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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조직화의 단계별 원칙
하나의 주민조직화 사례를 분석하고자 할 때에는 시간적 흐름에 따른 단계의 구분이 가능하다. 정외영 및 문홍빈의 논문에서 하나의 사례를 분석하면서 ‘주민조직의 형성단계, 토대구축단계, 조직의 성장 및 발전단계’ 등으로 구분한 것이 그 예이다1). 그러나 일반화된 주민조직화의 단계에 있어서는 단계의 앞 뒤 구분을 엄격히 할 수 없다. 그것은 주민조직화의 과정이 현장의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한 단계에서부터 출발될 수밖에 없고, 현실적으로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주민조직화의 과정은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발전해 간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대중행동으로부터 시작되는 주민조직화의 여정에 있어서도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고 주민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는 단계부터 그 과정을 되짚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장에서는 어느 단계에서부터 주민조직화가 시작되든 꼭 밟아야 할 단계들을 <그림 3-1>과 같이 6단계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반드시 고려해야 할 원칙들을 언급하였다.
주민조직화 사업을 실행함에 있어 조직가는 지역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특정한 일을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긴밀한 관계의 형성이란 조직가와 주민들 간, 그리고 주민들 간에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이들간의 일상적인 신뢰감과 친밀도를 높이는 이외에 이상과 꿈의 공유를 또한 의미한다. 즉, 주민들과 일체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기술적인 요소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 이를 해결하는 방법과 대안을 찾아내는 작업 등을 의미한다. 즉, 평가, 목적과 목표에 대한 구체화, 특정한 문제 등에 대한 구조분석, 재정계획,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제반 요소들에 대한 전문성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한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1. 지역 특성에 알맞는 방법의 선택
지역에서 모든 활동을 수행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그 지역의 특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즉, 그 지역이 아파트 단지인지 아니면 일반 주택가인지, 대도시 지역인지 아니면 주민들간의 공동체성이 높은 소도시 지역인지, 그리고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살고 있는 곳인지 아니면 주로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곳인지를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지역이라면, 굳게 닫힌 철문 등으로 이웃과 쉽게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사람을 많이 만나기 위해 각 가정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아무런 명분없이 철대문의 벨을 누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의 경우 개인적인 사생활을 극히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성인 남자들의 경우는 이웃간에 서로 얼굴을 부딪히는 일조차 힘들다. 따라서 당연히 이들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럴 경우,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을 건설하기 위한 J씨의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엘리베이터나 길가 등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무조건 인사를 하며 안면을 익히는 것이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의 각종 주민자치조직에 참여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아파트 지역도 단지의 평수 정도에 따라 주민들의 연령대가 다르고, 그에 따른 직업분포와 관심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에도 착안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도권에 건립된 신도시 지역의 경우 주민들의 학력수준이 높고, 비교적 젊은 층이 많이 모여 산다. 이들은 자기 권리 의식이 강하며,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편이다. 한편, 세입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주거지의 경우 주민들의 이동성이 높아 지속적인 조직화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사업이나 프로그램보다는 단기적인 사업들의 성공을 통해 주민들에게 지역에 대한 애정을 심어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소도시의 경우 지역주민들간의 안면성이 매우 높은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이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이 오히려 대도시보다도 힘들 수 있다. 반면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았던 사람의 경우는 주민들과 이미 높은 안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조직가는 평상시의 성실한 생활을 통해 주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전통적인 문화가 중요시되는 소도시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경우, 다음과 같은 상반된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한 쪽에서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강해 주민운동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문화가 강한 것이 오히려 주민운동을 하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에서의 상이한 활동방식에 기인한 것이다. 지역의 어른들에 대한 신뢰 등을 받지 못한 채 문제를 찾아내 이에 저항하는 문제제기 중심의 활동은, 지역 전체의 생존권과 관련한 문제2) 등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혈연과 안면관계가 높은 소도시 지역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혈연 등으로 연결된 지역의 어떤 이들에 대한 공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반면, 전통적인 문화를 존중하며 성실하고 꾸준하게 지역에서 기반을 쌓아 온 사람들의 경우는 오히려 조그만 소도시에서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특히 지역의 어른들에게 ‘믿음직한 일꾼’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면 보다 유리한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성공적인 경우로 남해 K 군수의 사례를 들 수 있다3).
K 군수는 군수가 되기 전부터 남해군에서의 성실한 생활과 활동으로 지역 어른들에게 높은 신뢰를 얻고 있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장직을 수행하며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주민들의 필요에 적극적이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 농민들에게 많은 신뢰를 얻었다. 또한 <남해신문>의 사장으로 있으면서 직접 신문을 들고 주민들에게 신문을 배포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이런 평소의 성실한 생활과 활동으로 인해 농민들과 보수적일 수 있는 지역의 어른들에게 믿음직한 일꾼으로 신뢰를 얻었다. 이 결과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의 표밭이라 할 수 있는 경남 남해에서 군수로 당선될 수 있었다.
반면에 <안성천살리기 시민모임>의 경우, 보수적인 농촌 도시에 외부인이 들어가 살면서 활동을 시작한 경우이다. 안성시의 경우 토박이들이 전체 주민의 85%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외부사람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따라서 처음 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안성천의 환경․생태탐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그에 관한 자료집을 엮어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환경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푸른 시민의 교실’ 운영, 안성시의 쓰레기 정책에의 참여, 식목일․환경의 날․물의 날 등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의 진행 및 청소년 교육․놀이문화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였다. 주민들 사이에서 문제를 발생시키는 등 자극적인 방법을 피한 채 지역주민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일상적인 활동을 지역에서 꾸준히 진행하면서, 그 회원도 늘어나고 지역 내에서의 인지도 및 신뢰도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러한 차별적인 지역특성에 따라 구체적인 활동전략과 전술을 창조적이고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모든 지역들을 위에서 예시한 가시적인 몇 가지 특성만으로 구분할 수 없다. 비슷한 성격의 아파트 단지라 하더라도 그 입지의 특성 등에 따라 또 다른 특징들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민조직화는 각 지역 나름대로의 특성에 대한 파악과 함께 그 특성에 맞는 창조적인 방식의 사업이 기획되고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역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 역시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방법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지역조사가 필요하다. 지역조사에 대해서는 제5장에서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2. 지역주민들과의 관계설정(interaction)
주민조직화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형성은 모든 주민조직화 과정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다. 주민들의 신뢰는 조직활동을 수행하는 개인에 대한 것이 있을 수 있고, 주민운동조직에 대한 것이 있을 수 있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충족된다면 그만큼 주민들을 만나기가 쉬워진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가 주민들에게 불신을 받고 있다면, 주민들을 만나 함께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 조직활동을 수행하는 사람(조직가)이 지역의 주민들을 만나고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원칙들 몇 가지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 주민들을 가능한 많이 만나 대화를 나눠라
각종 선거에 출마한 입후자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많이 알리는 것이다. 그렇듯 조직가에게도 이러한 원리가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가에서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이 조직되기 전 실질적으로 이 모임을 주도한 J씨는 자신이 사는 동네의 길가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서 주민들을 만나면 무조건 인사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동 ○○호에 사는 ○○○입니다”라고 시작된 대화는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풍부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주민들과 만나 안면 익히는 일만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조직가는 자신과 비슷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과 보다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바로 그 사람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지역 내에 존재하는 주민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주민들과 많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교회 등의 종교단체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지역활동을 함에 있어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그리고 주민들을 사귀면서, 그 사람을 통해 이웃들과 지속적인 관계망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존에 친분이 있는 사람을 통해 이웃을 소개받는 것이 대화를 훨씬 용이하게 만든다
<군포환경자치시민회>의 L목사의 경우도 쓰레기소각장 건설반대운동에 결합하며, 그 안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 혹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 사람들을 통해 지역의 다른 ‘좋은’ 사람들을 소개받아 이들과 함께 지역주민조직을 건설하였다.
