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99E8A44E5F89293C34)
#.2
누군지도 모르는 그룹이름을 듣고도 해외라는 생각에 마냥 들떠 가이드에게 가자고 나선 별님. 하늘거리는 원피스에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알이 큰 선글라스를 살포시 써주면서 한껏 멋을 내지 않은 듯 멋이 나는 차림. 편한 샌들형 슈즈를 신고, 빅 백을 걸친 채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가이드를 따라 움직인다.
[징―]
'아이돌이 이렇게 힘들 줄 알았더라면... 가수의 꿈을 꾸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말 딱 한 번 오늘 후회를 해볼게요.-Jun Seong Woo'
"음? 누구지? 난 아이돌 팔로우 한적 없는데."
"네? 팔로우요?"
"준..성...우? 아! 우준성인가보다. 성을 뒤로 싹! 헤헤.. 아무튼, 이 사람 알아요? 누가 RT했나봐요. 팔로우 아닌 사람 글이 떠서.."
"어머! 우준성을 모르신 다구요?"
"네. 뭐 대단한 사람이에요?"
"어머머.. 별님씨 나이 아직 20대 초, 중반 아니에요?"
"맞는데, 왜 그러세요?"
"지금 별님씨가 보러 가자고 한 Sweet.B 멤버 중 한사람이 우준성이에요. 메인보컬로 가창력도 인정받고, 아이돌 중에선 실력파에 속하는데."
너무 유난스레 늙은이 취급하는 듯 한 가이드의 멘트에 살짝 빈정이 상해 보이는 별님. 좀 전 한껏 들떠서 설레어 있는 별님의 모습을 보는듯한 가이드의 격양된 목소리. 가이드의 말 한마디에 빈정상해 시무룩해져 있는 별님.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가이드는 그런 별님의 표정변화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술 더 떠 별님의 기분 신경 쓰지 않고 이젠 가이드가 더 신나서 별님을 막 밀어붙이면서 공연장으로 별님을 들여보내고 있다.
"아, 잠시만요!"
"네? 아.. 네, 별님씨."
"좀 진정 좀 하시죠. 제가 공연 보러 가자고 한 거거든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시정하겠습니다."
"참나... 기막혀서. 어디에요? 자리!"
"저.. 저기.!"
복수라도 한듯 입 꼬리를 씰룩 올리며 미소를 짓고, 가이드가 가리키는 자리로 휘적휘적 걸어가는 별님. 한껏 신나있던 가이드는 별님의 한마디에 조금은 진정된 듯 차분해 보이는 표정과 걸음걸이로 입을 삐죽거리며 뒤따라 걷는다. 공연시작 시간에 빠듯하게 들어온 별님, 자리에 딱 착석하고 앉는 순간 화려한 조명이 무대를 비추고, 무대 위로 6명 남짓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등장을 한다. 이미 별님이 앉는 순간 시작된 공연에 객석은 난리통이 되어버렸고, 어리둥절해 하는 별님만 덩그러니 착석중이고, 앞뒤, 좌우 기립하여 박수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타고 그들의 노래를 목청껏 따라 부르며 응원을 하기 시작하는 관중들.
"안녕하세요~ 보고 싶었어요!!!!"
한곡을 다 부르고 나란히 관객을 바라보고 서서 인사를 건네는 목소리. 그 소리에 또 한 번 별님을 둘러싸고 관객들은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제각각 자기들의 언어로 죽어라 외쳐대고, 뒤이어 하나둘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하는 Sweet.B 멤버들.
"Hello, I'm Jun-seong Woo, Sweet.B main vocal. Nice to meet you."
'우준성..!! 낯이 익어.. 이 목소리...'
어떤 의미에서였는지 모를 만큼 무언가에 쾅 맞은 듯한 느낌의 별님. 멍한 표정으로 동공이 풀린 시야로.. 준성의 목소리를 들으며 얼굴을 더듬더듬 찾는 듯 서 있다. 별님에게 사연이 깊은 노래가 한곡 있다.
3년 전, 어디에서 누구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너무도 인상 깊게 들려왔던 목소리로 부르던 "그대와 영원히-이문세" 노래. 그때 들었던 낯선 이의 목소리와 너무도 똑같은 음성으로 들려와 별님의 뇌리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순간이다.
"하아....어떡해.... 어떡해……."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마는 별님. 멤버소개를 끝내고 이어서 빠른 비트의 댄스 전주가 흐르고,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군무를 선보이며 공연에 임하는 Sweet.B 멤버들. 힘이 풀려버려 주저앉아있던 별님은 음악소리에 몸을 일으켜 세워 무언가에 홀린 듯 걸어가는 별님.
