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산책] 화엄경(華嚴經) ①
일체 망상-집착 여의게 하는 수행 총망라
한국불자들이 서로 만나면 출가 재가를 막론하고 덕담처럼 주고받는 인사말이 “성불하세요”, “성불합시다” 이다. 불자들의 궁극적인 염원이 ‘성불’임을 알 수 있다. 즉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처님은 어떤 분이시며, 누가 성불할 수 있으며, 어째서 성불이 가능하고 어떤 방법으로 성불하는가? 『화엄경』 「여래출현품」에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사진설명>『화엄경』주불인 노사나불(돈황)
“이상하고 이상하다.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를 구족하고 있으면서도 어째서 어리석고 미혹하여 알지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가. 내가 마땅히 성인의 도를 가르쳐서 망상과 집착을 영원히 여의고 자기의 몸속에서 여래의 광대한 지혜가 부처와 같아서 다름이 없음을 보게 하리라”
부처님께서 청정한 지혜의 눈으로 법계의 모든 중생을 두루 관찰하시고 위와 같이 말씀하시고서, 곧 저 중생들로 하여금 성인의 도를 닦아서 허망한 생각을 여의어 여래의 한량없는 지혜를 얻어서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신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출현하심을 부처님의 마음[如來心] 즉 여래지혜로 보이고 있는 이 말씀에는 성불하기를 발원하는 수행자가 성불할 수 있는 까닭과 수행의 길도 제시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중생들이 여래의 지혜를 다 갖추고 있어서 부처님과 다름이 없으나, 어리석고 미혹하여 망상과 집착 때문에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하므로 망상과 집착을 영원히 여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성인의 도를 닦게 하신다는 것이다.
이로 볼 때 어느 한 중생도 성불할 수 없는 자는 없다고 하겠으니, 바로 이 ‘나’까지도 성불할 수 있음을 깨우쳐 주시는 것이다. 그리고 수행이란, 중생이 지혜가 구족하여 부처님과 다름없는 본래 자기 모습을 되찾는 것이며, 일체 중생이 망상과 집착을 없애서 이익이 되게하고 안락하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화엄경』에서 수행자가 이루려는 세계는 곧 중생이 본래 구족한 지혜 즉 여래성(如來性)이 그대로 발현되는 여래출현의 법계이다.
『화엄경』(『대방광불화엄경』, 또는 『불화엄경』)은 경의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부처님 세계를 보살행이라는 갖가지 꽃으로 장엄[華嚴]함을 펼치고 있다. 스스로 깨달았다고 확신한 보살들이 불세계를 끝없이 열어 보이고 있다. 보살들이 깨달아 도달한 세계가 불세계이고 부처님이 교화하시는 모습이 보살도이다. 비로자나부처님께서 광명으로 보이신 세계를 보살이 언설과 원행(願行)으로 다시 펼쳐 보인다. 그것을 중생들도 증명해 보이는 것이 수행의 여정인 것이다.
『화엄경』은 큰 바다와 같아 화엄대해라고도 불린다. 『화엄경』이 편찬되던 그 때까지 행해졌던 모든 수행법이 일승(一乘) 수행으로 다 들어온 것이다. 유심(唯心)의 화엄바다에 모두 흘러 들어와 부처행이 되고 보살도가 되고 중생의 수행방편이 되었다. 『화엄경』은 대승불교가 한창 꽃필 때 용수(150~250) 보살이 용궁에서 외워가지고 나와서 유통시켰다고 전해진다. 『십지경(十地經)』을 비롯하여 화엄정신을 담은 경전들이 따로 유통되다가 하나의 대경(60권 또는 80권)으로 집대성된 것은 서역지방에서이다. 중국으로 전래되고 한문으로 번역된 『화엄경』에 의거하여 화엄종이 형성되고 화엄교학이 연찬되었다.
우리나라에 『화엄경』이 전래된 것은 신라 통일기이다.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은 『화엄경』에 힘입은 바 대단히 크다. 신라 의상이 지은 「일승법계도」, 고려 균여가 부른 「보현십원가」, 그리고 조선시대 이래 널리 독송된 「화엄경약찬게」는 방대한 『화엄경』을 이해하고 신행하는데 좋은 방편이 되어왔다.
법당에 모셔진 신중단, 화엄성중을 찾는 신중기도뿐 아니라 불교의식 전반에 화엄신앙이 녹아있음을 본다. “종소리가 법계에 두루하여 모든중생이 듣고 정각을 이루길 원한다”는 발원에 이어서 새벽종성의 서두가 『화엄경』에 귀의하면서 시작되는 것만 보아도 『화엄경』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스님들의 전문 경학도량인 강원(승가대학)에서 『화엄경』을 배워야 졸업이 되는 등, 한국불교에서 차지하는 『화엄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겠다.
해주 스님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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