▶ 주민들에게 무엇을 설득하려 하기보다 먼저 그들의 이야기를 성실하게 잘 들어라
주민들은 그 지역에 살면서 그 지역의 정서나 문제점 등에 대해 분석적이지는 않더라도 피부로 가장 잘 느끼고 있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조직가는 이들을 교육하거나 설득하려고 하기보다는 이들로부터 배우려는 자세가 우선 필요하다. 조직가가 지나친 정열로 인해 주민들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강요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럴 경우 주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운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만난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대일로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를 나눔에 있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보다 주민들의 의견을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자신들의 견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자신들이 조직가와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한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앞에서 언급한 J씨의 경우,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면서 주민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 등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시부모들과의 관계, 자식들에 대한 교육문제, 그리고 자신들의 자기성취 욕구 등이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민들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 사업들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주민조직을 건설할 수 있었다.
▶ 가능하면 주민들의 가족관계 및 생활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들을 알고, 또한 공감대를 표현하는 것이 주민들과 쉽게 친해지는 방법이다. 그러한 문제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갖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처한 환경적 조건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이해는 단지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적 환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각 개인이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는 지역주민 개개인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는 데에 있어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준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주민집단과의 관계보다는 개개인과의 관계를 통해 가능하다. 즉, 개개인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주민 집단과도 성공적이고 지속적인 긴밀한 관계의 형성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주민들의 가족관계나 생활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러한 개별적 환경을 이해함으로써 그들의 관심사나 고민 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고, 때로는 그들의 행동양태까지도 이해하거나 예측할 수 있다. 또한 각 개인의 상황(시간적 여유, 장점, 전문성 등)에 맞는 역할까지도 적절하게 배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주민들을 만나기에 앞서 주민들이 제기할 문제들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그 원인 및 해결방법 등에 관한 대안을 갖고 있는 것이 좋다
주민들을 만날 때 주민들의 입장이나 그들이 느끼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사전에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다.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문제 등에 대해 나름대로의 입장을 갖는다는 것은 주민들을 일방적으로 설득하기 위함이 아니다. 주민들과의 지속적이고 끈기있는 대화를 통해 바람직한 대안을 그들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주민들이 그 문제를 발견한 주체로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배려이며, 그러할 때 주민들 스스로가 해결의 주체로 나서기도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안성천 살리기 시민모임> 결성의 원동력이 되었던 안성천 생태탐사가 백성교회에서의 성경공부를 통해 교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제기되었다는 것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즉, 일방적으로 백성교회의 J목사 등이 교인들을 이끈 것이 아니라, 창세기공부를 하면서 신도들로부터 친환경적인 실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주체적 문제제기는 결국 이들을 활동의 주체로까지 나서게 만들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이들은 누구에게서 수동적으로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스스로를 교육시킨 것이다. 조직가의 역할은 이러한 과정을 촉발시키고 매개하는 것이다.
▶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거나 여론을 주로 형성하는 사람들과 친해져라
지역에는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통․반장을 맡고 있는 사람, 관변단체라 불리는 곳의 임원 등 지역여론을 주로 형성하고 퍼뜨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공무원이나 정치인과의 관계를 통해 들은 정보들을 이리 저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보에 대한 정확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자생적인 네트워크의 중심이며, 주민들 개인에게 쉽게 접근해 대화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따라서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아주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으며, 주민들을 공동의 행동으로 결합하도록 할 수 있는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지역의 유지나 지도자 등과 사귀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교회의 성직자, 유력한 관변단체의 임원 등은 지역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므로, 이들과 친해지면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사람들과 신뢰관계를 맺기가 쉽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들과의 원만한 관계형성을 통하면 지역의 유용한 인적․물적 자원의 활용이 폭넓어 질 수 있다.
▶ 주민들을 쉽게 만나기 위한 소도구를 활용하라
낯선 지역에서 처음에 주민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조직가가 대인관계에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낯선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소도구들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물리적인 도구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즉, 설문지를 들고 주민들을 만난다든지(우리 사회의 경우 연구자들에 대한 호감이 높은 편이므로, 연구를 위한 조사 등에 대해서는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지역봉사활동을 하며 사람들을 사귀는 것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도구를 이용하는 데에는 그 지역 및 주민들의 특성에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 등에 가입할 수 있을 것이고, <안성천살리기 시민모임>의 사무국장을 지냈던 C씨의 경우처럼, 자신이 사는 집을 ‘열린 집’이라 칭하고 주민들에게 도서를 대여해 주는 등의 일을 하면서 주민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 주택가에서도 일상적으로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가능한데, 지역과 주민들의 특성에 따라 유아원이나 어린이 집, 주민도서실, 녹색가게 등과 같은 프로그램도 주민들을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 주민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을 지속적으로 행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신뢰를 얻고, 그 기반을 통해 주민들의 참여를 매개하기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일상적인 만남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친한 친구는 마음이 통한다는 것만으로 그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서로간에 일상적인 만남을 통해 서로간에 우정과 신뢰가 깊어진다. 따라서 주민들과의 관계형성에 있어 중요한 또 하나의 원칙은 그 만남이 일상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민 개개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 조직가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지 마라
주민들을 만남에 있어 조직가는 마치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듯이 비쳐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많은 경우, 조직가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주민들에게 지나치게(?) 헌신적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주민들이 해야 할 일과 자신이 해야 할 일의 구분이 모호해지기도 한다. 설령 조직가가 어떤 문제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 일을 원만히 해결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지 말아야 할 때도 있다. 이는 주민들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나서기보다 조직가나 전문가 등 능력있는 이들에게 의지하려는 경향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주민들에게 조직가에 대한 과대한 기대나 환상을 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조직가는 주민들이 스스로를 주체적으로 동원하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도록 촉진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주민들이 조직가를 해결사와 같이 인식하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직가들은 주민들의 생활과 생각에 깊이 공감되어 들어갈 수 있으며, 그러한 기반을 통해서 지역주민들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이슈와 실천전략을 세울 수 있다. 대중들은 조직가가 생각하는 명분만으로는 절대 스스로를 동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3. 사업(프로그램)의 기획과 실행
주민운동에 있어서 사업, 즉 프로그램이란 주민조직의 내용이며 알맹이(contents)다. “단체는 그 사업과 프로그램으로 말한다”고 표현하듯 주민조직의 사업 및 프로그램이란 그 조직의 ‘내용’이며 ‘하는 일’ 그 자체이다.
“잘 되는 사업을 기획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모든 조직들의 최대 소망이기도 하다. 잘 되는 사업, 즉 좋은 사업이란 어떤 것인가? 어떻게 하면 좋은 사업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과제를 출발점으로 삼아 ‘사업(프로그램) 만들기’라고 하는 문제에 접근해 보자.
사업이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애초의 목적과 목표를 얼마나 충실히 달성했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조직화의 제반사업에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원칙이 녹아있어야 한다. 그것은 첫째,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계획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그 사업에 참여한 이들이 해당 사업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에 참여하고 세력화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내용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주민들의 이러한 활동이 지역사회에서 지속가능한 것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프로그램)만들기란 계획, 실행, 평가의 과정을 포함하는 한 세트를 말한다(<그림 3-2>참조).