"그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 눈이 풀린 채로 걷고 있는 별님. 다급하게 공연장 스태프로 보이는 직원이 별님을 잡아 세운다. 별님은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몸을 안간힘을 쓰며 버텨내고 서 있는다. 그렇게 힘겹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게 얼마나 지났는지,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는 Sweet.B와 마주친다.
"쭌아! 쭌아!"
"아, 왜 또. 또 이상형?"
"아니, 아니, 나 너무 감동했어. 어떡해!!"
"뭐, 왜. 뭐 땜에 또 우준성이를 감동시켰는데!!"
'우 준 성.?!!'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는 별님. 리더인 듯 보이는 남자의 옆에 찰싹 붙어서 너무도 해맑은 표정으로 신나서 떠들고 있는 준성을 보게 되는 별님. 어둠이 내리깔려버린 그 공간에서 정확하게 준성과 별님 둘은 눈이 마주친다. 어렴풋이 힘들게 서 있는 별님을 발견한 준성은 더욱 정확한 모습을 보기위해 미간을 찌푸린다.
"어! 어! 어!!!"
"왜 그래 또!!!"
"쭌아! 야야, 저기 저기 봐봐. 내가 오늘 말했던."
"네가 오늘 말한 게 한두 가지냐. 뭐!!!"
"이상형."
"뭐?!!"
준성의 말에 움직이던 발걸음을 바로 멈추고 동시에 별님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는 윤준. 넋 놓고 뒤따르며 장난치던 한섭과 대안이 준성과 윤준 등에 부딪히며 멈춰 서고,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대화를 하며 걸어오던 수현과 연승은 시끌거리는 앞 상황에 윤준과 준성을 보던 시선을 따라 별님에게로 옮겨지며 멀뚱멀뚱 바라보고 서 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게 된 별님은 후다닥 그 멤버들을 가로질려 공연장 밖을 찾아 달린다. 별님이 급히 지나쳐 나오다 흘려버린 헐겁게 걸려있던 귀걸이 한 짝. 금세 모습을 감춰 버린 듯 뒷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별님의 발자취 뒤로 떨어진 귀걸이를 주워들고 부르려다 서있는 준성.
"으음... 으음....아……."
"시끄러워. 저리가!"
"으음...아! 아! 앗, 따거!!!"
윤준에게 장난치려고 침대에서 눈도 채 뜨지 못한 상태로 뒹굴고 있던 준성. 어제 별님이 흘리고 간 귀걸이를 자신의 귀에 걸고 자고 있다가 빠져 버린 듯 준성의 팔꿈치를 찌르며 놓여있다. 통증에 화들짝 놀라면서 귀걸이를 스탠드가 놓인 서랍장으로 옮겨 놓는 준성. 귀걸이에 눌린 자욱이 정확히 새겨진 준성의 팔꿈치를 반대편 손으로 마구 문지르며 오두방정을 떤다.
"아.. 나 진짜.. 왜 그래!!"
"미안, 이건 절대 널 못 자게 괴롭히려고 한 게 아니야. 귀걸이. 그게 날 찔렀어."
"뭐? 뭔 걸이? 뭔 소리 하는 거야."
"어제 그 주은 귀걸이.. 그게 밤새 빠졌나봐. 팔꿈치에 찔려서.. 아오 아파라."
"근데, 주은 건 어쩌려고. 어차피 한 짝이라 쓰지도 못하잖아. 그리고 너무 여자꺼 티나서 더 못하지."
"음.. 음.. 그런 거 있잖아. 우연히 떨어트린 물건을 갖고 있다가 그걸 인연으로 다시 만나고.. 잘되는..."
"아오.. 내가 너 드라마 그만보라 그랬지?! 세상에 그런 건 드라마에서 있는 거야. 멍충아."
"쳇! 내가 보여주겠어. 드라마에서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아, 아!!! 그래!!!"
갑자기 또 번뜩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핸드폰을 집어 드는 준성. 준성의 액션에 이미 이골이 난 듯 베개를 양팔로 걸쳐 잡고는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푹 내셔주는 윤준. 카메라로 귀걸이를 잘 놓아두고 몇 차례 사진을 찍고, 보고를 반복하던 준성은 이내 키득거리며 무언갈 꼼지락 거리며 한다.
[지잉-]
'귀걸이의 주인을 찾습니다. 꼭!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Jun Seong Woo'
SNS를 통해 별님의 귀걸이 한 짝 사진을 외로워 보이게 가리키며 찍은 사진과 함께 주인을 찾는다며 글을 올린 준성.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고, 이튿날 스케줄 일정을 맞춰 준비하고 움직인다.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번쩍거리는 포토라인 중앙에 서서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Sweet.B 스케줄 중에도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않는 준성. 언젠가, 기필코 꼭 연락이 올 것이라 믿는 듯 설레어 보이는 준성의 하루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