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牛島)는 서귀포 지역인 성산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지만,
행정구역상은 제주시에 속한다.
행정구역은 제주시 우도면이면 제주의 부속도서 중 가장 면적이 넓은 5.9㎢이다.
사람이 거주한 것이 1844년 부터라고 하니 그리 오래되지 않다 하는데 사실 별로 믿어지지는 않는다.
섬 전체가 하나의 용암지대이며, 고도 30미터 이내의 넓고 비옥한 평지이다.
고구마, 보리, 마늘 등이 재배되며 가축사육도 활발하다.
남동쪽 끝에는 한라산의 기생화산인 '쇠머리오름'에 우도 등대가 있으며,
성산포에서 1시간 간격으로 정기여객선이 운항되어 교통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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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의 1코스 올레를 마치고, 교통과 식사가 편한 성산포 일대에 묵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둑해진 성산포 일대에서 숙소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번화가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이하 'GH')들은 거의 만원이었으며,
민박이나 여인숙을 개명한 듯한 허술한 GH들은 인근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숙소로 장기 계약되어 있는 듯 하다.
폰으로 연락처를 찾고 전화를 해보다 결국 예전 여인숙에 해당하는 곳에 빈방을 3만원에 잡고 들어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바로 옆방에 2인용 GH 룸이 있었는데도 독방을 3만원에 팔았다.
편하게 자기는 했지만 좀 괘씸했다.
더구나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주문한 두루치기 백반은 그야말로 최악....
양념이 배지않은 돼지고기, 물러버린 무우채와 시금치 나물, 시어빠진 김치,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국..
그래도 한 잔 걸치려 우도땅콩막걸리도 한 병 주문했으나, 마땅히 같이 먹을 반찬이 없다.
밥 한 공기를 오뎅조림과 풋고추 한 개로 쓸어넣고 '얫다 먹고 떨어져라'라는 기분으로
음식값 14,000원을 치르고 나왔다.
그야말로 돈을 버린 더러운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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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방 바닥에 널어놓은 빨래를 살펴보니, 두꺼운 등산용 양말만 약간 눅지다.
GH를 이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세탁'이다.
대부분 공용 세탁기와 너른 주방, 조리도구가 있어서 하루 하루 바로 정비하면서 다니기가 좋으리라 생각했다.
또한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하루 2만원의 숙박비는 아주 훌륭하다.
물론, 둘 이상이라면 방을 잡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창 밖은 아직 어둑하다.
간유리 창을 열고 민유리 너머로 하늘을 보니 구름이 많고, 새벽의 옅은 여명이 보인다.
주섬 주섬 준비를 하며 8시의 우도행 첫 배를 타는데 여유가 있다.
커피도 한 잔 끓여 마시는 여유를 부린 후, 여인숙 GH를 나와 성산포 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는 하염없이 한산하고, 쌀쌀하다.
어제 건너왔던 성산갑문.
멀리 한라산은 짙은 구름에 갇혀 있다.
그리고 썰렁한 대형 주차장을 가로질러 [성산포 종합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우도에서 07:30에 출발한 배가 성산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새벽하늘의 구름빛과 배의 색깔이 많이 닮았다.
첫 배라서인지 몇 사람이 타지도 않은 썰렁한 객실에 기대어 앉아 바다를 건넌다.
작은 배도 아닌데, 롤링이 심하다. 바람이 심한 모양이다.
마룻바닥 객실에 앉아 배낭 속에 있는 삶은계란과 과자를 꺼내 아침식사를 한다.
하루 종일 걸어야 할터이니 먹어두어야 한다.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 잘 사먹고 다니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음식점 찾는 것도 만만치 않거니와, 혼자서 먹는 식사가 그닥 맛나지는 않다.
그래서 나그네는 늙수구레한 주모를 앞에 두고서라도 밥을 먹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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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의 [하우목동항]에 도착했다.
우도의 상징, '엎드려 쉬는 소' 석상 옆에 올레 1-1코스의 간세가 서 있다.
머리부분을 열고 패스포트에 스탬프를 찍는다.
공항에서 구입한 파란색 서귀포 지역 스탬프에는 [1-1코스]가 없다.
그래서 맨 뒷장에 볼펜으로 1-1를 쓰고 스탬프를 찍었다.
갸우뚱~ 하며 확인을 해보니, '우도'는 '제주시 우도면'이다.
당연히 파란색 패스포트에는 란이 없는 것이다.
이런~
제주도의 올레길을 북쪽(제주시)와 남쪽(서귀포시)로 나뉘어 패스포트를 만든 것 조차 갸우뚱 한데.
심지어 올레길 설명 오디오북도 서귀포시 코스에 대해서만 만들어져 있어서 의아했는데,
여기서도 뭔가 지역 간의 문제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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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목동항]에 도착하면 섬 내 버스가 있다. '우도교통' 중형 버스다.
노선을 보니 섬을 일주하는 버스다. 어지간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신발끈을 조여매고, 간세 머리와 리본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잠시 해안도로를 걷다, 올레길은 우도의 하우목동 마을 안 길을 거쳐, 밭길로 들어선다.