<그림 3-2>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어떤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평가하는 각 단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각각의 단계에서는 그 단계에서 설정한 목표와 계획들이 차질없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수정하는 과정(모니터링, 피드백)을 거쳐야 한다. 사업과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는 위의 순환표는 하나의 커다란 사업 전체를 구성하는 단계일 뿐만 아니라, 그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조그만 프로그램 단위로 수시로 진행시켜야 할 단계이기도 하다.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서는 각각의 단계에 대한 설명에서 자세하게 언급할 것이다.
1) 계획(planning)
계획은 효과적인 사업 수행을 위한 기초 작업으로 제일 중요한 과정이다. 잘 만들어지고, 준비된 ‘계획안’은 원활한 사업 진행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사업의 운영과정 전체에 있어서 발생가능한 상황을 예측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의 의견과 입장 등을 상세히 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발생 가능한 상황을 사전에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우므로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융통성(flexible)있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계획을 세움에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을 수 있다.
▶ 왜(why)?
“왜 사업(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특정한 사업(프로그램)을 준비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찾을 수 있을까? 주민의 필요 때문에, 주민이 원하니까, 조직의 필요 때문에, 실무자의 개인적 욕구/관심 때문에, 사회적으로 필요하니까, 기타 등등. 이런 목적을 나열하는 것은 어떤 목적은 좋은 것이고, 어떤 목적은 잘못된 것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조직의 목적에 따라, 지역 주민의 성격에 따라 혹은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사업(프로그램)의 내용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사업의 목적과 상황 등에 적절하게 그 내용이 결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적어도 단체 혹은 조직 및 조직가가 수행하고 싶어하는 사업(프로그램)의 목적을 명확히 정리하는 데서 사업(프로그램) 만들기는 시작된다.
때에 따라서는 사업(프로그램)의 목적을 세부적으로 4-5단계까지 나누어 정리하기도 한다. 목적을 단계적으로 세분화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적어도 목적과 목표 2단계까지는 정리를 하고, 운영자, 참가자, 후원자 및 사회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는 것이 사업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프로그램의 목적을 설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전에 조사를 수행할 수도 있다.
▶ 주요 대상그룹(Target Group)의 선정
사업 목적을 바탕으로 사업의 주요 참가 대상을 선정한다. 성별, 연령별, 경제적 계층별, 직업별, 이해 집단별, 거주 및 가족 형태별, 동일 관심 집단별 등 대상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 주요 대상그룹을 선정하는 것은 사업의 내용을 산만하고 방만하게 운영하지 않는 좋은 방안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업의 주요 대상그룹에 따라 사업의 내용도 그에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 사업내용의 선정
사업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전할 것이며 무엇을 함께 나눌 것인지를 결정한다. 사업내용이 교육이라 하더라도 의식 개발을 위한 것인지, 직업 훈련 및 알선을 위한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물론, 두 가지 이상의 목적이나 단기적인 목표를 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주된 목적과 목표를 명확히 함으로써 실행과정에 일관성을 부여해 줄 수 있고, 평가의 명확한 기준도 정할 수 있다.
▶ 사업운영의 방법 및 전략 설정
사업 목적에 맞는 전략을 세운다. 예를 들면, 1회성 캠페인을 통해 홍보에 주력할 것인지, 주민 조직화와 지도력 개발을 통해 참가자의 활동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인지, 기존 회원들의 역량을 활용하여 특별한 이벤트를 개최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결정한다. 그리고 이에 적당한 세부 시행 계획을 준비한다. 이때에는 사업 운영 과정에 있어서의 업무 분담을 정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가의 역할은 무엇이고, 참가자는 어떤 몫을 담당할 수 있는지를 명시한다. 또 참가자들에 대한 규약이나 규칙 및 사업 운영에 대한 원칙을 만들면 더욱 좋다.
▶ 사업시기와 사업기간의 설정
사업의 기간을 정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업의 준비와 시행에 쫓기다 보면 왕왕 어느 시점에서 사업을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없이 실행에만 열중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물론 사업의 성격에 따라 사업 계획의 시점에서 사업 마무리 시기를 명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때에는 사업의 시기를 몇 단계로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럴 때에는 각 단계마다 평가와 새로운 단계에 대한 계획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적어도 어떠한 시점에서 사업의 중간평가를 실시한 후 이미 수립된 목표와 전술에 대한 재검토를 하는 정리 단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무리 준비가 없는 계획은 모범적인 계획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업의 성격에 따라 적당한 시기를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이는 사업 성패의 절반 이상을 이미 결정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한 예로, 젊은 주부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의 입학식을 그 지역 초등학교의 입학식과 겹쳐 잡았다면, 많은 젊은 주부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주민조직화 사업이 생활운동으로서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밀착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직가는 일상 가정 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챙기는 대소사에 민감해야 한다. 김창철, 휴가, 어버이 날, 어린이날 등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연례적으로 개최되는 지역 축제나 공공기관의 행사, 이벤트 등의 일정까지도 ‘생활 달력’에 포함시켜 고려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 사업지역 및 장소의 결정
어떠한 사업을 하던지 간에 그 사업의 지역적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민들의 참여를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차원에서도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다. 이는 지역적 배경을 갖지 않는 사업의 경우에도 명확한 대상을 결정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특정한 장소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도 그 장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좁은 장소에서 할 수 없고, 소수의 사람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지나치게 넓은 장소에서 치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의 성격에 따라서도 장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대중적인 주민행사를 외진 곳에서 하는 것이 좋지 않은 것과 같이, 조용하게 토론하거나 공부하는 모임을 개방된 장소에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따라서 사업의 성격에 따라 적절한 장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 사업운영의 주체 결정
사업운영에 대한 주체도 명확히 해야 한다. 물론, 어떠한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주체가 없이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특정한 사업을 애초에 이 사업을 기획한 조직이나 실무자가 담당할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사업에 흥미를 갖고 있는 일반 회원들이 그 주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계획한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을 사업의 주체로 설정할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이러한 다양한 주체들이 공동으로 사업운영을 책임질 수도 있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주체들이 변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업운영의 주체를 결정하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명확한 주체의 설정과 그 주체들간의 역할이 명확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명확한 역할이 주어졌을 때에는 그 책임과 의무 또한 함께 주어져야 한다.
▶ 사업 예산 및 조달방법 모색
특정 사업을 계획할 때에는 당연히 그에 필요한 재정의 조달방법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재정 조달의 원론적인 방법은 해당 사업의 주체와 해당 사업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원칙이 초기에 지켜지기 힘들더라도, 이러한 원칙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해당 사업의 주체나 이익을 얻는 집단에게 초기재원을 기대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재정조달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러한 계획이 없으면, 사업의 주최자는 재정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재정을 조달하는 데에 있어 특정한 인물이나 기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사업의 원래 목적과 상관없이 재정을 지원하는 곳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특히 재정지원 기구(funding agencies)에 프로젝트를 신청하여 운용하는 사업의 경우, 이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단기적인 사업만이 나열될 위험성이 높다. 따라서 이 경우에라도 평소에 하고자 하는 사업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계획 하에 프로젝트를 받아 수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기대효과의 설정
목적과 목표에 걸맞는 기대효과가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기대효과가 목적이나 목표와 반드시 일치될 필요는 없다. 목적과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으로서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 역시 예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예상을 통해 기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한다.
