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day 1"
04시 기상을 한다.
밖에서 고양이 떼가 싸우는지 얼마나 앙칼진 소리를 지르는지 잠을 설쳤다.
루클라행 경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어제 싸둔 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카고백 지퍼를 닫고 사방으로 벨트를 꽉 꽉 당겨 조인다.
룸메이트 언니는 이런 장기 트레킹은 처음 이란다. 짐을 감당 못해 우왕좌왕이다. 그냥 보기가 안스러워 도와준다.
환영의 메리골드 꽃목걸이는 아쉽지만 침대 옆에 고이 걸어두고 모든 짐을 들고 로비로 내려가 카고백과 캐리어를 한군데 내놓고 호텔에서 챙겨주는 아침 도시락을 받아 전용 버스에 오른다. 캐리어는 한군데 모아 호텔에 보관하고 카고백은 짐칸에 싣는다.
히말라야 산맥의 2,840m에 있는 마을, 쿰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를 가기 위한 관문인 트레킹의 시작점 루클라행 경비행기는 기상이 비교적 안정적인 이른 새벽이 하루 중 그나마 가장 이륙하기 좋은 때라 한다.
트리부반 공항 국내선 루클라행 대합실은 온통 트레커로 북적인다. 어제도 기상이 안 좋아 결항이 되었다고 한다.
짐은 단체라서 한꺼번에 계측한단다. 다행이 무사히 통과한다.
이륙시간이 정해져 있어도 날씨가 변화가 많으니 이때다 싶으면 빨리 출발하기도 한다는데 아침 도시락 다 먹고 잠시 기다렸다가 예정대로 6시 첫 비행기를 탄다.
활주로에 떡하니 서 있는 18인승 경비행기, 너무 앙증맞게 작아서 놀란다. 저 장난감 같은 비행기가 과연 우릴 싣고 히말라야 산속을 안전하게 날아갈까??
내가 타본 비행기 중 가장 작은 비행기는, 몇년 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갈때 포카라로 이동시 탔던 50인승 경비행기 였다.
오른쪽이 설산군을 감상하기 좋다 하는 정보를 들었기에 잽싸게 올라 오른쪽 창가에 앉는다.
우리팀은 18명이지만 국내 가이드, 현지 가이드 4명 포함하니 정원이 넘어 다 못타고 몇명은 7시 비행기로 온단다.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젖 먹던 힘을 다해 장난감 같은 경비행기가 우당탕 쿵탕 달려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스튜어디스가 나눠주는 솜으로 양쪽 귀를 막았어도 굉음을 다 차단해 주진 못한다.
조금 지나니 와우 하는 탄성들이 나오며 창밖으로 쿰부히말라야의 설산 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모두 카메라 셔터 누르기 바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고도를 낮추는 요란한 소리가 난다. 착륙하려나 보다.
해발 2,840m에 위치한 루클라에 있는 텐징 힐러리 공항(1953년 에베레스트를 최초 등정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을 기려 지은 공항 이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공항이다. 히말라야 산맥 비탈을 깎아 만든, 경사지며 좁고 짧은 활주로는 길이가 고작 527m다. 활주로 끝은 절벽이고 별다른 유도장치도 없다. 오로지 기장의 눈과 손에 의해서 착륙한다. 비가 오거나 구름 안개가 짙거나 강풍이 불거나 눈이라도 내리면 줄줄이 이.착륙이 취소된다.
좁다란 활주로가 가까워진다.
착륙할땐 오르막 경사다.
굉음을 내며 경사진 활주로를 향해 다가가 우르릉 쿵쾅거리더니 천천히 선다. 시끄럽긴 한데 이륙할때도 착륙할때도 뭔가 기장님의 스킬이 느껴진다고 할까 생각보다 안정적이다.
많은 변수가 있는 곳이라 루클라 공항에 무사히 착륙하는것이 이번 트레킹 성공 여부의 일차적 관문인데 통과했으니 절반 이상 성공이다. 그간 비행기가 계속 결항 됐었는데 우리팀은 착착 일정대로 진행이 된다. 운이 참 좋은 거란다. 인정!!
7시 비행기로 오실 분들 기다리며 저 멀리 꽁데 배경으로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한 영국의 힐러리경과 셰르파 텐징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장난감 같은 경비행기 이륙, 착륙하는걸 구경한다.
