문이 우뚝합니다. 일본에서 신궁이나 신사 입구에 세우는 기둥문으로, 신의 영역과 일반 세계의 경계를 이루는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는 데, '토리이'(鳥居)라고 일컫습니다. 입구의 토리이를 통과하니 마당 한복판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그 뒤쪽으로 또 다른 토리이가 세워져 있지요. 두 번째의 토리이를 지나면 맞은편으로 건물이 한 채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풍국신사의 본채가 되지요.
도톤보리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한 오사카 성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위한 풍국신사를 뒤로 오사카 성의 여행을 마무리 짓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나카자키조 카페거리로 이동을 합니다. 나카자키 거리는 6,7십 년대 종로 뒷골목처럼 골목길도 좁고 다소 후미진 느낌입니다. 더군다나 이미 어둠의 뒷골목 행색이지요. 골목길 좌우로 손바닥만 한 점포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디에선가 김두한 졸개들이 시비를 걸려고 나타날 것도 같고, 과객들의 짐을 빼앗으려고 날강도들이 나타날 것만 같은 어둑하고 후미진 골목길입니다.
그러한 행색의 나카자키 카페거리를 둘러보고 나면 오늘의 일정은 비로소 마무리가 되고, 우리 일행들의 2박이 예약이 되어 있는 호텔 '우석 야내(御宿 野乃)'를 향하여 이동을 서두릅니다. 어둑어둑 어둑 발은 시나브로 번져가고 도시는 어둠을 밝히려는 가로등이 하나 둘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 우리 일행을 비롯한 여행객들에게는 자유시간이 주어집니다. 휘황찬란하게 어둠의 세상을 밝히고 있는 울긋불긋한 불빛이 눈을 어지럽히는 도톤보리 시가지, 수많은 음식점과 술집, 그리고 기념품 가게 등이 도톤보리 시가지에 한데 몰려 있는 듯이 바글바글합니다.
그리고 도톤보리 시가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3,4십 미터쯤 폭의 개천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데, 양쪽을 넘나드는 다리가 너덧 걸쳐 있고, 물 위에는 예닐곱은 넉넉하게 승선할 수 있는 자그마한 유람선이 관광객들을 태우고 오락가락거립니다. 인파는 바글바글, 점포와 빌딩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은 울긋불긋 휘황 찬란. 개천 이쪽저쪽을 한동안 둘러보고 스시와 생선회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가게를 찾아들어 저녁을 때우려 합니다. 주문한 메뉴는 찔끔찔끔 허기진 사람 약 올리듯이 병아리 모이처럼 나오는군요. 생맥주로 두 아들과 건배를 연발하며 주문한 메뉴를 나오는 즉시 해치우고 또 해치웁니다. 한밤의 도톤보리 휘황찬란한 불빛이 사그라질 줄 모르는 오사카의 첫 날밤입니다.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