▶ 후속작업에 대한 계획
주민조직화 차원에서 어떤 사업을 벌인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일회적인 사업(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물론, 사업 자체는 일회적일 수 있지만, 그 사업은 지역사업의 전체적인 일정과 계획 속에 녹아들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하나의 사업은 또 다른 사업과의 연계성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움직임을 추동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해당 사업이 일정 기간 동안의 사업내용을 충족한 후 자연스럽게 후속작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계획단계에서부터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후속작업에 있어서도 주의해야 할 점은 후속작업에 대한 당위성의 강조가 주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지나친 당위성의 강조가 주민들의 참여를 오히려 방해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 사업의 실행(Implementation)
사업실행의 단계는 구체적인 내용을 채우는 실천의 단계로서 프로그램 운영 사이클의 중심 부분 (Main-Event)이다. 이 단계에는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세부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 사업의 추진은 어떤 단계를 거칠 것인지, 무엇을/어떤 순서로/누가/어떤 자원과 방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이 적절하게 정리되었을 때, 사업의 진전 상태 등에 대한 모니터를 할 수 있는 기초가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사업의 입안자와 실무 책임자가 다를 경우 사업의 혼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사업 운영 전반에 관한 안내 지침은 잊어서는 안될 중요한 과제이다. 실무자와 지역주민이 한 팀이 되어 사업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지역 주민의 참여를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사업 실행의 단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중요하다. 하나는 모니터링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의 공유이다. 사업을 계획하는 것이 사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투입 요소들을 어떻게 조합하여 활용할 것인가에 관심을 둔 과정이라고 하면, 모니터를 하는 것은 여러 투입 요소들이 어떻게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투입되어 산출로 전환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니터링은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사업 운영에 반영하는 정보와 행정관리체계의 메카니즘인 것이다. 이를 통해 사업이 목적에 맞게, 계획한 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게 된다. 또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의견교환을 할 수 있는 정기 운영회의 등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때 사업의 주최측이 무엇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정보의 공유이다. 직․간접 사업 관련자, 즉 실무진이나 운영위원은 물론 참가자 및 후원자들까지도 본 사업이 왜,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부족한 것은 무엇이고, 잘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이 사업이 끝나면 모두는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오리엔테이션과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현주소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제 궤도를 지켜나가는 기본일 뿐만 아니라 전망 만들기의 시작이다.
3) 평가(Evaluation)
평가란 사업(프로그램)이 성공적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또한 평가는 평가의 목적과 수행 주체에 따라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서는 이런 평가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피하고, ‘평가’라고 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몇 가지를 지적하는 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는 평가의 개념에 대한 것으로, 평가란 프로그램 운영의 중요한 한 부분(3대 요소 중의 하나)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계획에 있어서 평가 계획이 빠져 있다면 이는 온전한 프로그램 계획이 아니다. 그리고 평가는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한 후에 단순히 누군가가 몇 점이라고 점수를 정해주는 과정이 아니다.
둘째는 평가의 주체에 대한 것으로, 누가 평가를 하느냐 하는 것이다. 평가는 당연히 평가 대상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최적임이다.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고, 참여한 사람보다 사업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셋째는 평가의 목적과 활용에 대한 것으로, 평가는 왜 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업 성공의 포상을 위한 것이나 사업실패의 추궁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업의 성패를 따지는 이유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평가를 통해 사업을 보다 잘하기 위해서이다. 평가는 미흡했던 부분을 찾아내고, 잘한 부분은 더욱 강화해서 좀더 나은 사업(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 결과에 대한 활용의지와 계획이 없는 평가는 낭비일 뿐이다.
넷째, 평가의 시행은 구체적인 기준을 갖고 시행되어야 한다. 자칫 평가가 추상적인 결과로 그치게 되면, 그 다음의 사업을 수행하는 데에 별 도움이 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주민조직(모임)의 구성
주민조직(모임)을 형성하는 것은 주민조직화의 첫 번째 가시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주민조직(모임)은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충족시키며 구성되고 운영되어져야 할 것이다.
▶ 주민 주체 세력의 형성
지역에서의 각종 활동들은 앞에서 누누히 강조한 대로 조직가나 소위 ‘활동가’들로 이루어진 사회운동단체가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의 각종 활동에 참여하고 그 활동을 수행하는 주체는 바로 주민들이다. 따라서 주민조직화 활동에 있어 중요한 것은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주민지도그룹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들은 그 지역에서 다른 주민들과 비교적 친분도 있고, 그 지역의 문제나 정서를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초기 주민지도그룹이 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배려하고 활성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주민조직화를 통한 주민운동은 단순히 특정한 조직을 하나 만들거나, 특정한 문제 몇 가지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의식 고양과 이를 통한 주민운동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이를 통해 지역사회를 변화․발전시키는 것이 주민조직화의 목적이다. 따라서 주민조직화 사업은 참여하는 주민들의 주체적인 참여의식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 주민조직(모임)은 바로 그러한 주민주체세력 형성의 기본적 토대이다.
주민조직을 형성하려는 사람은 지역에 대한 조사 및 지역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뜻이 통하는 주민들과 함께 모임을 만드는 것이 좋다. 비록, 초기에 모인 주민들의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은 앞으로 그 지역에서 행할 실천활동들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이들을 통해 초기의 지도력이 확립될 수 있다.
주민모임의 초기형태에서는 주민들이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애초부터 특정한 목적의식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주민들에게 부담감을 지울 수 있고, 이는 모임이 지속되지 않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한 지역에는 주민들간의 다양한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수 주민들만으로 주민모임을 구성한다 하더라도, 이들을 통해 보다 많은 주민들을 만날 수 있고, 이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주민모임의 구성은 주민들의 교육 및 문화․복지적 욕구에 조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는 그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주민들을 그 욕구의 종류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모임으로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러한 모임은 당장 적은 구성원 등으로 인해 지역의 유력한 세력으로 성장할 수는 없지만, 지역활동의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 모임 성원간의 공감대 확산
조직가가 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성공적으로 형성해 갈 수 있다면, 이들이 몇 차례 함께 만나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소모임을 구성하는 것이 비교적 손쉬운 반면, 이 모임을 주민조직의 초기 주체로 발전시키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참여자들이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주민들이 모임에 참여하는 것에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조직가는 모임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관심과 모임에 대한 기대를 잘 파악하여야 한다.
사람들이 어떤 모임에 참석하는 동기는 단순히 개인의 이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광명 YMCA> 생활협동조합 회원들의 활발한 모임 및 지역사회 활동에의 참여 동기가 “회원들과의 상호작용” 및 “회원들간의 끈끈한 인간관계”라는 분석은 이를 잘 나타내 준다4). 아무리 이들이 자신들의 모임을 통해 어떤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고 해도, 모임 성원간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모임의 지속성이 유지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간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고 실천되어야 한다.5) 또한 앞에서 언급한 잔더의 설명과 같이 사람들이 어떤 모임이나 행동에 참여하는 동기는 단순히 개인적인 이해를 충족시키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 외의 보람있다고 느끼는 것들에서도 성취동기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도 착안할 필요가 있다.
