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수학여행 가는 기분이다.
하기사 어언 30년 가까이 기다렸던 그리운 얼굴들을 보리라 생각하니
오히려 가슴은 그때보다 더 두근거릴 수 밖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간단한 체조를 하고 배낭을 챙겨서 6시에 집을 나섰다.
포항행 버스를 탔다.
어떻게 변했을까?
30년전 학창시절의 모습을 지금 40대 중년의 모습에 대입하자니
궁금한 마음보다는 오히려 야릇한 생각까지 든다.
내가 과연 몇 사람이나 알아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하는동안
어느새 버스는 포항터미날에 도착했다.
약속시간도 안되었는데 파랑회장이 미리 마중나와 있었다.
행사준비에 바쁠텐데 나에게까지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파랑과 함께 관광버스가 있는 곳으로 갔다.
드디어 한 사람씩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저게 누군가?
볼그스레 부끄러운듯 입가에 미소를 띤 이쁜 유미가 아닌가.
" 야, 유미야 정말 오랜만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유미 왈 " 오랜만이라 잘 못 알아보겠구나. 누구니?"
나는 순간, 착각하는구나 싶어서 일부러 미소만 짓고 있으니까
다급해진 유미 " 빨리 이름 대 봐라. 응~ 빨~리, 궁금해 죽겠다 말이야."
그 모습을 본 파랑이 큰일났구나 생각하고 얼른 유미에게 귀띔을 하니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 모습.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웃었지만, 속으로는 왜 이리 좋은지,
내가 그렇게 젊게 보이다니......
포항에서 몇몇 친구들과 함께 미리 대기하고 있던 관광버스를 타고
흥해에 도착하니 모두들 반가운 모습들이었다.
평안이 한사람 한사람 이름을 소개하면서
그때부터 꿈에 그리던 상봉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활기에 찬 모습들........
세월의 자국은 피할 수 없었지만, 자세히 보니 옛 모습은 그대로 였다.
늦게온 몇몇 친구들, 내가 먼저 알아보고 이름을 불러주었지만,
아뿔싸 이일을 어쩌랴.......
여기서도 같은 장면이다.
" 니, 누구더라.... 이름이 잘 기억 안나네, 오늘 처음 참석하제?"
" 그래, 반갑다. 그런데 이름이 뭐꼬? 동기 맞나?"
동기인줄 착각하는 모습.
그리고는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모르고 쩔쩔 매는 모습들.
내가 좀 노숙하게 해서 나타났어야 하는건데, 괜한 실수를 시키다니....
인원 파악이 끝난후 다시 버스에 올랐다.
운영진에서 준비한 간단한 음식, 정말 정성이 담겨져 있었다.
차 뒷편에서는 벌써부터 야단법석들이다.
" 샘요, 오늘은 담배 피워도 정학 안 시키지요?"
" 그래, 오늘 하루만은 소풍가는 날이라서 특별히 용서한다.
그대신 나를 친구로 끼워 줄수 있겠지?"
여학생들(?)왈, " 샘요, 친구하면 우리가 손해인데요. 에~이~ㅎㅎ"
이렇게 재잘거리는 모습들이 꼭 옛날 소풍가는 모습 그대로였다.
어느덧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너무나 쾌청한 가을 날씨, 날씨까지 우리의 산행을 축복하는 느낌이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계곡이 정말 일품이었다.
여름 피서철에 다시한번 왔으면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위를 쳐다보니 기암처럼 우뚝우뚝 솟은 바위,
산꼭대기부터 발갛게 물들기 시작한 단풍,
옛날 이태백이 이 경치를 보았다면 아마 시 수백편이 나왔을 듯........
조금 걸으니 계곡의 편편한 쉼터,
여기에 베이스캠프를 정하고 간단한 식사를 했다.
무침회에 밥을 비벼 먹으니 그 맛 또한 꿀맛이라.
수고하신 여러분들의 정성과 손맛이 보태진 덕분이었으리라.
잠시후,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갔다.
몇 사람은 여기에 남고, 등반대장 황용순군의 팔각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후,우리는 한줄로 서서 산을 타기 시작했다.
흥중28동기회에는 등반대장이 있다는게 정말 다행이다.
