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경북고야구장에서 열린 인천고와 진흥고의 경기 모습 |
프로야구는 3월 29일이 페넌트레이스 개막일입니다.고교야구는 이보다 일주일 앞서 시작 됩니다. 그렇다 보니 체력 단련과 기본기 등 기초적인 과정을 마친 각 학교들은 프로와 크게 다를 바 없이 게임 위주로 훈련을 진행합니다. 국내 프로구단 대부분이 일본 오키나와에 모여 연습 게임을 치르듯 고교야구 역시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이런저런 소규모 대회를 통해 실전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초청 형식으로 이뤄지는 이런 대회가 올해는 무려 5개나 됩니다. 이미 제주 대회(1월15일~23일)와 경북 대회(2월5일~15일) 그리고 제 8회 천우 스포츠배(2월 8일~21일)는 끝났고 현재는 충청권 팀 위주의 친선 대회와 군산 대회가 진행 중입니다. 이 현장엔 어김없이 국내외 스카우트의 '매의 눈'이 함께 합니다. 사실 실전만큼 훌륭한 연습은 없습니다. 가급적 여러 팀들과 맞붙어 다양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죠. 문제는 시기입니다. 동장군 기승이 한창인 1월부터 2월 사이 대회가 개최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지요. 이 시기에 얻은 잔부상으로 전체 시즌이 엉망이 된 케이스는 매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회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도자 입장에선 그동안 주축을 이뤘던 3학년의 빈자리를 가급적 빨리 메워 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선수는 선수들대로 부족한 기량을 키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칼바람 추위의 그라운드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야구협회(KBA)가 주말리그 일정을 한 달 정도 뒤를 미뤄 4월 이후에 열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네 생각처럼 간단치 않습니다. 프로 신인 지명 회의나 대학 입학 일정이 맞물려 있어 조절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대학의 경우는 진학에 필요한 성적 기준이 몇 경기 이상 몇 이닝 몇 타석 이상 등등 의외로 까다로워 3월 중순에 시즌을 시작해야 겨우 조건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설사 일정을 늦춘다 해도 지금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생각입니다.
추위 속에서 게임을 치르는 고교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참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저런 숙제를 안은 채 초청대회를 통해 2014 시즌 고교야구의 판도와 흐름을 훑어보고자 합니다.
천우 스포츠배 초청야구대회 첫 날 장충고와 부산고가 경기 종료 후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
# 고교야구 60개 팀 시대, 이에 따른 변화
고교야구는 한동안 53개 팀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경기 소래고. 전북 인상고. 수원 장안고. 의정부 상원고가 등록을 마쳐 57개 팀으로 늘었고 시즌 종료 후 11월에도 서울 디자인고. 경주고. 경기도 파주 율곡고까지 3개 팀이 추가 창단, 고교야구 역사상 최초로 60개 팀으로 불었습니다. 또 공식 발표를 미룬 채 창단 준비 중인 팀도 있습니다. 아마추어 야구의 저변 확대 차원을 넘어 프로 팀도 반길 만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는 팀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인지 가끔 게임 수준 이하인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결국 넘어야 할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야구협회는 지난 7일 2014년 대회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최종 확정안은 제3차 이사회 이후에 공지될 예정이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어느 정도 정해졌습니다. 2011년부터 도입된 주말리그를 토대로 고교야구는 전후반 왕중왕전을 비롯해 대통령배와 봉황대기 그리고 작년에 신설된 협회장기 대회 등 총 5개 대회를 치릅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다만 팀 수 증가로 주말리그 권역의 틀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우선 8개 권역으로 구분되었던 것을 10개로 늘렸습니다. 또 이동거리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분산 배치했습니다.
총 15개 팀이 있는 서울은 6개 팀씩 2개 권역으로 나눠 A.B조로 나눴으며 신일고.배명고.서울 디자인고는 추첨을 통해 3개 팀(강릉고.원주고.설악고)뿐인 강원 지역 학교와 서울&강원권으로 묶입니다. 대신 작년까지 강원권과 한 조를 이뤘던 경기권은 장안고.소래고의 가세로 7개 팀으로 인천고.제물포고 동산고는 인창고와 부천고 상우고와 함께 경기&인천권으로 나뉩니다. 부산권과 경상권. 전라권, 중부권은 그대로입니다. 울산공고,마산고.용마고. 김해고. 제주고는 남부권으로 독립했습니다. 전반기리그는 3월 22일부터 5월 4일까지 후반기는 5월 31일부터 7월 6일까지 주말 및 공휴일에 경기를 치러 60개 팀의 총 153 게임을 치르며 5~6개 팀으로 꾸려져 있는 권역의 경우는 상위 3개 팀이, 7개 팀의 권역은 상위 4개 팀이 왕중왕전 출전 자격을 얻게 됩니다.