초기의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하는 방법은 참여자들에 따라 매우 다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모임에 참석하면서 바라는 동기를 가능하면 충족시켜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며, 그 동기도 조금씩 개인적인 것에서 공동의 것으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조그만 실천활동부터 시작
일단 소수라도 주민들의 모임이 형성되고 구성원들간의 관계도 일정 정도 긴밀해지면, 조금씩 그 모임의 성격을 외부화하는 것이 좋다. 만약, 모임의 구성원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주민 모두가 긴박하게 느끼는 문제가 있다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그 해결책을 찾아보는 등의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구성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일이나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어떤 일들을 기획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도 가벼운 ‘차(茶)모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차를 마시면서 모임에 참석하는 주민들이 시부모와 자녀들 교육문제, 문화적 욕구 등이 강하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이 모임에 나오던 이들은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같은 욕구가 있는 지를 확인하며 이러한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생활속의 영어, 일어, 어린이 책읽기)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시작은 구성원들에게 버거운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참여자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히 첫 사업에 있어서는 주민들이 손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 동안 지역의 수동적 존재였던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조그만 성과들을 통한 자신감이 생겨야 주민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다른 지역사업에 뛰어들 기꺼운 마음이 생길 수 있다. 많은 지역사업의 사례들에는 조직가의 지나친 목적의식성으로 인해 어렵게 모인 주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주민들은 대부분 그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가 힘들게 된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B 지역의 공부방에서는 주민조직의 단초를 만들기 위해 공부방에 자녀들을 보내는 아버지들의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에서는 일단 계모임의 형식으로 만남을 지속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일상에 바쁜 이들이 아이들이 공부방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일없이 만나는 모임을 지속시키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이 모임의 대표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이들과 결합시키려 하였다. 처음에는 자신도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조직가와 함께 이 곳 저 곳의 모임에 참석하기도 하고, 지역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 모임의 대표를 비롯한 참여자들은 이러한 막연한 모임을 통해 아무런 감동을 받을 수 없었다. 단지, 지역에서 조직화 사업을 수행하는 이들이 좋은 일을 하고자 하나, 자신들은 함께 참여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자괴감만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이들은 점점 더 모임에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 모임은 결국 1년을 넘기지 못한 채 흐지부지 사라졌다.
이 사례에서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시사점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특정한 목적도 없이 만남을 오래 지속시킨다는 것은 구성원들의 결속력을 오히려 저해시킬 수 있다. 최소한 참여자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역에서 여러 형태의 계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모임은 단순한 계모임이 아니라, 지역에서 자영업을 운영하기 위한 필수적인 관계망이다. 이처럼 경제적인 이익이 아니더라도, 참여자들이 최소한의 기쁨과 보람, 자기만족 등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부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이들이 자기만족을 얻을 수 있는 외부화된 사업을 조금씩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위 사례에서는 과도하게 외부 사업을 시도한 경우이다. 이들은 사회운동에 대해 전혀 경험한 바가 없으며, 단지 지역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만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이들은 하루하루를 힘겹게 노동하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였다. 이들 중에는 자영업자도 있었고, 건설일용노동자, 청소미화원도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너무 직접적으로 주민운동을 하는 이들의 모임에 참석케 하고, 그 안에서 무리한 역할을 맡긴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이런 일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참석에 회의(懷疑)를 갖게 되고 계모임에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 주민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
주민운동은 주민 주체의 운동이다. 따라서 주민모임이 형성되면, 그 모임의 참석자들이 스스로 그 모임의 운영이나 활동에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이 집중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스스로 지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지도자란 어떤 모임의 대표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주민모임에 있어 지도자와 지도자를 따르는 무리가 따로 구분될 수 없다. 특히 초기 주민모임에 있어서는 그 구성원 모두가 지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다른 주민들을 조직하고 이들의 건전한 의식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를 논하기 이전에 먼저 지도력의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도자’, ‘지도력’이라는 용어에서 풍기는 ‘지도(指導)’의 이미지 외에 지도자나 지도력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는 조건은 ‘융화’와 ‘포용’이라 할 수 있다. 모름지기 지도자에게는 사람들의 이해나 갈등을 융화시킬 수 있는 심성과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에서 지도자는 자기와 뜻이 맞지 않는 이들이나 의견을 달리 하는 이들이라도 넉넉히 포용할 수 있는 심성과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은 조직을 원만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자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밖에 모범적이고 헌신적인 생활과 활동, 배우려고 노력하는 자세, 탁월한 판단력과 분석력 등이 모두 거론될 수 있지만, 완벽한 슈퍼맨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약 그러한 기대를 갖고 주민들을 대한다면, 오히려 실망과 패배감만을 얻게 될 것이다. 모두가 그러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찌되었든,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의 교육과 경험들이 필요한데, 무엇보다도 집단 속에서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초기 주민모임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면, 그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교육효과가 달성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융화와 포용을 익힐 수 있는 심리학 등의 여러 가지 교육기법들이 사용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도자는 다른 이들보다 먼저 문제의 핵심과 그 해결방법을 현실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분석력과 정보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 대한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 민주적인 운영
주민조직은 몇몇 선진적인 의식을 갖는 이들로 구성되는 조직으로 상정되어서는 안된다. 주민조직은 가능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가능한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에 의해 운영되고 통제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때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주민들의 직접적인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단순한 조직구조를 갖추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가능한 많은 주민의 참여는 직접 참여의 보장, 단순한 조직구조와 상호 모순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양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주민조직은 가능한 한 조그만한 단위로 세분화되어야 한다. 조그마한 단위라 함은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한 규모, 사람들간의 긴밀한 안면성이 유지될 수 있는 규모이다. 이렇게 세분화된 단위를 바탕으로 각 조직들을 하나의 조직 등으로 통합함으로써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대중조직에서 관료적인 조직구성과 운영은 많은 구성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5. 이슈의 설정
주민조직이 지역사회에서 구체적인 실천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이슈들을 찾아내야 한다. 그러한 이슈들은 지역 내에 산재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이슈들 중에서 어느 이슈를 우선적으로 선정하여 실천활동을 벌이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이슈들 중에서 실천활동으로 전화시키는 이슈들을 선정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매길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우선순위를 매기는 데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의 상황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실천활동을 주체적으로 이끌 참여자들의 시간적 상황, 의식정도, 지역의 여러 환경조건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어떤 이슈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 있어 일률적인 기준을 정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슈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 있어 참고해야 할 원칙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다.
①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서와 욕구의 반영
② 성공가능한 이슈
③ 가능한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슈
④ 지속가능한 이슈
⑤ 주민조직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슈
이들 각각은 이슈의 성격이기도 하고 동시에 해당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실천전략의 원칙일 수도 있다.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 주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서와 욕구를 일차적으로 반영
지역에서의 활동은 주민들로부터의 요구와 이해에 기반해야 함을 앞에서도 수 차례 언급하였다. 그만큼 주민들의 욕구와 정서에 대한 이해는 주민조직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조직가가 아무리 대안적이고 이상적인 이슈를 발굴하여 실천활동을 구상한다 하더라도, 지역사회 및 주민들의 필요성 및 그 정서에 맞는 것인지에 대해 반드시 검토해 봐야 한다. 또한 조직가가 구상한 보다 이상적인 이슈를 실천활동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주민들의 정서 등을 고려하여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부터 서서히 접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군기지되찾기 대구시민모임>이 벌인 일련의 활동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겠다. 이 단체 기존 활동방법은 5월 반미주간이나, 8월15일 등의 지정된 때에 대학생 등을 동원하여 반미집회 등을 여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양식이 미군기지가 있는 지역주민들에게도 그리 호응을 얻지 못하자, 일상적으로 주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슬로건의 수위를 대폭 낮추었다.
