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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문 꽃밭 앞에서는 노숙도 불허? 6월 14일 금요일 새벽 1시경. 쌍용차 해고노동자 2명이 분향소가 차려졌던 곳 앞에서 맨 바닥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경찰들의 비호(?) 아래, 차디찬 바닥엔 깔판 대신 얇은 신문지 위에 지친 몸을 뉘었습니다. 갑자기 경고 방송이 나옵니다. 시민의 통행에 방해를 주며... 길거리에서 자면 안전하지 않으므로 일어나 다른 장소로 옮기라 합니다. 그러더니 경찰들이 몰려들어 자는 노동자를 깨웁니다. 일어날 수 없는 노동자를 힘좋은 경찰들이 번쩍 듭니다. 그 지친 노동자는 물건처럼 들려 넓직한 또다른 길바닥으로 옮겨집니다. 멍하니 앉아 하늘만 바라보는 해고 노동자. 길바닥 위에서 자면 위험하다고, 안전이 걱정된다고 하던 경찰의 경고 방송을 되뇌어 봅니다. 단지 분향소 자리에서 자면 위험하고 다른 길바닥은 괜찮다는 것인지... 걱정된다며 깔판도 깔 수 없게 하고, 비닐도 침낭도 덮을 수 없게 하는지... 맨몸 조차 차가운 길바닥에 뉘일 수 없는 해고노동자들... 알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공정성이란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코에 걸면 코거리, 귀에 걸면 귀거리가 되는 법... 쌍용차 노동자들에겐 집회도 불허, 노숙도 불허... 2013년, 대한문의 현실입니다. 대한문 분향소가 있던 곳 앞에서 잠을 자고 있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잠을 자던 노동자를 들어 옮기는 경찰들. 꽃밭에서 몇 m 떨어진 길바닥에 노동자를 내려놓는 경찰들. 든든한 뿌리로 남자!
강론 박병훈 신부(인천교구 온수성당)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을 만드시고 그 위에 흙을 빚어 사람을 만드신 하느님, 우리는 ‘지금, 여기에’ 모여 함께 기도합니다. 생명이 계속해서 움트게 하는 일에 사람을 세우고 기뻐하시는 당신곁에 늘 함께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시고, 이땅, 이 시대의 길고 긴 십자가의 길에서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인천교구 사제연대 생명평화미사 본기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80년 5월 고등학교1학년, 혜화동로터리에서의 사건을! 전경의 곤봉에 의해 대학생 형, 누나들의 머리가 터지고, 피가 낭자한데도 여기저기 발길질도 당하며, 질질 끌려가던 광경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30년 세월이 흘렀는데도 변화를 바라고 희망한다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그런데 망령이 되살아난 것인가? 교과서에 엄연히 5.16쿠데타로 가르치고 있는 사실을 혁명이라 말하는 기초단체장이 있으니 말이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11일 MBC라디오‘시선집중’에 출연해 “5.16혁명이든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이 우리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 본다. 이 지역(신당동 박정희 가옥)에 대한 장소적 가치를 살려서 역사적 사실과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게 유익하다.”고 밝혔다. 중구는 지난 5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쿠데타 이전까지 살았던 신당동 가옥 일대를 ‘박정희 기념공간’으로 조성해 박정희 기념관과 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는 서울시에 필요예산 286억여원의 투자심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는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고, 노동자들이 강제 연행된 사건과 한 일직선 상에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는 최선을 다하는 우리를 감싸 안아줌으로써 어느 때이든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시기에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사랑만이 필요한 존재다. 우리는 이 시간 임마누엘이신 하느님을 고백하며 두손 모아 기도한다.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로 알려진 피에르 신부는 「단순한 기쁨」이라는 자전적인 기록에서 하느님 사랑의 세가지 확신을 말하고 있다. 나는 인간의 마음이 상처 입은 독수리와 같다고 여긴다. 그림자와 빛으로 짜여져, 영웅적인 행동과 지독히도 비겁한 행동 둘 다 할 수 있는 게 인간의 마음이요, 광대한 지평을 갈망하지만 끊임없이 온갖 장애물에, 대개의 경우 내면적인 장애물에 부딪히는 게 바로 인간의 마음인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복음을 읽으며 이해한 바로는 그렇다. ‘하느님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존재이기에, 그분이 사랑이시며 우리에게 사랑을 주신다는 말 외에 우리는 그분에 대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이 점을 나는 언제나 이렇게 설명하고 싶다. ‘어쨌든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라고. 그 모든 잔혹한 일들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받는 고통들, 전쟁과 전염병들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렇다, 나는 그래도 하느님은 사랑이라고 믿는다. 나의 두 번째 확신은 어쨌든 우리는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다. 복음서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아들을 보내셨다’(요한복음 3장). 