경북고 3학년 야수들 |
# '예년만 못하다' 되풀이, 올해도 예외 없다
매년 시즌 개막 즈음 스카우트들로부터 듣는 이야기는 '뽑을 선수가 없다''고만고만하다'입니다. 전국 각지를 돌며 대상자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을 체크하며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 꽤 신빙성이 있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결국엔 다 뽑을 거면서'하며 배시시 웃곤 합니다. 스카우트들은 프로와 아마의 수준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예전엔 팀에서 신인 한 두 명 정도는 기존 선수들과 경쟁을 펼칠 정도의 즉시전력감이 나오곤 했는데 지금은 2군 선수들에게도 밀리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현재 프로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 역시 과거 지금 고졸 선수들과 똑같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고교야구는 럭비볼을 닮았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이 있죠. 허접해 보였던 팀이 어느 한 순간 짜임새 있는 전력으로 우승 후보로 올라서기도 하고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선수가 빼어난 플레이로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합니다. 고교야구의 한 달은 프로의 1년만큼의 변화 가능한 시간입니다. 추운 날씨에 제 기량을 펼치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혹여 부상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나도 모르게 몸 사리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기대를 건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입니다.
그래서 스카우트들은 날씨와 스케줄 등 여러 조건을 미리 숙지, 이를 감안하고 평가서를 작성합니다. 앞으로 지켜볼 만한 선수다 싶으면 굵은 형관펜으로 밑줄을 긋고 특별한 표시를 해 두고 머릿속에 이름을 저장합니다.
우승을 다짐하는 북일고 3학년 선수들 |
# 우승 후보는 어디? 지금까지는 오리무중
스카우트의 시선을 끌고 있는 주요 선수들에 대해선 차차 소개 해드릴 계획이며 우선 전력이 괜찮다는 평을 받고 있는 학교를 언급해 볼까 합니다. 올해를 분석하기 위해선 작년의 결과물을 지나칠 수 없죠. 작년 최강은 누가 뭐래도 덕수고였습니다. 전후기 왕중왕전과 협회장기까지 무려 3개 대회를 석권했으니까요.
한주성(두산1차지명.우완)을 비롯해 임병욱(넥센1차지명.내야수) 안규현(삼성 2차 1라운드.사이드암) 등 프로 진출 역시 화려했습니다. 하지만 주축을 이룬 구성원이 모두 졸업을 해 팀을 떠나 올해는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풍부한 선수층을 앞세워 8강 이상은 가능하겠지만 전처럼 타 팀을 위협할 수준은 아닙니다.
서울권에서는 kt 우선지명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우완 최원태를 보유하고 있는 서울고. 좌완 봉민호- 우완 김해수를 앞세운 경기고, 우완 박주현을 중심으로 공수주의 조화를 뽐내는 장충고, 학년에 상관없이 자체 경쟁을 강화, 쏠쏠한 재미를 봤던 휘문고의 강세가 예상됩니다. 선린인터넷고는 복병입니다. 2학년 투수 우완 이영하-김대현이 지금 페이스만 유지해 준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엔 더 비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합니다.
윤형배를 앞세워 2년 전 전국을 호령했던 북일고는 회심의 칼을 갈고 부활을 외칩니다. 마운드는 송진우(한화 코치)의 둘째 아들 좌완 송우현, 유급한 좌완 김범수가 버티고 있으며 타선 응집력도 좋습니다.
중부권은 북일고 이외에도 청주고.세광고가 스카우트의 시선을 끕니다. 청주고는 조선족 출신 우완 주권을 앞세워 상위권 도약을 바라봅니다. 주권은 2006년 당당히 한국 국적을 획득, 지난해부터 한화 1차 지명 후보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세광고는 매 경기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빨리 올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이스 부재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울산공고 원투펀치 3학년 구창모, 김찬 |
부산권에서는 우완 유진욱이 이끄는 부산고. 천우배 우승기를 들어 올린 부경고 정도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경상권에 속한 경북.경주.상원.포철.대구고는 엇비슷한 전력을 보이고 있어 혼전에 예상됩니다. 울산공고는 남부권 1위가 유력하지만 좌완 구창모-우완 김찬으로 이어지는 마운드에 무게에 비해 타선의 세기는 크게 부족합니다. 지난해 결승무대를 두 번이나 밟았던 마산고는 당시에 뛴 선수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해볼 만합니다.
2010년 황금사자기 제패 이후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인 광주일고는 4년 만에 정상탈환을 노립니다. 우완 채지선, 좌완 한두솔 그리고 2학년 우완 김현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투수력을 자랑합니다.
광주일고 3학년 채지선, 2학년 김현준(현재 한화소속의 유창식의 사촌동생) |
경기&인천권에서는 야탑,동산,인천고가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상위권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초청대회에 나선 팀 위주라 전력이 완벽하게 파악된 건 아니지만 대체로 중부권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늘 그래왔듯 서울권의 상승세는 계속 될 전망입니다.
2014 고교야구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는 풀리셨나요?
앞으로 '아웃사이더'칼럼을 통해 아마야구의 정보와 소식, 열심히 발품 팔아 여러분께 전달해드리겠습니다.