대구 미군기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미군 헬기장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이들이었다. 따라서 <미군기지되찾기 시민모임>은 미군기지 주변에 거주하면서 피해를 직접적으로 느끼는 주민들을 먼저 조직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주민들과 일상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즉, 먼저 마을에 사는 노인들에게 막걸리를 사들고 찾아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얻게 된 정보-미군부대에 의한 주민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등의 활동부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기 시작한 시민모임은 ‘미군기지반환촉구를 위한 달리기대회’ 등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들을 개최함으로써 주민들이 미군기지로 인한 폐해에 저항할 수 있는 여러 실천들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주민들은 어떤 욕구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욕구를 해소하고자 하는 실천활동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실천활동 역시도 주민들의 실천의식과 ‘눈높이를 맞춰’ 진행해야 할 것이다.
▶ 성공가능한 이슈의 선택
주민조직 초기에 성공의 여부가 불투명한 이슈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것은 주민들에게 무력감과 패배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권에 위협이 가는 시급한 문제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주민모임 초기단계에서는 구성원들이 비교적 손쉽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이슈들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의 활동을 통해 스스로 자신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주민들에게 자신감이 생기고, 지역활동에 대한 보다 높은 긍정성이 생기게 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꼭 필요한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의 주민모임에서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안양 YMCA>가 벌인 ‘참여와 자치를 위한 동네한바퀴 생활의견함’운동의 사례는 여러 이슈들 중 우선 실천으로 발전시킬 이슈를 선정하는 결정하는 방법을 잘 보여준다.
<안양 YMCA>에서 벌인 ‘참여와 자치를 위한 동네한바퀴 생활의견함’운동6)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생활의견함’을 설치하여 정기적으로 마을을 순회하고 발견된 문제점들을 이 함에 넣는 활동이다. 그리고 한달에 1-2회 이 함을 개봉하고 사안별로 분류하여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매겨 문제해결을 위한 실천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우선순위를 매김에 있어서도 많은 경우는 가능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곤 했다.
▶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슈
실천을 위한 이슈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 가능하면 그 사업을 실행하고자 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소수를 넘어서 보다 개방적인 것을 우선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즉,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욕구에 기반한 실천활동을 일차적으로 고려하면서 동시에 그 이슈가 단순히 특정한 모임 구성원만의 이해에 맞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슈 자체가 보다 많은 지역주민들의 이해나 참여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킬 정서와 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활동에 있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만들어 져야 한다.
예를 들어 관청의 의사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의 경우, 처음부터 해당관청을 점거하여 농성하는 등의 실천전략을 짠다면 그 이후의 주민참여가 늘기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위 관변단체들과 같은 소수의 우월감을 바탕으로 한 실천전략은 주민들에게 폐쇄적인 실천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부담없이 쉽게 함께 할 수 있는 이슈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필요가 있고, 실천전략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지역의 인적․물적 자원을 다양하게 동원할 수 있는 이슈라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전략을 통해 실천활동을 수행한 주민모임의 지역내 인지도와 신뢰도, 그리고 영향력은 높아질 수 있다.
▶ 지속가능한 이슈
특정한 이슈가 주민들이 겪는 당장의 이해를 나타내는 것이더라도, 지역사회, 나아가 전체 사회의 문제점들과 연결되는 것일수록 바람직하다. 그러해야만 주민들의 활동이 단기적인 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가능한 것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운동이 비록 당장은 주민들의 집단적인 이기심의 발로로 시작되지만, 결국 이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으로 접근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민운동의 훌륭한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군포환경자치시민회>의 출범이나 <수리산 자연학교>가 바로 쓰레기 소각장 반대운동으로부터 출발하였다는 것이나 목동쓰레기 소각장 반대운동의 발전과정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목동에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지역에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반대운동의 과정을 통해 주민들은 쓰레기 소각장 정책 자체의 문제점을 깨달을 수 있었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동시에 깨닫게 되었다. 이에 주민들은 자신들의 거주 지역에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용인하는 대신 소각장의 운영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하는 장치의 마련을 요구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즉, 지속적인 주민들의 참여와 그러한 참여를 통한 권한을 공식적으로 위임받은 것이다.
따라서 비록 현상적으로는 단기적으로 끝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응을 통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이슈라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주민조직의 지속가능성 뿐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지속적 의식 심화, 그에 따라 참여자들이 보다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의 실천활동을 펼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특정 이슈가 지속가능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발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 하나의 실천활동 속에서 이러한 관점을 주민들과 나누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 주민조직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슈
이슈를 선정함에 있어 고려되어야 할 또 한 가지는 주민조직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응하는 이슈 자체도 그러한 성격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해당 이슈에 대응하는 방식도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설계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필요 이상의 과격한 방법을 사용한다던가, 지역사회에서 적을 많이 만들 수밖에 없는 이슈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낫다.
이는 주민들의 조직이 지역사회에서 보다 많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주민들은 목적에 동의하더라도 그 실천방법이 자신들의 정서와 맞지 않으면, 그 방법에 대한 필요성 여부에 관계없이 해당 활동을 이끄는 모임을 경원시 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세력들 간에 지나치게 적대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것 역시 주민들로 하여금 경계심을 갖도록 만들 것이다. 이는 조직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주민조직이 지역사회에서 주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이슈, 지역사회의 토착권력 내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그러한 이슈들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6. 대중행동
▶ 명확한 목표 설정
특정한 이슈를 선정하여 주민들과 그에 대응하는 실천활동을 하는 경우, 무엇보다도 명확한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즉,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자기만족을 높이기 위한 것인지, 지역주민들에게 이 모임을 긍정적으로 홍보하기 위함인지, 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도록 하기 위함인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일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질 것이고, 이를 통해 그 성과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중요한 이슈라 하더라도, 그 이슈에 대응하여 얻고자 하는 것이 명확하지 못하다면, 참여자들 간에 성과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리고 뚜렷한 목표가 설정되어야 해당 이슈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결정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이 자신들이 사는 동네의 방범등이 많이 고장난 것에 대해 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하자. 이 사업을 하는 데에 있어 구체적인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의해 실천방법이 다양하게 채택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단순히 방범등을 수리하여 제대로 작동하게끔 하는 것만이 목표라면, 동사무소를 찾거나 구의원 등을 찾아가 제대로 수리하도록 압력을 넣기만 하면 된다. 즉, 방범등 수리의 필요성과 이의 실행을 위한 압력수단을 찾아 행사하면 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목표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업에 참여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라면, 이 문제에 대한 지역여론을 형성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홍보할동을 펼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주민모임을 지역에 공신력있는 조직으로 홍보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쉬운 문제해결 과정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에게 주민조직의 문제해결과정을 공개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 주민들로부터의 검증
주민들로부터 해당 이슈가 필요하고 참여할 만한 것인지 직접 검증을 받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소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사람들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 될 수 있겠고,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주민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홍보수단이 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단순히 해당 이슈에 대한 참여여부를 주민들에게 확인하기 위한 방법들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라면, 보다 의도적인 확인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설문지를 사용하더라도 주민들에게 해당 이슈에 대한 홍보와 더불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할 수 있는 내용들을 설문문항을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개별적 또는 집단적으로 사람을 만나더라도 단순히 주민들의 반응만을 확인하기보다는 주민들에게 참여의 필요성과 그럴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어떠한 목적을 갖든 간에 소수 사람들만의 의견이 아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주민들의 실제 생활과 느낌, 이해 등과 무관한 소수만의 의사결정을 거친 고립된 실천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연결 가능한 자원의 파악
어떤 이슈에 대응하여 사업을 벌이고자 할 때에는 그 이슈와 관련하여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가능한 자원을 미리 파악하고 그 참여방법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연결 가능한 자원이라 함은 지역에서 살아가고 그 이슈에 관심이 있을 만한 주민들을 포함하여 전문가, 지역의 각종 시설 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있어서는 각종 자원의 특성에 대한 파악을 통해 각각이 어떠한 부분에 적절히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해당 이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단순히 집회에 참여하도록 한다든가, 일상적인 프로그램과 나름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지역의 사회복지관에게 일방적인 주민들의 동원이나 재정 마련 등의 적절치 못한 역할을 맡기는 등은 체계적인 자원 활용이라 할 수 없다. 즉, 각 자원을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여 각자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 역할의 분담이 일방적 결정이 아닌 각자의 의견을 존중한 것이 되어야 한다.