덕분에 번잡한 등산로를 피해서 조용한 길로 우리끼리만 소풍가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걸을 수가 있었다.
학창시절 복도에서 벌서던 이야기,
여선생 엉덩이 구경하다가 들켜서 죽도록 두들겨 맞은 이야기,
노래 부르며 국어공부 하던 이야기........
우리들의 추억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제 숨이 차다.
더 이상 걷기가 곤란함을 느꼈다.
일행들 먼저 가라고 이야기 하고, 중간에서 그만 포기할 생각으로 앉아버렸다.
든든한 호위병 박승호가 뒤를 따라왔다.
무거운 짐을 진 상태에서 나를 부추기며 뒤에서 밀어주었다.
덕분에 산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너무 고마웠다.
미남인데다가 힘도 정말 장사였다.
아마 여동기생들의 우상일듯 싶은데, 혼자 다니는 모습이 좀 이상하다.
조금 올라가니 일행들이 쉬고 있었다.
정상까지 모두가 가기엔 힘들것 같아서 여기까지가 오늘의 코스라고 한다.
나는 정상은 아니지만 일행과 끝까지 갈수 있었다는데 뿌듯한 만족감을 느꼈다.
기념촬영후 우리는 하산하기 시작했다.
내려오면서 양옆을 바라보니 눈앞에 펼쳐지는 또다른 단풍의 절경.
아차, 올라갈 때는 숨이 차서 땅만 보고 걸었는가 보다.
보아도 보아도 자꾸만 보고싶은 팔각산........
누군가가 흥중 교가를 부르는 소리도 들렸다.
모두가 흥에 겨워 하는 모습들, 정말 보기가 좋았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병원 일을 마치고 늦게 도착한 권영무군의 모습이 보였다.
전화상으로 통화는 했지만, 직접 만나보니 너무 반가웠다.
이건 또 무엇인가?
40년만에 먹어보는 고래고기, 누군가 나에게 맛보이려 한접시만 가져온 모양이다.
이래저래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
산아래까지 내려와서 막걸리 한잔후,
이제 아쉽지만 팔각산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랐다.
여긴 또 무슨 나이트클럽인가?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벌이는 젊음의 향연.
나도 버스로 관광여행을 더러 다녔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었다.
고맙게도 길이 막히기에 더욱 흥겹게 오래 놀수 있었다.
흥해에 도착하여 식당에 들렀다.
집안 일 때문에 산행을 못한다고,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나에게 일부러 메일까지 보낸 해암의 모습이 나타났다.
순간, 나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 꼭 죽마고우를 만난 느낌이었다.
늦게라도 이렇게 얼굴을 내보이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식사후 마지막으로 노래방에 들렀다.
이자리에는 내가 너무 보고싶었던 이미향의 모습도 보였다.
이제 남은 정열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저 불태워야 할 순간이다.
40여명을 수용해야 하니 어지간히 큰 방은 엄두도 못낼 형편이다.
나는 이 시간을 위해 노래 한 10곡 정도 힘들여 준비했는데,
워낙 인원이 많다보니........
그래서 노래보다는 춤으로 메뉴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와, 이건 또 무슨 춤인가?
파랑회장의 격렬한 몸놀림, 나는 한동안 넋을 잃고 도취되었다.
파랑아, 담에 내가 좀더 배워서 상대해 줄께........
오늘따라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흐르는가.
벌써 이별의 시간이다.
회장과 총무,해암,권영무군이 나를 배웅하러 나왔다.
마침 대구로 올라가는 김대호군의 차로 가기로 한 것이다.
나를 위해 애쓰는 제자들의 손길 하나하나,
무어라 고마움을 표해야 할지 차마 할 말을 잃어버렸다.
오늘 이 행사가 있기까지 애쓴 회장과 총무, 그리고 항상 보이지 않는 손
해암 이종무,권영무군 정말 고맙소.
특히, 인원 점검하느라 옳게 놀지도 못한 이경국 총무, 사진사 역할까지한
황용순군 너무 수고 많았소.
흥중28회 동기여러분 너,나 할것 없이 모두 힘을 합쳐 일하는 모습들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여러분의 이 단결된 모습, 앞으로도 흐트리지 말고 영원히 이끌어 나가길
기원합니다.