제주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섬이다. 따라서 육지와 같은 하천과 지하수가 없다.
그래서 제주에는 [용천수]가 있다.
[용천수]란 제주 지역에서 대수층을 따라 흐르는 지하수가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나는 물이다.
[용천수]는 제주 도민에게는 식수이자 생활용수로 대단히 중요한 자원이다.
그래서 [용천수]가 솟아나는 장소에는 반드시 돌담을 쌓아 올려, 가축의 출입을 막거나 주변부로부터 오염되지 않도록
철저히 보호하였다.
1999년의 조사에 따르면 제주의 용천수는 911개였다.
하지만 그 동안 각종 개발과 상수도의 보급 등으로 마르거나 사라지고 있다.
2013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용출되고 있는 것은 절반을 약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우도에도 그런 용천수가 있다.
바로 [산물통(갯물통, 샘물통 이라고도 한다)]이며, 살아있는(生) 물(水) 우물(통) 이라는 뜻이다.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석축과 배수시설 등이 깔끔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보면
주민들의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닌 것 같다.
우물은 계속 물을 퍼 내야 새 물이 차고, 그래야 우물의 생명이 지속된다.
퍼내지 않고 고여있는 우물은 결국 물길이 막혀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지식도 경험도 퍼내고 새로 채우고를 계속해야 '살아있는 상태'가 유지된다.
혼자 다니다 보니, 내 자신에 대한 사진이 별로 없다.
아니다.
내 자신의 사진을 남기는데 사실 많이 인색했다.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그 많은 산을 다녔지만 내 사진은 그리 많지 않다.
내심 누군가가 나를 자연스럽게 찍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기는 하다.
하긴, 멋지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너무 높은 기준으로 내 사진을 고르는 내 자신의 안목이 문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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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다 보면, 버려진 집들이 꽤 많다.
제주도 역시 쉽게 폐가를 볼 수 있다.
마침 길가에 폐가가 있어 살며시 그 안을 살펴보았다.
지역마다 기후와 생활방식에 따라 집안의 구조가 다르다.
북방(평안북도, 함경도, 강원도를 말한다) 지역은 날이 춥다 보니, 외양간과 같은 공간에 사람이 머무는 경우도
있었고, 남방지역의 경우 외기에 개방된 구조를 가진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모델은 아니겠지만, 우도의 폐가 문을 열고 들여다 봤다.
창호지를 바르는 창문 바깥으로 유리 덧문을 달아낸 것을 보니,
예전 구조에서 집을 개축하면서 보완한 듯 싶다.
또한 지붕은 슬레트로 되어 있으나, 슬레트가 연결되는 용마루 부분은 회칠로 잘 접합되어 있다.
바람이 강한 제주 섬마을에서 반드시 필요한 마감 같다.
집의 외관 구조는 직사각형의 단순한 형태이며,
땅바닥과 마룻/방 바닥을 이격시키지 않은 것을 보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외부로부터 들어올 수 있는 해충이 그리 많지 않다고 보여진다.
또한 창고로 쓰이는 작은 부속건물을 가지는 형태로 농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구조이다.
(사진에 보이는 경운기는 다른 집에서 세워놓은 듯 보인다.)
마루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신을 놓는 공간은 마루의 한 쪽 구석을 반뼘 정도 낮게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좌식생활의 구조이다.
마루 폭 만큼의 마루 창 반대편에는 벽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큰 창이 달려 있다.
여름철에 앞뒤로 통풍은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필요없을 것이다.
마루의 후면에는 붙박이 장 처럼 하단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단이 있고,
그 위에 작은 가구나 물건을 놓아두는 것 같다.
우측은 안방과 부엌/보일러실이, 좌측은 작은 방과 창고 공간이 있다.
창호는 종이를 바르는 미닫이 문이 방에 달려있고, 부엌과 창고는 여닫이 문이다.
안방에 달린 부엌/보일러실에는 사용하던 보일러와 급수탱크가 그대로 있다.
이곳이 주방으로도 사용되고, 세면실로도 사용된 듯 하다.
모든 창들은 열손실을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 듯 넓은 창을 가지고 있다.
안방도 살짝 옅보았다.
북방지역에서는 통상 부엌과 연결된 작은 문을 만들어 그곳으로 음식을 옮기며 문이 개방되어 방안의 온기를
빼앗기는 것을 최소화 했다.
하지만 남방지역은 그렇지 않다.
또한 방 안에 단을 만들어 짐을 놓을 수 있도록 한 곳에, 문을 만들어 달아 열을 이중으로 차단하고 하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지역의 주민들의 생활 습관을 살펴보는 것은 사회상을 옅볼 수 있고,
그에 따른 지역인성을 파악할 수 있어 상당히 재미있다.
예를 들면, 제주의 독특한 대문형태인 [정낭]이다.