자원의 발굴과 활용은 가능하면 다양하고 많을수록 좋고, 이들에게 적절한 역할을 분담시키는 것에서 조직가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 그러나 조직적인 역량이 미흡한 상황에서 무조건 많은 자원만을 동원한다고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럴 경우에는 비계획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기 쉽고, 사람만 북적거린 채 목적한 바를 성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자원들이 체계적으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또한 각 자원들이 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적절한 정도의 자원을 발굴하여 보다 알차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원의 활용과 관련하여 타 단체와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조건이다. 타 단체와의 연대에 있어서도 막연하지 않은 구체적인 역할분담이 이루어져야 하고, 또한 일방의 주도가 아닌 평등한 관계정립을 통해야 한다.
▶ 정당한 행동양식의 결정
특정한 이슈에 대응하는 행동방식에 있어서도 현실적 조건에 맞는 적절한 방법이 찾아져야 한다. 주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과격한 물리적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듯이, 주민들의 뜨거운 열기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미온적인 대응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대중적인 실천행동을 취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기준은 주민들이 정당하다고 인정하는가 여부이다. 물론, 각 개인에 따라 그 정당성의 수위는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실천방식에 대한 불만과 거부감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서울의 B동은 오랫동안 활동가들이 정착해 살아가며 지역주민들과 두터운 신뢰를 갖고 있던 지역이었다. 이 지역은 전통적인 달동네로 1990년대 중후반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이에 그 지역에 상주하던 활동가들은 주민조직을 건설하여 주민들, 특히 세입자들의 정당한 주거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준비하였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주민들이 주민모임에의 참여를 거부하고 아무런 보상도 없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다. 그들의 한결같은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웃해 있는 동네의 철거투쟁을 옆에서 지켜봤다. 나는 저들과 같이 과격한 물리적 투쟁을 할 수도 없을 뿐더러, 하고 싶지도 않다”
결국 이웃한 지역의 주민들이 같은 처지에 있는 주민들이 보기에도 정당하지 못한 과격한 실천양식을 취함으로써 다른 주민들은 철거투쟁이라는 것에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이는 역으로 기존의 주민들이 선호하는 투쟁방법 역시 인근의 다른 주민들, 즉 사회적으로 어떻게 비쳐지느냐에 따라 조정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위에서 예를 든 ‘이웃한 동네’ 역시 주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과격한 투쟁에 의해 주민조직이 분열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기준은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실천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회운동 세력에서 흔히 실천하는 방법들 중에는 매우 관성화된 것들이 많다. 즉, 대적관계(對敵關係)를 만들어 한 쪽 일방의 승리를 추구하려는 실천양식이 아직도 존재하곤 한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집단적인 세를 과시할 필요가 있을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합리적이 협상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또한 상황과 목적에 따라서는 주민들 내부의 단합력을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판단의 기준은 이슈의 내용이 무엇이며, 이 이슈를 해결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그리고 누가 이 이슈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가, 이 이슈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얻으려 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기준은 주민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려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인 주민조직의 질적 발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
▶ 참여자들의 명확한 역할분담
어떤 대중행동을 벌임에 있어 몇몇 소수에게 그 역할이 집중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앞에서도 누누이 설명하고 있듯이, 가능하면 구성원 모두가 실천에 있어 자신들의 역량에 따른 역할을 부여받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각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높아질 수 있으며, 책임감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사업의 성과에 대한 만족도 역시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분담에 의한 참여를 강조하는 것이 모든 구성원들에게 전업적인 조직활동을 강요하는 것과 같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지역활동을 전업으로 할 수 없는 이들이다. 중요한 것은 각 구성원들의 역량(시간적 여유 및 개인적 자질 및 특기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역할이 배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각 역할분담자들간의 관계를 잘 매개할 수 있는 조직가가 필요하며,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켜볼 수 있는 여유 또한 필요하다. 물론, 상황이 급박한 경우에는 이러한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일의 시급한 해결이라는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각 구성원이 어떻게 참여했는가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다 많은 성과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 대안의 구체화
어떤 대중적인 행동을 취할 때에는 그 사업에서 구하고자 하는 대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단지 현재 잘못된 것에 대해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철회하라” 또는 “바꿔라” 라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연구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현실의 절박한 문제가 아닌 이슈,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자’, ‘주민들의 공동체를 만들자’ 등의 이슈로 실천을 할 때에도 구체적인 대안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골목에 꽃을 심자거나 어린이 날에 마을을 주제로 한 글짓기나 그림 그리기 등의 행사를 개최하자는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주민들에게 참여를 권유해야 한다.
대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면, 주민들이 참여할 만한 욕구를 갖지 못하게 되거니와, 참여한 구성원들의 경우에도 어떠한 성과로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을지 감을 잡기 힘들다. 이런 경우에는 점차로 일에 대한 지루함과 회의(懷疑)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대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자원을 참여시킬 수도 있다.
▶ 슬로건의 개발
어떤 이슈에 대한 실천활동을 전개함에 있어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간단한 슬로건을 개발하여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매우 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여권운동가들은 ‘sisterhood'(‘우리는 모두 한 자매’라는 의미)라는 슬로건을 통해 여성들의 권익을 찾기 위한 집단의식을 강화했고, 장애인들은 ‘handicapism'(‘불구가 아닌 신체적으로 취약한 이들’이라는 의미), 고등학교를 중퇴한 이들은 이것이 사회적 모순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기 위해 ‘phase out'(‘강제로 축출되었다, 또는 스스로 적응을 거부하였다’는 의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는 ‘환경은 생명이다’, ‘지역의 주인은 주민이다’, ‘주거는 인권이다’ 등의 구호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며 또한 그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도 명확하다. 이러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구호 이외에도 이슈별로도 간략하고 명확한 이슈들을 사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선대책 후철거’(철거민), ‘우리 마을 우리가 가꾸어요’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러한 슬로건을 만들어 사용하는 일은 사업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실천활동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명심하도록 함으로써 내부를 단결케 하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이러한 슬로건은 외부에 있는 이들에게 왜 우리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지에 대해 매우 명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슬로건은 무엇보다도 주민들이 쉽게 외우고 외칠 수 있도록 간결해야 한다. 또한 그 실천활동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슬로건은 참여자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애착을 가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지피지기(知彼知己)
특정한 대상과의 대립점을 형성하여 대중행동을 계획할 경우, 무엇보다도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동원할 수 있는 자원 등의 역량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 지피(知彼)
‧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라
‧ 상대방의 반응을 예상하여 대처하라
‧ 상대방이 허용할 수 있는 최대치에 대해서 파악하라
‧ 상대방이 현재 처해있는 조건을 파악하라.