저렇게 날아와 내렸구나 감탄이 나온다.
루클라 중심 상가로 가서 쇼핑을 한다.
주로 모자를 구입한다.
나도 알록달록 야크털 모자를 구입한다.
가볍고 따뜻하고 간지도 나고
고도 올라가서 추울때 이 모자를 아주 요긴하게 쓴다.
후발팀이 도착했는데 한식 쿡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루클라 공항 인근 롯지 이층 로비에서 따끈한 레몬 진저티를 마시며 기다린다.
로비안을 살펴보니 벽과 천장에 다양한 국적의 트레커가 EBC와 칼라파타르를 다녀간 흔적을 기념 티. 손수건. 국기에 사인으로 남겨놨다.
우리도 무사히 성공해 다시 여기 도착하면 저렇게 흔적을 남기고 가야지 다짐한다.
쿡팀 도착하고 현지 메인 가이드가 함께할 스태프를 소개한다.
모두 네팔 현지인이다.
보조가이드 선두 1명, 후미 2명. 메인 셰프 1명(네팔에서추최한 한국요리 경연대회에서 입상한 한국요리 달인) 주방보조 6명. 우리들 카고백을 두개씩 짊어 지고 갈 말을 몰고갈 마부1명 등
국내 가이드 포함해서 가이드가 5명, 쿡팀 7명, 마부 1명, 우리 팀원 18명,
31명의 대 부대가 움직인다.
우리는 오늘 점심 부터 한국에 있을때보다 더 맛있고 다양한 한식 요리를 끼니마다 먹는다.
짐 재정비 하고 10시 출발한다.
'비스따리' '비스따리'('천천히' '천천히') 첫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계속 듣는 말이다.
선두 가이드는 안나푸르나 원정팀과 등반도 한 능력자 가이드다. 정말 한결같이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걷는데 따라가노라니 참 편안하다.
성질급한 두세명이 가이드를 밀어부치며 좀 더 빨리 걷자 하니 단호히 안된다고 주의를 준다.
선두 가이드가 얼마나 잘했는가는 며칠 후 확실하게 알게된다.
시작은 발걸음이 가볍다.
루클라 상가골목길 위에 오색 룽다(오색기를 수평으로 걸어둔 것을 '룽다'라 하고, 깃발처럼 수직으로 꽂아둔 것을 '타르초'라 한다. 오색은 차례로 파랑은 우주나 하늘, 하양은 공기 바람, 빨강은 불, 초록은 물, 노랑은 땅을 상징한다. 룽다는 바람결에 불운은 가고 행운이 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가 펄럭인다.
골목길은 트레커와 말과 좁교(인간에 필요에 의해 야크와 물소를 이종교배한 동물로 평생 일만 하기 위해 태어난 동물이다)로 북적인다.
골목길에 커다란 마니석('옴마니반메홈'을 새겨둔 돌이나 바위)이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다. 걸으면서 무수히 많이 보게된다.
여기서부터 바퀴 달린 차 종류는 없다.
오로지 네 발 달린 말과 좁교와 두 발로 걷는 인간 뿐이다.
초입의 산길은 예쁜 돌담에 둘러쌓인 흙길이다
걷다 보니 파상 라무 셰르파를 기리는 기념문이 나온다. 양쪽 기둥에 그녀의 상반신 조형물이 놓여있다.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셰르파. 하산 시 부상 당한 동료를 돌보다가 사망한 그녀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고 있다.
계곡 아래 두드코시강(네팔 동쪽 에베레스트 산 아래를 끊임 없이 흐르는 강으로, 우윳빛 강이라는 뜻)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물이 백옥 빛깔이다.
오른쪽으로는 눈 덮인 쿠숨캉구르 주봉이 팍딩 마을까지 우릴 지켜보며 따라온다.
강을 건너려면 긴 출렁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여러번 건너게 되는데 메인가이드 '지건'은 다리만 만나면 소리 친다. "모자 꼭 조이세요, 날아갑니다".
빛바랜 오색 룽다가 나부끼는 엉성한 출렁출렁 쇠다리를 사람도 건너고 말과 좁교도 건넌다.