예수께서는 세상을 사시는 동안 만나는 사람 모두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분은 베드로와 요한과 나다나엘과 모든 사도들을 사랑했다. 죄지은 여인과, 막달라 마리아와 자캐오와 사마리아 여인을 사랑했으며, 베짜타 못가의 중풍병자와 나인의 과부와 로마 백인대장과 니고데모를 사랑했다. 그분은 유다마저 사랑했다. 그리스도께서는 인품과 생애를 통해 하느님께서 아무리 말썽 많은 자식일지라도 당신의 자식 한 사람 한사람을 극진히 사랑하는 아버지와 같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죄인일지라도, 반항아일지라도, 악에 빠져 있을지라도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느님의 사랑은 결코 물러섬이 없으며 끊임없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자유로이 이 사랑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다. 파스칼이 너무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던가. ‘하느님의 빛은, 그것을 원하는 자가 믿음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하며, 하느님의 어둠은 믿기를 거부하는 자가 구속받지 않을 만큼 충분하다.’ 사랑은 타인의 자유에 대한 절대적 존중을 전제로 한다. 사랑하도록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거기에 내 믿음의 세 번째 확신이 있다. 인간에게는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수십억 개의 은하계로 구성된 거대한 이 우주에서 우리가 알기로 인간만이 자유를 부여받은 유일한 피조물이다. 거대한 우주에 비춰볼 때 너무도 미미한 존재일지라도 인간은 무한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인간이 자유를 가진 존재이며, 이 자유가 그로 하여금 사랑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 인간의 존엄성이 있다. 사람들이 내게 “왜 우리는 이 땅에 태어나는 걸까요?”라고 물으면 나는 그저 이렇게 대답한다.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이지요.” 이 우주 전체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어딘가에 자유를 가진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행성에 사는 미미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은 우주에 짖눌려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사랑하면서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우주보다 위대하다. 사랑이 있기 위해서는 대양과 빙하와 별만으로는 족하지 않으며 자유로운 존재들이 있어야만 한다. 인간의 자유는 때때로 두려움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소멸될 수는 없다. 다행히도 우리에겐 은총이라고 부르는 하느님의 도움이 있다. 살려 달라, 살려 달라, 제발 살려 달라! 한반도는 계속해서 울부짖고 있다. 사랑의 연대, 생명평화의 연대를 위하여, 이 땅에 든든한 뿌리로 남자!
봄에게
어느 순간 품어온/ 사랑에 넋이 없더라// 모든 기대가 절망으로/ 몸 가눌 줄 모르던 순간에/그대 있어 희망이다, 했다// 머물다 잠시 곁을 내주고/ 떠나기를 언제쯤 그만할 것인지/ 모를 일이지만 또 한번 속아주고/ 넘어갈 일이야// 넘어가다 보면 알게 되는 일도/ 있다, 전혀 속이는 일은 없도록 하자/ 눈물이 나면/ 눈물 그대로의 얼굴로 만나고/ 헤어짐 없게 든든한 뿌리로 남자//
힘들지만...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도록...
쌍용차 해고노동자 이야기 김정욱오늘 법원을 다녀왔습니다. 청와대와 대한문에서 집회 금지 통보와 관련하여 저희들이 집회를 할 수 있도록 가처분 소송을 냈습니다. 결과는 내일 오후 늦게 혹은 월요일쯤에 나온다고 합니다. 변호사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김정우 지부장이 연행될 수밖에 없었던 정황들이 있다고 합니다. 김정우 지부장이 집에 몇 번 갔는지 뒷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언제 집에 왔는지 등을 탐문 했다고 합니다. 저희들은 누군가가 감시 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들이 법원에 제출한 내용을 일부 발췌해보니 추측 가능했습니다., 이번 김정우 지부장 구속과 관련해서 여러 정황을 봤을 때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김정우 지부장은 대한민국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고 적어 놨습니다. 법범자라고... 하늘 아래 땅을 같이 밟아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표현한 법원 제출 서류를 봤습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고 평택 땅에 처박혀서 있어야지, 이렇게 싸워서는 안 될 사람으로 경찰이나 정부나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렇게까지 정부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들을 실제로 보니깐 너무나 비참합니다. 한편으로 분노가 끌어 오릅니다. 비닐 천막도 아니고 비닐 한 장 덮고 자는 것까지 다 뺏어갑니다. 비닐도 안 되다고 해서 그냥 신문지 깔고 있는데도 신문지까지 찢어 버리는 현실을 봅니다. 저희의 몸부림을 지켜보는 분들은 떠날 수 없는 마음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 어렵습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아프다고 호소합니다. 허리도 아프고 잠도 못자서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들 몸 추슬러서 청와대 앞이든 대한문 앞이든 어디서든 버텨 내겠습니다. 사람들에게 조그만 희망이라도 주는 사람들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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