■ 지기(知己)
‧ 자기 조직의 동원 가능한 자원과 역량을 파악하라
‧ 최대의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시기와 기간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라
‧ 얻어낼 수 있는 성과의 최대치와 최소치를 판단하라.
▶ 공감대의 확산
특정 목표을 달성하고자 하는 실천활동에 있어 그 이슈가 문제를 제기하는 집단에만 한정되지 않고 보다 폭넓은 이들의 이슈로 받아들여 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동강의 경우 동강 인근에 위치한 주민들만의 개별적인 이권투쟁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환경운동과의 연대를 통해 동강댐 건설문제는 전국적인 이슈가 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또한 우장산 살리기 운동이 취한 전략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잘 나타난다.
시민들의 휴식터인 우장산에 체육관을 짓는 것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움직임에 열린사회 강서․양천시민회가 결합하면서 우장산 살리기 운동은 강서구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기 시작하였다. 먼저 시민회와 주민들은 우장산의 자연이 지역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느냐 하는 것을 조사하여 발표하였고, 이를 통해 지역의 교회, 성당, 사찰, 각종 단체 및 인사들을 참여토록 해 ‘우장산 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였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도 이 활동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시민걷기대회와 산신제, 지역의 학교․학원 등과 연계한 자연사랑 백일장 및 사생대회의 개최, 우장산에서의 국수나눠먹기 사업 등을 벌였다. 이에 우장산 살리기 운동은 지역 전체의 이슈로 발전하게 되었고, 결국 체육관 건립계획은 백지화되었다.
▶ 지속적 발전계획의 수립
풀뿌리 주민조직 건설은 주민운동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따라서 주민조직은 그 건설의 동기가 어떠하든 간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이 기울여 져야 한다.
그러나 주민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는 보통 두 가지 점이 어려움으로 나타나곤 한다. 첫째는 당면한 문제에 너무 역량을 소진시키다보니 주민들이 지속적인 조직활동에 회의를 품게 되는 경우이다. 둘째는 당면한 주민의 이해를 등한시한 채 주민조직의 지속적 발전만을 강요함으로써 조직 자체의 유지가 위협받는 경우이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도시사회의 대표적인 저항운동이었던 철거운동의 사례는 전자의 어려움을 가장 잘 나타내는 사례이다. 따라서 이러한 급박한 당면쟁점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겪은 강한 체험을 통해 주민들이 서로간에 강한 공감대를 지속시킬 수 있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투쟁을 통한 성과가 참여자들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줄 수 있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요구조건도 주민들의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주민조직화를 수행함에 있어 주민들의 당면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과 주민조직의 장기적 발전전망을 계획하고 이를 준비․실천하는 것에는 현실적 상황에 맞는 적절한 계획과 실천의 배분이 필요하다. 산본의 쓰레기 소각장 반대투쟁 과정에서 수리산 생태답사를 주민들이 함께 기획하고 실천한 일이나, 하왕 2-1지구의 철거투쟁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끊임없는 공동체 교육을 실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신용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냈던 사례가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다.
7. 평가와 성찰
흔히 평가라고 하는 것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한 가지는 특정한 사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특정한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그 동안의 전반적인 활동들에 대한 자기 점검을 하는 것이다. 후자를 성찰이라 할 수 있겠다.
1) 평가
어떤 실천행동이 있은 후에는 그 성과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평가가 필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평가는 지난 행동이 애초에 세웠던 목표를 달성했는지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행동계획을 세우는 작업이다. 평가 작업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평가의 대상이 되는 행동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조직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천행동은 단순히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또한 원론적으로도 특정한 문제는 그 지역사회 내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또 다른 실천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주민 대중들은 하나의 실천 이후에 또 다른 실천을 준비하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평가는 그러한 것들까지 모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평가는 어떤 사업에 대한 실천 이후에 참여한 이들이 당시의 느낌을 잊어버리기 전에 가급적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 평가에서는 지난 실천사업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평가과정에는 객관적인 검토 이외에 당시 참여한 이들의 감정까지도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실천사업에 참여한 이들의 느낌은 다음 실천활동을 기획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참여자 전원이 함께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개발지역에서 재개발조합이 불시에 철거용역반을 투입하여 철거를 진행시키려 하자 분노한 세입자들이 동사무소로 몰려가 동장을 면담하고자 했다. 그러나 동장은 이 정보를 미리 접하고 자리를 피했다. 주민들은 동사무소에서 업무를 방해하며 1시간 이상 농성을 벌였고, 결국 동장과 파출소장이 나와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철거를 감행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동장이나 파출소장의 권한 밖에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구청이나 경찰서에 대한 공격은 너무 무모하게 느껴졌고, 그래서 당장 가까운 동사무소로 몰려 간 것이다. 결국 이 날의 농성은 동장과 파출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아무 것도 얻은게 없었고, 이들과 결합한 조직가는 이 사실을 주민들에게 설명하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이들의 반응은 “오랫동안 공무원들에게 기죽어 지냈는데, 우리한테 꼼짝 못하는 것을 보니 아주 기분이 좋았다” “오랫만에 우리가 이 동네의 주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힘을 합하니 동장이나 파출소장도 꼼짝 못하더라. 몇 십년간 맺힌게 확 풀리는 기분이었어” 등이 주민들의 반응이었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것은 외형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이 만족을 느낀다면 결코 실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전하려는 의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자들의 만족감은 다음 행동에 있어 보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평가를 함에 있어 참여한 일반 대중들이 쉽게 평가과정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구체적인 기준들을 사전에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참여한 사람들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 모든 참여자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였는가? 또는 그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가?
- 우리가 원래 목표로 한 것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하는가?
- 이 사업(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가?
이러한 평가에는 차후의 계획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 차후의 계획이란 당연히 이전 사업의 평가결과를 근거로 해서 만들어 져야 한다. 이러한 평가는 모든 실천행동이 있은 후에 반드시 시행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평가를 반드시 대중적 실천행동이 있은 후에 시행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평가는 경우에 따라서 수시로 진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특정한 그룹이 특정한 지역에서 주민조직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이들은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사업의 목적을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중․단기 목표 등을 설정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과 목표를 정한 후 이들은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이러한 목적과 목표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그렇지 못하다면 우리가 상정한 목표와 방법 중에 수정할 것이 무엇인가를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성찰
성찰은 특정한 사업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일정 기간 동안의 전반적인 활동들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따라서 평가와는 달리 성찰을 진행하는 장소는 비교적 조용하게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곳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이 성찰의 목적은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활동이 자기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 등을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이는 주민조직화 사업이 단지 어떤 이슈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자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매우 필요하고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참여 주민들의 지속가능한 참여 동기를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이 성찰의 과정은 주민조직화의 어떤 과정과 비교해도 절대로 그 중요도가 덜하지 않다.
이러한 성찰의 과정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촛불을 사용한다든지, 조용히 명상을 하도록 하는 등의 주변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함께 참여자들에게 조용히 되돌아보아야 할 것들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참여자간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놀이 등도 좋은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그밖에 심성개발 프로그램 등도 잘 활용하면 좋은 성찰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집중해야 할 것은 그 동안 겪어 왔던 주민조직화의 과정이 그 소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찰은 주민조직화의 과정에 참여하는 대중들뿐만이 아니라 조직가에게도 매우 필요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