12시30분 점심식사할 롯지에 도착한다.
점심메뉴는 비빔밥이다.
갓 지은 흰 밥에 각종 나물과 계란프라이와 김가루 얹어 참기름과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먹는데 환상적이다. 잘 먹어야 잘 걷고 고산증도 이겨낼 수 있다.
한 시간가량 바람 살랑살랑 따뜻한 햇볕 드는 롯지 뜰에서 쉬어간다.
식사 끝나면 각자 내어 놓은 보온병에 끓인 보리차를 채워준다. 물갈이 하면 필히 배앓이 하는 나지만 이번엔 팔팔 끓인 보리차를 늘 마시니 당연히 괜찮았다.
저 앞에 2,610m에 위치한 팍딩마을 롯지가 보인다.
약 8km를 4시간 정도 걸었다.
루클라가 2,840m에 위치하니까 오늘은 서서히 낮아지는 내리막길을 짧게 걸은 거다. 워밍업 날이다.
'팍딩 스타', 롯지 이름이다.
웰컴 드링크로 따뜻한 레몬 진저티(생강차)를 마신다. 진저티는 고산병에 좋다 해서 앞으로 참 많이 마시게 된다.
몇년 전 안나푸르나 갔을때 롯지를 경험해서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맞이한 롯지 2인실.
온기라곤 1도 없는 좁은 방에 나무침대에 매트리스, 얇은 이불, 배게.
일단 이불은 반으로 접어 매트리스위에 착 깔고 침낭부터 꺼내 그위에 펴 둔다. 습기도 말리고 구스 침낭이라 다시 폭신폭신 살아나도록.
방에 화장실 있고 온수샤워는 무료고, 와이파이 사용은 500루피, 휴대폰 충전은 200루피 내야 한다.
저녁식사는 돼지고기 수육과 된장국이다.
메인 메뉴 외에도 반찬은 매끼 5~6가지 나오고, 식사 끝날무렵 물누룽지~과일~커피 포함 각종 차가 늘 나온다. 넘 호사를 누린다. 우리가 더 달라고 하면 메인 셰프는 싱글벙글 신나한다^^
고산증 예방하기 위해 될수있으면 샤워 머리감기는 하지 말아야 해서 양치만하고 따뜻한 물에 코인 티슈 적셔 꼼꼼히 닦는다.
머리는 드라이 샴푸를 가져왔기에 치이익 뿌려 쓱쓱 맛사지 해주면 끝. 머리 냄새도 안나고 떡지지도 않는다.
침낭안에 들어가 뜨거운 보리차를 담아온 1리터 날진 물병을 꼬옥 안고 잠을 청해본다. 자다가 목이 마르면 자리끼가 되고 안으면 핫팩이다.
쉬이 잠들지 못하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든다.
-24.10.6.일요일-
허접한 글이지만
읽으시고 댓글 주시면
복 많이 받으실거예요~♡
첫댓글 허접한 것이 아니라 대단한 글솜씨네
산악가이드 보다는 문학계통 쪽으로 바꿈이 어떨까요?
대장님
괜히 시작했나봐요
보통 신경이 쓰이는게 아니예요
자료도 찾아야 하고
기억도 되살려야하고
작가님들 많이 존경하기로 했습니다ㅠㅠ
우당탕 쿵탕 이륙해서 우르릉 쿵쾅 착륙하는 경비행기에서 부터 담이는 멀미했을 듯..ㅋ
루쿨라에서 부터 고산증으로 두손 들었을 것 같아요.
세계적인 트레킹 로드라 그런지 구간구간 롯지가 적절하네요.
무엇보다도 먼저 앞서려고 서두르면 안된다는게 마음에 쏙 듭니다.ㅎㅎ
담이는 루클라에 남아 있을테니, 릴리는 EBC를 향해 고고~~!!!
비스따리 비스따리
저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글을 적으며
다시금 히말라야를 걷는 느낌입니다
비스따리 비스따리
적어갈께요^^
살면서 한번쯤은
꼭 경험해 보고 싶은
풍경들이네요^^
글도 너무 재밌어요 ㅎㅎ
그쵸
내 두발로 걷지 않으면
결코 보고 느낄수 없는
풍경이죠
후기 쓰며
다시 히말라야를
헤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