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실화
“트럭기사 손에 한번 잡히기까지
휴게소 박카스 여인의 반전 인생”-황혼의 꽃
https://youtube.com/watch?v=_LI6mTvptZA&si=YC3grFCG0WckUtCe
황혼의 꽃이에요, 은실이입니다.
지금 혹시 사는 게 외롭고 힘이 드신가요, 그렇다면 눈 한번 살며시 감아보세요.
이제부터 제가 겪은 이야기를 조심스레 들려드릴게요.
누군가의 외로운 밤에, 제 목소리가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네요.
제가 그 휴게소에서 박카스를 팔기 시작한 건요, 남편 보내고 일곱 번째 맞는 가을이었어요.
그날도 바람이 참 스산했죠. 마치 마음속 허허로운 구석을 들여다보듯, 낙엽이 발밑에서 바스락대며 물었어요. ‘이제, 혼자서도 괜찮으세요?’
괜찮은 척하던 제가, 그 낙엽과 바람 앞에 조용히 무너졌던 날이었죠.
살기 위해 박카스를 팔았지만, 사실은 외로움을 이기고 싶어서였어요.
김밥 몇 줄, 박카스 몇 병, 하루 벌어봐야 3만 원도 안 되는 날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돈보다 더 무서운 건, 정적과 외로움이었어요. 사람 목소리가 사라진 하루는 마치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 기분이 들었어요. 어느 날, 트럭 한 대가 쓰윽 들어오더니 덩치 좋은 트럭기사가 내리더라고요. 주황색 조끼에 군화 같은 부츠, 근데 그 눈빛은 의외로 이상하게 따뜻했어요.
“김밥 두 줄이랑 박카스 하나 주세요.” 말끝이 참 공손했죠.
그렇게 광섭 씨를 처음 만났어요, 그분도 암 투병 끝에 살아남은 사람이라 했어요.
벌써 혼자 된 지 7년이 넘었다더군요, 그날, 커피 하나 타서 내밀었어요.
"추운데 이것도 함께 드세요."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죠.
“사람 손이 타는 커피, 오랜만에 마셔보네요.”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 뒤로 그는 자주 왔어요.
빈손으로 와서, 제가 싸는 김밥을 꼭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먹어주던 사람이었어요.
그 말 한마디에요, 밤마다 혼자 울던 제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어요.
말벗 하나 생겼다는 게, 그렇게 고마울 줄이야. 물론, 그 사이엔 마음을 헷갈리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손 한 번 잡아달라’는 사람, ‘외롭다’며 울먹이던 사람, 은근히 제 엉덩이를 툭 치는 남자, 그런 사람들 손길에, 저도 순간 흔들렸죠.
저도 사람이니까요, 온기 하나가 그리운 겨울 같은 사람이었거든요.
하지만 이상하게, 그 사람 광섭 씨가 자꾸 생각났어요.
어느 날엔 “같이 밥 한 끼 먹어줄래요?” 그러는데, 참 별말 아닌데, 그 말에 그만, 울컥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그날, 둘이서 김치찌개 하나 시켜놓고, 숟가락 마주 잡고 먹었어요.
한입 먹고, 서로 눈을 보며 웃다가, 그냥, 아무 말 없이 눈물만 났죠.
그 사람은 말이죠, 혼자서 십 년 넘게 전국을 돌며 운전했다더군요.
차 안에서 자고, 휴게소에서 대충 끼니 때우며 살아온 세월이었대요.
그렇게도 서로 모르게, 우린 서로의 아픔을 닮아 있었어요.
같이 있을 땐, 굳이 말 안 해도 편했어요.
말없이 앉아 창밖 바람이나 보고 있어도, 마음은 꽉 찬 느낌이랄까요.
하루는 제가 혼잣말처럼 말했어요.
“나 너무 싸구려 인생 사는 거 아닌가 몰라요.”
그랬더니 광섭 씨가, 조용히 그러더군요.
“무슨 소릴 그렇게 하는 거요? 말 나온 김에 우리, 같이 살아볼래요?”
제가 화들짝 놀라서 그만 뒷걸음치다 넘어질 뻔 했죠. 순간 그가 내 어깨를 부축해 줬어요.
“당신 김밥 안 싸도 돼요. 나, 밥만 해주면 돼요. 그거면 돼요.”
그 순간, 저는, 이게 정말 말로만 듣던 프로포즈구나 싶었어요.
꽃다발도, 반지도 없었지만, 그 말은 제 인생에 가장 따뜻한 봄바람이었어요.
그래서요, 나도 모르게 그만 그가 불쑥 내민 손에 엉겁결에 제 손을 잡혔어요.
박카스 내려놓고, 손잡은 거예요. 지금은요, 전남 나주의 작은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어요.
마당에는 상추랑 고추, 가지가 자라고 광섭 씨는 닭장에 아침마다 달걀 주우러 나가요.
5일장 서는 날이면 둘이 손잡고 채소랑 과일 조금씩 싸들고 장터에 나가죠.
비 많이 오는 날이면, 서로 바라보다가 웃으면서 제가 말해요.
“옛날엔, 이런 날 혼자 창문에 이슬 맺힌 거 보며 울컥했는데.”
그렇게 말하고, 따끈한 차 한 잔 같이 마시고 인간의 온정을 느껴요.
그 사람의 손, 예전엔 투박하게만 느껴졌는데, 이젠 그 손이
제 마음속 언 강물까지 다 녹여주는 것 같아요.
외롭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 못 만났을 거예요.
그래서 전 이제 외로움도 고맙답니다, 동네 이장님이 우리 만나면 가끔 그러세요.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볼 땐 청춘 같아요, 고목 나무에 생기가 넘쳐 반짝반짝해요.”
하하, 그 말 들을 때마다, 우리 참, 예쁘게 늙어가는구나 싶어요.
혹시 이야기를 듣고 계신 당신도, 지금 외롭게 혼자 계신가요?
괜찮아요, 외로움은 죄가 아니에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계절을 지나가요.
그리고 그 계절 끝엔 뜻밖의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니체가 그랬대요.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사랑하는가이다.”
이 이야기를 마음에 살짝 넣어두셨으면 좋겠어요. 외롭다고 느끼는 지금 이 순간도, 어쩌면 당신 인생의 반전이 될 씨앗이에요. 조건보다 마음이 먼저고, 계산보다 온기가 먼저예요.
혹여 내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줄 사람이 있다면, 그냥, 가만히 손을 내밀어도 좋아요.
우리는 그 손길이 진정성 있는지, 살아온 세월로 느낄 수 있잖아요. 황혼에도 꽃은 핍니다.
고목에도 봄은 오고요, 외로운 당신 마음에도 언젠가 그 꽃, 가닿기를 진심으로 응원해요.
우리의 남은 인생, 알콩달콩,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그저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일이 조금 더 기다려지는 시간이면 좋겠네요.
이야기 들어주셔서 고마워요, 지금까지 은실이였어요.
오늘 영상 이만 마칠게요, 구독과 좋아요는 제게 큰 힘이 되거든요.
좋은 이야기로 곧 다시 뵐게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니체가 그랬대요.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살아있는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사랑하는가이다.”
이 이야기를 마음에 살짝 넣어두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