제주도의 전통 가옥에서 대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대문 위치에 세운 큰 돌 혹은 나무(정주석, 정주목) 사이에 걸쳐 놓은 기둥을 말한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정낭의 모양으로 집주인의 소재를 알 수 있으며, 그 표시형태는 다음
그림과 같다. (출처 두산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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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는 용암으로 이루어진 섬으로, 오랜 세월을 거치며 비옥한 흙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밭들은 여느 제주의 밭들 처럼, 돌담으로 둘러져 있다.
성기게 얹힌 돌담 위로 구름과 해가 빛난다.
멀리서 보면 그리 크지않은 섬, 우도도 그 안에 들어와 서면 참 넓다.
이런 제주의 마을 길을 걷다보면, 독특한 것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물개 모양의 돌이 놓여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모양의 돌을 집 앞이나, 공공시설의 앞에 세워놓은 것을 몇 차례 보았다.
어떤 문화적인 배경과 관습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그 사유를 알아보아야겠다.
올레길은 마을 언저리를 돌다, 아주 낮은 구릉으로 이어지며,
그곳은 '파평 윤씨 공원'이다.
[파평 윤씨]는 파주시 적성면에 '파평산'이라는 큰 선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제주도에 자리잡은 '파평 윤씨'들은 이곳에 묘역을 만들어 놓았다.
낮은 구릉인데도 우도 자체가 워낙 편평하다 보니, 사방이 조망되는 아주 좋은 터이다.
한뼘의 땅도 아쉬울 섬주민들에게 이 좋은 요지에 묘역을 만드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하지만 한 편 생각을 해보니, 제주의 곳곳을 보면 마을과 밭, 오름 도처에 묘와 묘를 둘러싼 돌담을 볼 수 있다.
이는 선조를 섬기는 신앙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문화이다.
올레길은 돌담 사이의 좁은 길을 따라 다시 바다로 향한다.
배가 정박할 수 있는 바닷가에는 어김없이 마을이 있다.
[하고수동 해변]의 마을에는 카페와 GH, 편의점 등 시설이 잘 갖춰셔 있다.
담벽을 이용한 카페 광고~
'마릴린 먼로'라는 카페이다.
우도는 땅콩이 유명하며, 땅콩을 이용한 아이스크림, 막걸리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의 이런 바닷가에는 [방사탑(防邪塔)]이라는 돌탑을 볼 수 있다.
한자풀이를 하자면 '사악한 기운을 막는 탑'이라는 뜻이 되는데,
마을의 어느 한 방위에 불길한 징조가 비치거나, 풍수지리설에 따라 기운이 허하다고 믿는 곳에
액운을 막으려고 세운 돌탑이다.
또한 마을의 안녕을 보장하며 해상의 안전과 아이를 낳게 하고 보호해주는 기능까지 있다.
이 방사탑은 재환을 막기 위해 2기 1조의 형태로 세워져 있다.
우도면의 이러한 방사탑도 다른 지방의 장승, 솟대가 가지는 방액, 방사의 의미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으며,
미륵신앙의 흔적도 엿볼 수 있다.
이런 방사탑 2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이 마을의 남쪽 해변이 [하고수동 해변]이다.
..... 전국적으로 '해수욕장'이라는 표현을 없애고 있다.
그 이유는 '해수욕장'는 해수욕을 할 수 곳이라는 뜻으로 계절적 제한이 있으므로
사계절 개념의 '해변'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한다..............
고운 모래가 유명한 이 해변에도 겨울 바닷바람은 잔뜻 해초를 해변에 밀려올려 놓았다.
해변에 세워둔 인어상이 해초 무더기 위에 앉아있다.
겨울, 제주.. 우도.. 하고수동 해변의 적막한 모습..
하고수동 해변에는 제주도 현무암을 재질로 70세 해녀의 모습을 석상으로 만들어 세워놓았다.
해녀상 2개와 인어상 1개가 있는데,
인어상은 차라리 만들지 않았더라면 싶다.
하고수동 해변은 올레 1-1코스의 중간 확인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스탬프를 찍고, 간세의 머릿 속에 추억을 넣어두고, 앞으로 걸어 나간다.
등 뒤로 모래 곱고 물 맑은 하고수동 해변을 남겨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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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검멀레]로 향해 간다.
[검멀레]의 ‘검’은 ‘검다’의 준말이고 ‘멀레’는 ‘모래’가 와전된 것이다.
검멀레해수욕장은 검은 모래 해수욕장이라는 의미이며 해변 끝에는 고래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하는 동굴이 있다.
하나는 소의 콧구멍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검은 코꾸망’이라는 수중 동굴이 있다. 밀물 때는 동굴의 윗부분만 보이지만 물이 빠지면 동굴이 나타난다.
검은 코꾸망을 지나면 또 하나의 동굴이 나타난다. 동굴 내부가 온통 붉다 하여 ‘붉은 코꾸망’이라 하며 동안경굴(東岸鯨窟)이라고도 하는데 우도팔경 중 하나이다.
물론,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작성중..>
첫댓글 와~~, 마치 내가 가본듯, 세르파님 이미지처럼 친절한 글입니다.
꼼꼼히 사진찍고 기록하신 그 열의에 경의를 보냄니다.
멀리 혼자가셨네요. 부럽습니다.
한라산은 언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