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꿈(夢)
화가 장만은 눈을 뜨고도 꿈을 꾼다. 수채화 종이를 통해 번잡한 일상에 감춰졌던 또 다른 그만의 세계 사유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그는 수채물감의 특성에 흠뻑 빠져있는 것 같다. 물을 흠뻑 머금은 아뤼쉬지나 와트만지에 뚝! 뚝! 한 점 꽃잎처럼 물감이 번질 때 바로 그 순간 꿈을 꾸는지 모른다.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케하는 그의 작품 몽1,1-1은 현실계에서 상상계로 들어서는 과정으로 읽힌다. 몽2,는 이제 현실계를 떠나 환의 세계에 막 들어섰음을 보라색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몽3은 완전한 꿈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현실과 꿈이 서로 간섭을 하고 꿈의 이미지인 날개가 둘로 분열되고 있다. 몽4에서는 더욱 치열하게 의식이 개입하다 마침내 강한 붉은색이 현실을 밀쳐내고 있다. 몽5 현실을 밀치고 그가 달려나간 곳은 어디일까? 유년의 강렬한 경험을 뜻하는 걸까? 혹 그 강렬한 경험이 지금의 화가의 길을 걷게 하지 않았을까? 어릴 때 받은 강렬한 충격이나 경험은 정신적인 외상으로 자리 잡게 되고 프로이트에의하면 그 트라우마(trauma)는 예술의 근원이 된다고 말했다. 아니면 그의 원초적인 욕망이 붉은 숲을 이룬 곳에 이르러 그는 생명의 황홀함을 느꼈을까? 꽃처럼 붉게 퍼지는 저 강렬함 그 호흡을 끊고 문득 의식이 다시 몽 6으로 인도한다. 그의 무의식 아래 미처 솟지 못한 꿈들 꿈틀거리며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저 부드러운 여성성 장만의 내부에는 아니마(anima)가 분명 내재되어있다. 부드럽고 섬세한 성격은 아마도 그가 수채화라는 매체와 잘 맞는 것으로 보여 진다. 실재 그는 유화를 그리지 않는다. 그의 꿈을 다시 따라가 보자.
몽7, 드디어 그 꿈틀거리던 그의 꿈이 경쾌한 꽃술처럼 터졌다. 바로 이 한 장면을 위해 그는 이리저리 흔들리며 환의 세계를 기웃거렸던 것 같다. 우리의 생 그 한 극점에서 무엇을 만날 수 있을까? 예술가가 꾸는 꿈 예술가가 만나고 싶은 극점! 그것이 무엇이던지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바로 저러한 형상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몽8으로 옮겨오니 한순간 현실계와 상상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한색계와 난색계가 서로 끌리고 어우러지며 몽5의 강렬함, 트라우마이든 욕망이든 비로소 서로 화해하며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고 있다.
몽3,에서 보여지는 현실계와 상상계의 이질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 속에 스며들어 현실계와 상상계를 초월하여 얻을 수 있는 무화상태를 화가장만은 지향하고 있다.
서양화가 시인 박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