샘 글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사르르르~~샘 피곤하실텐데 언제 후기까지~...신성골의 단풍....그리고 샘과 같이 한 추억을 한장한장..새기며 힘들때 살며시 꺼내보렵니다.*^^* 샘도 이제 산 많이 타세여~~글코 골복지랑 고래고기는 울신랑이 사준것!!..밝혀드리옵니다 어험!!
첫댓글 선생님 글을읽다보니 카페나오지않는동기생모두께 자랑이하고싶어졌어요 행복했던그순간들을.. 영화한편이 여기있네여
샘 글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사르르르~~샘 피곤하실텐데 언제 후기까지~...신성골의 단풍....그리고 샘과 같이 한 추억을 한장한장..새기며 힘들때 살며시 꺼내보렵니다.*^^* 샘도 이제 산 많이 타세여~~글코 골복지랑 고래고기는 울신랑이 사준것!!..밝혀드리옵니다 어험!!
후기를 위해서도 선생님을 꼭 모시고 다녀야 겠습니다..ㅎㅎ.. 25일 바쁜날이실텐데,, 이렇게 멋지게 글까지 올려주시니 뭐라고 더 감사해야할지,, 청출어람은 빈말인것 같습니다.. 자주 뵐수있기를 고대합니다..
친구 입장이 아닌 샘의 산행 후기 너무 좋습니다...그래요 언젠가는 튤립도 샘을 만날 날이 있겠죠...즐거운 하루...젊은 사람과의 나들이..고로 샘은 젊어 졋다고 봅니다..아마도 주름살이 쫙 다 펴 졌다고 생각 할께요....
추신: 파랑아, 내가 깜빡했구나. 부군께 고맙다는 인사 꼭 전해주라. 아침 일찍 나 때문에 일부러 차 갖고 나오시다니.... 나 같으면 어림 없었을 텐데....ㅎㅎ
추신: 사정상 함께 산행 못한 친구들. 우리들만의 자리가 되어버려서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 아쉽지만,담에 더욱 멋진 만남을 기대하면서........
선생님, 후기가 산행의 즐거움을 너무 잘 표현한 것같아요. 정말 같이 산에 오르지 않은 친구들은 기쁨을 모르겠지요? 다음 산행 때도 꼭 오세요
샘요 즐거운 모습이 눈에 선하내요 천사는 다음에 참석할게요 제자 아니 이제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마음도 푸근하고요 이렇게 후기까지 고마워요 ......
샘..즐거운 산행 되셨죠....!!!..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그래두 이렇게 상세하게 후기 올려 주셔서 그날의 즐거움 조금 이나마 나누어 가진 듯 하네요....
산행후기 잘 읽었습니다. 담에 이런 기회가 다시 있으리라 생각하고...이번에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앞으로더많은 추억만들어서 책한권내서 자라나는우리의 아이들에게 남기면어떨까요?후기보면서 너무재미가...우리만보기너무아까워요~^^~
선생님 저얘기는 빠졌네요. 기쁨조 역할이 영 시원찮았나보죠.섭섭합니다그려. 다음행사때도 초대할께요.내내 건강하세요.
뒤늦게 참석하여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한것이 아쉽네요.다음번 산행모임에는 꼭 참석하고픈 욕심이 생겨요.선생님의 건강하신 모습 뵈어서 정말 좋았어요.산길로가 올려놓은 사진에서는 친구들과 산에대한 산길로의 애정이 묻어있고,선생님의 산행후기즐거움에서는 제자들에 대한 선생님의 잔잔한사랑이 묻어있음을 느껴요
중학교 이후, 대학 다닐때 한법 뵙고, 참 오랜만에 뵈었습니다. 여전히 그 모습 변함없고 입가의 점도 그대로여서 틀림없는 그때 선생님이었습니다. 담에는 시간제한없이 웃고 즐겨야 되것지요?
선생님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잔잔한 미소가 참 인상적이였습니다 늘 같은모습으로 남아 있어서 좋았고요 또 그런 모습으로 늙어 갔으면하는 바램입니다.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아, 그립다 내는...늘 마음만 있으니. 못난 변명도 못하겠고 ...유미는 선생님을 왜 못알아 뵜을까 나는 금방 알 수 있을 듯한데. 어휴 한심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